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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52화 (252/270)

252화 꿍꿍이

“껄껄껄껄. 그랬단 말이야? 선수단이 도착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어서 그런 일이 있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다 미뤄두고 갈 때 따라갔어야 했었던 것 같구만.”

이근택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거기에 베트남 팀이랑 연습까지 잡았다고? 뭐, 그쪽에선 꽤나 궁금할 거야. 항상 베트남이랑 중국팀은 앙숙이었잖아. 결국 승리하는 건 항상 중국이었지만. 어.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지. 곧 나도 그리로 합류할 테니.”

삐익 ㅡ.

이근택이 수화기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통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국제 무대에 설 때마다 연습상대를 못 잡아서, 이번에도 내가 직접 가서 연습상대를 잡아줘야 하나 싶었는데…….”

껄.

나름 구단주 경력과 감독 경력이 있다는 걸까?

이창현이 알아서 다 해결을 해버린 모양이었다.

게다가 중국 팀의 에이스 중 한 명을 꺾고, 그 여파로 얻어낸 성과……

‘한국에 전해졌을 때, 국제교류전을 달아오르게 만들기엔 딱 좋은 이야기겠군.’

지금 시점에서는 한국은 겨우 이제 막 선수단 출국 인터뷰 정도나 전해졌으니까.

[기자 : ……지금까지 국제무대에 나갈 때 우리 선수들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번에는 ‘이기겠다’ 이렇게 이야기했거든요. 자신 있으시다고 보아도 좋을까요?]

[강준혁 : 뭐…… 이번에는 든든한 다른 팀 선수들도 더 껴있고 그런 만큼 저희도 더 노력을…….]

[이창현 : 한국이 쪽팔리게 다른 나라 가서 맞고 오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죠. 이기겠습니다.]

[강준혁 : 너 그렇게 말하면……!]

영상을 보니 이근택으로서는 그저 웃음이 나왔다.

지금껏 무게를 견뎌왔고,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강준혁을 이해할 수 있어 웃음이 나오면서도 슬픈 한편.

이창현의 근거 있는 자신감. 그리고 그 둘이 함께 간다는 점도 꽤나 재미있는 부분이었으므로.

[기자 : 뭐, 사실 이번에는 이창현 선수에 대해서 네티즌들의 기대가 꽤 큽니다. 3부 전패 팀에서 1부 정규리그 1위 달성까지. 미라클 PER이라는 별명도 있고 말입니다.]

미라클 PER이라…… 이근택이 한 번 놓아버렸던 팀을 이렇게 탈바꿈시켰거늘. 이젠 어디까지 나아갈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녀석의 욕심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창현 : 미라클 PER이라…… 좋은 별명이네요. 아마 그 별명, 국제교류전에서도 계속 지켜질 테니 첫 경기. 잘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아직 국제 단위의 경기에서 뛰어본 적도 없는 애송이 녀석이, 근거도 없이 저렇게 장담하기는.

하지만, 이근택은 그 자신감이 싫진 않았다.

“이 실장! 이제 슬슬 우리도 출국 준비하지. 슬슬 교류전 타이밍과도 맞물릴 테고, 연습경기는 심지어 이미 잡은 모양이니까.”

“알겠습니다.”

선수단의 마지막 한 조각. 한국 헌터 협회장으로 바빠, 선수단과 함께 출국하진 못했지만, 슬슬 이근택도 선수단의 총괄 자격으로 출국해 참석할 때였다.

***

“베트남 선수단 쪽에서 제안이 왔던 연습경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네. 그편이 더 많은 저희 쪽 선수에게 연습이 될 테니까요.”

이민석은 이창현의 대답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야, 이번 베트남 선수단에서 제안한 연습경기. 그 제안 자체는 괜찮았지만, 제안하는 것이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므로.

“여기서 헌터 서바이벌 룰로 다른 팀들과 싸울 것도 아닌데. 굳이 헌터 서바이벌 룰로 제안한 연습경기를 받아들이자고?”

“네. 아마 그건…… 타이밍도 그렇고, 제가 하이옌을 어떻게 쓰러뜨렸는지 궁금해서 떠보려고 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더더욱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거 아니야?”

이민석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창현의 말이 맞다면, 그 연습경기로 얻는 것이 있는 건 베트남 팀밖에 없었으므로.

“7대7 헌터스리그도 좋지만…… 예비 멤버가 나갈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아……!”

그제서야 이민석은 왜 이창현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한국 정규멤버 7명만 생각하면 7대7 헌터스리그 룰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많은 연습이 되겠지만…… 남은 예비멤버는 몸 한 번 풀어보지 못한 채로 시간만 떼운다는 뜻이었다.

즉, 최대한 많은 멤버가 훈련의 수혜를 입을 수 있게 하기에 적합하다는 것.

‘거기에 이창현은 PER멤버들까지 사적으로 데리고 왔으니…….’

그 인원까지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야, 헌터 서바이벌은 정규 헌터스리그와 달리 많은 인원을 참가시킬 수 있었으니까.

“물론 베스트는 예비멤버까지 돌아가면서 베트남 팀이랑 7대7 연습경기를 하는 것이겠지만…… 안 그래도 팀의 위상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은데. 정규멤버가 끼지 않는다고 하면 연습경기 자체가 파토날 가능성이 높을 테니…….”

“합리적이네”

다시 한번 이창현의 혜안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어…… 그런데, 그럼 어찌 되었든 그쪽에선 하이옌을 네가 쓰러뜨린 방법이 궁금해 캐내려는 속셈인 것일 텐데. 저쪽 뜻대로 들켜도 괜찮겠어? 아마 잘 숨겨도 캐낼 자신이 있으니 저런 제안을 한 것일 텐데…….”

“아…… 확실히 그런 부분은 있죠. 그런데, 사실 크게 상관은 없어요. 알아낸다고 한들,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이창현이 웃으며 말했다.

하긴, 세상 수많은 헌터들이 에단이 쏘는 그 막강한 기술을 몰라서 따라하지 못하는 것이겠는가?

단지 보고도 따라할 수 없기에 그런 것일 뿐.

아마 중국 팀을 뚫어낼 희망으로 한국 팀. 아니 이창현의 노하우를 훔쳐내려는 베트남 팀에게 그걸 가르쳐줄 시간이었다.

‘덕분에 자발적으로 잡아준 연습경기로 우리 선수들의 경험치를 쌓아주는 건 덤이고.’

***

베트남 선수단의 총괄. 응우옌 콩 푸엉은 얼마 안 걸려 날아든 답신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헌터스리그 7대 7 룰이 아닌 만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습상대가 궁했나?’

베트남 팀의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받아들이며 그들이 제시한 추가 요구사항도 재미있었다.

‘다만 헌터 서바이벌의 룰인 만큼, 개인전의 성격이기에 각 선수단에서 참가하는 선수의 인원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

적게 참여시키려고 이런 말을 전하진 않았을 테니, 아마 기껏해야 보결 선수들까지 해외 선수들과 겨루는 경험을 시켜주겠다고 넣은 것 같은데.

“별것 없네요. 그대로 진행하죠?”

함께 답신을 살펴보던 응우옌 쿠앙 하이가 응우옌 콩 푸엉에게 말했다.

“풋내기들에게 저희 경기를 보여준다고 해서,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쉽사리 무언가를 얻어갈 수도 없을 테니 보여주는 건 별 손해가 아니니까.”

그렇다. 응우옌 쿠앙 하이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지금 베트남 팀에게 필요한 건 다른 어떤 연습도 아니라, 하이옌을 뚫었던 그 방식에 대한 정보뿐.

그것 외에는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이창현. 그 녀석만 그 연습경기에 함께한다면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도안 반 하우가 그 경기에 끼어서 녀석의 능력을 분석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생각도 그때뿐이었고, 막상 연습경기 당일.

장소로 나가자, 응우옌 쿠앙 하이는 일갈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보결인원을 합쳐 10명 남짓의 선수들이 연습에 참가하리라 생각했거늘, 거의 20명에 가까운 인원이지 않은가?

동시에 비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이거이거. 아무리 국제전을 틈타 타 팀에서 많이 배워가고 싶다고 해도 정도라는 게 있는데…….”

응우옌 쿠앙 하이는 앞에 있는 한국 선수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개인전인 헌터 서바이벌이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면 저희 쪽에서도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자신들이 실력이 없어, 한 번 기회가 생겼다 싶으니 어떻게든 경험과 노하우를 뜯어먹으려는 하이에나들.

응우옌 쿠앙 하이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말했다.

이 경기를 없던 일로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그저 같잖다는 생각이었다.

“원래는 선수들에게 적당히 한국 선수들이 배워가는 게 있도록 살살 하도록 이야기해뒀지만…… 이렇게 된 이상 경기가 조금 매콤하더라도, 한국이 자초한 일이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랍니다.”

어차피 한국팀은,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하리라.

베트남 헌터스리그의 공격성. 그들이 진심으로 움직인다면, 배우기도 채 도륙난 자신들의 몸을 보게 될 테니까.

……하지만, 그런 응우옌 쿠앙 하이의 말이 우스웠던 것일까?

앞줄에 서 있던 한국 녀석. 하이옌을 쓰러뜨렸다던 그 녀석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쪽에선 하이옌을 쓰러뜨린 방법이 궁금해 이쪽과 연습경기를, 그것도 최대한 자세히 캐내기 쉽도록 헌터 서바이벌 방식을 선택했으니. 노골적이기는 피차일반.”

“……!”

“거기에 한국 선수들이 배워가는 게 있도록 살살 하도록 이야기 해뒀었는데 진심으로 하시겠다니. 그건 좀 다행이네요. 살살 하셨다가는 헌터 서바이벌에 한국 선수들만 살아남아 망신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을 텐데.”

조목조목 따지며 반박하고 드는 녀석이었다.

“더 말할 것도 없네. 경기를 시작하지.”

응우옌 쿠앙 하이는 그 말에, 신경질적으로 결국 경기 시작을 선언했다. 어차피 사람은 처절하게 자신의 위치가 아래임을 깨닫지 못하면, 얼마든지 짖는 법.

원하는 알맹이를 빼먹고, 서열을 다잡아주리라고 생각했으므로.

그리고 그 순간. 수많은 베트남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이 참가한 헌터 서바이벌이 시작되었다.

***

한편, 경기가 시작되고 난 후. 베트남 선수단에서는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녀석. 마지막에 대화를 하다가 많이 흥분한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흥분해도 경기는 침착하게 잘 하는 녀석이니, 목적을 잊지 않고 잘 달성하리라 믿어야겠지.”

“그보다…… 저희 계획. 잘 되겠죠? 혹여나 중간에 한국 선수들한테 들킨다던가…… 그런 일은……

베트남 선수단의 코치와 총괄의 눈빛이 교환되었다.

결국 이번 연습경기가 기획된 것도. 의미를 갖는 것도. 그 계획이 잘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는 것이었으므로.

그래서 베트남 선수단의 총괄이 대답하려고 한 순간.

갑자기 뒤에서 예상치 못하게 걸걸하고 나이 든 중년 한국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헌터 서바이벌은 개인전인데 계획은 또 뭐고, 전략이 뭐가 있겠소. 살아남으면 그만인 것이지…… 아님 뭔가 꿍꿍이라도 꾸미고 있는 겔까?”

껄껄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그 중년은 베트남 헌터로서도 모를 수가 없는 인물.

1세대 헌터로 가장 이름을 날렸던 헌터.

이근택이었다.

‘저자가 왜 여기에…….’

어느덧 출국했던 이근택이 일본에 도착해, 베트남과의 연습경기 소식을 듣고, 직접 보기 위해 도착해 있었다.

“연습경기인데 룰도 좀 이상하고…… 상대 팀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도 같고. 아주 재미있을 것 같구만. 안 그려?”

“…….”

총괄인 응우옌 콩 푸엉의 등이 어느 순간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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