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51화 (251/270)

251화 세 개의 팀

중국 팀 하이옌의 시비로 시작된 작은 경기는, 내 승리로 꽤나 싱겁게 끝났다.

‘한술 더 떠서 우리 쪽이 대타로 내가 나왔으니, 웨이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나서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저 하이옌에게 사과하라고 하고 끝낼 뿐.

생각보다는 싱거운 마무리였다.

물론, 중국 팀이 간 후. 우리 쪽 진영에서의 호응은 장난 아니었지만.

특히 이민석.

“창현아! 아까 하이옌 선수 몸에 가려져서 제대로 안 보였는데,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역시나, 총이 안 통하는 모습을 경기중 계속 보였기에, 어떤 수단으로 쓰러뜨렸는지가 제일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한국 팀만 있는 게 아니었으므로, 그저 이민석에게 눈짓을 줄 뿐이었다.

“사실 이번에 보석 광산을 무너뜨려서 제압할 줄 알았는데…… 한 술을 더 떠버리다니. 너답다면 너답다고 해야 할 텐데…….”

“전보다도 더 늘었군.”

반면, 한국팀의 이민석 외에도 호탕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외국 선수도 있었다.

한국팀과 함께 있어 뜻하지 않게 같이 관전하게 된 타쿠미를 비롯한 일본 선수였다.

“그땐 고작 3부 선수였으니까요.”

“뭐? 타쿠미. 너 그때 1부도 아니고 3부 선수한테 지고 돌아왔었던 거냐?”

“질질 짰을 만하고만. 앞으로 죽을 각오로 단련하겠다더니, 그 이유가 저 꼬맹이였나. 껄껄.”

“어이!”

타쿠미가 부끄러웠던 것일까. 팀원들의 말을 제지했다.

“그때보다도 움직임도. 판단 속도도. 무기도. 더 강력해졌군…… 여전한 건 미친 수준의 전략뿐이야.”

아무래도 타쿠미는 이번 전투에서 내가 일부러 하이옌이 붙도록 유도한 것을 제대로 읽은 모양이었다.

“과찬이죠.”

“이거…… 이번 국제교류전은 치열하겠어. 그럼 아까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할까? 시간이 좀 지났으니, 점심이라도 같이하면서. 맛집을 알고 있으니깐 말이야.”

타국에 와 있을때, 현지인이 알려주는 맛집만큼 믿을 만한 곳은 없는 법.

한국 선수단과 PER의 팀 멤버들까지. 꽤나 많은 선수들이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

“……그래서 아까 하려던 이야기는 교환하자는 거지. 한국 팀. 연습경기를 잡기 어려울 텐데…… 연습 경기를 주선해서 많이 잡아주고, 대신. 한국 팀이 가지게 될 중국팀과의 데이터를 우리가 받는 거야.”

타쿠미가 제안한 바는 명료했다.

현재 한국팀은 국제적으로 위상이 낮아, 특히 이런 국제적인 성격의 대회의 경우 주변 팀과 연습경기를 잡기 어렵다.

그걸 일본 팀이 해결해 줄 테니. 일본팀보다 먼저 중국팀과 싸우게 되는 우리에게, 중국팀과 전투해 생길 데이터를 전해달라는 것.

‘음…… 확실히 나쁘진 않은 제안이네.’

타쿠미와 이민석의 친분이 작용했던 것일까.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 제안이긴 했다.

다만, 한 가지가 빠져있었지만.

“좋은 이야기네요. 다만…….”

“다만?”

“왜 저희 한국 선수단이 연습경기를 잡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죠?”

“하핫. 루키라 모를 수 있네. 연습경기라는 건 상호 간 얻을 게 있어야 하는데,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해 봐야, 강팀은 얻을 게 없으니 그렇지.”

그렇다. 저 말은 과거 한국 선수단의 국제랭킹. 과거 한국 헌터스리그의 국제적 위상을 토대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중국의 하이옌에게 반격 한 번 허용시키지 않고, 쓰러뜨렸다.’

거기에 국제적으로 꽤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민석. [마나전개]의 사용자인 강준혁까지.

강준혁 한 명에 LTD팀원으로 적절히 채워졌던 과거라면 모를까. 지금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그것이 바뀌었더라도…… 다른 팀에게 알리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겠지만.

“약팀에게는 연습경기 제의가 오지 않는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방금 하이옌 선수와의 대련만으로도 지금 협상의 조건 자체가 달라지리라고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아까의 그 대련 하나만으로. 그것의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과거와 달라질 것이다.

‘하이옌 선수를 뚫지 못하는 수많은 팀에서 비결을 알고자 연습경기를 신청해 오겠지. 그것 하나만 건질 수 있더라도 이득이라는 마인드로 말이야.’

“그… 그건…….”

“협상 조건을 다시 써야겠는걸요?”

이것들이 어디서 밤탱이를 씌울려고.

물론 딴에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고 한 …… 상황에 따라 조건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법.

강자는 강자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 법이니까.

***

“어떻게 거기까지 생각한 거냐?”

일본 선수들과 헤어지고, 숙소로 향하는 길.

이민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 동시에 재미있다는 듯 웃음기를 띄며 물어왔다.

“한국 선수로는 국제 무대에서 내가 제일 많이 뛰어봤다고 자부하는데, 너처럼 하는 녀석은 처음 본다.”

그야 그럴 수밖에.

애초에 이민석은 연습경기를 직접 잡느니 마느니 하는 주장이나 감독도 아닐 ……

‘애초에 경력도 따지자면 내가 더 길잖아?’

그러니 국제 무대에서 팀의 알력관계나 돌아가는 구조.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위는 내가 더 잘 알 수밖에.

물론 그렇게 대답할 생각은 없었기에 적절히 받아 넘겼다.

“그래도 나름 구단주 겸 감독 겸 선수 아니겠어요?”

“그렇다 쳐도, 일본 녀석들에게 연습경기 약속을 받아내는 건 둘째치고, 경기 데이터의 일방적 제공이 아니라 동등한 교류를 약속받을 줄이야…… 솔직히 이렇게까진 예상 못했거든.”

확실히 기대 이상의 성과이긴 했다.

물론 우리 팀이 일본 팀보다 먼저 중국 팀과 겨루게 되긴 하지만, 일본 팀에게는 다른 팀과의 전투에 대한 데이터를 받아보면 되는 일이니 손해는 없을 테니까.

“그것도 그렇고, 내심 타쿠미가 되게 궁금해하던데. 숨긴 능력을 직접 물어보는 건 금기이니까 그 자리에선 말을 아낀 것 같긴 한데…… 타쿠미가 자기 자신처럼, 무조건 뚫을 수 있는 원거리 공격수단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하더라. 그래서 그 정체가 뭐야?”

이번 질문은 궁금해하는 것이 이민석뿐이 아닌 모양이었다.

함께 있던 강준혁도 안 듣는 척 하더니, 지금은 귀를 쫑긋대며 눈을 다른 쪽으로는 돌리곤 점점 앉은 곳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반면 관심을 숨길 필요가 없는 PER 녀석들은 아예 대놓고 물어보고 있었기도 하고.

“맞아. 원래 이전만 하더라도, 2부에선 쉴드를 못 뚫어서 나랑 호흡을 맞춰서 돌파하지 않았었나.”

류재준도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이었다.

내가 [만개]의 랭크를 올린 후, 새롭게 쓰기 시작한 ‘샷건‘이.

하지만…… 어차피 앞으로 계속 보게 될 것인데. 미리 밝혀 둘 필요가 있을까?

그저, ‘강력한 방어능력‘도 근접한 거리에 있다면 손쉽게 뚫어낼 수단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이럴 땐 절반의 답을 주는게 최고이리라.

“뭐긴요. 평소에 제가 무기 바꾸는 거 안 보셨어요? [마도공학무기변환]으로 무기를 바꿔서 처리한 거 뿐이지.”

“그래서 그 무기가 뭐냐고~“

대답은 미뤄두는 것이 좋겠다.

아무래도 이런 소소한 것 또한 경기의 즐거움 중 하나이니까.

***

“뭐라고? 하이옌이 쓰러졌다고?”

응우옌 쿠앙 하이가 막 들어온 전력분석가에게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국제교류전이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

입국 시기에 따라, 선수단 전원이 입국하지는 않은 경우도 있는 이 시점에. 벌써부터 대련이. 거기에 중국의 하이옌이 패배했다는 것이 놀라웠으니까.

“그러면…… 상대는 누구지? 일본의 타쿠미? 아니면 타케후사?”

그나마 생각나는 이름을 읊어보지만, 전력분석가는 고개를 내저었다.

대신. 경기 장면이 찍힌 사진을 내밀 뿐.

그 정체는 놀랍게도 응우옌 쿠앙 하이가 모르는 선수였다.

놀란 마음에 동그랗게 뜬 눈으로 전력분석가를 쳐다보았지만…… 그도 잘 모르는 선수였던 걸까?

“이번 한국 선수단에 처음 나온 선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로 데이터가 추가되면 분석리포트를 팀 차원에서 올릴 겁니다.”

그저 ‘정보가 없다’라는 말을 에둘러 말하는, 의례적인 답변을 할 뿐이었다.

응우옌 쿠앙 하이가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이옌…….’

지금껏 베트남 팀이 중국 팀에 빈번하게 밀렸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베트남 쪽에선 공포의 파괴전차 즈음으로 보고 있는 중국 선수.

일개 한국의. 그것도 신인 선수인 그가 대체 어떻게 노련할 뿐더러 경력도 긴 하이옌을 쓰러뜨렸을지.

흥미가 가기 시작했다.

“이번 국제교류전 시작 전에, 한국 팀과의 교류 일정은 있나?”

“지금은 딱히 정해진 게 없습니다만…… 관습적으로 잡으면 보통 중국과 일본. 베트남. 이렇게 3개국끼리 연습경기를 치르는 편이죠?”

“흠…….”

팀 전체의 전력을 끌어올리고, 다른 강팀들의 전략과 동태를 알아보기 위해 그들과 연습경기를 잡는 것도 좋지만……

‘중국 팀만 잡으면 일본 팀이랑은 반반 정도…… 이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런가…… 코치님이랑 대화를 해봐야겠다.”

응우옌 쿠앙 하이는 어쩌면 이번 국제교류전이야말로 중국을 찍어누를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그렇게 결심했다.

분명. 방법만 찾아낸다면. 하나의 활로만 뚫어낸다면 불가능은 절대 아니라고 보았으므로.

***

“일정은 이렇게 되지. 그러니까 국제교류전이 시작되기 약 1주 전인 지금부터 연습경기를 거치면 바로 시작이야.”

“첫 상대가 태국 팀인가. 이 팀은 강한가요?”

“태국 팀은 상대적으로 약하지. 아…… 다들 국제전은 처음이라 어느 팀이 강하고 약한지를 상대적으로 잘 모르지?”

빠삭한 이민석과 어느 정도 국제전에 참가한 전적이 있어 조금은 아는 LTD. 그리고 기억이 가물가물해 손에 꼽히는 강국을 제외하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나와 국제팀은 무지한 PER팀원들.

척 봐도, 잘 모르는 녀석들이 반이 넘어간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이민석은 이번 무대. 국제교류전의 상대 팀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중국이 강한 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아시아 쪽 국제교류전은 항상 중국을 톱으로, 3개의 나라. 중국, 일본, 베트남이 탑으로 국제리그 시드권을 많이 가져갔어.”

“일본…….”

“그 왜, 저번에도 졌었던 거 기억나지?”

쓰라린 기억이었는지, 다들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런데 의외로 다들 잘 모르는데 더 경계해야 할 쪽은 베트남 쪽일 거야.”

이민석은 그 말을 시작으로, 톱3 팀.

중국, 일본, 베트남 팀의 특색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뭐…… 매번 선수단이 달라 경기도 완전 다르게 흘러가 말할 것이 없지만. 일본은 조금 뚜렷한 경향이 있는 편이지.”

일본은 기본적으로 정돈된 전투. 뛰어난 팀의 호흡으로 인한 하나같이 움직여 적을 처리해나가는 전투를 기본적으로 하는 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그리고 베트남은…… 간단하게 말하면 그거지. 극한의 공격성. 뒤나 옆을 바라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달려드는 무소 같달까.”

‘아…… 그랬었지.’

재미있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그리고 앞으로 꽤 재미있게 경기가 진행될 것 같다는 생각에,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