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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50화 (250/270)

250화 새로운 무기

하이옌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

사실 ‘보석 광산’맵이 나온 순간부터 그 난이도는 정말 쉬웠다.

말마따나, 내가 평소에 즐겨쓰는 전술처럼, [꿰뚫는 눈]으로 이 광산을 파악하고 꿰뚫어 보아 취약점을 공략.

산 채로 매장당하도록 만들어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었다.

내가 그것을 원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지금껏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리 싸워왔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솔직히 속 시원한 싸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적의 숨통을 완전히 끊은 것도 아니며, 단순히 ‘행동불가’상황에 빠뜨려 함정을 파 이기는 것.

과연 그런 경기로 3개국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내 힘을 증명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니다.

그렇게 이긴 것을 본 관중은, 내가 영리하다고. 지능적이라고 칭찬할 뿐. 강력하고 압도적인 힘을 가졌으리라고 평가하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회귀 전에 제일 즐겨 쓰던 방식도 아니고.’

그럼 회귀 전에 제일 즐겨 쓰던 방식이 뭐냐고?

[만개]를 개방했을 때의 힘. 그 강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압도적으로 찍어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만개]의 랭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

나는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내리는 결과를 내는 것이.

***

“……크하하핫. 그 딱총 같은 것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맞아줬나? 어때. 자신의 무력함을 이제야 좀 체감하겠나?”

하이옌이 탄알을 맞아대며,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맞아준 것은 일부러 그런 것이었나…….’

맞아도 안 통한다는 걸 알고, 무력감을 느끼도록 일부러?

하여간 중국 놈들은 힘자랑하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더 힘으로 꺾어줄 맛이 나는 것이겠지만.

“글쎄. 따라잡지도 못하고 계속 거리를 조절당하는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가?”

슬슬 끝내려던 하이옌의 생각과 내 도발이 맞물려, 녀석이 폭발적으로 가속해 내 앞에 따라붙었다.

그야말로 찰나. 에어비트 따위로는 거리를 벌릴 수 없는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몸을 움직인 녀석이 내 앞을 가로막았고, 녀석의 웃고 있는 얼굴이 직통으로 크게 보였다.

“그리 잘난 너의 거리 조절이 이 정돈가?”

녀석이 피식 비웃고는, 도끼를 들어올렸다.

하긴. 확실히.

그 어떤 대부분의 선수들을 지금의 내 자리에 놔두더라도 비웃기에 제일 적합한 타이밍이긴 했다.

저 도끼를 막아낼 사람은. 혹은 이에 반응해 하이옌에게 역습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손에 꼽을 테니까.

하지만…… 나한테는 오히려 이 상황이 재미있었다.

‘웃기긴. 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지도 이해를 못하고 있으면서.’

내심 도끼를 들어올린 녀석에게 비웃음이 나왔으니까.

녀석이 접근할 타이밍을 재며, 준비해두었던 [마도공학무기변환]으로 쌍권총을 변환시켰다.

그리곤 이번 생, 지금껏 쓰지 못했던 새로운 총이 모습을 자아냈다.

압도적으로 많은 마나를 소모해 지금까지 사용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총.

하지만, 회귀 전에는 원래 가장 많이 애용하기도 했던 총.

……상대의 방어력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총.

아마 녀석은 총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팔을 휘두르려는 채로 내 머리만 쪼갤 듯 바라보고 있는 녀석에게.

나는 하이옌이 팔을 다 휘두르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찰칵!

찰기 있게 맞아들어가는 소리들.

탕! 타타탕!

경쾌하게 울리는 탄알 소리.

아~. 그리웠다.

손에 착 감기고 빨려들어가는 듯한 이 소리가.

……거기에 녀석은 파고들어 도끼를 휘두르느라, 자신이 무엇에 죽어나가는지.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하게 보지 못했으리라.

어느샌가 내가 양손에 하나씩 쥐고 있는 것이, 아까의 권총과는 사뭇 다른 길다란 샷건이라는 것을.

어차피 곧 드러나겠지만, 대기실에서는 궁금해 미치지 않을까?

무엇에 그가 쓰러졌을지.

***

한편 경기가 진행되던 도중. 이창현이 계속 총을 쏘았음에도, 하이옌이 접근하는 것에 성공한 순간.

지켜보는 대기실에서는 탄성. 환호성. 한숨 등이 섞여나왔다.

모두들 이 경기의 끝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다.

이민석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하아…… 타임어택 실패였나.’

이창현이 저 보석광산의 취약점을 공략해 무너뜨리는 방법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시간이나 공간적 여유가 여의치 않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창현이가 졌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애초에, 상성상 불리한 싸움이기도 했고. 이창현은 아직 국제선수들 사이에서는 병아리 중에서도 병아리 아니겠는가?

침울해 할 때. 그리고 중국 선수들이 핀잔을 줄 때, 대신 좀 맞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경기 스크린을 올려다본 순간.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 있었다.

탕! 타타탕!

찰칵!

경쾌하게 장전하는 소리와 함께, 평소와는 조금은 달랐던 탄알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하이옌이……!”

공중전을 벌이던 이창현에게 접근해 손도끼로 머리를 찍어버리려던 하이옌. 지금까지 이창현의 탄환을 맞고도 조금도 피해를 입지 않았던 그가 추락했고, 그것으로 경기가 끝났다.

‘일격사……?!’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이근택 회장에게서 듣기로는 탄환의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들. 그리고 약점을 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애초에 아예 흠집도 내지 못할 정도로 방어력과 공격력의 차이가 났다.

어느정도 강화시킨다고 한들 의미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물론 눈 같은 취약점을 노렸다면 그건 의미가 있겠지만……

이번에 피해를 입힌 것은 그런 취약점이 아니었다.

타이옌이 자랑하며 탄환을 맞아주던 그 몸. 몸을 통째로 꿰뚫어버렸으니.

‘대체 무슨일이 생긴 거지…….?’

대기실이 순간적으로 정적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

회귀 전 내가 [만개]를 해방했을 때, 주로 사용한 무기는 세 가지였다.

샷건. 권총. 저격총.

각각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를 커버하기에 적합한 무기이기도 했지만. 가장 좋은 점은 각 상황에 따라 사용한다면 그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번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그 중 [샷건]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어마어마한 탄환을 한번에 뿜어냈기에, 권총이나 저격총과 비교할 수 없는 양의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샷건의 근접 화력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마나가 충분한 상태에서 쏘아내는 샷건은, 근접한 경우에 한해 에단이 쏘아내는 그 미친 듯한 파괴력의 그것과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니까…….’

양 손에 하나씩 샷건을 쥐고 하이옌의 몸에 쏘았을 때의 쾌감이란.

이번 삶에서 내 탄을 각종 방어능력과 전술로 막아내, 고생했던 과거의 나날들이 떠오르는 것만 같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론, 대기실에 가면 입을 싹 닦을 거지만.’

반격은 없었다.

하이옌은 그 샷건의 연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전 없는 승리.

그래서였을까?

대기실에 나와보니 분위기가 미묘했다.

무슨 감정일지 모를 묘ㅡ한 표정으로 나를 바로 보고 있는 중국팀의 선수들.

그리고 경탄한 듯 양 손을 꽉 쥐며 눈을 빛내오는 타쿠미와 감탄한 듯한 표정의 일본 선수들.

‘마지막으로는 자기가 한 것도 아닌데, 예상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있는 PER 팀원들…… 인가.’

약간 웃기기도 했고, 그러면서 마음은 이해가 갔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더라도 PER팀원이 이겨 왔다면 참 기분이 좋았으리라.

그런 미묘한 긴장 상태를 깬 것은 다름 아닌 웨이였다.

“훌륭하다.”

가감 없는 칭찬의 표현. 그의 얼굴에서는 나에 대한 강한 흥미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마지막 순간, 하이옌을 꺾을 때 총을 쐈다는 건 알겠지만, 샷건을 썼다는 건 하이옌의 거구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테니…….’

그 부분이 궁금했던 것일까?

뭐, 그래도 물어봤자 대답해줄 리는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웨이는 그저 끝맺음에 집중하는 듯싶었다.

“힘을 증명했으니, 달리 할 말은 없다. 허나, 하이옌. 자네는 이자에게 할 말이 있지 않은가.”

“…….”

패배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자랑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드러냈음에도 졌다는 패배에 충격을 받은 것일까.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하이옌에게 웨이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하이옌!”

그제서야, 하이옌이 나와 이정훈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안하다.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한다.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승패와 실력뿐…… 그런 것 외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내가 네게 훈계를 했다.”

스스로에게 분노한 것일지. 하이옌의 호흡은 약간 거칠었으며, 손이 조금 떨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정훈은 그런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답했다.

“깨달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뭔가 제대로 빈정이 상했던 것일까. 좋게 받아줄 만도 싶은데, 적당히 비꼬는 모습이었다.

어린애는 어린애다 싶으면서도……

솔직히 조금은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사단이 난 이후. 중국 선수단은 다들 중국팀에 배정된 대기실에 다 같이 모여있었다.

“웨이! 어떻게 그런 모욕을 그냥 넘길 수 있는 겁니까. 그 건방진 꼬맹이의 마지막 말을 못 들은 겁니까?”

“진 건 하이옌이다. 그렇기에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다는 것이지?”

“당신이 나서서 그 녀석을 꺾을 수 있었지 않습니까? 꼬맹이를 대신해서 그 녀석이 나온 것처럼.”

웨이는 젠화가 한 그 말에 조소했다.

“내가?”

그 직후, 웨이는 기세를 숨기지 않고 모두 드러내며 말했다.

“같은 중국 선수단으로 왔다고 해서 같은 급의 선수라고 보면 곤란하다고 말했을 텐데 젠화…….”

“……그것이. 그래도 같은 나라의 동포를.”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선 힘을 길러야 한다. 자네도 알고있지 않은가.

그리고 하이옌은 그 대타 녀석이 나서는데 저지하지도 않았어. 그렇다면 문제는 없지.”

그 말에 하이옌을 비롯한 선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웨이의 말이 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저, 정식 경기에서 만나게 될 한국 선수단을 밟아주겠다는 집념으로, 마음을 불태울 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무언가 한국 팀의 편을 들어주는 듯한 웨이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물론. 그런 사적이고 유치한 이유가 아니라, 이번 대련에서의 모습으로 녀석에게 흥미가 조금 생기긴 하지만.”

‘흥미가 생겼다.’ 그게 웨이에게 있어서 무슨 의미인지는 중국 선수들은 모두 알고 있었으므로.

핀잔을 들은 것은 중국 선수들이었지만, 끝내 그들은 웃고 있었다.

하이옌을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긴 몰라도. 이번 국제교류전에서 그 녀석의 행보가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

그것 하나는 확실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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