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저 너머로
국제교류전에 출전할 선수를 고르는 걸 함께해달라는 것.
강준혁이 그것을 위해 다시 PER의 홈에 오게 된 건, 약 10일 후였다.
무언가 사람이 바뀌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들은 꽤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전술이나 기본적인 움직임의 방향성이나, 이론적인 것들을 메웠을 때 일종의 ‘깨달음’을 얻듯이 엄청 강해지는 선수들도 있었으므로.
‘하지만 그런 선수들은 소수지…….’
그렇기에 강준혁은 솔직히 PER의 홈에 도달하기까지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처음 갔을 때의 정보를 기반으로 누가 국제교류전에 갔을 때 좋을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저번 LTD전 때를 생각하면 이성태… 도 나쁘지 않겠고. 사실 능력만 누굴 콕 찝어서 데리고 갈 만큼 특별히 능력이 아주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는 말이지.’
문득 능력만 생각하며, 인선을 생각해보니 이런 애들한테 LTD가 졌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 강한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팀이 강한 거다.’
강준혁은 그런 생각에 잠시 헤이해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고, PER의 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보고 성장한 선수들을 골라달라고 했으니. 일단은 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테니.
과연. PER의 홈에 들어선 이후. 강준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겨우 10일인 만큼 크게 달라진 선수는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
“아직도 이런 부분은 조금 약해. 좀 느낌이 오지?”
“기술이라는게 진짜 끝이 없네. 솔직히 PER에 오기 전만 해도 창술에 빈틈은 없고, 이제 다른 것들을 섭렵하는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끝이 어딨어. 계속 하다보면 또 나오고 그러는거지. 그러면 한 번 직접 해 보고.”
바깥에서 손님이 온 것인지, 이종규가 손짓하고 있었다.
슬슬 이성태에게 [이상동몽의 지휘관] 능력으로 해 주는 피드백을 끝마치고, 돌아갈 때였다.
‘누구지? 아…… 슬슬 타이밍이 됐나?’
솔직히 말해서 조금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강준혁이 저번에 들리고 간 지 얼마 안 되어서 능력을 새롭게 개화한 선수도 몇 있었으므로.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강준혁이 위치해 있는 곳은 윤한결이 개인 연습을 하고 있는 연습실 앞이었다.
그야말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이 참 만족스러웠다.
얼마나 집중 중인지, 내가 온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경기 때랑 꽤 다른 것 같죠?”
그제서야 내가 온 걸 알았는지, 대답을 해 줬지만, 여전히 윤한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 능력…… 원래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지?”
“그렇죠.”
연습실의 투명한 벽 너머로, 윤한결이 연습하고 있는 곳. 그곳에는 정말 셀 수 없는 검이 떠 있었다.
평소 많아야 7개 정도를 띄워서 다뤘던 LTD전에서의 윤한결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될 법한 수준의 성장이었다.
“어떻게 저리 금방 성장을…… 이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할 텐데.”
강준혁의 말이 정론이리라. 만약 윤한결이 [이기어검]을 통해 저 검을 모두 띄운 것이라면.
왜냐하면, 사람이 아무리 근력 트레이닝을 한다고 해서, 100키로 들던 걸 10일 만에 근력이 펌핑되어 25톤 트럭을 들어올릴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새로운 능력‘이 [가능성을 닫는 함]으로 생겨난 잠재능력으로 인해 피어났다면 어떨까?
“능력이 성장한 게 아니라, 새로운 능력이 생겨난 거죠. 저기에 저리 많이 떠 있는 것들도 실은 전부 ‘진짜 검’은 아니긴 해요.”
윤한결이 수없이 띄운 저 검의 물결 중에 진짜 검은 실상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랬다면 진짜 압도적으로 사기적인 능력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이번에 윤한결이 새롭게 각성한 능력. 그것은 [환검]이었으니까. 일종의 가짜. 혹은 페이크라고 보아도 좋았다.
‘진짜였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뭐, 아무튼 능력이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강력해진 것이 아니라, 새로 생긴 것인 만큼. 저 광경이 딱히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꿰뚫는 눈]으로 인한 잠재능력의 존재 캐치와 회귀자의 이점인 잠재능력 개화의 요건에 대한 방대한 지식.
계속해서 지켜보면서 화분에 물을 뿌려주면, 씨앗이 썩은 것이 아닌 이상 반드시 새싹은 자라난다.
그게 지금일 뿐이었다.
“아니, 새 능력이라면 더욱 말이 안 될 터인데…… 내가 LTD를 비롯한 팀들에 있어 왔지만, ‘새 능력’을 각성한 녀석을 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아. 그런데 그렇게 희귀한 걸. 그것도 국제교류전에 나가기 전 이 타이밍에. 갑자기 각성하듯 생겨난 것이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겠지?”
강준혁은 내가 무언가를 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날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무언가 특별한 유물이나, 노하우. 각성자의 능력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을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일까?
‘이 타이밍에 개화가 된 건 우연인데…….’
뭐, 그래도 사실 대부분은 그게 맞긴 했다.
[가능성을 닫는 함]을 이용했고, 회귀자의 지식을 이용했으며, [꿰뚫는 눈]을 통해 정보의 우위를 이용해 계속 싹을 틔울 준비를 했었으니까.
“우연…… 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겠네요. 어차피 보여줘버렸으니. 한 번 보실래요? PER이 어떻게 지금까지 발전해 왔는지를.”
강준혁이 계속해서 PER을 둘러보던 도중. 나는 평소처럼 연습하고 있는 팀원의 방에 들어가 [이상동몽의 지휘관]으로 피드백을 해주었고, 가히 피드백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였다.
대응능력. 감각. 그리고 움직이는 방식까지도. 몇 번의 교정만으로 디테일하게 확 좋아지니, 바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체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능력이죠. 제가 이미지한 것. 그리고 그 이미지한 것의 감각을 동기화시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
강준혁의 눈이 커졌다. 이 능력을 통한 선수들의 교육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대충 이해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젠 알았으리라. 어떻게 PER이 이리 빠르게 발전했는지. 그리고 달라져 왔는지를.
강준혁은 그제서야, 다시 빠르게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연습광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번에 내가 선택하자고 한 ‘성장성이 좋은 녀석’의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한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나.
강준혁이 다시 우뚝 멈춰선 곳. 거긴 대충 예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디테일하게 수준이 높아진 것도 좋지만…… 역시 새로운 능력을 얻어 아예 다른 차원의 힘을 갖게 된 선수에 눈이 갈 수밖에.’
강준혁이 나랑 같은 선수를 골라줄 것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그럼 대충 PER의 국제교류전 인선은 끝이 난 건가?’
***
다시 LTD홈으로 돌아가는 길.
강준혁으로서는 충격적인 하루였다.
‘그런 능력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지금까지는 경기장에서 드러나는 능력만으로 선수를 이해하고 있었다. PER의 이창현. 이제는 어느 정도 리스펙트하고 있었고, 어디까지 오를지 모르는 뛰어난 루키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국제리그의 벽은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어떠한가?
자신만 뛰어난 게 아니었다. 어쩌면 그 녀석의 진정한 힘은 경기에서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만큼, 거대한 힘을 손에 쥐고 숨긴채로 있었다.
‘다른 녀석들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힘이 있다라…….’
본 적도 없는 능력이었고. 그렇기에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내가 만약 그 능력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굉장히 우스운 일이리라. [마나전개]의 능력까지 갖추고. 능력에 대해 부럽다고 느끼는 것은 국제리그의 에단 같은 선수를 제외하면 딱히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개인의 무력을 선망하고, 내가 더 잘할 수 있게 되기 위한 것들을 계속 추구하고 쫓아왔지만.
이제 와서 부럽다고 느낀 것이 남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능력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LTD는. LTD의 강준혁은 PER에 졌지만. PER의 이창현은 지지 않고 그 무대가 어디라도 계속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결국 마음을 맞춰, PER에서 출전할 선수를 나름대로 고른 후. 그 다음 과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건 이근택의 최종승인이었다.
이렇게 나, 강준혁, 이근택의 손을 거쳐 선수를 고르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이근택 회장님이 거절할 이유는 딱히 없겠지만…….’
“그래서. 이번 국제교류전에 이렇게 데리고 가겠다고?”
“부족합니까?”
“뭐…… 나쁘진 않아.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예상 밖이라고는 말해야겠구나.”
이근택이 뽑아온 PER의 인선을 보고 한 평가였다.
“너는 랭크전 1위 특전으로 가는거니, 너를 빼고…… 이연주. 윤한결. 거기에 추가 대기멤버로 류재준이까지.”
이근택은 그 명단을 보고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명확히 어떤 시너지가 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구먼.”
하긴. 이근택 회장님은 아직 능력적으로 변화한 부분이나, 그로 인해 새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술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설명해드리려는 찰나.
“근데 생각이 나는 게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해. 여기에 류재준 대신 지수가 들어갔으면 그 뭐냐. 이전에 3부에서 썼던 폭격기 전략이랬나. 그때랑 같구만.”
이근택이 흥미로운 평을 내렸다.
“폭격기전략이라…… 그런 것도 있었죠. 그 전략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왜. 이번에 국제교류전에 나가서 쓰려고? 아서라. 너도 3부 이후로는 거의 쓰지 않은 이유가 있지 않느냐.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너무 약해. 거기선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게다.”
이근택 회장이 호언장담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긴 했다. 그 3부 때의 폭격기전략을 그대로 쓴다면 말이지.
하지만 이근택 회장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엄청난 수의 환검을 만들어 내 날릴 수 있게 된 윤한결의 새 능력과, 이연주가 손에 넣은 아주 흥미로운 능력을.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선수를 바꾸는 게냐?”
이근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연히 내가 취약점을 생각 안 했을 리도 없고. 져 드릴 수도 없었다.
“아뇨, 회장님 생각을 바꿔드려야죠.”
“크하하핫! 요 당돌한 놈을 봤나.”
이근택 회장님도 말했지만, 경기라는 것은 결국 증명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증명이, 전술이, 힘이 옳다고 증명하는 전장이었다.
아무리 탁상공론으로 그 전술이 구리다고 말해 뭐하겠는가. 실제로 이기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을.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되실 겁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너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국제무대라는 것의 무게를 말이다.”
이근택이 충고했지만.
‘이미 잘 알다마다.’
내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이근택 회장님은 아무래도 국제교류전에서 한국에서나 통할 전술로 알량하게 덤비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아. 그건 그렇고, 선수 확정은…… 자 옛다. 출국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슬슬 서두르도록 해.”
이근택 회장이 서류를 넘겨주며 말했다.
국제교류전 선수단 출국 일정과 도장이 찍힌 승인 서류와 함께였다.
‘일본…… 인가.’
이제 슬슬, 한국 너머를 바라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