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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45화 (245/270)

245화 팀원 선발

“그래서, 계약을 하려면 그 가면은 좀 벗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영감 좀 보소?

역시나 괜히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라는 듯. 끝까지 계약 전에 확인하려는 심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에 밀려 계약 도장을 찍기 전에 얼굴을 보여준다면……

‘최악의 경우 말짱 꽝이 되겠지.’

원래 PER은. 그리고 나는 국제교류전에 참가할 텐데. 국제교류전 참가를 명목으로 덤을 잔뜩 얹어 받는 조건이지 않는가?

그러니 해야 하는 행동은 뻔했다.

‘이근택 회장님…… 주머니가 텅 비시겠지만…… 내 알 바는 아니지.’

미안합니다.

“제 정체가 어찌되었든 상관없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입을 싹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이근택 회장에게 말대답했다.

“그건…… 그렇지만, 신뢰의 문제니까.”

“반드시. 참가합니다. 국제교류전에는 말이죠. 그리고 애초에 랭크전 1등에 도달한 선수에게 주려고 한 것이니 의도에도 맞으실 테구요. 더 필요합니까?”

“……아니네. 그럼 자네 말대로 하도록 하지.”

‘됐다……!’

이근택이 체념한 것인지, 미리 준비해온 계약서를 비서에게 손짓하여 내 왔다.

거기에 지금 막 얹어주겠다고 한 금액과 물건들을 추가 조항으로 직접 써 내려갔다.

그야말로 압도적 이득.

그후, 이근택은 도장을. 나는 지장을 찍었다.

이로써 계약은 끝이었다.

“그래. 어디 얼굴이나 한 번 보자. 말하는 뽄새를 보아하니, 내가 아는 녀석 중 하난데…… 내가 그리 미워할 만한 헌터는 그리 없단 말이지? 아무렴, 탑의 전장에서 벗어난 녀석들도 품어줬는데, 내가 정체를 보고 내칠까.”

이근택이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이젠 계약도 다 끝났고, 가면을 벗어도 되겠지?

“어째,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너…… 너!”

이근택 회장의 얼굴이 보기 드물게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뒷목을 잡았다.

조금쯤은 예상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였던 것일까?

“오히려 제 쪽이 의외인데요. 협회 쪽을 통해 알아보셨을 거라 생각했는데…….”

“끌…… 가면으로 정체를 숨기는 것은 각자 아픈 사정이나 전략이 있어 감추려는 것을 굳이 들추지 않았을 뿐인데. 이걸 이리 이용할 줄이야.”

이근택이 나를 눈으로 흘겨보며 말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애정이 담겨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아무렴. 유물을 건네받은 이후로, 내가 한국 헌터스 리그에서 이근택의 후계자처럼 되어버렸는데. 내 위상이 더욱 높아질수록 이근택도 자랑스러운 것 아니겠는가?

“실은…… 가면을 쓴 네가, 너랑 똑 닮은 녀석이랑 싸우기 전까지는 나도 너라고 확신을 했다만…… 그건 어떻게 한 거냐?”

아마 김도준이 나처럼 변장하고 가면을 쓴 나랑 싸웠던 때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게 효과가 좀 크긴 컸나 보군.’

“간단합니다. 아마, 회장님도 아실 텐데…… 기억 안 나시나요? PER대 PSG전. [몽환의 궁전] 에서 있었던 경기에서 벌어진 일을.”

“허어…….”

그제서야 이근택이 무릎을 탁 치며 이해한 듯했다.

눈치가 느린 분은 아니니, 이 정도만 말해도 아마 물밑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까지 모두 파악했으리라.

왜 가면을 쓰고 나처럼 변장을 한 김도준과 능력을 봉인하고 싸웠는지.

친선전 느낌이긴 했어도, 왜 미적지근하게 무승부로 끝을 낸 것인지.

그리고 왜 그날따라, 검을 쓰는 모습은 분명 내 모습인데 검술이 그리 날카로워 보이지 않았는지.

이상하지만 가볍게 넘겼던 사실들이, 퍼즐처럼 맞춰졌으리라.

“그래. 인정하마.”

“그럼, 계약서대로. 다 해주시는 거죠?”

“에잉…… 이미 가진 것도 많은 녀석이, 양 손에 가득 쥐고는 더 내놓으라고 칼 들고 협박을 하는구나.

그래도…… 좋다. 뜻대로 하거라.”

“뜻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대로 하는 겁니다.”

내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근택도 기분이 딱히 나쁘진 않은 듯했다.

“그래. 계약대로 하거라.”

말은 저렇게 퉁명스레 하면서도 입가엔 작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내 성장이 즐거운 것이리라.

2부 같은 하위리그에서 후계자로 점찍은 내가. 한국 헌터스 리그뿐 아니라, 랭크전까지 제패했다는 사실이.

“그런데 어차피 PER은 국제교류전에 나가니, 랭크전 1위의 국제교류전 출전에 관한 건 다시 생각해보아야겠구나. 그럼 들어가 보거라. 할 일도 많을 텐데.”

“…….”

“……그리 바쁘진 않은 게냐?”

“그게 아니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국제교류전 참가라는 약속은 제가 꼭 지키겠다고.”

“그러니까. PER에 이미 2명의 메인 선수와 1명의 대기선수를 뽑기로…….”

“그건 PER이고 저는 저죠.”

이근택이 그제서야 내가 하는 말의 의도를 깨달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이 도둑놈 같은 녀석이…….”

“하지만 계약은 계약이지요. 회장님. 저는 바빠서 이만 갑니다.”

“자…… 잠깐! 창현아. 야!”

어쨋든 계약서는 내 손에 있으니 괜찮으리라.

이근택 회장님의 대응은 김성준한테 맡기면 어떻게든 해주겠지.

‘이거면 PER에서도 국제교류전 멤버가 3명…….’

국제교류전은 분명, 팀원을 성장시킬 좋은 자양분이 되어줄 테니까.

벌써부터 조금 기대되기 시작했다.

***

“그걸 다 들어주다니…… 자네 성질도 많이 죽었네 그려.”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조준호가 들어오더니, 이근택에게 말을 건넸다.

그도 그럴 것이, 이근택이 가진 한국 헌터계에서의 막강한 권력을 생각하면 그 계약을 무르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테니까.

“굳이 아득바득 모든 일에 이기려고 할 필요가 있겠나?”

이근택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나름 대답해보았지만.

이전. 과거의 이근택을 알던 조준호에게는 어림도 없는 말이었다.

“탑에 들어가서 타국의 헌터랑 싸움이 나거나 분쟁이 붙을 때면 항상 불같았던 자네를 생각하면…… 흠.”

과거의 이근택을 상상하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조준호가 말을 삼켰다.

이근택이 조준호의 말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지금껏 항상 양보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지…… 그게 국민을 위한 것이었고, 동료들을 위하고, 살리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전사가 아니니까.”

이근택의 아련한 눈빛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늙어버린 걸까. 아니면 이제야 원하면 평범한 삶을 되찾은 걸까.

그것은 조준호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도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딱 이창현이만 한 손주가 있지 않았을까. 류재준이 녀석도 이창현 녀석이 좋다고 붙어버렸고.”

그 마지막 말에서. 조준호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근택의 마음을.

***

국제교류전이 확정된 후. 일은 일사천리로 끝맞춰졌다.

출국 일정 조율부터, 서포트해 줄 인원. 장비 지원 등……

기타 제반사항은 모두 끝난 참이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과정이 하나 남아있긴 했지만.

‘나를 포함해서 메인 멤버로 3명…… 한 명 늘린 건 좋은데. 메인 멤버 두 명이랑 대기 멤버 한 명을 누구를 뽑느냐. 이게 참 어렵네...’

경험 차원에서 PER 전 선수단이 출국을 하고. 전지훈련을 하게 되는 것은 동일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국제교류전에 차출되어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기에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내가 모두 결단을 내린 후, 결정했어야 하지만……

평소 경기별 로스터 조율이나 다른 모든 사항들을 내가 결정했기에.

이번은 조금 색다르게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출전하는 사람을 어떻게 정할 건지 결정이 안 된 거야?”

PER의 팀 홈. 선수들이 모두 집합되어 있는 상태. 윤한결이 상황을 듣고는 내게 물었다.

“그래. 이근택 회장님한테 내 자리는 받아왔으니, 2명의 메인멤버. 1명의 예비멤버를 뽑아가는 거거든. 어떻게 뽑았으면 좋겠는지, 의견 있어?”

그 말에 대기실이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다.

그야,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꿈에 그리던 선수들과 맞부딪힐 수 있는 몇 없는 기회일 텐데.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도. 그리고 선수로서의 자신을 알리는 데에도. 이만한 무대가 없었다.

게다가 무려 국제교류전이다.

여기에서 활약해 만약 좋은 성과를 거둔다?

그럼 그것만으로 한국이 국제리그에 나갈 수 있는 팀의 갯수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한국 헌터스 리그계에서는 영웅 취급을 받을 수 있으리라.

거기에 그 외, 타 팀에서 오는 멤버도 절대적인 포스를 드러내는 강준혁 같은 선수들이 올 테니. 선수라면 좀이 쑤실 수밖에.

“그러면 공평하게 1대1로 토너먼트 해서 이긴 두 사람으로 하자!”

김도준이 소리쳤다.

‘김도준이 1대1……? 랭크전 성적이 안 좋은데 잘도 저런 제안을 하네. 아니면 뭔가 특별한 마나장비라도 또 완성한건가?’

하지만, 김도준의 말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토너먼트로 하면 운 안 좋게 떨어질 수도 있으니, 리그전이 적당하지.”

역시나 1대1에 자신이 있는지, 이성태가 대답했지만.

“안 돼. 팀 게임인데 1대1 잘하는 녀석들만 잔뜩 나가면, 그게 올바른 평가방식이냐? 지금까지 얼마나 팀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냐. 그런 식으로 전체적인 평가를 해야지.”

“맞아……!”

적극적으로 1대1 방식을 차용한 선발을 반대하는 한지수와, 소심하게나마 덧붙이는 이연주까지.

다들 의욕적인 모양이었다.

그 후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과거에 연습했던, 헌터 서바이벌 형식으로 가리자는 이야기부터 1부리그 경기 지표를 이용해 각 포지션별로 비교해 순위가 높은 사람을 뽑자는 이야기까지.

다들 나름의 근거를 갖고 설득하기 위해 언성을 높였지만……

‘딱히 끌리는 의견은 없네.’

내 솔직한 감상은 그랬다.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했다.

솔직히, 국제교류전에 참가하는 팀들이나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국제리그만큼 빡빡하진 않아도. 월클이라고 부르기엔 큰 손실이 없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지표가 좋거나, 어떤 부분에서 조금 더 나은 선수를 데리고 간다고 해서 특별히 더 좋은 활약을 할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긴 했다.

한국과 다른 헌터스 리그 강국들의 격차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면. 중요한 건 지금의 실력보다도 다른 부분이었다.

‘성장성.’

처음에 어려운 길을 택하며, 직접 팀을 키운다는 선택지를 골랐던 만큼.

직접 팀원들을 하나하나 키우면서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만큼.

국제교류전에 데리고 갔을 때, 누구보다도 더 많이 배우고,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녀석.

그런 녀석을 데리고 가야 했다.

한 번 방향성을 정하면, 그 다음은 어렵지 않았다.

왁자지껄하게 아직도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대기실에서, 내가 직접 결론을 내렸다.

“다양한 의견도 들었고, 다 나름대로 타당성은 있어.”

“오…… 그럼 역시 1대1로?”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내 말 지금까지 안 들었어? 헌터 서바이벌이 좋다니까. 종합적으로 보기엔.”

“뭔 헌터서바이벌이여…… 팀 대전으로 나가는 건데, 1부에서 거둔 지표로 판단해야지.”

역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모두 조용히. 선발인원 3명은, 나를 포함해 외부의 선수와 전문가를 초빙해서 고를 거야.

그 동안은 모두 개인훈련에 전념하도록 하고.”

다들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인지 벙찐 상태였다.

무엇보다 누가 고른다고만 이야기해줬지, 개인훈련을 하라고 했을 뿐 어떤 기준으로 고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므로 혼란스러우리라.

하지만, LTD를 이길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더 뛰어난 팀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팀 체급 자체가 올라가야 하는 법.

선수 하나하나의 성장을 살펴볼 시간이었다.

내가 그동안 성장한 만큼, 저 녀석들도 성장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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