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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40화 (240/270)

240화 어떤, 조짐

능력이란 무엇인가.

내게는 기본적으로 [꿰뚫는 눈]으로 그 능력이 게임의 스킬처럼 존재하듯 보여지지만, 세간의 인식은 많이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능력이란 각성자가 이상하게 가장 익숙한 감각의 방식으로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체내. 혹은 외부에 무분별하게 퍼져있는 마나를 자신의 몸이 선천적으로 아는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움직일 때 생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개개인이 갖는 움직임의 사소한 습관과도 비슷한 것일까.

그래서 그러한 것들이 그렇듯. 각성자의 능력들은 기본적으로 비슷했다.

‘신속’과 비슷한 능력들이 많은 건 괜한 이유가 아니었으니까.

이런 관점에서 [마나전개]는 시전자와의 거리가 일정 반경 이내에 있는 외부의 마나까지 움직임을 장악해, 자신의 의지대로 능력을 발현하는 것인데……

일신의 몸으로 얼마 안 되는 마나를 움직이는 것과 그 효과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마나를 외부로 발산하고 완벽히 컨트롤해서 강하게 세상을 흔드는 것이 아닌.

내면으로 파고들어 혈관과 세포 하나하나에 깃든 모든 마나까지 섬세하게 조정하는 이것을.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용하는 마나만이 적을 뿐.

그것이 절대 [마나전개]보다 어렵다면 더 어려웠지,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

성공했을 때의 파괴력이 상상이상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

아드레날린이 뿜어져나오는 것일까. 빨갛게 상기된 볼. 거칠게 내뱉어지는 숨.

……그후 보이는 것은, 내가 만들어낸 믿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이……건 또 무슨…….”

강준혁은 칼에 찔린 자신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질렸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직후 강준혁은 쓰러졌다.

마나 전개를 위해 흩어지고, 장악되어 있었던 경직된 마나의 흐름이 천천히 흩어져 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장이 고요해진 것은 아니었다.

쿠쿠쿠쿠쿠쿠쿵 ㅡ!

강준혁이 이미 날린 참격으로 만들어낸 균열이 워낙에 컸던 탓일까.

3차원 미로는 우후죽순으로 무너지기 시작했으니까.

재빠르게 에어앵커를 공중에 걸어 대롱대롱 매달렸지만, 강준혁을 이기는 데 온 힘을 끌어다 썼기 때문이었을까.

온 몸이 물 속에 빠진 듯, 축 늘어지는 듯한 피로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몸을 한계까지 써버렸나.’

하지만 그게 기분 좋은 피로였다는 것. 그것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왜냐면 확실한 보상이 느껴졌으니까.

방금 강준혁과의 전투로, [만개]가 A로 랭크업 했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

한편, 관중석은 순간적으로 침묵에 휩싸였다.

이번 경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창현과 강준혁의 1대1 일기토.

강준혁이 [마나전개]로 압도적인 스케일의 위용을 자랑하며 그 강함을 드러내나 싶었더니, 눈을 한 번 깜빡이니 대결이 끝나 있었으므로.

[캐스터 : 이게……무슨?]

심지어는 중계진까지 지나치게 무언가 축약되어버린 듯한 이 전투의 결과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무언가 굉장한 잔상이 보이며 공격이 이루어진 듯 했는데. 결국 보이는 것은 결과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강준혁이 뒤에서 이창현의 칼에 찔려 패배.

쉽게 납득할 수 있을리 없었다.

그래서 다들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순간. 중계인원 측에서 내보낸 것은 리플레이였다.

[캐스터 : 아……아! 굉장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공방이 이어졌는지, 너무 빨라 확인하기 어려웠는데요. 리플레이로 한 번 천천히 돌려보시죠.]

다시 리플레이로 돌려진 상황은 간단했다. 훨씬 속도를 줄여 리플레이를 했음에도 희미하게 잔상이 남아있는 이창현의 행동이 얼마나 빨랐던 것일지, 감히 예상하기 어려웠다.

또한 더더욱 충격적인 것은……

[해설자 : 공방따윈 없었군요…… 이창현 선수. 압도적이고 일방적인 결과입니다.]

그렇다. 허를 찔렀던 것일까. 아니면 반응할 수 없는 속도였던 것일까.

강준혁은 마치 정지화면처럼 천천히 반응하며, 이창현의 움직임에 반응하는데, 이창현은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캐스터 :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이창현 선수가 혹시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신기술일까요?]

[해설자 : 그렇게 볼 수 밖에 없습니다만. 한국 헌터로서 믿을 수 없는 성취입니다. 다른 외국의 헌터. 국제리그에서도 본 적 없는 광경이거든요…… 이창현 선수가 어쩌면 한국 헌터스 리그의 역사의 한 순간을 바꾸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창현 ㅋㅋㅋㅋㅋ 혼자 치트급 능력 써버리기~]

ㄴ 근데 저거 어떻게 한 거임? 진짜 말도 안 되는 능력 아님? 이제 그냥 좀 센 녀석 나온다 싶으면 뒤에서 이창현이 홍길동 마냥 나타나서 푹 찍 할 것 같은데 ㅋㅋㅋ

ㄴ 뭔진 몰라도 연구는 확실히 되어야 할듯……그나마 비슷한 것 중 알려진 능력이 [신속]인데 저건 궤가 달라서

ㄴ 응 그딴거 하나도 안중요해~ LTD 개같이 패배했죠?

ㄴ 이게 세대교첸가 뭐시긴가냐……오랜만에 헌터스리그 경기 보러왔더니 듣도보도 못한 팀이 LTD를 이기고 있네.

[오히려 좋아 ㅋㅋ 국제 교류전 때 한국 떡상 가능?]

ㄴ 폼 보면 이창현도 나가긴 할듯 ㅋㅋ

ㄴ 국제교류전 멤버에 참가 안시키면 여론 폭발하지 ㄹㅇ

ㄴ 강준혁에 이창현까지? 캬……가슴이 웅장해진다. 국제교류전에서 해외팀 상대로 2승 가능?

ㄴ 2승은 무슨. 설레발 그만 쳐라. 1번이나 이기면 대박임. 확실히 한국 리그도 발전하고 있긴 한 듯.

1부 LTD의 감독 이진한은 대기실에서 멍하게 중계진과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

‘졌어…….’

솔직히 이번 경기에서 무슨 변수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PER을 강팀으로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사실 생각하지 못한 장면은 있었다.

바로 1대1로 강준혁을 이창현이 꺾는 장면이었다.

‘이긴다고 하더라도 협공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가 나지도. 분하지도 않았다. 이상한 감정이었다.

3부 때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오고 봐 와서 그랬던 것일까.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 그리고 한계를 모르고 계속 발전하는 모습까지.

오히려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감탄과 경외에 가까운 감정까지 들었다.

감독으로서 선수를 키워보고, 그들의 노력과 성장을 지켜보는 게 일이었으니. 이창현이 겪고 있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하아…… 완전히 사전 정보랄 게 없는 기술이었습니다. 지금까지 LTD전을 위해 숨겨왔던 걸까요? ……감독님께는 면목 없습니다.”

옆에서 같이 경기를 보고 있었던 LTD의 분석팀장이 사과의 말을 건네왔다.

하지만 역시 그를 나무라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면 이진한은 알았으니까.

“저걸 지금까지 숨겨왔다고? 그럴 리는 없어…… 내 생각엔…….”

숨겼다고 하기엔 너무 이상한 점이 많았다. 아무리 PER이라고 한들, 1부에서도 아슬아슬한 경기는 많았고 그럴 때 썼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뿐만 아니라, 이번 경기만 하더라도 강준혁을 보자마자 저 기술을 썼으면 반동이 조금 있더라도 강준혁을 해치운 후 체력을 회복하여 팀원을 도우러 가는 것이 정상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창현은 마치 저 능력을 사용하는 걸 꺼리는 듯. 전투가 계속 이어지던 끝에. 마지못해, 마치 위기에 내몰려 어쩔 수 없다는 듯 선택한 것처럼 비춰졌다.

그렇기에 모든 정보를 토대로 생각해보았을 때.

“저건 지금껏 알고는 있지만 쓸 수 없었던 기술이겠지. 혹은 계속 실패하기만 했던 능력이라던가.”

“그 말씀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기술을 경기에서 했다는…….”

이진한은 분석팀장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마주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

“극한의 상황에 무릎을 꿇던가. 혹은 극한의 상황속에 성장해 초월해버리던가.”

3부에서 조금 전술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한 유망주가 끝을 모르는 성장 끝에, 어느샌가 거목이 되어 있었다.

3부. 2부. 1부. 끝을 모르는 성장이었다.

경지가 오를수록, 더 성장이 어려워진다는 세간의 법칙따위는 잊어버린 듯한 채로.

이제 국제 교류전이었다.

“……준혁이나 애들한테 말해. 이번 경기 잘 해줬다고. 몇몇 애들은 국제교류전에 참가는 못하겠지만. 너무 서러워하지 말라고.”

이번 국제교류전은 꽃필 수 있을까?

이진한의 마음 속에 LTD의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한국의 헌터스 리그 지도자로서의 두근거림이 미묘하게 감돌고 있었다.

***

한편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한두명이 아니었다.

“일본까지 전지훈련을 와 놓고서 쉬는 시간에 보여주는 것이 후배자랑, 후배 출전경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니. 정말 자네도 팔불출이군. 이민석.”

“아니~ 너도 아는 애라니까 타쿠미? 너 전에 한국에서 한국 대표팀이랑 싸웠을 때 1대1 했던 거 기억 안나? 이게 걔야. 창현이. 이 창 현.”

이민석이 미나미노 타쿠미를 보면서 웃었다.

“이거 보여? 이거? 그 때도 네가 졌었지만, 지금은 훨씬 더 강해졌다고.”

이민석이 방금 전, LTD의 심장을 꿰뚫었던 이창현의 일격을 다시 재생시키면서 말했다.

[마나전개]의 사용자를 상대로 이겨낸, 굉장히 특이한 전투였다.

“……굉장히 빠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정확하군. [신속]따위랑은 비교도 안 되는 능력인데……하핫. 저번부터 봤지만 재밌는 꼬맹이군.”

“어이~ 타쿠미. 거기 앉아서 언제까지 쉴 거야. 슬슬 다시 훈련 시작하게 오라고.”

“너무 그러지 말라고 다이치. 그보다 이 녀석 좀 봐. 너랑 싸워도 얘가 이길 것 같은데?”

이민석과 타쿠미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일본의 유명 근접 딜러 다이치는 어이가 없는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가가서 영상을 보자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그래서 어느 나라 헌터라고?”

***

유럽, 모라스 공방의 주인 마티어스의 관심사는 최근 들어 갑작스레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국 지부 모라스 공방이었다.

경영 실적의 개선에 대한 조사를 해보던 중, 한 흥미로운 선수에 대한 스폰 덕에 성장했던 것으로 알게 되어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경기가 장관이었다.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군. 자네가 보기에도 그런가 아나? 어째 네 능력이랑 비슷해보이는데…….”

“…….”

아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꽤나 놀란 듯 보였다.

지금까지 만난 적 없던.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라고 생각되어서였던 것일까?

이내 미팅 내내 무표정했던 그녀가, 입술을 씰룩이며 말했다.

“굉장히…… 흥미롭네요.”

***

한편 미국.

레논은 평소에 친분을 다져놓은 블랙 호크의 에단에게 자신이 투자한 유망주의 믿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냈다.

[레논 : 이것 보이나? 내가 지금 세계구 급으로 유명한 헌터를 하나 키우고 있다고 전부터 말하지 않았는가. 네가 보기엔 어때?]

지금까진 에단에게 보여줄 정도는 아니라서 보여주지 않았는데…… 확실히 오늘의 퍼포먼스는 차원이 다른 그 무엇이었으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돌아온 것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에단 : 잘 봤어. 좀 하는 걸? 역시 나도 그렇고 선수 보는 눈은 괜찮네.]

겉으로는 괜찮고 잘하는 녀석이라고 칭찬 하지만, 레논은 저 대답을 보고 알았다.

저 쌍놈이 자신이 보낸 이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지 않고 적당히 대답했다는 것을.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네가 그렇게 증오하는 아나랑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녀석이 나왔는데 그렇게 반응한다고?’

암. 그럴리가 없다. 이 썩을 놈.

***

이창현이 강준혁을 쓰러뜨리고, 3차원으로 이루어진 미로가 무너져 내리자 PER의 대기실에서는 미친듯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이번 경기에 꼭 참여하고 싶어했던 몇몇 선수들. 그리고 되려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해했던 녀석들. 그리고 이미 먼저 탈락해 침울해져 있던 이성태를 비롯한 몇 명까지.

이창현이 강준혁을 이기는 리플레이 장면을 보며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만세하는 가운데.

어느덧 경기는 종료한 상태였다.

이창현이, 대기실로 귀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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