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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32화 (232/270)

232화 증원

보통 미로 같은 맵이거나, 너무 넓은 맵이 나왔을 때는 흔히 경기가 종종 길어지곤 했다.

맵이 넓다는 건 다양한 지형지물. 유물이나 중립몬스터의 존재 등, 다양한 전술이 쓰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결국은 그만큼 직접적인 전투는 미뤄지기 쉽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경기는 달랐다.

[캐스터 : 처음 시작된 지점이 서로 가까웠기 때문일까요! 벌써부터 LTD와 PER 측의 소규모 교전이 예상됩니다!]

비춰야 할 곳이 한 곳이 아닌 데다가 돌아가는 상황도 쉽사리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

그렇기에 비춰지는 것은 화면이 아니라 3D로 이뤄진 현재 미궁의 지도와 각 팀원들의 위치를 나타내는 지점이 나타나는 홀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가시적으로 교통정리가 끝나자, 상황은 명확해졌다.

[해설자 : 처음 중계진의 예상대로, 소규모 교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될 것 같군요.]

류재준과 한지수 VS 오제헌과 민정

이연주와 김유현 VS 아현과 이준서

이성태 VS 이지훈 이가람

[해설자 : 그리고 강준혁 선수도 이창현 선수와 마주친 것 같습니다. 전투를 피할 길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해설자가 랩을 하듯 빠르게 중계를 하던 와중.

가장 먼저 화면이 쏠린 쪽은 이성태 쪽이었다.

[캐스터 : 다른 쪽은 싸움이 막 시작되는 단계지만, 이성태 선수…… 혼자 2명을 상대하고 있어요. 이대론 오래 못 버팁니다. 여기서 첫 승부가 갈리나요?]

이성태가 계속해서 매섭게 창을 휘둘러대면서 시간을 벌었지만, 이지훈의 서포팅 아래 상처입지 않는 이가람이 또다시 매섭게 들어오자 점차 방어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슬슬 한계에 도달했을 무렵.

[캐스터 : 아……앗! 그런데 저건 뭐죠?]

뜬금없이, 이성태의 등 뒤로 검 한 자루가 비행해오고 있었다.

***

원래 이성태의 계획에 PER이라는 팀은 없었다.

원래 있던 팀에 아주 오래 있을 생각도 없긴 했지만, 원래는 유명 상위권 팀으로 가려고 했었으니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LTD나. 혹은 진수혁이 있는 SAA도 좋으리라고 생각했다.

원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PER에 들어가게 된 건 순간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판매 점원의 현란한 말솜씨에 충동 구매를 해버린 소비자처럼.

……그리고 처음엔 이창현이 이상한 녀석이라고도 생각했고.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점차 많은 훈련을 계속해서 함께해 나가고, 경기를 함께 치르고. 눈 깜짝할 사이 어느덧 정규시즌을 꽤나 많이 치른 지금 시점에서는, 약간 생각이 달라졌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PER이 1부 리그. 아니 한국 헌터스 리그에 폭풍을 몰고 오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PER이 잘 해봐야 중하위권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승리는 멈출 줄 몰랐고 팀원들의 실력향상 속도 또한 어마무시했다.

동시에 서글서글하고, 서로 편안한 분위기. 서로 승리를 위해 의기투합하며 발전해나가는 모습도 좋았다.

거기에 랭크전에서 종종 부딪히곤 했던 윤한결의 실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과거, 랭크전에서 금방 스러져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루키. 윤한결이 자신과 비슷한 수준과 점수까지 올라온 동안 자신은 답보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제는 랭크전에서도 윤한결과 자신의 승률은 거의 반반. 완전히 따라잡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무언가 잘못하고 있나? 아니면 놓치고 있는 거라도 있는 것인가? 하는 그런 생각들이.

동시에 계속 나아가고 있는 윤한결이 부러웠다.

그러던 와중에 본 것이 윤한결이 저번에 이창현에게 싸움을 걸게 된 장면이었다.

시작은 이창현을 물어뜯길 원하는 승냥이 떼에 몸을 끼워넣어, 4대1.

확실히 동등한 싸움도, 정정당당한 싸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녀석은 그렇게도 이기고 싶었던 것일지. 이창현에게 싸움을 걸었다.

진행은 의외였다.

과연 그 천재성은 어딜 가지 않는지, 랭크전 상위권의 세 명을 순살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윤한결까지 끝장내버리기 직전에 벌어진 순간의 반전. 윤한결이 쓴 잔꾀에서 나는 볼 수 있었다.

‘집념.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감정을 숨기고 있었구나.’

PER에 오고 나서, 이창현에게 윤한결이 이기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아마 PER에 오기 전에도 윤한결은 계속 이창현에게 졌으리라.

그런데도 녀석은 여전히 진심으로 이창현을 이기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도구, 그 어떤 힘을 빌어서라도 말이다.

그게 윤한결에겐 잔꾀였고, 김도준의 마나장비였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그래서 포기해버린 것. 어쩔 수 없이 성격상 가지고 있는 약점. 윤한결은 이기기 위해서, 그 어떤 것도 극복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성태는 비슷한 실력을 가진 윤한결은 계속 나아가고 있는데. 왜 자신은 답보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확실히 난, 능력이고 태생적인 한계고 자시고. 진심으로 진수혁이나 강준혁을 1대1로 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시도한 적은 없었구나.’

가지고 있지 못했었던 것은, 불굴의 투지였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이윽고 버틴 후에 빈틈을, 약점을 찾아내어 일순간에 결국은 이겨버리고 말겠다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버텨봤자 별달리 수가 없다는 건, 이성태.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어차피 2대 1인데, 버틴 것도 용하다. 용해.”

LTD의 이가람과 이지훈이 끝까지 몰아세워도 방어태세로 최대한 버티기에 돌입하자, 도발해왔지만.

그럼에도 응하지 않았다.

아마 전이었다면 화끈하게 응해주며 싸우고, 패배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웃어넘겼겠지만.

그렇게 회피하지 않았다.

차분히 몸을 수그리고, 방어하고, 버티면서. 불리한 상황에 싸움에 응해주지 않고, 이길 수 있는 한 순간을. 혹여 생길지 모르는 일순의 빈틈을 기다렸다.

100번 패배해도, 마지막 한번. 그 한 번을 이기는 사람이 결국 승자니까.

막고, 막고. 또 막았다. 공격적으로 상대의 빈틈을 찌르기 위해 연마했던 기술은, 이제는 빈틈을 만들지 않는 노련함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이젠 슬슬……위험한데.’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윤한결이 이창현을 이길 뻔했을 때처럼. 나도 뭔가 비장의 무기라도 준비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니, 어차피 1대1이 아닌 팀 전투라 그런 맞춤 전략은 크게 의미 없나.

결국은 꼴사납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보는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은, 상대가 몇이든 고민하지 않고, 날카롭고 공격적으로 꽂아넣는 이성태 특유의 창술이었을 텐데.

내가 해낸 것은 그저, ‘최대한 천천히 지기’일 뿐이었으니까.

지친 것을 눈치챘는지, 이가람의 주먹질이 더욱 매서워졌다. 상처 입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들어오니, 이제 더는 아마 막기 어려우리라.

‘빌어먹은 미로맵 같으니라고.’

에잇 퉤. 운도 더럽게 없네.

그래도. 나름 잘 싸운 게 아닐까.

한 번의 번뜩이는. 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 과거처럼 상대와 승산이 없더라도 그냥 맞부딪히고 쓰러지는 것이 아닌. 끝까지 투지를 보여줬으니, 시간이라도 벌었으니……

‘……윤한결 녀석도. 그렇게나 준비하고 4대1까지 벌여가면서 이창현한테 결국은 지고 말이야.’

새삼 기분이 개같이 더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눈앞으로 날아오는 이가람의 주먹을 보고, 이제 슬슬 더는 무리라고 생각했던 순간.

등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이가람의 주먹을 쳐냈다.

챙!

놀랍게도, 아까 이연주가 이 위치랑 꽤나 많이 떨어져 있다고 했었던 윤한결의 이기어검이었다.

동시에 이어폰에서 윤한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아…… 찾는다고 최대한 찾았는데, 이제야 다른 한 명한테 합류하는 길만 찾았네. 근데 평소랑은 다르게 좀 몰렸나 봐? 직접 그리로 갈 때까지 버틸 수 있겠어?”

“느려터지긴. 이미 저쪽은 두 명인 거 안 보여?”

경기에서 제일 먼저 떨어져나갈 뻔했던 이성태는 핀잔을 주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

경기 시작 후, 제일 먼저 들었던 것은 창현이의 오더. 그리고 연주가 읊어준 각자의 위치였다.

문제는 맵이 ‘차원의 미로’였기에 좌표가 가깝다고 해서 실제로 가깝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는 점.

그렇기에, 합류를 위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녀석이 누구인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윤한결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그냥 연주가 말해준 방향으로 가면 되는데…… 이렇게 되니까 곤란한걸.’

거기에 이럴 때 보통 상세하게 개개인마다도 조언을 해주던 이창현이 웬일인지 침묵하고 있었다.

어쩌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렇게 된 이상, 어제 경기 전에 알려주었던 창현이의 지침을 토대로 직접 헤쳐나가야 했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출전 인원을 짠 건. 체급이 높은 LTD에게 개개인이 밀리지 않기 위함이라는 걸 알아둬.”

그래.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개개인이 밀리지 않게…….’

이창현은 어쩌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까지 감안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름 PER에서 대인전의 체급이 높은 윤한결.

자신이 여기에서 길을 못찾고 전투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른 팀원이 합공을 당하거나, 혹은 자기보다 체급이 높은 상대를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결론은 하나였다.

적이든, 아군이든. 빨리 찾아서 싸우든가 합류하든가 해야한다는 것.

그런데 지금까지 막무가내로 돌아다녀도 성과가 없었기에. 점점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칫 이러다간, 경기의 승패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못하고 끝날 수도 있었으니까.

이대로 그냥 일단 움직여보자는 식으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찾아야 하는데…….’

위치좌표만으론 알 수 없었고, 가는 길과 경로를 포함해 알아야만, 빠르게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걸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모두가 움직이는 상황에 오히려 가만히 있는게 더 빨리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잡다한 생각이 이어지던 도중. 머리에서 번뜩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혹시 이기어검으로 어떻게 안 되나?’

이전 이준서가 마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힘으로 자신을 제압한 적이 있었다.

즉, 이기어검은 윤한결과 마나로 이어져 있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일곱 개의 이기어검을 각각 다른 방향으로 쏘아내, 상대를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일단 상대를 찾기만 하면, 그 검이 이어져 있는 마나의 경로를 따라가면 되는 것이므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마치 수행하는 고승이 된 것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7개의 검을 다른 경로로 쏘아낸 후 그 반응에 집중하는 것뿐.

그 후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방향성이 괜찮아서였던 것일까.

찾는 것은 금방이었다.

게다가 꽤나 위기일발인 상황.

“하아…… 찾는다고 최대한 찾았는데, 이제야 다른 한 명한테 합류하는 길만 찾았네. 근데 평소랑은 다르게 좀 몰렸나 봐? 직접 그리로 갈 때까지 버틸 수 있겠어?”

다른 방향으로 보냈던 검 6개를 다시 불러들이며, 이성태에게 합류한 검에 의식을 쏟았다.

“합류할 때까지 조금만 더 버텨봐.”

우선은 이쪽이다.

***

한편 중계진 측에서 가장 많이 비추고 있는 곳 또한 이성태와 이지훈, 이가람이 전투하는 전장이었다.

거의 끝나가는 전장에 갑작스레 변수가 일어나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캐스터 : 아…… 앗! 그런데 저건 뭐죠?]

캐스터가 가리킨 곳에 갑작스레 윤한결의 이기어검이 날아와 이가람의 주먹질을 막아냈다.

[해설자 : 아까 윤한결 선수가 팀원을 찾기 위해 전방향으로 날린 검이 저기에 도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ㅋㅋㅋㅋㅋㅋ미친 문어발 영향력]

ㄴ 둘이 다굴해 한 놈 잡고 어깨 펴던 LTD녀석들 컷~

ㄴ 근데 검을 저런식으로 이용해서 길을 찾네 ㅋㅋ 개신박하다.

ㄴ 근데 검 하나만 날아와봤자 뭐 없지 않냐?

ㄴ ㅇㅇ 여전히 불리하긴 할듯.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한 자루의 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던 도중.

생각과는 달리 전투 구도는 훨씬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성태가 회복할 틈을 찾은 것은 물론, 훨씬 불리했던 구도에서 생각보다 괜찮은 구도로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이기어검이 아무리 윤한결이 자랑하는 공격 능력이라고는 하나, 조금 의아하기까지 한 수준이었다.

[캐스터 : 아무리 그래도 아직은 2대1인데 생각보다 LTD가 힘을 못 쓰는 것 같습니다만……이유가 있을까요?]

[해설자 : 아…… 그게. 아무래도 2대1이라고는 해도 이지훈 선수는 같이 공격을 해주기보다는 공격하는 선수를 커버하고 방어해주는 역할이거든요?

즉, 방어력은 높여줘도 공격력은 늘어나지 않기에. 지금까지 이성태 선수를 돌파할 수 있는 돌파력이 늘어나는 건 아닌 겁니다. 이 상태에서 만약 윤한결 선수까지 합류한다면……

해설자가 뒷말을 삼키는 동안.

이미 꽤 시간이 지난 탓이었을까.

[겨우 한 자루로 도와주면서 잔뜩 생색내던 윤한결 본체 입성 ㅋㅋㅋㅋ]

ㄴ 검은 원래 7자루가 제맛이지 ㅋ

ㄴ 아 ㅠ 이지훈 선수가 강준혁 선수랑 가까운 곳에 붙었어야 했는데.

ㄴ 이거 설마 뒤집히나? ㅋㅋㅋ

ㄴ 모르긴 몰라도. 이 구도, 뒤집힐지도?

“하아…… 하아…… 아직 살아 있냐?”

자신이 먼저 날린 검을 따라온 윤한결이 이성태의 등 뒤에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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