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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29화 (229/270)

229화 선택의 기로

“그래서 이번 경기에서 출전은 이렇게 갈 거야.”

PER의 홈. 회의실에 모여있는 팀원 전원을 향해 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창현, 류재준, 윤한결, 김유현, 이성태, 이연주, 한지수] +김도준(마나장비 서포팅)

또한 손짓하자 PPT 옆에 각자 대강의 역할에 대해 적혀있었다.

‘이번 LTD전은 특히나 개인의 무력이 많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

선별 이유 중 제일 크게 작용한 건 개인의 일신 무력의 수준. 혹은 그 상황에서 도망갈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합류하기도 전에 끝나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했으므로.

개인의 무력이 꽤 뛰어난 편인 윤한결, 이성태, 류재준이 메인인 이유도 이것이었다.

“쩝~ SAA전에서 활약한 건 점수로도 안 쳐주나. 억울해서 울었다.”

김도준이 직접적인 경기참가 로스터에서 떨어지자 볼멘소리를 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단계에서는 특별한 김도준만의 마나장비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이 인선 자체가 우리 팀에서 소화할 수 있는, 그리고 LTD에 통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전략들을 사용하기 위한 인선이기도 했다.

이성태, 윤한결, 류재준을 필두로 한 쓰리톱 전술.

우주방어전략. 그리고 저번에 강준혁을 꺾었던 류재준과 나의 콤비.

여차하면 저번에 위협적으로 다가왔던 오제헌의 운석폭격의 데미지를 경감할 수 있는 [비폭력지대 생성]이나 [요새화]를 통한 지형변경이 가능한 김유현.

상대 팀의 능력과 힘을 생각하고 우리 팀의 궁합을 생각했을 때 최적이었다.

“근데 창현아. 출전 명단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닌데, ‘차원문 전략’은 왜 뺀 거야?”

확실히. 전에 이서현의 차원문과 자신의 분신능력을 이용해 판을 엎어버렸던 짜릿한 기억이 있는 이길한으로서는 의문스러우리라.

“좋은 질문이네. 전에 썻던 ‘차원문 전략’을 쓰고 혹시 느꼈던 점 있어?”

“느꼈던 점이라…… 수적 우위를 통해 상대를 쉽게 제압하기 좋았다는 점?”

확실히 그게 차원문 전략의 핵심이었다. 순간적인 인원수의 우세를 통해 상대방을 잠재우는 것. 하지만 상대가 LTD일 때도 수적우세가 곧 전략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 그렇지. 그런데 만약 차원문을 열어서 상대의 분대를 덮쳤는데, 거기 강준혁이 있다면. 그래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에 이길한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다.

강준혁이 있는 곳이라면 수적우위는 아마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저번 연습경기 때 느꼈겠지만, 오히려 수적우위가 아니라, 팀원들이 강준혁의 [마나전개]에 휩쓸려 피해규모만 더 커질 수 있어. 그러니까 이번 경기에선, 특히 강준혁을 상대로는 수적 우위를 점해서 제압하기보단 그때 류재준과 내가 콤비를 이뤄서 쓰려뜨렸듯이, 특공대를 파견해서 딱 적정 인원만 강준혁을 마크하거나 대적하는 게 좋을 거야.”

물론 강준혁이 없는 LTD진영에 차원문을 드랍한다면 유효할 수 있겠지만……그건 순전히 운이었고.

그게 실패할 경우 차원문 이외에 전투력이 약한 이서현은 그저 팀에서 한 명이 줄어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테니. 확률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경기의 핵심은 나를 제외한 PER의 팀원들이 LTD의 팀원들에 밀리지 않는 것도 있지만…… 결국 완성은 강준혁을 꺾어야 한다는 거니까.’

“그럼 오늘은 푹 쉬고. 잠 안 오는 사람은 맵 유형별 행동 지침, 전략 방향성 적어둔 거 한 번 더 읽어보고 자던가. 해산!”

팀원들이 어슬렁어슬렁 자리를 옮기며, 조금 부산스러워졌다.

그리고 다들 자신의 방에 들어가거나, 혹은 초조함에 연습실을 향하거나. 각자의 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회의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 그리고 이종규 코치. 임성태 기술코치. 그리고 레만의 수족이었지만 PER에 열심히 함께해주고 있는 김성준까지.

“하아. 정말 먼 곳까지 왔군요. 새삼 체감이 됩니다. 레만님께서 이런 별 볼 일 없는 팀에 인연만 보고 큰 돈을 투자하는 걸 말렸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아직도 후회하십니까?”

“그럴 리가요. 이번 경기는 레만님께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시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어쩌면 직접 보러 오실지도 모른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일러주시기를, 이번 경기를 이기면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해외에서 원하는 선수나 시설. 유물까지도 투자를 고려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하긴. 모르긴 몰라도, 지금 가장 입이 찢어질 만한 건 레만이리라.

이근택 회장 덕에 살 맛 났겠지.

목숨도 이근택이 구해줘, 덕분에 말도 안 되는 루키도 발굴해. 투자도 초기에 들어가서, 침발라 놓은 채로 안 놔줘서 꽉 잡고 있지……역시 사람은 운이란 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거기에 이번 경기에 대한 준비나, 전략설명을 하는 것도 듣기를 잘했군요. [마나전개] 사용자를 소유한 팀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운 건 미국리그를 보아왔던 저로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촘촘하게 생각해서 짜다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필연일 겁니다.”

‘좋은 결과라…….’

“게다가 이번엔…… 레만님이 귀띔해주신 비밀 정본데. 이번 결과가 국제교류전 멤버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이기기만 하면 국제 교류전에 PER 팀원들이 잔뜩 올라갈 겁니다 아마도. 그럼, 저는 레만님께 정기 보고를 올릴 시간이라 먼저 뜨겠습니다. 이야기들 나누십쇼.”

김성준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냈는지, 자리를 떠버렸다.

딴에는 칭찬이라고 한 말이겠지만, 국제 교류전 멤버 선발에 영향을 주리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다만 생각이 꽤나 많아지는 말이었다.

특히 승리할 것 같다는 김성준의 말에 대해서.

“……코치님들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임성태 기술코치는 내가 기술코치로 써서 그렇지 전략에도 결코 어두운 사람이 아니었고, 이종규도 어깨 너머로 계속 봐왔으니 이젠 절대 초짜가 아니었다.

그러니 김성준이 놓친 것도 무엇인지 알고 있겠지.

“솔직히 말하면……선수들이나 김성준 씨와는 다르게, 제 경우 조금 의아했습니다. 분명 이 전략이 최선이라는 데에는 동감하지만, 비전은 조금 약해 보인다는 게 개인적인 감상이었습니다.”

“나도 같아…… 창현아.”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는?”

아마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회의를 하면서 선수들이랑은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전술상 어려움에서 굳이 강조해서 언급하지 않았던 것.

PER이 LTD를 이기기 위해 크게 넘어야 할 벽.

“저번 연습경기 때 LTD전에서 강준혁 선수를 쓰러뜨렸다고는 하나, 그건 사실 요행이었습니다. 교전 당시 PER의 인원이 더 많았기도 했고, 류재준 선수의 일시적인 카운터로 이창현선수가 빈틈을 찾고 비집고 들어가 동귀어진 했지만…… 그게 끝입니다.”

요점은 간단했다. 저번에 LTD와의 연습경기에서 패배했던 것도, 더 압도적으로 패배하는 것이 정상이었는데 요행으로 그만큼 싸운 것이라는 의미였다.

“게다가 창현아. 그럼 그쪽에서는 류재준 선수만 마크하면, 강준혁 선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거. 지금 시점에서 너무 카드가 없는 거 아니야?”

이종규의 말도 맞았다. 저번처럼 류재준이랑 내가 강준혁과 동귀어진해도 2대1 교환이라 엄청 큰 손해인 것은 둘째치고. 상대방은 그것마저 허락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컸으니까.

[마나전개]사용자라는 강준혁의 무게가. 비대칭전력이 PER의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회의에서는 ‘팀 LTD’를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한 전반적인 전략이 수립되어 있을 뿐. 결국은 강준혁을 상대해야 이길 수 있는데, 그를 상대하는 법에 대한 전술은 결국 준비되지 못했다.

머리를 싸매서 쉽게 파훼할 만한 방법이 나왔다면, 지금 몇 년째 LTD가 1부에서 1황으로 군림하고 있지 않았을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다들 잘 알고 있으시네요. 방법은 제가 생각해볼 테니, 다들 들어가 쉬시죠. 슬슬 늦었으니.”

임성태와 이종규가 불편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아마 내일까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니, 영 찜찜하겠지.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해결방법이 내게 있긴 했다.

‘[만개]를 개방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강준혁과의 1대1에서 밀리기는 커녕 압도할 자신이 있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직 만개의 랭크가 B라는 것.

회귀 이전 C+에서 개방한 것과는 꽤 차이가 크다면 크다고는 할 수 있었지만, 오래 버틴 것 치고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진보는 아니었다.

그리고 한 번 개방한다면 영영 돌릴 수 없기에. 한 번 후회를 해 보았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있었고.

그렇게 개방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각났지만, 반대로는 개방하고 싶은 이유도 분명했다.

‘강준혁이 강력하긴 하지만…… 결국은 강준혁도 시작에 불과하다.’

국제리그에 가면 강준혁보다 더 강력한 헌터들은 즐비해 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국제리그에서 강준혁이 이끄는 LTD는 미국팀에게 개박살이 났으니까.

언제 랭크가 올라갈지 모르는 [만개]를 개방하지 않고, 부여잡으며 승리를 갈구하며 몸부림치느냐. 혹은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만개]를 개방하느냐.

‘몰리긴 몰렸네. 이번 경기는.’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었다.

***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것만으로, 경기 시간이 다가왔다는 느낌이었다.

아직 이렇다 할 방법이나, 결정도 내리지 못했는데. 어느샌가 경기장 앞에 도착한 채였다.

“창현아, 잠은 제대로 잤어? 왜캐 생각이 많아 보이냐. 포스트시즌 결승전도 아니고, 파이팅해서 한 번 가면 되는 것을. 어?”

이종규가 옆에서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열심히 으쌰으쌰했지만, 솔직히 귀에 잘 들어오진 않았다.

[만개]를 개방했던 회귀 전 시절에는. 나는 에단처럼 압도적인 능력으로 찍어누르는 경우가 다수였고, [마나전개] 사용자를 상대할 때도 최소한 내가 1대1에서 능력으로 체급에서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손에 꼽는 정도였다.

고민이 쉽지 않은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국제리그 급 전장에서도 7대 7이 아니라 1대 1이면 명함을 충분히 내밀 수 있을 정도인 강준혁이 상대라면, 더더욱 당연한 일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중.

“아니, 이게 어떻게 대기실 가다가 마주치네. 괜히 불편하게…….”

이연주가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주쳐? 누굴?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건너편에서 LTD팀원들이 복도에서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예비 멤버까지 꽤 많아 누가 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중엔 강준혁도 섞여있었다.

“이게 누구야. 1년만 기다리라던 이창현이 아니야.”

재밌다는 듯, 혹은 반갑다는 듯. 강준혁이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약속은 지킨 것 같은데. 후배가 왔으니 슬슬 자리를 비켜줄 때가 된 것도 같지 않으신가요?”

상대가 건너편에 보이니 오히려 다른 잡다한 생각이 가라앉고, 눈앞의 상대만 보였다.

재미있는 점은, 헌터여도 느끼지 못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미세하게 강준혁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흥분일 수도. 아니면 후배한테 진짜로 따라잡힐지도 모른다는 약한 긴장감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그렇게 안 늙었으니, 깨지고 나서 울지나 않게 단단히 마음 잡아둬. 그래도 뭐…… 지고 나서 너무 우울해지면 말해. 술 한잔 정도는 사줄 테니까.”

아직 미성년자라 술 못 마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LTD는 강준혁을 필두로 지나가버렸다.

“울기는 무슨…… 긴장은 자기가 더 하고 있는 것 같구만.”

강준혁과 악수를 하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졌다.

내가 고심하고 있는 것처럼, 졌을 때 리스크가 큰 LTD. 그 주장인 강준혁이 느끼는 압박도 그에 못지않게 클 테니까.

왜 잊고 있었던 걸까.

원래 나는 회귀 전에 이런 전장에서. 절벽에 발 끝을 걸치고 살아오던 전문가였는데.

너무 오래 비등비등한 싸움보다 여유 있는 싸움을 해 와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곧 경기가 시작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슴이 뛰고 있었다. 그건 분명 어젯밤과는 다른 이유의 두근거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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