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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26화 (226/270)

226화 앞서가는 주장, 뒤따라오는 팀원

회피능력을 제한받는 상태에서 상대의 공격을 무마시켜야 한다는 것. 그건 신체 몇 부위 없이 싸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저 상황에 처한 게 이창현이 아니라 나였다면, 대놓고 과녁판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겠지.’

물론 발을 묶는 저 마나장비를 들키지 않고 설치하는 것 자체도 쉽지는 않았다.

그나마 여러 녀석들이 덤벼들면서, 창현이를 번거롭게 만들어 신경을 쓰게 만들었으니 틈이 난 것이었지.

만약 창현이가 도중에 눈치챘더라면, 무언가 더 해볼 방법도 없이 끝이 났으리라.

하지만 상황이 어찌 되었건, 성공했고 창현이의 발은 묶였다. 방심하지 말고, 지금 이 상황에 빠르게 끝내야 했다.

[헌터스 더 넥스트제네레이션] 때부터 몰래 염원해오던 순간이었다.

‘기본적으로 이창현이가 강한 이유는 강한 공격력, 그리고 그걸 정확하게 꽂아넣는 적중률. 마지막으로 그런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공중 회피기동 능력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마지막이 완전히 봉쇄되어 있어.’

지금을 놓친다면, 평생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우우웅 ㅡ.

7개의 이기어검이, 한 번에 이창현에게 달려들었다. 무언가를 대처하기도 전에, 발이 묶인 사이 끝내버리겠다는 심산으로.

다리가 온전히 붙어있는 동안, 사생결단을 하겠다는 각오로. 이창현에게 달려들었다.

***

한편, 팔자 좋게 지켜보는 김도준과 이연주는 불 건너 강 구경이라고.

이창현의 싸움을 지켜보며 노가리를 까고 있었다.

“와…… 저걸 저런 식으로 한 번에 다 치워버리네. 상대 스텝을 꼬이게 해서.”

상대방의 투척무기는 투척무기대로 꼬이게 하고, 근접딜러들의 스텝은 꼬이게 해서 바보처럼 만들어버렸다.

김도준은 순수하게 이창현의 무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공격과 궤도를 모조리 읽고, 연계를 어긋나게 만들어 한번에 처리해버리는 이창현의 눈에는 어디까지 보이는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음!”

물론 그렇게 감탄하는 것에, 왜 이연주가 우쭐하는지 모르겠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런데 더 의외였던 점은, 역시나 이창현의 쌍권총이 불을 뿜고 끝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윤한결이 쓰러지지 않은 점이었다.

‘요즘도 PER 연습실에서 윤한결은 이창현한테 얻어터지면서 배우는 게 일상인데. 오늘은 평소보다 투지가 철철 넘치네.’

그래도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금껏 윤한결이 이창현을 이기는 걸 본 적이 있어야지.

그런데, 윤한결의 다음 수를 본 순간. 김도준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필 수밖에 없었다.

“어…… 어? 창현이 왜 갑자기 안 움직이지? 한결이가 검 날리는데?? 에어앵커로 날아올라야 하는 타이밍 아닌가?”

이연주도 이제 PER 공기 좀 오래 마셨더니, 이창현의 다음 행동까지 예측한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김도준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숨기고, 엄격하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날아오르지 않는 게 아니라, 날아오르지 못하는 거다.”

“…….”

“창현이 발 쪽을 봐라.”

이창현이 밟고 있는 바닥을 중심으로 색이 푸르게 변해있는 것이, 마치 바닥이 이창현을 꽉 붙잡아두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거, 내가 만든 마나장비인데. 저기에 붙으면 적어도 두 발 정도는 옴짝달싹 못 하거든.”

일종의 부비트랩형 마나장비였다. 흡착능력이 헌터를 잡아둘 정도로 강력해야 했기에 유효범위도 좁고, 대다수의 헌터는 공중전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구석에 짱박아둔 것이었는데.

전에 윤한결이 저것을 볼 때 눈을 빛냈던 이유가 저것 때문이었던 듯했다.

“캬 ㅡ. 마나장비에 취한다.”

저번엔 진수혁. 팀 SAA의 전략으로부터 PER의 에이스 이창현을 구해내고, 이번엔 윤한결의 손을 빌리긴 했지만 이창현의 발을 묶어 하극상을 성공시켰다.

이 정도면 나. 이미 미국의 오스틴이랑 비슷한 위치에까지 도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 마나장비가 들어가는 쪽이 이기는 거니까…… 후후.’

이제 저번에 이어 이번까지 활약상이 이어지니, 이제 오스틴처럼 마나장비의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해지게 되는 걸까?

온갖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해외 팀에서 제의가 오면 어떻게 하지? ……그래도 창현이랑 이어져온 의리가 있는데 남아야 하나? 그런데 그런 걸 놓치기엔 너무 좋은 기회일 텐데…….’

“아…… 그냥 창현이도 잘하니까 같이 가게 해주는 조건으로 들어가준다고 하면 되잖아.”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천재적인 계획이었다. 물론 다른 팀원들과의 이별은 좀 뼈아프겠지만……

“오…… 오오오오!”

하아. 그래, 지금 저렇게 이상한 감탄사나 내뱉고있는 이연주도 나름 힘든 일을 같이 돌파해나갔지만 같이 데려가 줄 수는 없다.

스포츠라는게 오로지 실력만 보는 세계 아니겠는가? 아쉽지만 이연주. 너는 내가 이적하는 팀엔 없어.

“으앗!”

아니, 이젠 더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왜 다 끝난 경기 볼 게 뭐가 있다고 자꾸 호들갑 떨고 있는 거야.”

모처럼 미래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자꾸만 이연주의 이상한 감탄사 때문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네.

“끝나긴 뭐가 끝나. 눈 좀 크게 뜨고 제대로 봐!”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오히려 이연주의 날선 반박뿐이었다.

대체 뭐길래…… 하지만 뒤돌아선 순간,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직접 만들었기에, 그 마나장비를 알았고. 그게 더 이창현을 개미지옥처럼 빨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경기가 상정 외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

발이 묶인 걸 확인한 윤한결의 맹공이 이어졌다.

아무리 평소에 윤한결을 가르치고, 윤한결의 약점을 속속 꿰고 있는 나라고 하더라도 발이 묶인 상태로 7자루나 들이닥치는 이기어검을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그렇다고 이대로 당해줄 수는 없었지만.

슈슈슝!

총처럼 쏘아지며 찌르기를 시도하는 윤한결의 이기어검. 마나실드로 막는건 당연히 불가능. 마나프로텍터를 설치해봤자, 아마 경로를 뒤틀어 올 것이기에 의미는 없었다.

그러니 방법은 일단은 임기응변으로 발을 그대로 붙인 채 피하는 방법뿐.

‘일반적인 사람은 물론, 그 어떤 각성자도 두 발을 붙인 채로 피할 순 없겠지만……’

[완전한 몸] 능력으로 심장의 위치까지 옮겨가며 급소 공격을 회피했던 나로서는 이 정도까진 해볼만 했다.

무협지에 나올 법한 뼈와 근육을 움직이는 수준의 수법.

마나가 맹렬히 전신을 회전하며 온 몸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확실했다.

일반적인 사람의 몸으로는 취할 수 없는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날아오는 검들을 모두 피해냈으니.

‘하하……근데 이거, 바깥에서 관전하는 사람들은 좀 경악스럽겠는걸.’

피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 괴기스러운 포즈가.

게다가 이렇게까지 피했다고 한들, 상황이 변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발은 여전히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이미 한 번 안정적인 자세가 무너진 지금 상황에서 다시금 덮쳐오는 검격을 피할 도리는 없었다.

결국은 발이 떼어지지 않는다면. 압도적 불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빠르게 사고해야 했다.

윤한결이 연이어 공격을 가하기까지는 초 단위도 안 되는 찰나의 시간뿐.

이 껌딱지 같은 마나장비를 어떻게 하지 않는 이상, 패배는 확정이었다.

온갖 가정과 사고가 머리에서 머물고, 사라졌다.

에어비트의 반동 출력을 최대로 해서 그 충격으로 벗어나 볼까?

아니면 윤한결과 사생결단으로 같이 서 있는 상태로 사격을 하면서 끝장을 봐?

아니. 아니다. 모두 정답이 아니었다.

‘[완전한 몸]을 사용해서 몸에 마나가 더 강하게 돌았을 때, 발쪽에 압착능력이 순간적으로 더 강해졌었어. 마나장비를 쓴다고 해도 그만큼 흡착능력이 더 늘어나 오히려 몸에 충격만 올 수 있다.

그리고 사생결단을 내리는 것도…… 윤한결은 움직일 수 있지만, 난 움직이지 못해. 내 사격에 대해서는 윤한결이 빠르게 기동하면서 피하면서, 이기어검만으로 날 공격한다면 그걸로 끝이다.’

찰나의 순간에 경험에 의거해, 논리에 의거해 수많은 방법이 고안되고 폐기되었다.

그러던 중,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아마 김도준이 만들었을 이 마나장비는 대체 어떤 원리로 돌아가기에,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잡아둘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막말로 접착제 같은 거였으면 그냥 신발 좀 벗어주고 맨발로 날아올랐을 텐데. 그마저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중력 같은 힘인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완전한 몸]으로 신체 밸런스가 망가져 가며 요상한 자세로 피했을 때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중력이 특별하게 더 강해져서 잡아둔다면 발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힘이 강하게 가해졌어야 했다.

특별하게 이상을 느꼈을 때는, 단순히 마나회로를 돌려 능력을 썼을 때뿐.

‘…….’

마나를 뿜어냈을 때? 더 압력이 강해졌다?

그제서야 아귀가 착착 들어맞는 것 같았다.

왜 이 바닥이 다른 잡다한 것들은 끌어들이지 않고, 붙잡지 않는데 내가 디뎠을 때 착 달라붙어서 떼어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지금도 먼지나 잡다한 파편들이 튀어도 하나도 붙지 않는데, 왜 내 몸만은 이렇게 찰떡같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지.

‘몸 안의 마나가 자석같이 작용하고 있구나.’

마나장비라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단순하게 금방 깨달았을지도 모르는데. 왜 몰랐던 것일까 할 정도로 헛웃음이 나왔다.

단순함 속에, 최상의 방식이 녹아들어있었다.

김도준스럽다면 김도준스럽달까.

‘물론, 단순한 만큼 대처도 단순하겠지만.’

김도준이 눈뽕을 일으키는 검을 들고오면 선글라스를 쓰면 되고, 소음을 일으키는 검을 들고오면 귀마개를 끼면 된다.

마나를 매개로 끌어들이는 접착발판이 있다면, 체내 마나가 외부로 새는 것을 막아주는 마나 차단로브를 쓰면 된다.

다행히 가면을 쓰고 랭크전에서 활동하며 시중에 도는 마나장비란 마나장비는 싹다 긁어놓았기에.

이 대결을 하기 직전에 가면을 쓰고 김도준과 한판 벌였었기에, 마나장비는 모두 가지고 있었다.

한번 꺾여진 상체. 그리고 한번 쏘아진 윤한결의 검이 돌아와 다음 합으로 베기 전까지. 빠르게 마나 차단로브를 입었다.

그러자 예상대로 귀신같이 발이 떼어졌다.

‘마나장비 갯수에 제한이 있는 헌터스 리그였다면 꼼짝없이 당했겠는데.’

새삼 팀원들의 성장이 피부로 체감되는 것 같았다.

3부나 2부에서, 팀원 녀석들이 이렇게까지 날 긴장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물론. 이젠 경기를 끝낼 때였다.

꽉 붙잡아두는 마나장비로부터 풀려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벙쪄있는 윤한결을 바라보며.

가볍게 공중으로 뛰어오른 후, 추가로 에어비트의 반동력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풀려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나보네.’

그렇게 자신할만 하긴 했다.

내가 만약,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힘으로 이걸 떼어내려고 마나를 내뿜거나 그 자리에서 바로 에어비트를 쓰려 했다면 훨씬 강한 힘으로 엉겨붙어 완전히 껌딱지처럼 붙어버렸을 테니까.

하지만.

“너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내 경력은 훨씬 길거든.”

바닥이 위험하다는 걸 알았으면, 공중전을 하면 된다.

에어비트를 밟고, 에어앵커로 이어나가면서 초고속 이동과 동시에 쌍권총 난사가 시작이었다.

재빨리 정신을 차린 윤한결이 이기어검을 불러들여 총탄을 내치며 빠르게 기동했지만, 나도 똑같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윤한결이 도망친다 하더라도 맞출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애초에 공중 기동능력 쪽은 내가 훨씬 우위였고.

한 번 탄알을 막아냈다 한들.

번쩍 ㅡ.

[꿰뚫는 눈]으로 계산된 도탄사격은, 이럴 때 또 어김없이 발휘될 테니까.

피슉.

“야. 그래도 저기 한 번에 쓰러진 잔챙이들이랑은 비교가 안 되네.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뇌를 너무 많이 썼는지, 좌절하며 쓰러지는 윤한결에게 어줍잖은 위로를 하는 게 이 경기의 허무한 마무리였다.

근데 생각해보면 나름 배신한 건 윤한결 쪽 아닌가? 왜 내가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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