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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18화 (218/270)

218화 한 놈 조지기

SAA는 한국 헌터스 리그에서 LTD를 가장 애먹게 할 수 있는 팀 중 하나로 꼽혔다.

그 이유는 단연, ‘진수혁’의 1대1 능력 때문이었다.

시야에 있는 상대방을 잡아 끌어, 한 명이 쓰러질 때까지 서로 일정 구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두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1대1 경기장을 만드는 능력.

그뿐만이 아니라, 진수혁의 능력에 갇힌 상대의 힘은 약화된다는 능력이 원 톱 에이스전략을 가진 팀을 상대하기에 정말 강력했으니까.

그리고 비단 그것은 PER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빠져나갈 궁리를 해 보려고 해도…… 흔한 능력이 아닌데다가, 실제로 거의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진수혁에게 잡혀 힘이 약화된 상태에서 1대1을 이기는 것이 가능하냐? 하면 그것도 가능해보이진 않았다.

그런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헌터스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에서 꼬리를 말게 만들었던 교관. 이성진이 진수혁과 세트로, 진수혁이 상대를 잡아두면 이성진이 서포팅까지 하니 최악이었다.

그야말로 한 명을 잡아 족치기에 최강인 팀이라고 보아야 했다.

그러니 정상적인 사고를 해선 답이 안 나올 수밖에.

‘그러니 오히려 김도준한테 꽤 괜찮은 아이디어를 받을 수 있을지도?’

물론 다른 PER 팀원들이 SAA를 동수로 이겨주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PER은 여전히 내 의존도가 높았으니까.

“그래서 보여줄 게 뭔데?”

김도준이 안내한 곳은 2층에 남는 개인실 하나를 마나장비 공방으로 꾸린 곳이었다.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알짜배기 도구들은 다 갖춰져 있는 것이 연구실 느낌은 제대로 풍기고 있었다.

다만, 오히려 에어앵커나 에어비트, 마나 프로텍터, 인비저블 클록같이 보편적이고 범용적인 마나장비는 없었다.

무언가 거대하거나, 혹은 꽤나 작은.

어쩌면 LTD의 인형술사라 불리우는 아현이 썼던 것과 비슷한 기계형 마나장비부터, 무슨 효과를 일으키는지 모를 역장을 발생시키는 특이한 마나장비까지.

회귀 전까지의 기억을 싹싹 뒤져도 본 적 없는 것들이 꽤나 눈에 띄었다.

거기에 지나가면서 궁금증에 한두 번 건드려보니. 새삼스럽게도 퀄리티나 마감 수준. 마나장비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가지고 설계가 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꿰뚫는 눈]으로 직접 그 마나회로를 느끼고 어떤 식으로 발동될지를 상상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황홀하다고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최근 랭크전을 하면서, 기존에 알고있고, 쓸 줄 아는 마나장비가 적어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이걸…… 다 네가?”

그 말에 김도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만든 것도 있지만…… 이미 다른 회사에서 만든 것도 있고, 그리고 그건 오스틴이 알려준 거를 토대로 내가 새롭게 만들어 본 거야.”

시간이 꽤나 지났기에, 그런 일도 있었나. 하면서 놀랄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마나장비 활용의 천재라고 불리는 오스틴과의 교류가 꽤나 깊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김도준이 오스틴이 알려준 걸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 마나장비는 무슨 장비인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려던 찰나.

“이번에 쓸 거는 그건 아니고. 일단 따라와 봐.”

김도준이 방 안에 있는 방으로. 더 깊은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여기 있는 거 중에 뭐를 중심으로 짜든 간에, 상당히 좋겠는데?’

스쳐지나가는 마나장비 하나하나를 보는데도 전술이나 전투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이, 지금까지 김도준을 너무 우습게, 얕잡아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나저나 대체 뭘 보여줄려고, 얼마나 소중한 걸 넣어놨길래 저런 것들은 밖에 내어놓고…….’

“이번에 이걸로 해보는 거 어때?”

김도준의 마나공방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 벽처럼 해 둔 곳을 열자, 나타나는 은밀한 곳.

그곳에서 김도준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나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김도준이 권하면서 내민 마나장비도 마나장비이지만.

그 안에 신줏단지 모시듯 놓여있는 것들이……

“왜 저렇게 삐까번쩍하고 좋아보이는 건 다 밖에 냅두고, 눈뽕 검이랑 고막폭발 소음 발생장치 같은 건 이렇게 은밀하고 소중하게 숨겨두는 건데?”

“그야 이게 결국 마나장비 중 최강이니까.”

천재는 범인이 이해할 수 없어서 내가 김도준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거기에,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였지만.

김도준이 웃음을 가득 띤 채 나에게 내민 마나장비가 나를 환장하게 만들었다.

지금껏 나온 적 없으면서, 나름 논리적인 이유로 권한 것이겠지만.

지금까지 김도준이 써서 어그로를 끌었던 장비들과 결이 같은 것이었으니까.

“오스틴도 결국 내 마나장비가 좋은 것 같다고 인정했어.”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진심으로 저 장비를 건네주는 김도준이란.

무언가 이 세상, 조금 이상해진 게 아닐까.

***

이윽고 다음 날. SAA와 PER의 경기. 그리고 이후에 LTD와 YYG의 경기가 있는 날이 밝았다.

인기 있는 팀이 있어서일까, 꽤나 관객들이 많이 모여든 상태였다.

“생각보다 PER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기몰이 하기에 좋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성적만큼이나 화제성도 꽤 뛰어나네.”

“뭐…… 그 말도 맞겠지만, 다음 경기가 바로 우리니까. 관객석 절반 이상은 우리 팀 보러 왔을걸?”

LTD의 이지훈이 말했다.

그날 경기가 있는 팀들은 보통, 첫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와서 대기실에서 앞선 경기를 관람하는 편이었기에.

현재 이 대기실에도 LTD의 팀원 및 감독 코치진들이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혁이는 그래서 안 보고 왔냐?”

“그게 한 번 보려고 했는데…… 표정이 자신 있어 보이더라구요.”

강준혁이 감독 이진한의 말에 대답했다.

아무래도 LTD도, SAA도 같이 위에서 승점을 ‘지키는’팀이다 보니 좀 공유하는 감정이 있었으니. 좀 자신 있게 하라고 말하려고 갔더니만……

“괜찮을 것 같아요.”

강준혁이 그 말을 무표정하게 내뱉은 순간. 대기실에 달린 모니터에서 우렁한 함성과 함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캐스터 : 오래 기다려주셨습니다. PER과 SAA. SAA와 PER의 전투가. 지금! 시작됩니다!]

그와 함께 동시에 변환되는 화면.

1부답게 확실히 정리된 각 팀의 지표가 아래로 쫙 펼쳐졌다.

각 팀의 에이스는 누구이며, 평균 킬은 몇 킬인지. 그리고 주로 사용하는 능력의 특이점. 팀 단위로 자주 쓰는 전술 등.

[해설자 : 그런데 이번 경기는 PER측에서 약간은 생소한 마나장비들을 장착한 선수가 있군요?]

[캐스터 : 네……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싸움에 변수를 주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는데…… 누구보다 기본 마나장비를 잘 다룬다고 알려진 이창현 선수가 이번엔 조금 다르게 장착했다는 게 조금 눈에 띄네요. 장착한 마나장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해설자 : 일단 범용적으로 사용하거나, 마나장비업체 사전에 등록된 장비는 아니라서 자체 확인은 안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차차 경기에서 직접 확인하셔야 할 것 같군요.]

“푸하핫. 저 녀석. 또 웃긴 걸 들고 온 모양이네. 해설자들도 모르는 걸 보아하니.”

LTD의 아현이 어이없는 듯 웃으며 말을 꺼냈다.

“웃고만 있을 게 아니다. 우리랑 경기할 때도 저런 게 나올 수 있어.”

강준혁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1부로 PER이 올라온 이후, 지난 경기들을 모두 분석하니 확실히 PER에서 가끔 사용하는 변칙 마나장비 전략은 굉장히 효과적이었으니까.

‘대부분 1회성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다음에 그걸 또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상대팀 입장에선 굉장히 스트레스다.’

[캐스터 : 하지만 이번 경기만큼은 SAA가 PER을 잡아먹을 거라고 예상하시는 전문가가 많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설자 : 그 부분에 동의합니다. 지금껏 SAA는 LTD를 제외한 모든 원 톱 에이스 팀들을 카운터 쳐 왔거든요. 이 ‘진수혁’이라는 한국의 걸출한 칼을 꺾을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이 나라에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PER은 지금 사실 이창현 선수의 지분이 높다보니…………]

‘전반적인 여론은 생각했던 것처럼 SAA의 우세인가.’

그러던 중. 어느새 오늘 경기할 맵이 정해진 것인지. 재빠르게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여 설명했다.

맵은 ‘공허의 지평선’.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하얀 바닥. 그리고 마치 우주 같은 검은 배경에, 맵 정중앙에 블랙홀과 같이 끌어들이는 것이 있는, 약간은 특이한 맵이었지만……

이창현이 그렇게 활용을 잘 하는 중립 몬스터도. 그리고 맵의 변수도 별로 없는 맵이었다.

압력이 높아 발걸음이 약간 무겁게 느껴지고, 숨이 금방 찬다는 점 정도의 차이뿐이었다.

[해설자 : 요컨데, PER이 항상 잘 이용하는 맵의 변수는 적고. 진수혁 선수와 이성진 선수의 전략을 잘 극복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해요.]

그 와중, 경기가 시작되었다.

PER은 기본적으로 합류 후 팀 전투를 선호하는 팀이니, 당연히 바로 합류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SAA의 경우 PER의 [차원문 전략]을 경계했기에 능력까지 사용하며 빠른 합류를 이뤄냈다.

‘첫 번째 변수 차단…….’

그리고 두 팀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서로의 진영을 향해 진형을 갖춰 움직였다.

애초에 별다른 유물이나, 지형이나, 중립몬스터의 변수가 없는 데다가…… 이미 팀원이 모인 상태였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니 이어진 수순도 뻔할 수밖에.

[캐스터 : 아아…… SAA가 먼저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진수혁 선수가 상대로 이창현 선수를 지목해 능력을 걸었습니다!!]

[해설자 : 아! 안 됩니다! 이창현 선수 무너지면 PER 끝이거든요? 몸을 던져서라도 PER 팀원들이 막아 줘야 합니다. 진수혁 선수 능력으로 만든 [원형 투기장] 지대를 이창현 선수가 벗어날 수 없는 건 맞지만, 다른 선수들도 이 안에서 계속 진형 갖춰서 막아줘야 해요!!]

‘두 번째 변수 차단…….’

진수혁의 무서운 점은 하나. 상대가 누구든 시야 내에 있는 한 명을 자신과 싸워야만 하는 전장에 세워 묶어둘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둘……

[캐스터 : 아아…… 진수혁 선수가 1대1을 강요함과 동시에 이창현 선수를 약화하고 있어 지원이 필요한데……

이성진이 그 위를 덮었다.

[해설자 : 이겁니다! SAA가 왜 모든 원 톱 에이스 팀들을 손쉽게 찍어눌러 왔느냐. 하면 시작은 진수혁 선수이지만, 팀원의 커버조차 못하도록 얼려버리는 이성진 선수의 서포팅의 위력도 엄청나거든요!!]

진수혁이 만들어낸 원형투기장의 한 가운데, 이성진이 높이 뛰어올라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찍자, 그곳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었다.

[캐스터 : 위험합니다 PER…… 그대로 이창현 선수를 엄호하고 진형을 유지시키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가는, 이성진 선수의 얼음 능력에 다 같이 사이좋게 얼음 동상 될 수 있어요!! 잘 선택해야 합니다!]

‘게임은 생각보다 쉽게 끝나려나.’

강준혁이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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