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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14화 (214/270)

214화 한계

“그래서. 최근 전체적인 동향은 좀 어때. 전체적인 실력의 향상을 기대해볼 수 있겠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시작할 때는 회의적이었습니다만……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근택은 조금 의외라는 듯, 그리고 조금 더 말해보라는 듯 손짓을 건넸다.

“사실 최상위권에서도 그렇고 이렇다 할 순위변동이나, 격렬하고 특별한 움직임이 있지는 않았는데…… 여기 이 데이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근에는 훨씬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장이 제시한 이미지가 보여주는 바는 명료했다. 지지부진하게 적당한 수준으로만 유지하고 있던 랭크전이, 어느순간 빵 터졌다.

“그니까, 내가 준비한 게 선수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는 게지?”

허허. 하고 자연스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 한국의 1세대 헌터들이 많이 죽어버려 후대 헌터들이 뒤쳐지게 되었는데. 이 정도의 보상은 또 어떠랴.

한국 헌터계가 살아날 수 있다면 억만금의 가치를 지불해도 아깝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리 생각하고 있는 이근택 회장에게 들려온 답변은 청천벽력같은 대답이었다.

“아…… 그건 아니고…… 요.”

“?”

“회장님이 지시하신 일이 화제가 된 부근은…… 그니까 이 시점입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한 일주일이나 전 쯤. 이렇게나 미미하게밖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그럼 저건 또 뭔가?”

이근택으로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그러면서도 자신이 내건 것들이 나중에 입소문을 타고 더 알려져서 그런 건 아닌가. 일말의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실장의 분석은 전혀 달랐다.

“그게…… 역시 리그가 흥행하는 건 스타플레이어의 유무가 중요합니다만, 최근 진수혁 선수도, 강준혁 선수도 랭크전을 안 돌려서 화제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렇게 화제를 끄는 새로운 선수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장이 띄운 화면에 가면을 쓴 한 남자의 랭크전이 보여졌다. 재미있는 점은 특별하게 어떠한 무기나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

상대를 순수하게 마나장비와 두 주먹과 다리로 쓰러뜨렸다는 점이었다.

“허허… 뭐 저런……!”

“저런 선수가 지금 4500점을 넘었습니다.”

4500점……! 1부 선수들 중에서도 달성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꽤나 많은 점수대였다.

그런 점수를 자신의 두 주먹만으로 달성해?

화제가 될 수밖에.

물론 그렇다고 이근택의 의문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새로운 랭커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저 호응은 너무 폭발적이었으니까.

‘기존의 랭커랑 마찰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그리고 최근 저 선수가 이창현 선수라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이창현 선수가 자신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트래시토크를 한 게 화제의 요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 켜지는 화면에 이창현의 인터뷰 장면이 생생히 잡혔다.

[이창현] : 기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총 쓰는 사람이 마구 주먹질하는 사람한테 지는거 보신 적 있으십니까?

‘허…… 참 녀석.’

돌아가는 꼴을 보니 꽤나 재미있었다. 거기에 진짜로 서로 1대1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거지……

스토리도 있고, 실력도 출중한 녀석들이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실장. 근데 저거 저 녀석. 진짜 창현이인 거 아니야? 턱선이나 체형이나 그런게 너무 비슷한데.”

어디 맨살에 드러난 점 위치라도 같았으면 확신했을텐데. 아쉽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그런 이야기도 좀 나왔는데, 그 선수가 랭크전을 돌릴 때 이창현 선수가 인터뷰를 안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 진짜로 다른 사람인 모양입니다.”

“흠…… 그래. 알겠네.”

이근택의 눈썰미는 직접 탑에서 오래간 뛰었던 헌터였던 만큼 보통 수준이 아니었기에. 저 의문의 랭커의 개인 자료를 열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멈췄다.

이근택에게는 아무리 봐도 이창현처럼 보였으므로.

물론 그건 그거고, 무료하던 차에 꽤 재미있어보이는 구경거리가 생겼겠다. 이근택은 직접 화면을 돌려, 랭크전 실시간 중계를 틀었다.

“오오…… 마침 실장이 이야기하던, 그 녀석. 저거 맞지? 상대는 이민솔 선수. 흥미진진하겠어. 안 그래?”

주먹으로 때려팬다더니. 그게 어떻게 상위권한테도 통할지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리라.

***

헌터스 리그는 기본적으로 7대7 전투. 거기에 능력도, 맵도, 개인기량도 다양하니 변수가 아주 많기에, 상성의 개념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어떤 팀이든, 얼마든지 설득력 있게 그 팀의 전략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1부 리그 수준의 경기에는 전략부터, 서로 상대 조합에 상성이 너무나 불리한 조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변수가 많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많으므로.

하지만 랭크전은 어떠한가.

딱 그것의 대척점이라고 할 만한 곳에 있음은 틀림없었다.

1대1인만큼, 서로의 능력과 전술이 가진 상성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는 흔했다.

그 상성을 뒤집을 방법뿐이라고는 마나장비뿐인데, 그 마나장비는 사실 상대방도 쓸 수 있었으므로.

상대방 입장에서는 ‘변수’만 막으면 되는 것이기에, 상당히 단순해지고 쉬워지는 것이었다.

‘거기에 랭크전 최상위권은 사람도 적고 직접 상대의 플레이를 볼 수 있으니…….’

그 녀석이 주로 쓰는 마나장비만 중심적으로 방어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나장비는 숙련도가 중요했으므로, 그걸로 변수는 완전히 제거되고 상성의 영역만 남는다.

그리고 이민솔은 그걸 영리하게 사용할 줄 아는 헌터였다.

[4687점] <근접 딜러> 가면남 vs [4788점] <중거리 딜러> 이민솔

“헤에…… 가면남? 촌스럽게 그게 뭐야.”

녀석은 역시나 가면을 써서 정체를 숨기는 녀석답게, 굳이 필요 없는 잡담을 나눌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내가 아는 녀석인가?’

잠깐 생각이 들었다가도, 아무렴 어때. 어찌되었던 오늘은 그 무투가라는 컨셉에 발목이 잡혀 내게 점수를 헌납할 텐데. 라는 생각에 관심이 사라졌다.

무기를 쓰지 않는 오만함에 대해 철저하게 후회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민솔은 평소처럼 마나봄버를 꼭 쥐었다.

조연화에게는 아무 준비도 없이 이길 거라 호언장담하는 것처럼 느껴졌겠지만, 랭크전에 진심으로 임하는 선수인 만큼 허투루 준비를 했겠는가.

강준혁같이 [마나전개]로 1대1을 모조리 도륙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1대1로 상대할 때 어떻게 상대할지 미리 머릿속으로 다 짜두기 마련.

물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변수 차단. 그것만 하면 이겨.’

시작을 알리는 호각소리에 맞춰 상대가 먼저, 에어비트를 이용한 가속으로 이민솔에게 진격했다.

‘아마 근접 후 직접 타격을 하거나, 다양한 마나장비를 통해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려고 하겠지. 그런데 말이다…….’

중거리딜러는 항상 근접딜러들을 상대로 싸워오기에. 각자의 대처방법이 있기 마련이었다.

이민솔의 경우엔 그게 폭탄이었고.

콰콰콰콰쾅!

근접도 하기 전, 녀석이 근접하는 자리에 [고유마나 : 폭발]을 이용해 마나봄버를 터뜨림과 동시에, 폭발의 추진력을 이용해 거리를 유지했다.

단순한 경기, 명확한 승리플랜.

폭발로 인해 일어난 먼지구름에서 녀석이 나왔다.

아마 폭발을 예상한 듯, 무언가로 막아내 피해를 최대한 줄였지만. 마나봄버가 근거리에서 폭발한 데미지를 어쩔수 없이 받은 모양이었다.

‘예상대로.’

상대가 근접해서 공격할 수 밖에 없다면. 동시에 그걸 막아낼 수 있는 강력한 방어수단이 없다면.

이것만으로도 녀석의 공격은 영원히 닿지 못하고, 이민솔은 변수를 주지 않을 수 있었다.

[고유마나 : 폭발]이 만들어내는 마나봄버 폭발의 자유로움이, 이 압도적 상성을 갈라버린 것이었다.

‘녀석도 그걸 알고 시작부터 정신이 없을 때 들어온 모양이지만…….’

“너무 아쉽게 생각하지는 마. 랭크전이라는게 그렇지만, 원래 자기 점수 찾아가기 전까지는 다 이기는 법이잖아?

지금까지 솔직히 100퍼센트 승률로 올라온 것도 운이 좀 따랐으니까, 그걸로 만족하도록 해.”

이민솔은 그런 걸 당해줄 만큼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내가 가져갈 테니까.”

이 녀석이랑 대결로 한껏 화제가 되었던 이창현한테는 미안하지만. 선수의 인기도와 유명도를 올리는 데 이만한 좋은 기회가 없으니까.

이민솔이 씨익 웃었다.

***

싸움은 조연화가 얼핏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아니, 그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사실상 능력을 쓰지 않아, 무능력자인 가면의 남자와 [고유마나 : 폭발]로 마나봄버의 달인인 이민솔.

안 봐도 누가 유리한지는 뻔하지 않은가?

게다가 마나장비를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얼핏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유리해보이지만, 이민솔 같은 경우는 달랐다.

[고유마나 : 폭발]로 마나봄버를, 그 폭발을 마음대로 다루는 만큼, 마나봄버의 개수가 많을수록 압도적인 전투지속력과 화력을 뽐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녀가 리드하고 있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우오오…… 진짜 전부터 생각했는데 이민솔 쟤는 랭크전이랑 헌터스 리그랑 이만큼 다른 애가 있을 수가 없다니까.”

“그야 헌터스 리그는 마나장비 제한이 있어서 랭크전이랑은 화력이 좀 다르지.”

“헌터스 리그도 저렇게 했어봐라. 저번 시즌에 이미 우승했지.”

“그래도 그건 좀 아닌듯. LTD의 [마나전개]가 우스워??”

주변에서 다른 헌터들이 경기를 관전하며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역시나. 다들 이민솔의 승리를 점치는 모양이었다.

‘후…… 그래. 그게 맞겠지.’

신체능력. 재능, 스킬. 각성자로서의 마나사용능력.

이길수 없는 것은 이길 수 없는 것이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거다.

거기에 이민솔은 베테랑이니까.

실제로 지금 경기를 보면, 완벽하게 이기기 위해 이민솔이 성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변수를 하나하나 차단하고 있었다.

근접의 여지를 주면서, 근접했을 때 계속 폭탄을 일방적으로 터뜨리며 적더라도 피해를 누적시키며 상대의 접근을 견제했으며.

[마나 프로텍터]를 마구 흩뿌려 전장에 엄폐물을 마구 만들 것을 염려해 이미 거리를 조절하면서도 만들 법한 곳에 마나봄버를 흩뿌려두었다.

빈틈은 보이지 않았고, 상대에게는 천천히 데미지가 누적되고 있었다.

완벽한 승리. 그게 아마도 이민솔이 노리는 것이리라.

저런 상황에서 팔과 다리로 이민솔을 근접해 타격한다? 근접 자체가 불가능하며, 가능하더라도 그 지근거리는 일방적으로 폭발을 만들 수 있는 이민솔이 유리하다.

그렇다고 원거리에서 마나봄버따위를 어떻게든 던져봤자, 이민솔의 능력 [고유마나 : 폭발]을 이용한다면 불발로 끝날 터.

완전히 체크메이트였다.

물론 저 가면의 남자가 정체를 드러내는 것을 감수하고 다른 무기나 능력을 쓴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 저 남자는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리라.

결국 능력이나 무기. 그 무엇도 없이, 저 위의 아득한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 셈이니까.

‘아니…… 그건 혼자 내가 멋대로 한 기대인가.’

생각해보면 저 남자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쩌면…… 질 것 같은 순간 태세를 전환할지도 모르지.

애초부터 너무 불리한 싸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연화는, 체념했다.

괜스래 엉뚱하게 왜, 언더독이라고 해서 그랬나. 저 사람을 응원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경기의 끝을 보고 싶지 않아 돌아선 순간.

“와 씨…… 저거 뭐임?”

“아니 내 말 맞지? 저거 진짜 말도 안 된다니까.”

갑작스레 의외의 환호성. 반응들이 대기실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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