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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01화 (201/270)

201화 첫 경기 전야

미디어데이는 보통, 헌터스 리그 관계자들의 주류 의견을 시청자들이 직접 듣는다는 것 자체에만 의미가 있었다.

올해는 어느 팀이 이길 것 같다. 어느 팀이 폼이 좋다. 이런 걸 직접적으로 관계자에게 듣는다는, 그런 의미가.

달리 말하면 그걸 제외하면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애초에 저번 국제리그 역시 광탈했기에, 분위기가 약간 침체되어 있기도 했고.

그래선지 반응은 평소보다 더 뜨거웠던 것 같다. 다른 팀 감독들의 눈초리가 따갑기도 했고.

‘그래도 뭐…….’

그렇게 항상 쫄아있어서는 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법이니까.

그보다, 나에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끝난 미디어데이보다, 지금 발표되고 있는 정규리그의 일정표가 더 궁금했다.

[캐스터] :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저번 시즌의 1위와 2위의 대결로 시작되는데요. 다들 뜨거운 관심 보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첫째 날엔 우리 팀 경기는 없나…….’

첫 경기는 둘째 날. 상대는…… YYG? 회귀 전에 몇 번 붙어봐서 기억에 남아 있는 팀이긴 했다.

물론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경기 때와 지금의 선수는 180도 다른 것 같다는 게 문제이겠지만.

뭐, 사실 아무래도 좋다.

이번 첫 경기는 미디어데이에서 강하게 말한 만큼, 최고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생각이었으니까.

[차원문]을 통한 오만가지 전술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

정규시즌 둘째 날, PER의 첫 상대로 대진표가 나온 YYG의 홈.

감독실에 앉아있는 최진철은 PER의 3부와 2부 시절 전적과 경기기록을 살펴보고 있었다.

……확실히 전적이 모두 승리로 도배되어 있었다.

‘물론 우리 팀이 3부에 가도 이런 성적으로 승승장구하면서 1부까지 올 수는 있겠지만…… 이 녀석들은 원래 3부에서도 무승 팀이었다.’

게다가 보면, 원래 뛰어난 기량을 가져 압도적으로 이겨오던 것도 아니었다.

그 말은 즉, 상대와 직접 부딪혀가면서 압도적인 속도로 성장을 이룩했다는 뜻.

[순수히 1부에서 신기록을 세우는 데 그 제물이 되어주셨으면 좋겠군요.]

미디어데이에서 돌발적으로 대답했던 그 녀석의 자신감도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코치가 보기엔 어떤가? 할 만해 보여? 저런 팀의 첫 번째 제물이 되는 건 질색인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놀라운 팀이에요. 이렇게 다양한 전술을 사용 가능한 팀의 존재 자체가. 각 전술이 무결점인 건 아니지만, 저렇게 다채로운 전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위협적입니다.”

“그래서. 상대하기 힘든가?”

“아니요. 그럴 리가요. 오히려 오랜만에 몸이 달아오르는군요. 이런 팀이 있을 줄이야. 한국 팀에는 이런 팀이 생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사실 전술적으로 분석은 끝나 있습니다.”

코치가 책상에 분석리포트를 내밀었다.

각 파일집에는 [미사일 폭격 전술], [우주방어 전술], [EMP 전술] ,[쓰리톱 진형]…… 등 이름과 함께 사진,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었다.

“저는 기본적으로 해외리그는 물론, 흥미로운 경기는 3부나 2부까지도 모두 챙겨보는 편이니까요.”

“역시는 역시야. 그런데 다른 것들은 모두 들어봤는데 EMP 전술은 또 뭐야? PER에 내가 듣지 못했던 다른 전술이 사용된 적이 있는 건가.”

“아…… 이창현 선수와 류재준 선수 콤비의 [파동]후, 치명타를 먹이는 전술의 이명을 제 나름대로 붙여봤습니다만. 역시 이상한가요?”

이름까지 혼자 붙이다니. 역시 전술 광도 괜히 전술광이 아니다 싶었다.

“이상하진 않네. 오히려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보다 대응책은 좀 준비해 봤어?”

관심사는 역시 이쪽이었다.

저번 시즌부터 영입한 나름 전술의 천재라고 불리는 이 코치가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가.

‘저번 시즌에는 갑작스레 들어와 선수들 입장에서 코치의 전술과 훈련을 받아들일 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니까.”

“물론입니다. PER의 각 전술 여부에 따라, 그리고 크게 맵 유형에 따라 34가지의 전술 훈련을 이미 선수들에게 주입시켜 놓았으니까요.”

역시 든든했다. 특히 이번 정규시즌 직전 연습경기는 이 코치의 영향으로 이미 꽤나 성과를 거둔 참이었기에, 이번 시즌을 기대하게 될 수밖에 없었으니.

“게다가 미리 변수까지 생각해 놓았는데, 아는 정보망에 의하면 [차원문] 능력을 가진 신인을 영입했다고 하더군요.

아쉽게도 그 능력의 한계가 어느 정도이고, 차원문이 옮길 수 있는 규모도 파악하진 못했지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대처법을 모두 숙지시켜 두었으니 괜찮을 겁니다.”

역시나. 기존의 방식뿐 아니라, 이번 시즌에 따른 변수까지 모두 고려해서 상대법을 공부해 연구한 모양이었다.

‘지금껏 이 코치 말이 틀린 적이 없었으니 이번 경기는 안심이네.’

보통 분석력이 좋은 코치도 아니고, 각성자로서 특별한 분석능력을 부여받은 코치였기에 더더욱 믿음이 갔다.

특히 데이터가 쌓인 요새의 경우 단순히 분석 따위가 아니라, 미래를 예지하는 수준의 예측능력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점지해왔으므로.

그렇게 첫 경기인 PER 전의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감독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수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이사랑이었다.

“감독님! 다음 상대가 PER이라면서요! 그거 걔 있는 팀 아니에요?”

“그래…….”

저번 [더 헌터스 데이] 때, 유력한 수상후보였는데 PER의 이창현 때문에 밀렸다고 생각한 이후, 경쟁심을 활활 불태우고 있더니.

기어코 이번 소식을 접한 모양이었다.

“드디어…… 드디어 복수의 시간이!”

‘허……참.’

어린애들이라 그런가, 작은 일에도 쉽게 감정기복이 생기나 싶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가장 짜릿했던 경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국제리그에서의 경기이지만. 그중에서도 딱 하나.

한국 리그에서의 경기도 있다.

다름이 아니라, 회귀 전. 1부리그로 승급하고서 겪은 첫 번째 경기.

거기에서의 상대방 에이스와의 혈전 끝에, 1대1로 승리하고. 그것이 경기의 승리로 이어졌던 기억이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신인이, 슈퍼플레이로 1부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베테랑을 이기고 올라선다.

그날은 정말이지 지금도 진하게 남아있어,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전투의 열광으로 온 몸이 덜덜 떨리고, 한 끝 차이로 이기고 서 있을 땐 온 몸이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고요한 경기장에서, 경기장 바깥의 함성이 들리는 듯한.

그런 기억이었다. 연습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그런 감각.

‘물론 그 끝은 별로 좋지 않긴 했지만.’

너무나 일찍 개방해버린 [만개]의 대가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그렇긴 한데……

아무튼, ‘1부’에서의 ‘첫 경기’라는 건. 그런 의미가 있다.

아이돌로 치자면, 첫 메인 음악 방송 무대에 서는 거랄까.

물론 그건 경기를 직접 하는 선수들에게의 의미이고, 경기를 보는 관중들에게는 다른 의미가 있다.

처음 보는 팀인 만큼, 빠르고 강하게 이미지를 심어줄 만한 경기력이 없다면 화제성도 팬도 부족하기에 쉽게 잊혀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첫 경기는 특별하게 준비를 할 수밖에.

“그런데 창현아 YYG는 저번 정규시즌 때 랭킹이 엄청 막 높은 편은 아니던데,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싶긴 해. 특히 저 [차원문] 능력은 상대가 모를수록 크게 펀치를 먹일 수 있을 텐데…….”

훈련을 같이 지켜보고 있던 이종규 코치가 말을 걸어왔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능력을 드러낸다는 건 항상 대응의 여지를 주니까.

‘하지만 어차피 목표는 국제리그 우승인데, 여기에서 좀 보여준다고 대처가 되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한 건 매한가지야.’

“[차원문]능력은 어차피 언젠가 모든 팀들이 알게 되겠지만, 우리 애들한테 1부에서 겪는 첫 경기는 한 번 뿐이니까요.”

되도록이면 첫 경기인 만큼, 나처럼 특별한 승리의 기억을 가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레만도 지금은 계속 어마어마하게 지원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비즈니스인데 팀 팬이 많아지는 쪽이 좋지 않겠어요?”

항상 대중들은 이미 고여버린 판에, 판을 부숴버리고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길 바라는 법이다.

예를 들면 저렇게.

“와…….”

연습실에서 연습 중인 모습을 보고 이종규가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하긴, 누구나 보면 탄성을 내지를 법한 그런 장면이긴 했다.

지금껏 우리가 쌓아온 전략의 총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길한이 상대의 진영에 파고든 후, [차원문]의 발생을 보조하는 마나장비를 던진다.

그리고 그후 [차원문]이 열리자, 류재준 이 먼저 전장의 중앙에 서 [파동]으로 적을 약화시키고, ‘우주방어전략’에서 썼던 김유현의 포탑들이 대거 소환.

이쯤 되면 LTD처럼 [마나전개]를 사용하는 괴력을 보여주거나, 그에 준하는 특수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면 진영싸움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밖에.

서로 진영싸움을 벌이려고 하는 가운데, 이길한이 끼어들어 포탈을 열고, 거기에 대량으로 리콜되는 PER의 공세.

상상만 해 보아도 짜릿하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해도 완벽한 전술은 아니긴 했다.

이서현의 [차원문] 능력은 그 능력이 강력한 만큼 몇 가지 제약이 있었으니까.

지금 저기 아래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는 전략도, 차원문의 좌표를 조정하고 마나를 공급하기 위한 마나장비를 들고 돌진하는 이길한을 강력하게 제압할 수 있다면.

‘나라면 분명, 100% 제압할 수 있겠지.’

그리고 제압된다면, 당연히 [차원문]을 여는 건 물 건너가고, 하나하나가 소중한 7명의 팀원 중 한 명이 증발해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하리라.

하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없겠지.

이길한은 3부에서 함께한 만큼, 지금까지 탱킹력이 상당해지기도 했고 몸놀림도 지금와서는 꽤나 날렵하다.

그 정도의 임무는 맡겨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지잉 ㅡ.

이윽고 연습이 끝나자, 끝마친 PER의 팀원들이 대기실로 올라왔다.

연습 해 본 전략을 찍은 것을 함께 돌려보면서 피드백 하기 위함이었다.

“하아아암. 이번 껀 거의 완벽하게 된 건데 이렇게 또 전날까지 검토할 거 있나?”

“이게 직업인데 안하면 뭐할려고 김도준. 이젠 좀 프로의식을 가져.”

돌려본 영상은 별 탈이 없었다.

‘이서현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생각보다 완성도가 괜찮네.’

YYG전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이상 아무래도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능력의 소유자인 이서현도 똑같이 느꼈던 것일까?

“그런데 제가 봐도 좀 잘 된 것 같긴 해요. 애초에 전술 구상 자체가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인데, 짜주신 전술이 너무 좋은걸요?””

사회생활 좀 해 본 녀석인가.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누가 짠 전술인데.

그렇게 나름 흐뭇해하고 있을 때. 옆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져 옆을 돌아보니 류재준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뭐.

“어찌되었든, 오늘 연습은 이만하면 되었고. 내일 첫 경기라고 너무 흥분하지 말고, 푹 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모두들 해산했다.

……따로 부른 한 사람 빼고.

“왜 따로 부른지 알고 있지?”

“……응.”

연습실에선 상대방의 데이터로 전투인형을 만들어 그걸 이길한이 돌파했지만, 경기 때는 진짜 선수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연습 때보다 더 어려울 텐데.

“능력에 대한 감각은 있는 것 같은데…… 실제 경기에서는 돌파할 때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거야. 피드백을 조금 해 보자면…….”

[이상동몽의 지휘관]의 효과로 빛이 순간적으로 퍼져나갔다.

“피할 때만 조금 신경 써보자. 평소처럼 들이박지 말고, 되도록 상대 진영 안으로 파고들어야 하니까.”

어째, 전술의 첫 삽을 떠야 할 이길한이 약간 불안불안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아마 괜찮지 않을까?

이길한한테 준비해 두라고 한 '그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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