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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98화 (198/270)

198화 교육

선수를 뽑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팀의 궁합이나 능력적인 면모. 현실적 사정도 중요하지만, 팀원들이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 하나의 팀으로 호흡하기 위해서 괜히 긁어 부스럼인 팀원을 데려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차준규 선수라고 알아?”

그래서 1부에서 짬이 좀 있는 이성태에게 지원자 프로필을 살펴보며 특정 선수들에 대해 아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 걔? 걔 그냥 그건데. 능력이 꽤 그럴싸해서 팀에서 특별 전술 쓰려고 SSA에 들어갔다가, 생각보다 쓸모없어서 만년 벤치멤버였던 애. 걔 뽑게?”

이성태가 얼굴을 찡그렸다.

어지간히도 도움이 안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뽑으려는 건 아니고. 그냥 알고 있나, 이미지나 활약은 어떤가 해서 물어봤지. 서류상으로 드러나는 게 전부가 아닌 경우가 꽤 있으니까.”

그런데 굳이 이성태가 더 말해주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표정으로 이미 모든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으니까.

‘그래도 뭐…… 혹시 모르지. 첫 테스트 때 꽤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보류.

***

인챈트. 무기에 특수한 속성을 더할 수 있는 차준규의 능력이었다.

SSA의 원톱이자 대선배인 조아라의 눈에 들어, 서포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을 정도로 좋은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내쫓고 말이야…… 한 번 써보고 벤치에서 썩히기만 하고.’

사람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이거야.’

건너편. 마침 김도준이라는 이름표를 단 녀석도 검을 쓰는 모양이었다.

같은 검사끼리의 싸움. 하지만 차준규는 자신의 무기에 인챈트를 할 수 있다.

안 봐도 누가 유리한지는 뻔한 싸움.

‘거기에 검술 같은 건 오래 익힌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지.’

그런 생각을 하며 차준규는 자신이 든 검에 인챈트를 했다.

[인챈트] : 마력 검 - 파괴력이 증대하며, 속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마력이 부여되어 넘실거리는 것에, 추가적으로 얼음 속성을 부여해 상대 검과 합을 나눌수록, 상대의 검이 무뎌지는 디버프가 담긴 특성을 인챈트해 냈다.

이걸로 이제 설령 검술 실력이 비슷하더라도, 싸움은 쉽게 판가름 날 터.

준비가 끝난 차준규는 김도준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상대는 놀랍게도 그걸 기다렸다는 듯.

‘웃어……’

빈틈을 노려보며 달려드는 차준규에게 오히려 약점을 더욱 노출시키듯, 검을 크게 내밀었다.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가?’

긴장되어 그 검에서 일어날 오만가지 변화를 예측하며 뚫어져라 쳐다보던 찰나.

빛났다.

단순히 그 검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밝게 빛났다.

그야말로 압도적 눈뽕.

“크아아아악 ㅡ.”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도 안 갈 만큼의 황당함. 그리고 눈을 감아도 앞에서 허연 빛이 아른거리는 수준의 눈뽕.

그래. 그건 무언가 능력 따위가 아니라, 단순하다 못해 어이가 없는 잡기술이었다.

무슨 차를 운전하다가 상향등 눈뽕을 맞은 것마냥. 저급하고 치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것.

신성한 헌터끼리의 싸움에……

녀석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대놓고 노려왔다.

눈뽕에 제대로 당한 것을 보고 웃겼는지, 작게 낄낄거리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와 더 화가 뻗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위험천만한 상태에서도 감으로 녀석의 검을 한 번 받아낼 수 있을 것 같긴 했는데……

‘좋았어. 저 녀석의 검엔 이제 냉기 속성이 옮겨가 검이 한참 무거워질 거야.’

산 넘어 산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기 우습게. 둘의 검이 부딪히자 일어난 변화는 전혀 예상 밖의 것이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익 ㅡㅡㅡ!

손톱이 긴 사람이 양 손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를 확성기로 키운 것만큼 울려퍼졌다.

고막이. 터졌다.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귀는 삐- 거리는 이명이 계속 나지, 눈을 떠도 눈뽕에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

아마 그 직후 무언가 둔탁한 것에 맞은 것 같은데.

기억이 거기서 끊어졌다.

***

벌떡 ㅡ.

필름이 끊기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던 것일까.

차준규가 헐레벌떡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켜 보니, 어느샌가 대기실로 옮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미 테스트를 마쳐서인지, 앞의 화면에는 다른 사람들이 테스트를 받고 있는 광경이 보여지고 있었다.

‘......’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 테스트도 막바지인 듯했다.

그런데 그렇게 이제 상황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생각을 해보자 화가 조금씩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PER에 테스트를 치러 온 선수들의 기를 죽이려 타 팀의 딜러를 데려와 시험을 어렵게 할 수는 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팀원의 딜러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줘, 피시험자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지.

구단주 입장에서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이제 막 1부가 된 팀인데 그렇게 잘하는 팀원이 있다는 것이.

하지만

‘자동차 상향등 이상으로 번쩍이는, 대놓고 눈뽕 의도가 보이는 걸 검에 달아놓고 상대한다고?’

이건 기만이었다.

지원자를 아주 물로 보는 것이리라. 참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이런 식으로 보면 아주 곤란했다.

그렇게 그라데이션으로 점차 화가 커지고 있던 찰나.

마침 마지막 인원의 테스트가 끝나고 감독과 코치진으로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이 팀의 실권자일 이창현이 들어왔다.

“다들 테스트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원래는 다른 테스트들도 조금 더 준비해놓았는데, 더 필요하진 않을 것 같네요.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추후 따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지원자들이 하나 둘 주섬주섬 떠나기 시작했다.

‘아니…… 1차 테스트라며. 난 아직 보여준 게 없는데. 그럼 나는?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치켜뜨며 당황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대부분의 인원이 나가고 사람이 몇 남지 않은 상황.

“아 그리고 마지막 지원자셨던…… 이서현 씨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PER측은 마지막 지원자를 불러서 속닥거렸다.

거의 모든 사람이 나가서였을까.

목소리를 굳이 줄이지 않고 말하고 있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개 모집을 안 했다면, 이런 인재를 또 놓칠 뻔했네요.”

“저요……? 제가요?”

그 여자는 자신이 뽑힐 줄 몰랐는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볼이 상기되어 있었다.

‘저 녀석이 뽑혔다고?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했다. 다른 지원자들이 나가고 별도로 통지한다더니, 합격자인 저 여자만 직접 잡고서 합격을 통보했다.

그럼, 이름을 부르지 않은 자신은 불합격이나 다름없는 것이니까.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이봐요. 1차 테스트라면서. 게다가 별 어이없는 걸로 상대하는 녀석까지 넣어놓고 그걸로 테스트가 돼? 허 참. 그냥 지원자 물먹이고. 보고 어떻게 하나 위에서 낄낄거렸겠지.”

말을 하다 보니 당한 수모가 생각나서 화가 더 나는 것 같았다.

“근본도 없는 팀에 테스트 보러 와줬는데 잘 모시질 못할 망정, 그런 이상한 테스트나 치게 하고. 안에 진지하게 들어갔더니만 장난질 하고. 깽판치고 소음내고. 어? 이건 기만이라고. 선수에 대한 예의가 없어.”

그래도 이판사판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래. 할 말은 다 해야지.

그런데, 녀석은 의외로 그것에 대답하기보다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킥…… 킥킥킥킥. 아. 실례인가요. 아직 남아계시는 분이 계셨군요. 그런데 뭐, 장난질? 선수에 대한 기만이라. 흠…… 종규 코치님. 얘가 도준이한테 당해서 기절한 애죠?”

“어. 그래서 도준이가 바깥으로 날랐지. 통증이 엄청 심한 것도 아닐 텐데 기절해서 놀랐다고 하더라.”

“지금 뭐라고……!”

“아, 놀리려고 이야기 한 건 아닌데. 아까 도준이랑 싸우는 거 볼 때 생각나서 그만. 아 그래서 뭐라고 하셨죠. 이상한 테스트…… 라 하셨나? 떨어진 건 말씀 안 드렸는데 어떻게 아셨대?”

“그건 당연히 생각을 해 보면…….”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떨어질 만했다? 그런데도 승복하기 어려우시다? 뭐 좋습니다. 이종규 코치님. 연습실 준비해주세요.”

녀석이 갑작스레 불이 꺼졌었던 연습실에 들어서며 환하게 다시금 밝아졌다.

“진짜 테스트…… 아니. 1차인데 왜 2차 안 하냐고 따지셨으니, 2차 테스트로 하죠. 이번엔 이상하진 않을 겁니다. 제가 직접 할 테니까요.”

분명 방금까지 화가 나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싸늘한 시선을 보내왔기 때문이었을까.

조금 위축되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따질 건 따져야지. 따지고 보면, 정당한 항의로 다시 기회를 얻어낸 거니까.’

후. 꽤 한다고 듣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못 보여준 건 많으니까.

따지긴 했지만, 웃는 거 보니 아직 분위기가 그렇게 나쁜 것 같지도 않고.

차준규는 그렇게 연습실에 이창현을 따라 들어갔다.

***

헌터의 지능 중에. 아니, 일반인에게도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객관화라는 건 참 중요하다.

‘특히 헌터의 경우엔, 자기객관화가 되어서 질 싸움이라는 걸 사전에 인지해서 도망가는 것만으로도 판도가 바뀔 수 있으니까.’

거기에 무조건 강한 헌터라는 것은 없기에 더더욱.

[마나전개]를 사용해 판도를 엎을 정도의 능력자가 아니면, 능력에 따라 상성이 있고 우위가 뒤집히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런 상황인데 요새 1대1 폼이 좋다고 그냥 상대를 고려 못해, 자기객관화에 실패해서 이길 수 있다고 마구잡이로 덤빈다?

냉정히 말하면 그건 헌터 실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개같이 돌진하는 거 밖에 모르는 녀석이 테스트가 이상하다고?’

나름 촘촘하게 짜여진 평가기준이 있는데. 그것도 나름 국제리그까지 몇 번 우승해본 안목이 있는데.

이렇게 무시받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최근에는 회귀 후에도 나름 인정받고 있었기에 더더욱.

신선한 충격이랄까.

‘1대1 테스트라고는 하지만, 대인전에 특화되지 않은 선수들도 모두 장점을 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폈는데.’

그런 안배나 집중을 통한 관찰은 모두 의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헛소리나 하는 녀석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을 보면.

뭐, 어쨌거나 결국 상황은 여기까지 왔고.

그럼 직접 머리에 하나하나 주입시켜서 꽂아주는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진짜 테스트…… 아니. 1차인데 왜 2차 안 하냐고 따지셨으니, 2차 테스트로 하죠. 이번엔 이상하진 않을 겁니다. 제가 직접 할 테니까요.”

직접 하나하나 평가 개념을 꽂아주는 것이 아무래도 평가를 납득하지 않을까?

“아 그리고 이번엔 납득하실 수 있도록, 확실하게 설명해드릴 테니 방금 같은 일은 없을 겁니다.”

자, 그럼 무례한 녀석을 교육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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