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97화 (197/270)

197화 선수모집

선수들에게 가장 큰 경험이자 자산이 되는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당연히 큰 무대에서의 승리경험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습경기에서의 승리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더더욱, 원래 엄두도 내지 못했을 상대를 이겼을 경우라면.

“다들 고생했어. 오늘 연습경기에서 피드백 할 거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얼마 전 심사위원이었던 사람을 지원자였던 우리가 꺾은 거니까. 자랑스러워해도 좋을걸?”

윤한결이나 김도준, 한지수는 더더욱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하늘같은 심사위원이 이러쿵저러쿵 평하는 것만을 들어왔던 입장이. 이제는 동등한 상대로 무대에 서 있는 것이었으니까.

뭐, 물론 상대 SSA에는 새로 연습할 겸 끼워져 있는 팀원이 많았기에. 아직 팀 체급까지 비슷하다고는 못하겠지만.

“저로서도 이창현 선수 없이 이렇게 좋은 성과를 거둘 줄은 몰랐는데. 레만님이 소식을 들으시면 좋아하시겠군요. 창현 선수는 그럼 뜻하는 바를 이 경기로 다 이룬 셈이군요.”

이제 막 홈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차를 운전하는 김성준이 말했다.

뜻하는 바…… 라.

‘생각해보니 굳이 이 연습경기를 잡은 이유가 뭐였지?’

뭐, 프로 헌터 팀이니까 연습경기를 잡는 것 자체는 이상하진 않지만…… 단순한 훈련을 목적으로 잡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

“성준 씨. 최근엔 어째, PER 팀 단체로 다 같이 열심히 헌터 연합 훈련소나, 더 헌터스 데이 파티나 얼굴을 많이 비췄는데. 제가 말해 둔 리스트 중에 저희 팀에 관심을 보이는 선수는 더 없었어요?”

생각해보니, 정규 시즌 시작 전 마지막 팀원 충원 중이었구나.

다시금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를 떠올리니 머리가 아파졌다.

팀원들의 폼과 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인원수로는 펼칠 수 있는 전술의 가짓 수도. 폼의 변화에 따른 대처도 어려우니까 되도록이면 팀원이 더 있는 것이 좋았다.

‘이상적으로는 최소 10명에서 많게는 14명까진데…….’

“음…… 관심을 보이는 선수라. 적어도 저희 팀에 연락이 온 건 없는 걸로 압니다. 에이전시를 통해서든, 선수가 직접 연락하거나 찾아오는 경우든.”

연습경기도 잔뜩 하고, 헌터스 데이에서도 어필했는데. 아직도 좀 모자란 걸까.

‘뭐…… 하긴. 회귀 전의 나였어도, 전 시즌 성적이 있고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는 팀을 가지.

PER에 지원하진 않았을 것 같긴 해. 게다가 내가 찍을 정도로 유망주인 녀석들은 특히 그렇겠지.’

이렇게 된 이상, 남은 수단은 별로 없었다.

정규 시즌도 이제 진짜 코앞인 마당에. 더 늦을 순 없으니까.

“후…… 그럼 어쩔 수 없네요.”

“?”

“2부 때처럼, 공개 모집을 한 번 하죠?”

내가 뽑아둔 리스트에서 우리 팀에 관심을 보이는 녀석이 없으면, 인재를 직접 발품을 팔아서라도 발굴해야지. 별 수 있겠는가.

***

이제 정규리그 시작까지 그렇게 시간이 많이는 남지 않은 시점.

아직 기존의 팀과 재계약을 할지, 혹은 옮길 팀을 찾고는 있으나, 아직 적당한 팀을 찾지 못해 고민 중인 선수들에게 선택이 강요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타 팀에 연습경기로 몇 번 참가하여 합을 맞춰봤는데, 영 별로여서 팀 측에서 거절했거나, 혹은 마음에 들었어도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 결렬된 경우라던가.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찌되었든 이 시점에도 아직 팀을 정하지 못한 선수들이 꽤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 시점이 되면 이젠 연습 경기를 잡기도 모호하고 하니, 합을 맞춰보고 꼼꼼히 따지며 서로 계약하기 보다는, 인맥이나 서로의 이해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런데 PER은 1부에선 신인이니까…… 인맥은 없고…… 남은 건 아직 적당한 팀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이랑 이해관계가 맞는다는 것 정도인가.’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뽑을 생각은 없었기에. 김성준에게 주문한 것이 있었다.

‘따로 가벼운 테스트가 있다는 것을 고지할 것.’

그리고 그 테스트의 결과에 따라서 기존에 제시했던 조건보다도 더 좋은 조건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뭐…… 아마 2부에서 김유현을 뽑을 때랑 좀 유사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기준으로 뽑게 창현아?”

옆에서 서류를 두들기며, 아래 훈련실에 모인 지원자들의 인적사항을 보는데 이종규가 말을 걸어왔다.

“기준…… 뭐 뻔하죠. 하나는 그냥 혀를 내두를 만큼 그냥 잘하던가. 아니면 능력이 좀 모자라도 저희 팀에서 특수한 전략성을 가질 수 있는 선수던가.”

“전략성인가? 그런데 그걸 어떻게 판단하게. 그거 알아보려면 못해도 연습경기정도는 가져서 팀 합을 맞춰봐야 하는 거 아니야?”

뭐,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종규의 말이 정론이긴 하지만, 지금은 시간도 별로 없었으니까.

‘여차하면 [꿰뚫는 눈]으로 보고 판단하면 된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고 있는 동안, 남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첫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

꼬였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이번 이적시즌에 느낀 점이었다.

계약기간도. 계약하려고 마음먹었던 팀도. 모조리 꼬여버렸다.

‘원래 영입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팀에서 다른 사정이 생겨서 못 뽑는다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최상위권 팀도 아니면서 비싸게 굴긴 비싸게 굴어요.

차준규는 다른 팀이나 들어가서 능욕을 해 주리라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뭐, 난 오라는 팀이 많으니까.’

오늘 온 이 팀. PER도 딱 자신 같은 선수들을 보고 이렇게 모집 공고를 낸 것이 아니겠는가?

“야…… 때깔 하나는 참 좋네. 외국 자본을 들여왔다더니.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이야? 팀 순위는 나빠도 복지도 좋고. 페이도 좋고. 팀 시설도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실제로 들어간 후에도 나빠 보이는 것은 전혀 없었다. 깔끔한 시설과 안내해주는 친절한 안내인까지.

‘테스트를 치라는 건 좀 마음에 안 들긴 하는데.’

으레 뭐, 이런 거야 통과 의례 같은 게 아니겠는가?

어차피 이런 것들은 선수 프로필을 보고. 대충 어느 정도 결정이 나기 마련이었다.

나 차준규. 나름 상위권 팀에서 있었는데, 1부 짬이 이렇게 있는 노련한 선수를 탐내지 않을 리가.

게다가 뭐…… 1차 테스트가 PER팀원들과 1대1 이라던데. 우습지도 않다. 이제 막 1부에 올라온 비리비리한 애들이 뭘 안다고.

거기서 이제 나름 짬을 먹은 내가 딱. 이제 선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면 좋겠지.

그럼 이제 어서옵쇼 하면서 냉큼 좋은 조건을 내밀면서 받아줘야 정상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2층의 연습실로 향했다.

들어서자 대기실에는 꽤나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열 댓명 정도로 보였다.

‘쯧쯔…… 그렇게 많이 뽑진 않을 텐데. 이 녀석들은 아쉽게 됐네.’

대부분은 차준규가 모르거나, 알더라도 자신보다 순위가 낮은 팀에 속한 녀석들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타자로 차준규가 연습실로 들어갔다.

1대1 테스트라고 들었기에, PER 선수 한 명이 대기 중일 줄 알았는데, 상상과는 약간 달랐다.

앞에 띄워진 모니터에, 3번의 기회가 있으니, 차분하게 1대1을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3번? 뭐 저번 헌터스 데이 때 화제였던 구단주 녀석이라도 나오는 건가. 그 녀석은 조금 까다로울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구단주에게 직접 눈도장을 찍고. 팀에서 실세가 되는 최단 루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열었는데, 상대편 쪽에 있는 건 의외의 상대였다.

“뭐야. 이성태? 네가 왜 여기에…….”

“문답무용.”

이성태는 더 이상 한 마디도 없었다.

그저 매서운 이성태의 창이 쇄도했을 뿐이었다.

***

‘크으윽…….’

손쉽게 통과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이성태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당황했다.

‘원래는 상위권 팀에 있던 녀석인데 왜 이런 곳에…….’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3번의 기회가 있다고 했고, 상대하는 3명 역시 모두 다른 모양이었으므로.

하긴, 괜히 3번이나 기회를 줄 리가 없지. 아마 이성태는 외부에서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빌려오든가 한 것이리라.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차준규는 자신의 힘을 보여주리라고 마음먹었다.

‘뭐, 이번엔 아마도 틀림없이 원 PER녀석들이겠지. 양심이 있을 테니까.’

솔직히 나 정도면 경력만 봐도 그냥 뽑아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긴 했다.

이 정도의 1부 짬이 있는 선수는 그 경험이나 연륜에서 나오는 오더 뭐…… 그런 알게 모르게 끼치는 영향력이? 어? 있지 않은가.

지표나 압도적 무력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팀 경기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음. 그런 것들.

그러니 아마 아까 패배가 있긴 해도 가산점을 쳐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대로 하겠다고 마음먹으며, 다시금 문을 열었다.

이번에 안에 있던 상대는……

‘이기……어검?’

검을 일곱 자루나 둥둥 띄워 둔 채, 한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쟤 솔로 랭킹전 1자릿 수인 검에 미친 놈 아니야? 쟤가 PER이었어?’

아무래도 이번 시험은 순탄하게 끝나지 않을 모양이었다.

***

“…….”

순식간에 꼴사납게 두 번이나 패배해버렸다.

하지만 결코 이건 내 잘못은 아니었다.

헌터스 리그라는 게 모든 선수가 무력이 좋아 1대1 상대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니까.

PER이라고 얕봤는데, 꽤나 나름의 저력이나 준비성이 있는 듯 했다.

‘암. 그래도 내가 들어갈 팀이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하위권에만 쳐박혀있으면 내 위신이 안 살 테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겠네.’

자고로 면접이나 테스트라는 것은, 지원자가 평가받는 것만은 아니다.

그 면접의 수준이나, 테스트의 수준을 보며 지원자도 평가자를 판단한다.

그런 이야기다.

‘이 정도면 내 선에서는 합격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 페이랑 복지만 좋다고 내가 들어가지는 않는데 이 정도 준비했으면 칭찬해주마.’

그럼 이제 진짜 마지막 문을 들어갈 차례였다.

이젠 이성태나, 검에 미친 놈이 다시 나와도 대비할 수 있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전투태세로 임했다.

‘이게 진짜지. 처음부터 막 열 내면 나만 바보니까. 상대 측도 이러라고 세 번의 기회를 준 거 아니겠어?’

이제 방심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방심하지 않는 자신. 차준규는 강하다.

그걸 다시금 생각하며 방 문을 또다시 열었다.

이번에 방 안에 있는 것은……음.

‘모르는 사람이군.’

좀 어렵게 해서 다 패배시키더라도 변별력 있게 가르려는 의도가 있을 테니. 그 좀 친다 하는 구단주가 나온다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듣기로는 실제로 저번 2부 때는 구단주가 직접 나섰다는 소문을 들었었기도 하고.

하지만 결코 그 녀석의 얼굴은 아니었다.

멀뚱멀뚱 검 하나만 들고 있는 게, 그리 강해보이는 녀석도 아니었다.

‘하긴…… 그럼 그렇지. 이제 막 1부에 올라온 팀이 모든 멤버가 수준이 높을 수가 있나.’

아는 정보라곤, 오른쪽 가슴에 단 명찰에 보이는 이름 뿐.

‘김도준? 들어본 적도 없는 녀석이네.’

아무래도 앞선 두 방은 그냥 PER에서 힘자랑을 하고 싶어서 보낸 거고.

이게 진짜 PER의 시험이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되면 또. 멋지게 통과해 줘야지.’

차준규가 김도준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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