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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76화 (176/270)

176화 여정의 마무리

대기실은 정적으로 물들어 있었다.

잔상이 수도 없이 보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노아를. 아무리 가상으로 구현된 표적이라고는 하나 맞추는 데 성공했다고?

여기서 그게 가능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저 무기는 대체…….”

순식간에 대기실은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그리고 깜짝 놀란건 미국 헌터들뿐이 아니었다.

“방금…… 봤어? 분명히…….”

“응. 봤어. 탄환이라기엔…… 레이저 같은 것에 가깝겠지. 국제 리그에서 관람했던 에단의 공격 같은…….”

이창현의 능력. [마도공학무기변환]은 알고있었으나, 기껏 본 무기라고는 검, 저격총, 쌍권총. 저스틴과 싸울 때 보여 줬던 방패 정도였을 텐데.

이번에는 그 궤가 달랐다.

마치 영화에서 꺼내온 듯한 첨단무기를 보는 느낌이었으니까.

“저걸 저런 식으로 돌파한다라…… 저 능력은 대체…….”

심리전도, 공간의 제약을 걸 수도, 협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면.

거기에 아무리 빠른 탄환을 쏴도 보고 피하며, 예상 못 할 궤도까지 피해 낸다면.

……보고 피할 수 없는 탄환을 쏜다면 그만인 문제였다.

‘물론 그런 게 가능하리라고 전혀 생각치는 못했지만…… 저 능력. 가볍게 봤는데 가능성이 어마어마하군.’

단순히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정도의 어드밴티지가 아니었다.

물론 마나라던지, 기술적인 문제라던지 그런 제약이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상상력에 따라 구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변수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굉장했다.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구나…….’

몽환의 궁전 때에 이어, 저스틴과의 대결.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완전히 이창현을 잘못 알았다는 사실을.

녀석을 정의하기엔 작은 약소 국가 리그의 유망주 헌터따위도, 특별한 재능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활약하는 인재 따위도 적절하지 않았다.

그냥, 단지.

“무엇을 예상하던 그걸 뛰어넘는 녀석이군.”

이창현은 레논이 상정한 밖의 무엇이었다.

***

마나 입자가속기.

다른 수많은 무기, 전략. 심리전. 그리고 동료를 활용하는 영리함까지. 그 모든 것을 봉인한 후에야 발견한 무기였다.

‘마나 입자가속기라…… 내가 생각해도 상상외의 것을 만들어 버렸나.’

지금껏 PER의 팀원들을 가르치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말했으면서, 오히려 내가 부족한 상태였던 모양이었다.

‘아니……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지금까지 그걸 더 고민할 필요도 별로 없었고, 너무 상식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르지.’

검, 방패, 투척용 무기, 총까지.

전부 이미 존재하거나 일상화 된, 그런 무기들뿐이었다.

하지만 상상해 보면, 결국 위력적인 능력의 활용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윤한결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기어검이 최고의 공격력을 가지게 된 때가 바로 인간의 검술이라는 상식을 부수고 누구도 할 수 없는 이기어검술을 갖추게 되었을 때니까.

‘애초에 오디션 프로그램 때도, [마도공학무기변환]으로 빠루 따위를 만들어서 효과적으로 쓰기도 했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마나 입자가속기]가 그렇게까지 사기적인 무기는 아니었다.

‘마나소모가 장난이 아니네…… 원리를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마나소모도 엄청날 뿐더러, 그마저도 쏘아 낸 마나가 점차 깎여 나가 파괴력 자체는 무척이나 약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경우 표적이라 피하기만 할 뿐, 막거나 공격하지 않아 사용할 수 있을 뿐.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법한 무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물론 압도적인 변수 창출 능력과 유연함으로 허를 찌를 순 있겠지만…… 공격 능력이 부족하다는 건 역시 아쉬운 부분인가.’

동시에 새삼 다시금 이와 비슷한 것을 어마어마한 크기로 계속해서 쏴 대는 에단의 괴물스러움이 느껴졌다.

뭐, [만개]를 개방하면 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지금과 달리 마나가 압도적으로 늘어나긴 하겠지만.

‘뭐…… 복기는 이쯤하고, 이번 건은 이대로 마무리 지어 볼까?’

어찌되었던 돌파할 수 있는 한 개의 구멍이 보이면 그 다음은 단순하다.

지금까지 표적을 맞출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 그건 단순했다. 어떻게 탄환을 쏘아 내던, 상대가 그걸 ‘보고 난 후에도’ 피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해진 지금. 첫 표적, 노아가 무기력하게 당한 것처럼 피할 수 없을 수밖에.

아니나다를까,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사냥의 시간]…… 아주 좋은 능력이지. 특히 적이 공격할 때, 체감 시간을 느리게 해 모든 것을 보고 최적으로 회피기동을 해내니까.’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유럽의 여제. 아나도 [마나 입자가속기]를 피할 순 없었다.

지잉 ㅡ!

그걸 볼 수 있는 순간은 이미 자신이 맞은 상황일 테니까.

이어서 나머지 다른 표적들도 하나하나 더 공략해 나가기 시작했다.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번쩍이며 나아가는 웨이도. 마치 유령과 같이 반투명한 모습으로 분신을 보이는 녀석도.

승리를 목적으로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닌, 단지 ‘맞추는 것’ 뿐이라면, 이 룰 안에서 이것만큼 강력한 무기는 존재할 수 없었으니까.

‘엄연히 표적을 맞추는 훈련인데, 너무 치트키를 써 버린 것이려나…….’

이런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역시나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아니면, 거의 순간이동에, 아무리 빠른 탄속의 탄환도 보고 여유롭게 피하는 녀석들을 어떻게 맞추겠는가.

그렇게 다섯 명 즈음 맞추었을 때, 어느순간 유물이 만들어 낸 공간이 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끝난 모양이었다.

사방을 감싼 어둠이 사라지고, 보여지는 것은 이창현의 훈련을 구경 온 수많은 미국헌터들이었다.

‘그나저나, 직접적으로 에단이랑 비슷한 상대가 나왔다면 오히려 재미있었을 텐데.’

아 그건 대놓고 표적을 너무 많이 맞출 테니 오히려 재미없었으려나?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런 것이야 어찌되었던. 나름 미국 헌터들이 가득한 곳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줬으니.

국제 리그에서 죽 쑨 한국리그의 위상을 높이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아직 본 게임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제 교류전이 열리기 전.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의미가 있으리라.

***

“키야~.”

레논이 보여 주기로 한 것들 대부분을 보여 주느라 하루종일 정말 여러가지의 일이 있었다.

표적을 아크로바틱하게 맞추는 모습을 보여 줬던 나를 시작으로, 윤한결의 1대1 가상 대련부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존능력이 뛰어나진 이연주의 활약까지.

물론 다른 PER팀원들의 활약은 첫 타자인 나 정도의 호응은 없었지만, 미국 헌터들 사이에서는 의외라는 기류가 흘렀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정이 끝난 이후. 레논을 포함해 지금 우리는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풀고 있었다.

“재미있는 하루였군. 특히 평소엔 무덤덤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칼을 휘두르는 녀석들이 놀라는 모습이 진국이었어. 늘 상상 이상을 해내는군.”

“그렇다면 좀 서운한데. [몽환의 궁전] 때도 그런 말 해 놓고선.”

내 투덜거림을 들었는지, 레논이 크게 웃었다.

달아오른 분위기에 들었던 말이었기에 그랬던 것일까.

“재미있는 걸 보여 주겠다고 해놓고, 실상 재미는 우리가 봤군.”

“저스틴이었나? 그 녀석이랑 싸울 때가 특히 진국이었지. 그때 도망가는 거 장난아니었는데. 낄낄낄“

갑작스레 저스틴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약속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녀석. 첫 날 그렇게 깨지고도, 표적 맞추기 할 때 안 될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더라고. 물론 그러다가 끝나고 나선 얼굴도 못 들었지만. 표정이 그냥…… 그때 네가 봤어야 했어.”

뭐, 그런 표정이야 워낙 많이 봐 왔기에 대충 예상은 갔다.

원래 그런 녀석들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게 헌터 생활 중 제일 큰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이번 훈련의 경우 끝나자마자 복기하느라 머리가 복잡해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건 그렇고. 이제 한국 리그로 돌아가는 건가? 한국 경기는 이제 더 이상 볼 것도 없을 텐데.”

우리가 여기에 머무르며 여러가지를 보고 배우는 동안, 국제 리그는 이미 끝나 있었다.

한국은 예선에서 탈락한 상태였으니까. 더 이상 경기가 남지 않았을 수밖에.

“아니면 공부 겸 다른 나라 팀들의 국제 리그 경기라도 보겠나? 자리라면 한 번쯤은 내가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확실히 좋은 제안이었다.

직접 관람이 쉽지 않은 국제 리그에서 이런 걸 보여 주는 건 상당히 어려운…… 새삼 레논이 우리에 대한 호감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국제 리그도 좋지만, 어찌되었든 지금 우리가 당장 바라보고 있는 무대는 한국 헌터스 리그 1부.

나는 모르겠지만, 아직 팀원들의 경우 국제 리그까지 도달하기엔 멀었다.

잡지 못할 먼 미래보다, 확실히 잡을 수 있는 현재를 우선해야 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말이지.

“제안은 고맙지만, 슬슬 돌아가야지. 국제 리그가 끝난 후에, 우리 팀은 첫 헌터스 리그 1부를 맞이할 테니까.”

할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3부에서 2부로 올라갈 때와는 달리, 이젠 어엿한 1부 팀. 한국의 주요 경기에 함께하는 팀이었다.

충원할 수 있는 인재 풀도, 팀이 가지게 되는 명성도 점차 달라지리라.

팀의 전력이 상당히 강해졌다고는 하나, 둘러보고 정비할 곳이 많은 상태였으니. 특히 감독 겸 구단주의 입장으로서는 빨리 돌아가는게 맞았다.

무엇보다, 첫 시즌인 만큼 확실한 임팩트를 줄 수 있도록, 미리 경기를 확실하게 준비하고 싶었다.

다른 1부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슬슬 다른 팀들에 대한 연구와 분석도 필요한 시점이었으니까.

‘물론 회귀 전, 로열로드를 걸었을 때 이미 다 한 번씩 밟고 올라갔던 팀이지만…….’

그때의 시야와 지금의 시야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그리고 벗어나 더 크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걸 안 지금은 조금 더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쉽다는 듯이 볼 필요는 없어. 당장 이번 국제 리그가 끝나고 있을 국제교류전에 우리 팀이 반드시 나갈 테니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보게 될 거야.”

“하핫. 그런 건가.”

레논이 날 보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그럼 한 번 시원하게 한국 리그를 박살 내고, 국제전에서 보자고. 기대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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