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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73화 (173/270)

173화 유물이 보인 것

막을 수 없는 탄환을 맞고 쓰러진 저스틴.

당연하지만 나는 멀쩡하게 서 있었다.

이걸로 이번 내기는 끝이었다.

아마 일반인이 보기에는 정말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보일 만한, 그런 모습이 연출되었을 테니. 꽤나 만족스러웠다.

‘뭐…… 실제로는 저스틴의 일격필살도 나쁘진 않긴 했어.’

찰나의 순간 찌르는 속도는 정말이지, 흔히 볼 수 없는 수준의 속도였으니까.

헌터끼리의 싸움. 능력이나 육탄전, 도구를 사용한 전투들은 대부분 전조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렇기에, 헌터스 리그 선수들은 상대의 움직임이나 흐름에 따라 공격을 예측하는데…… 저스틴의 그 일격은 그런 게 전혀 없었으니까.

그야말로, 모든 걸 속인 일격.

아마, 나도 [마도공학무기변환]이 없었다면 반사신경으로 반응하려 해도 막을 방법은 없었으리라.

‘과연…… 미국 최일선의 헌터 중 한 명이라는 거겠지.’

그렇게 짧게 경기를 복기하고는, 바깥으로 나갔다.

생각해 보니 반응이 조금 궁금했다.

어찌되었건, 저스틴은 나름 미국의 헌터를 대표해서 나와 붙은 것일 수도 있는데. 어쩌면 싸움을 더 걸어오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아니면…… 오히려 좋아해 주려나?’

긴가민가한 마음에, 바깥으로 나서는데 아니나다를까 환호성이 들려왔다.

“전투도 전투 능력이지만, 그 어두컴컴하고 마나로 아무것도 탐지할 수 없는 칠흑의 동굴을 그렇게 집 드나들 듯 나오다니. 대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어이. 그런 능력들은 개인의 자산인데 말해 줄 리가. 어쨌거나 능력은 재능의 영역이지만, 돌파할 때, 공중을 활보하는 마나장비 활용능력이 일품이더군. 혹시 어느 헌터에게서 배웠는지 물어봐도 되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적의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소년처럼, 마구 질문을 해 왔으면 해 왔지.

그 모습에 어째서 미국이 헌터스 리그에서 상위권을 계속 차지할 수 있는지. 강한 헌터 인력을 보유할 수 있는지 어렴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탐욕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더 나은 것. 그걸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궁금해하는구나…….’

어쩌면 내 모습과도 어느 정도 닮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나는 최근 능력을 개발하기보다는 되찾는 쪽이지만.

“따로 누군가에게 배우진 않았습니다. 유명한 헌터들의 영상을 보거나, 혹은 스스로 연구했을 뿐. 미국에 남아 있는 일정 동안 찾아오시면, 한 번 정도는 상대해드릴 수 있으니, 흥미가 있으시다면 따로 찾아오시죠.”

분명 저 녀석들도 저스틴처럼 나름의 한 수를 숨기고 있겠지?

한국의 헌터들과는 분명 또다른 무언가의 능력을 체험하고, 그로 인해 자극받아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두근거렸다.

순식간에 북적이는 축제 분위기에 레논이 머쓱거리며 다가왔다.

“또 이겨 버렸구만.”

“재미있는 걸 보여 주시겠다고 하시더니. 나름 재미있는 구경이었네요. 확실히.”

아마 레논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경험.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한테 한정된 이야기였고 끝내야 할 이야기가 더 있었다.

“그런데…… 아마 이렇게 하려고 하신 건 아니겠죠? 그럼 다른 재미있는걸 보여 줄 게 있다는 이야기 일텐데. 슬슬 저희 팀원들도 궁금해할 텐데 뜸은 그만 들이고 보여 주시는 게.”

아무래도 이 시설을 보여 주고, 조금 체험시켜 주려는 모양이었는데. 나름 이런 분위기에, 레논의 체면도 세워 줬는데 그 정도로 만족하기에는 한참 부족하지.

나는 레논이 딱히 뭔갈 더 준비하지 않았다는 걸 느꼈음에도, 계속 이렇게 몰아붙였다.

마침, 레논 쪽에 보이는 윤한결에게 눈치까지 줘 가면서.

다행히 눈치가 느린 녀석은 아니었기에, 윤한결이 내 눈짓을 보곤 합세했다.

“와…… 근데 확실히 신기한 게 많네요. 한국이랑 달리 단순한 훈련 시설이 아니라는 게 막 느껴지는데. 미국이 헌터스 리그 세계랭킹이 높은 이유가 있었네요.

여기서 좀 체험해 보거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은 없나~ 기왕이면 멀리서 여기까지 왔으면 조금 정도는 맛보면 좋을 것 같은데…… 아니면 여기까지 온 보람도 없고…….”

약간 노골적이긴 했지만, 괜찮겠지.

레논도 그 말에 부담을 느꼈는지, 새로운 제안을 해 왔으니까.

“흠. 흠……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미국의 시설들을 조금 보여 주는 수밖에. 그렇지만 내 마음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건 아니라, 허가받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한국에선 보기 힘든, 유물을 이용한 훈련 시설들도 있으니까, 잔뜩 기대하라고.

오늘은 짐이나 풀고 푹 쉬도록 해.”

빙고 ㅡ.

그럼, 기왕 온 거 뽕을 뽑아 볼까.

***

과거 탑이 생겨나고 나서, 새롭게 생겨난 가장 큰 문제는 중립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각성자가 생겨나고, 헌터가 생기면서 그런 문제들보다는 탑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더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건 당연하게도 유물.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알 수 없는 메커니즘으로 무언가를 이뤄 내는 권능을 가진 물건.

그것이 등장함으로 인해 판도가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 세계 굴지의 유명 건축 기업은 아랍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지어 내며 명성을 퍼뜨렸지만. 현대에는 탑에서 발견된 부유 유물로 공중을 떠다니는 빌딩을 만들어 낸 건축 기업의 건물이 제일 유명했다.

강력한 유물 하나가, 여러 가지의 성패를 좌우했다.

그렇게 유물의 가치가 점차 커지고, 온갖 실생활에 사용되는 가운데 헌터계에서 사용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것까지 있을 줄이야…….’

저스틴과의 대결을 겪은 다음 날. PER의 팀원들은 레논의 안내를 따라 연습시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유물을 사용하면 현재의 자기 자신보다 딱 한 단계만 높은 AI?같은 거랑 싸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래. 어떻게 이런 기막힌 우연의 일치가 있나 싶긴 하지만, 지금까지 헌터의 성장을 위해 쓰였던 어떤 유물보다도 가치 있다는 평을 듣고 있지. 비슷한 수준의 다른 유명 유물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 어때. 한 번 해볼 사람 있나?”

기다렸다는 듯 뛰어드는 윤한결과 이정훈.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아마 여기에서 겪는 훈련은 한국에 다시 돌아가 1부 리그를 치루는 동안 큰 자산이 되겠지.

“……그나저나 어제 미국 헌터랑 창현이가 대결한 게 그렇게 엄청났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최신식의 훈련을 체험해 보는 동안, 김도준이 뜬금없이 물어왔다.

“그러고 보니, 너 어제 그 때 어디 갔었냐.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건…… 음. 나도 이곳저곳 좀 둘러보느라.”

김도준이 혼자서 둘러볼 만한 곳이 있었던가. 그런 생각도 잠시. 이번엔 내게도 꽤 흥미가 있는 훈련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있는 이 중앙에 올려진 구를 만지면 사용할 수 있는 유물이다. 원래의 용도는 모르겠지만, 여기선 훈련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

“구를 만지면 어떻게 되죠?”

“만진 사람에게만 보이는 수많은 표적이 나타난다고 하더군. 많은 원거리 딜러들이 연습하는 장비 중 하나다. 영점 조정에 큰 도움이 된다던데…… 난이도가 악랄하기로 유명하지. 자네라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

“똑같이 총을 쓰는 에단이 이 유물에서 나타난 수많은 표적 중 겨우 3개 밖에 맞추지 못했다고 하니…….”

그건 좀 놀라웠다.

아무리 에단이 정밀한 저격보다는, 레이저 빔에 가까운 무언가를 쏘아 내는 헌터라고 하더라도 과거에 직접 싸워 본 나는 알았으니까.

‘저격의 정밀함, 반사 신경. 그리고 궤도조정까지…… 나 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표적을 겨우 3개밖에 맞추지 못했다고?’

“한번 해보겠나?”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

이창현이 유물이 모셔진 훈련시설로 몸을 옮기고, 나머지 팀원들은 멀찍이 뒤에 서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 아저씨. 그런데 그 표적이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에단 같은 헌터가 3개 밖에 맞추지 못한 거야?”

한지수의 눈에는 아직도 저번에 봤던 LTD대 블랙호크의 국제리그에서 위성병기 같은 위용을 보였던 에단의 발포가 아른거렸다.

‘거의 한 면을 덮어 버릴 정도의 굵기와 범위로 날아가는데. 그걸 못 맞춘다고?’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으니까.

그 말에 레논이 뭔갈 빼뜨린 걸 알았는지, 뒤늦게 말했다.

“아, 내가 표적에 대해서 설명을 빼먹었군. 훈련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표적으로 등장하는 건 훈련 당사자가 상대해 본 가장 강한 무언가가 나온다고 하더군.”

“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에단쯤 되는 헌터면, 세계 탑급의 헌터이니 그만큼 맞수도 많겠지.

그런 것들이 적수라면 쉽사리 맞추지 못하는 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그럼 이창현이라면 표적이 뭐가 나오려나…… 최근에 싸우면서 마나전개까지 사용했던 강준혁 선수? 아니면 이근택 회장님?’

보는 입장에서도 꽤나 흥미진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한지수뿐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걸까.

아니면 어제 저스틴과의 대결이 있던 이후로 PER일행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인원이 많아졌던 것일지.

훈련시설에서 훈련하던 미국의 헌터들이 잔뜩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어제 저스틴을 때려눕힌 녀석 아니야.”

“유물을 보는 눈이 제법 있네. 덕분에 좋은 구경하게 생겼어. 그런데…… 저번에 에단이 왔을 때도 망신당했었지?”

“근데 솔직히 우리가 이렇게 써서 그렇지 이런 훈련 용도로 쓰라고 만들어진 유물 같다는 생각은 안 들어. 그렇지 않아?”

어제에 이어 오늘은 또 이창현이 무슨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하는 듯.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분위기였다.

“아, 그 사람이 아는 가장 강한 무언가가 나온다고 해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기는 해. 말 그대로 ‘표적’ 이라 피하기만 할 뿐, 공격하지는 않으니까. 맞출 수 있기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테니. 그나저나 저 녀석이 겪은 가장 강한 상대라니. 그건 좀 나도 궁금하군.”

레논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창현 쪽에서 무언가 강한 파동이 느껴졌다.

‘이제 시작인가……!’

너머에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인지. 그 궁금증에 다들 숨죽이고 집중하려는 순간, 레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참고로 에단의 표적으로 나왔던 것들은, 중국 선수 두 명. 그리고 같은 블랙호크의 선수 세 명, 미국 헌터 두 명이었어. 다 유명헌터지. 에단이 제일 자주 만나는 선수들이기도 하고.”

그 말에 각자가 이창현의 상대로 나올 자를 예상하는 동안.

실제로 눈 앞에 나타난 사람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이창현이 표적 중 끽해야 한두 명밖에 못 맞추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것보다……

‘이창현이 저 사람을 상대해 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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