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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71화 (171/270)

171화 상대방의 무대에

“저스틴이 여기서 제일 잘하는 종목이 뭐죠?”

내가 대놓고 물어보자, 실내의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벌어질지 모두 예측한 듯.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여기는 것이리라.

“창현. 저스틴을 우습게 보는 건 좋지 않아. 아무리 자네라도 상대는…….”

레논은 내 말에 꽤나 놀랐는지, 나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내가 물어본 상대가 재미있다는 듯 답해 줬기 때문이었다.

“저스틴이 제일 잘하는 종목이라…… 험한 녀석이어도 헌터로서는 꽤나 제대로 된 녀석이란 말이지? 녀석이 제일 잘하는 종목은 ‘답파미션’ 이다.”

헌터스 리그 종목으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유형이었다.

그야, ‘답파미션’이라고 함은 탑의 특정 층까지 한정된 자원으로 탑을 단신으로 오르는 미션이었으니까.

주로 대인전보다는 중립몬스터와, 지형에 따른 대응능력. 그리고 임기응변 능력이 중요한 탐험가적인 능력이 중요한 훈련이었다.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저스틴이 두각을 드러내는 종목을 말한 녀석도 이걸 받아들일지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헌터스 리그를 하는 선수에게 ‘답파미션’이라니. 많이 생소하지? 그나마 헌터스 리그와 비슷한 걸 추천해주자면…….”

“아니, 필요 없습니다. 그걸로 하죠.”

“창현!”

레논은 나름 나를 걱정해 주었던 것일까? 말리려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만개]의 수준이 끌어올려진 지금. 이미 가진 힘은 어느 정도 확인이 끝났다.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 조차도.

‘저번 LTD와의 연습경기…… 그리고, TAM과의 1대 7. 그걸로 영점조정은 끝났다.’

타지에서 겪은 모욕을 가만히 감내할 만큼, 약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어차피 이제 국제 교류전이나 국제 리그에 나가게 될 텐데. 시험 삼아 외국의 헌터를 상대하는 건 꽤나 좋은 기회 아니겠는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저스틴과 나는 각자 준비에 들어갔다.

***

이런 일은 일상 중에 흔치 않은 볼거리라 그런 것일까. 이창현과 저스틴의 대결을 지켜보려고 대기 중인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그중 모여 있는 PER의 팀원들과 레논. 그 사이에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가 오갔다.

“아저씨, 이 대결…… 어떻게 보시나요? 아저씨도 저번에 [몽환의 궁전] 에서 보았던 것처럼 창현이 형의 저력이 나오겠죠?”

이정훈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레논에게 물었다.

명백히 기대하고 있는 듯한 어린 아이의 눈빛.

하지만 레논은 그 눈빛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창현. 그 녀석이 뛰어나고, 특별한 녀석이라는 건 인정한다만…… 그렇다고 해서 저스틴의 시비를 받아 준 건 너무 무모했어. 내 잘못이다. 평소처럼 대충 무시하는 게 좋았을 것을…….”

“에이, 창현이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겠죠. 그나저나, ‘답파미션’이라니 그게 뭐에요? 정확히 좀 설명해 주세요.”

옆에서 듣고 있던 윤한결이 거들었다.

“그 말 그대로다. ‘답파미션’은 정해진 시간동안, 탑을 오르는 미션이지.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느냐.

중립 몬스터나 돌발적인 상황에서 마주하는 적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식량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등등…… 전투에 집중한 헌터스 리그의 헌터보다는 탐험가적 성향을 평가하는 경향이 짙은 미션이지.”

요점은 단순했다.

이창현이 올라간 무대가, 완전히 상대방의 무대라는 것. 그렇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

“…… 그럼 창현이 형한테는 승산이 없는건가요?”

레논의 말을 듣던 도중, 이정훈이 걱정되는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얼마 전에 봤던 LTD와 블랙호크의 경기가 생각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에게 유리한 싸움인데다가…… 솔직히 말해, 미국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체급이 높은 걸 감안하면…… 승산은 없다고 봐야겠지. 전에 내가 그를 보고 무모하다고 착각했던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엔 진짜로 무모한 싸움이네.”

그렇게 비관적인 이야기가 나오던 찰나.

그 말에 윤한결이 이견을 제시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마 다 계획이 있을 테니까.”

깊은 신뢰가 보이는 듯한 눈빛에, 레논은 깜짝 놀랐다.

오늘 한국대 미국의 국제 리그 경기를 보고, 리그 간 수준차이를 느꼈을 텐데. 거기에 무대까지 저스틴의 무대인데 이렇게 말할 수 있다니.

아마 무언가 확신할 만한 능력이나 전술이 준비된 건 아닐지. 레논은 눈을 크게 떴다.

“혹시, 뭔가 들은 거라도?”

“아닙니다. 다만…….”

하지만 윤한결에게서 들려온 답은, 레논이 기대했을 만한 답이 아니었다. 애초에 종목부터 대결까지 지금 막 정해진 것인데,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윤한결이 깊은 신뢰로 이 경기를 지켜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논은 그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만…….”

“다만, 창현이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것들을 생각하면. 전혀 질 것 같지는 않아요.”

윤한결의 머릿속으로 과거 함께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오디션 프로그램.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나머지 전원을 사살했던 말도 안 되는 탈락미션.

이근택을 이기고, 3부를 이기고. 이젠 아예 1부에서 강준혁과의 동수. 1대 7을 벌여 이기는 기행까지.

“창현이는 지는 모습이 상상되는 녀석이 아니니까.”

그런 녀석이 아무리 미국 헌터라고 한들, 1대1로는 어떻게든 질 리가 없지 않겠는가.

***

시끌벅적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훈련시설 내부로 들어갔다.

‘과연 직접 탑에 들어가는 헌터들이 연습하는 시설이라는 건가.’

다양한 팀의 홈을 둘러본 나로서도 놀랄 수밖에 없는 시설이었다.

일반적인 수준의 시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실제 탑을 구현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

아마, 유물이나 마나장비를 특수하게 구현해 실제 탑과 비슷한 느낌을 준 것 같았다.

‘그나저나 답파미션이라…….’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종류의 훈련이었다. 하지만 회귀 전 헌터스 리그를 하며 헌터의 기원이나 탑에 대해 공부했기에, 대충의 룰이나 원형은 알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중립몬스터와 지형지물의 방해를 돌파하고 시간제한 내에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미션……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탐험미션이다.’

하지만, 여기엔 맹점이 하나 있다.

바로 여러명이 동시에 ‘답파미션’을 할 때 서로 방해하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헌터스 리그의 기원 자체가 탑에서 탐험을 할 때, 유물을 두고 싸우던 헌터들의 풍습을 스포츠화 한 것이었으므로. 답파미션 또한 그런 요소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물론 혼자서 답파미션 기록을 낼 때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겠지.’

즉, 싸움으로 몰고 간다는 선택지도 고려하는 것이 좋으리라.

그렇게 이번 대결의 전략을 고심하고 있던 찰나. 옆에서 저스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쫄아서 몸도 풀어 두지 않는 건가? 지고 나서 핑계를 대는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군. 애송이라고 봐주지 않으니, 어디 한 번 열심히 해 보라고.”

그 비꼬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답파미션‘이 시작됐다.

***

‘멍청한 녀석…… 하필이면 해도 답파미션으로 대결을 신청하다니.’

이창현이랬나? 그 녀석의 오만함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저스틴은 자신이 답파미션에서 미국 헌터도 아니고, 한국의 헌터. 그것도 헌터스 리그의 헌터에서 진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의 근거는 실제로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경기 시작 후, 저스틴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높이를 헤아릴 수 없는 높은 천장을 지닌 캄캄한 동굴이었다.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의 빛조차 없기에, 무척이나 깜깜한 동굴.

제아무리 뛰어난 헌터스 리그의 헌터인들, 이런 급격하고 예상 못 한 상황에 어떻게 할 지 몰라 발이나 동동 구르겠지.

하지만 저스틴은 놀랍게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아니. 이 지형이 아예 몸에 익은 듯 어디론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스타트 지점은 [칠흑의 동굴]인가. 그럼 다음 층은, 위대한 수로. 그리고 그 위 층은…… …… . 익숙한 곳이구만. 중립 몬스터를 피해 가는 루트는 이미 알고 있으니 상관없다.’

빠르게 이어지는 익숙하고도, 고도로 체계화된 저스틴의 사고.

그 사고는 끊기는 일 없이 끝까지 이어졌고, 이윽고 자신이 승리하는 모습까지 예상이 가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 녀석. 내가 층을 한참이나 답파 해, 끝낼 동안 이 동굴의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는걸?’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국제 리그 본선 목록에도 없는 한국의 헌터인데, 건방진 데다 오만한 녀석.

거기까진 내가 이기더라도 큰 이득은 없다.

하지만, 그 녀석은 레논이 상부의 허가까지 받아 데리고 온, 나름 레논이 입증한 녀석.

그 녀석을 지금 이 많은 미국 헌터 앞에서 참교육한다면 어떨까.

‘레논의 위신은 땅에 쳐박히겠지.’

더욱이 레논이 다시 탑을 답파하는 헌터로 복귀하지도 못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레논의 입지는 줄어드리라.

그리고 그 생각이 실제로 입증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출구가……보인다.”

이미 지리를 다 외우고, 중립 몬스터 출현 지역과 동선을 꿰고 있어 그걸 무사히, 그리고 완벽하게 피해냈다는 증거가 그 앞에 보였으므로.

이미 어둠에서 헤매고 있을 그 녀석과는 거리가 벌어져도 한참 벌어졌으리라.

이런 지식은 탑에 들어가는 헌터로서의 경험과 꾸준한 단련으로만 나올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으므로.

“자…… 그럼 이제 위대한 수로.”

거대한 공동을 벗어나 이름 모를 양식으로 건축된 거대한 수로가 나타났다.

랜덤으로 배정된 첫 층을 답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거의 8분 14초.

‘심지어 오늘은 내 베스트 기록인가.’

이걸 따라올 수 있는 녀석이 있을 리가.

아마 이젠 여유롭게 움직여도 녀석을 앞지르다 못해 현격한 차이를 굳힐 수 있으리라.

그렇게 안심하면서 다시 슬슬 나아가려던 찰나.

이제 수로를 향해 가려는데, 앞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위대한 수로]에 인간형 중립몬스터가 나왔었나?’

아니. 그런 건 듣지 못했다. 심지어 여긴 중립 몬스터가 출현하는 지역도 아닐 텐데……

그럼 저건 대체……

고민이 잠시간 이어졌다.

‘답파미션’은 중립몬스터를 되도록 피해 가는 것이 정석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저 곳을 지나가지 않으면 수 시간을 손해 볼 가능성이 컸다.

그런 생각에 인영이 있는 곳으로, 저스틴은 나아갔다.

‘뭐, 중립몬스터 하나쯤이야. 녀석이랑은 이미 거리가 많이 멀어졌을 테니…… 한 놈쯤 해치우고 가도…….’

하지만 그 순간.

저스틴은 처음 느낀 그 이상한 감각의 정체를 눈치챌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인간형 무언가 따위가 아니었다.

중립몬스터 따위도 물론 아니었다.

절대 자신을 앞서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창현.

그 한국의 헌터스 리그 나부랭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오래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하품을 쩍쩍 하면서.

“아, 이제 왔나? 나름 정통 헌터라고 뻐기던…… 음…… 댁 이름이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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