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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70화 (170/270)

170화 잘하는 종목

다들 이창현과 함께 레논을 따라간 것과 다르게 김도준은 오스틴을 따라 마나공방에 들어서 있었다.

한국 모라스공방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규모는 작은 공방.

하지만, 그곳에 걸려 있는 마나장비. 그리고 무기들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것들이 잔뜩이었다.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 하나하나 더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내 공방이 그렇게 신기한가?”

“공방…… 사실 공방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공방마저 특별하군요. 사실 저는 오스틴. 당신의 팬입니다.”

“알고 있어요.”

오스틴이 웃으며 김도준에게 말했다.

“내 팬이 아닌데, 팀원들도 안 따라가고 나한테 말을 걸면서 끈질기게 따라붙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오스틴은 그 말을 하면서도 머리에 거대한 용접용 마스크 비스무레한 걸 쓰고는 무언가를 계속 만들었다.

“내 어디가 그렇게 좋았나요? 스포츠 신문에선 날 비겁자라면서 욕하기 바쁜 것을. 자네도 참 특이한 사람이군...”

“당신같은 비겁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그런 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들뿐이에요.”

김도준이 계속 눈을 빛내며 말했다.

“당신이 블랙호크를 이길 때 썼던 그 마나장비나, 마나 프로텍터 전술 같은 것들은 헌터스 리그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구요.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블랙호크를 이겼을 때라…… 그것도 참 오래 전이구만. 그나저나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그런 것까지 알고 있다…… 자네도 참…… 열심이군요. 그래, 그럼 한 번 여기 와서 이번에 새로 시험해 볼 마나 장비를 같이 봐보겠나요? 열렬한 팬인데 함께 작업물을 시험해 보는 것도 즐겁겠군요.”

“오…… 그래도 되나요?”

그 말에 오스틴은 만지작거리던 마나장비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마나장비의 효용이 드러나려면 상대도 그만한 힘이 있어야 하는 법. 자네가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군요.”

***

한편, 김도준을 제외한 모든 PER팀원들이 따라간 레논 측에서도 놀라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어때, 이런 건 본 적 없지? 이 정도면 좋은 걸 보여줬다고 인정해 주려나?”

레논을 따라간 PER의 눈앞에 펼쳐진 것.

그건, 다름 아닌 아주 거대한 훈련장이었다.

한국의 헌터연합훈련소와는 또 다른. 그런 것이었다. 마치 거대한 격납고를 연상시키는 듯한 엄청난 높이의 천장. 그리고 시원하게 뚫린 공간.

그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교류하고 말하고 있었으며, 거대한 여러 개의 방이 있어 그곳으로 들락거리거나 했다.

미국 헌터들과 한 판 떠볼 수 있는 기회가 오려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레논은 진짜 순수하게 견학시켜 주려고 부른 것이라는 느낌이었기도 하고.

다만……

‘하나같이 일반인 느낌이 나는 사람은 없군…… 단순한 팀이 아니라는 건가.’

회귀 전에서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하긴, 천조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인데 이렇게 많은 각성자들이 모여 있는 이런 특별한 훈련시설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물론 그게 일개 팀 하나에 붙어있다는 건 좀 놀랍지만.’

헌터스 리그는 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이 7명. 그렇기에 벤치멤버를 포함해 봤자, 구단의 인원수가 그리 많을 일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인원으로 봐선……

“레논. 당신의 팀원들이라고만 보기엔 숫자가 너무 많은데.”

“맞아요. 여긴 대체…….”

예상 못한, 지하의 거대한 공간에 놀랐는지 PER팀원들도 함께 동조했다.

그 반응이 만족스러웠던 걸까. 레논은 크게 웃으며,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한국의 헌터니까. 1세대 헌터에 대해선 알고 있겠지?”

“그거야 물론…… 그치만 1세대 헌터가 이렇게 많을 일도. 여기에 모여 있을 이유도 없을 텐데.”

“1세대 헌터는 말 그대로 1세대의 헌터들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헌터스 리그라는 경기를 뛰지 않는 헌터. 지금에 와서는 과거에 쓰였던 의미의 ‘헌터’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지.”

“……!”

인류는 탑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에 대해 안전을 되찾았다고는 하나, 아직 탑에 들어가는 헌터가 양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그래. 여긴 우리 팀의 홈이기도 하지만, 1세대 헌터. 아니. 현장에서 직접 뛰는 헌터들을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양성하는 시설이기도 하지.”

머리를 세게 맞은 듯 울리는 것 같았다.

‘헌터스 리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 이런 비결이 있었던 것인가.’

내가 알기로는 한국에는 이제 더 이상 탑에 직접 들어가는 헌터가 없었는데. 미국의 경우엔 다른 모양이었다.

아마 모종의 국가 간 협약이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클지도.

여기까지 레논이 이야기하자, 그제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는지 PER의 팀원들도 눈을 빛냈다.

말로만 들었던 과거의 전설을 맞이한 기분이라도 된 것일까.

이곳저곳을 삿대질하며 레논에게 물었다.

“저긴 뭐하는 곳이죠?”

“원거리 딜러들을 위한 전용 연습시설이다. 헌터스 리그 연습 시설과는 다르게 대인전보다는 중립몬스터와 상황적 변수를 대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다르겠군.”

“오…… 저기는요?”

“저기는…….”

즐거운 듯 레논과 대화를 이어가는 PER의 팀원들.

확실히 헌터이지만, 탑을 잘 모르는 헌터스 리그의 선수들이기에. 꽤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 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보다 약간 다른 것에 관심이 갔다.

‘그럼 이게 미국을 세계 헌터스 리그 중 최정상에 오르게 해 준 연습시설 중 하나라는 건데…… 안에 뭐가 있으려나.’

이게 가진 역사적 의미나, 어떤 것인지보다. 그 알맹이가 궁금했으므로.

대충 겉만 핥아서는 배워 가는 게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군침이 나는 음식을 내왔는데, 그건 예의가 아니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사리 안을 구경시켜 달라고 하기도 좀 어려운 감은 있었다.

흥미로운 걸 보여 준다고 했지만, 타국사람들인 걸 확실히 경계하고 있었으니까.

‘지나다니면서 설명은 친절히 잘도 해 주면서, 절대 안을 보여 주지는 않는군.’

아무래도 거기까진 레논이 가진 권한 밖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이게 누구야. 지금은 반병신 되어서 헌터스 리그 같은 애들 장난이나 하는 레논 아니야?”

이곳저곳 적당히 겉만 둘러보고 다니는 중, 한 거구의 사내가 레논에게 시비를 걸어 온 것이었다.

“남아 봤자 제대로 성과도 못 내는 녀석이 될 바에 은퇴하는 게 낫겠지. 저스틴. 너도 은퇴하는 게 어떻겠나? 아. 너는 은퇴하면 헌터스 리그도 못 가니까 백수가 되어서 안 되려나?”

과거 안 좋은 일이라도 엮여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과거엔 피해 왔다가, 손님 앞이어서 체면 탓에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 말싸움은 꽤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실적을 운운한 레논의 말이 정곡이었는지, 녀석이 레논을 비꼬는 방향이 바뀌었으니까.

“내가 은퇴? 하. 어이가 없군. 현장에서 겁쟁이처럼 벗어나더니, 감이 다 떨어졌군.

심지어 애들 장난이나 하다못해 이젠 애들 보모 노릇이나 하고 있고 말이야.

그나저나 이 녀석들은 또 뭐지? 이 시설에 아무나 들이면 안 된다는 걸 모르는 건가?”

“아무나라니, 이미 윗선과 다 협의된 사항이야. 그리고 아무나가 아니라 나와 같은 헌터스 리그의 헌터니까 말 조심하라고.”

“헤에. 온실 속에서 적당히 투닥대는 녀석들을 잘도 포장하는군. 같은 헌터? 난 죽어도 인정 못해. 게다가 중국 녀석들은 더더욱.”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

왜 자꾸 다 중국인이라고 하지. 우리 팀원들 중에 중국 사람처럼 생긴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하지만 진지하게 한 내 말에 그 녀석은 되레 웃었다.

“한국? 뭐야. 한국에도 헌터스 리그가 있었나. 이젠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차는군. 차라리 중국 녀석이 낫겠어.”

레논을 무시하기 위함인 것인지. 순수하게 한국 헌터스 리그의 순위가 낮아 조롱하기 위함인 것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표면적으로 녀석이 한 말은 분명했다.

“자신 없는 녀석이 더 시끄럽게 짖는다는 말을 알고 있나?”

“허어?”

저스틴이라고 불린 녀석은 기가 찬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며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이런 건달 같은 녀석에겐 현실을 직시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그게 딱 너한테 어울리는 말 같군.”

직구. 괜히 타지에 왔다고 해서 걸려온 시비에 꼬리를 내릴 필요는 없었다.

회귀 전 최고의 헌터로 군림했던 나에겐 다 도찐개찐으로 보이는데, 레논을 깎아 내리려고 했던 뭐던지 간에 저렇게 건방지게 군다?

참교육 해달라고 하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렇게 점점 상황이 격화되자, 레논은 이 말싸움의 근원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앞으로 나서려는 레논을 윤한결이 막아 세웠다.

“한번 맡겨 볼까요.”

마치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한 듯. 이창현의 시야가 닿지 않는 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근데 소리는 다 들린다 한결아…….’

한 판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구만…… 저 녀석.

하지만, 사실 그거야말로 바라는 바다.

아무래도 내 팀원을 제대로 키운 듯 했다. 구단주가 원하는 것도 제깍제깍 알아채서 처신하고 말이야.

그리고 역시나. 제 화를 이기지 못한 녀석은.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쉽사리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는 녀석은. 자신이 제 발로 무덤에 들어간다는 것도 모른 채, 꺼내선 안 될 말을 꺼냈다.

가소롭다는 듯. 혹은 어이없다는 듯. 내리 깔보는 미소를 한 번 짓고는.

“그래. 같은 헌터끼리 이렇게 말싸움을 주고받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 헌터라면 실력으로 말해야 하니까.”

그 말을 하며, 뒤쪽에 있는 거대한 방을 가리키더니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멍청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제대로 된 말도 할 줄 알았네. 의외인데.”

계속해서 한껏 비꼬았기 때문이었을까. 녀석은 애써 쿨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이 보였다.

그리고 들어간 훈련장.

한국의 헌터스 리그 연합훈련소와는 다른 설비. 처음보는 장비들로 가득한 그곳에도 역시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그곳에서 저스틴은 마치 다른 녀석들도 다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어떤 훈련종목이던, 혹은 헌터스 리그 시합룰이던지. 뭐든 좋아. 종목은 네가 고르도록 해 주지. 그런데 말이야…… 너는 네가 뭘 고르든 질 수 밖에 없다는 걸 똑똑히 알려 주마.

바로 네 머릿 속에 각인해 주겠다는 거야.”

저스틴이 내 머리를 삿대질하며 말했다.

재미있는 녀석이네. 위험한 일을 하는 특성상, 1세대 헌터들 중에서는 거친 사람이 많다는 이야길 들었던 것 같긴 한데……

이건 거친 것보다도, 주제를 모르고 나대는 거니까.

‘뭐…… 물론, 국제 리그 본선도 못 올라가는 한국 국제리그 수준도 문제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녀석의 행동이 용인되는 건 아니니……

이렇게 해 볼까.

나는 저스틴의 도발에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그 많은 사람들 중 저스틴을 아는 듯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다.

“저스틴이 여기서 제일 잘하는 종목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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