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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68화 (168/270)

168화 격의 차이

“연줄도 없고, 뭐…… 우린 관람객 입장으로 온 거니까, 미국 국제 리그 선수들을 못 만난다는 건 알겠어…… 그건 알겠는데.”

“……?”

“그럼 저번에 한번 만나서 연습경기를 하기도 했고, 나름 얼굴도 아는 LTD 선수들 보고 오자.”

김도준이 장난꾸러기마냥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다른 팀원들도 내심 궁금했는지 얼굴에 화색을 띄웠는데,

“안 돼.”

그런 게 될 리가.

“왜? 그냥 한 번 가볍게 만나는 정도는 괜찮지 않나?”

윤한결도 내심 내가 허락해 주리라 생각했는지 의문을 표했다.

그 말에 대답하려는 찰나, 먼저 입을 연 건 류재준이었다.

“한국 팀은 한국에 있을걸? 애초에 여기서 만나려고 해도 못 만나.”

“엥? 국제 리그 경기가 내일인데 아직 한국에 있다고?”

“당연하지.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잖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약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렇게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는 건…… 단순히 정보 부족이었다.

“탑이 지구 상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닌 건 알고 있지?”

“어. 그렇지?”

“근데 그것들은 다 탑의 ‘입구’에 불과하고, 들어가면 다 똑같은 곳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뭐야…… 그랬던 거야?”

허어…… 헌터가 되겠다는 녀석이 이걸 모르고 있었다고?

경기에만 매몰된 나머지, 탑에 대해 잘 모르는 헌터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는데. 그런 녀석이 우리 팀에 있었을 줄이야.

‘뭐,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닌데…….’

“아무튼, 한국 팀은 경기시간이 되면, 시차 고려해서 한국 쪽에 있는 탑을 통해 들어가겠지.”

그러니까 이 호텔에 한국 팀이 올 필요는 없다. 아니, 애초에 국제리그라고 해서 선수들이 번거롭게 다른 나라로 가거나 할 필요자체가 없다.

각자 자국에서 탑으로 들어가는 것. 그뿐이었다.

그 말에 조금 김이 빠졌던 것일까.

“허어…… 아쉽네.”

꽤나 아쉬워하는 팀원들이 있었지만,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중요한 경기 전날인 선수들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뭐, 대신 여기에도 둘러볼 게 많으니까. 아무래도 탑에 들어가기 전 전진기지 같은 호텔이다 보니, 헌터 장비들도 많이 있고.”

“오…… 그런 게 있단 말이야?”

다시 아이처럼 눈을 빛내는 녀석들을 보곤, 애들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나이가 애들이 맞긴 하네.’

그렇게 말한 대가로 그날 밤은 꼼짝없이 팀원들과 호텔의 여러 시설들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다음날, 브런치를 먹고 점심즈음이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호텔에서 나섰다.

마찬가지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처럼 에스코트할 차가 나와 있었다.

차 안에서의 분위기는 난장판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이라도 온 듯, 방방 들떠가지고는 애처럼 하이텐션인 녀석들.

그리고 잔뜩 긴장한 녀석들도 있었다.

“너 경기하는 것도 아닌데. 긴장 좀 풀어라.”

특히나 김유현은 누가 보면 괴롭히는 것마냥 굳어 있는 게 안쓰러웠다.

“그야…… 탑에서 경기한다고 하니까, 탑에 들어가 보는 것도 처음이고. 그 뭐냐, 탑은 우리 경기하는 곳처럼 막 괴물 같은 것도 나오고 그런 곳이잖아?”

“아, 뭐야. 그런 거였어? 그런 건 걱정할 것 아예 없어.”

뭐 물론 맞는 말이긴 한데, 상식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자리에 그런 게 나올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니 그건 진짜 궁금하긴 하네. 국제 리그라는 거 맨날 화면너머로 봐서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좀 많아.”

“또 뭐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헌터스리그인데, 뭐 이렇게 쪼맨하게 열어? 좌석도 잔뜩 해가지고 티켓 빵빵하게 팔아서 이득 남기면 될 텐데. 사업을 못하네 사업을.”

이길한이 이해가 안 갔는지, 그런 말을 내뱉으며 성토했다.

하긴, 일반인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우린 일반인은 아니었다.

기왕 1부 리그 승급도 했고, 곧 한국 대표로 국제 리그에 나갈 수도 있는데. 말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탑에서 직접 본다는 의미를 잘 모르는구나. 사실 탑에서 본다는 것도, 온전히 직접 선수들과 같은 층에서 그 싸움을 관람한다는 게 아니야.”

“…….”

그 말에 류재준을 제외한 PER의 녀석들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탑에 있는 다른 공간. 그 중 [관조의 방]이라는 곳에 들어가 선수들의 감각과 시점. 그리고 옵저버의 시점으로 볼 수 있는 거지.”

“에에…… 뭐야. 그럼 그것도 직관이 아니었어?”

“당연하지. 그 맵에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양상이 달라질 수 있는데 가능할 리가 없잖아. 위험하기도 하고.

그보다, 직접 관람이 아니라고 해서 그 [관조의 방]이라는 곳은 너무 무시하지 않는 게 좋아.

내가 너희에게 [이상동몽의 지휘관]으로 보여 주는 것만큼의 생동감. 선수들의 감각을 어깨너머로 볼 수 있는 곳이니까.”

선수들에겐 그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공간이 많지 않은 데 비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부르는 게 값이라는 건 덤이었다.

“나중에 국제 리그 경기하게 되면, 거기에 서는 건 우리일 텐데.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거기까지 설명하고 난 후에야, PER의 팀원들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는 이제야 안 모양이었다.

***

이윽고 경기시각 1시간 30분 전. 우리는 먼저 탑에 입성했다.

시간마다 탑에서 연결되는 위상이 달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달랐기에, 경기 관람을 위한 [관조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선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드러선 공간은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서로서로가 또렷하게 보이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무엇에 발을 디디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신비한 공간이었다.

“와…… 그런데 여기서 경기는 어떻게 보는 거야?”

“조금 기다려 보면 알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거무죽죽하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이 변했다.

이번 한국 국제리그 참가팀. LTD와 미국의 블랙호크가 싸우게 될 전장이었다.

[오랜 황무지]인가…….

마치 미국의 서부극이 생각날 법한, 그런 분위기의 황무지였다.

하나하나 팀원들이 보며, 신기해하고 있을 무렵. 아무런 징조도 없이, 우리가 있는 방에 소리가 들려왔다.

[캐스터 : 국제 리그 3회전. 한국의 LTD대, 미국의 블랙호크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우리가 저번, 1부 승강전 때 들었던 경쾌한 캐스터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레만이 이런 것까지 배려해 준 모양이네.’

확실히 좋았다.

그 말을 시작으로, 하나하나 선수들이 맵에 소환되기 시작했다.

우리와 저번에 강렬한 연습게임을 나눴던 LTD. 모두가 꽤나 팔팔한 모습이었다.

저번처럼 별로 당황했다기보다는 비장미가 돋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캐스터 : 1회전부터, 하필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상대팀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어떻게 보십니까?]

[해설자 : 우선…… 미국의 블랙호크는 다들 알다시피 ‘에단’이 소속된 팀이기에, 그에 대한 대책이 1순위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일단은 LTD가 준비한 특수전략이 뭔지가 중요합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서는 정면승부로는 답이 없으니까요.]

‘한국 해설임에도 별로 편파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네. 너무 냉정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선수입장에서 보면 꽤나 냉철한 분석이었다.

이런저런 분석을 나누던 도중.

상대팀. 블랙호크의 팀원들 또한 하나 둘 소환되기 시작했다.

경기의 시작이었다.

선수들의 무대로 변했던 우리 주변의 검었던 공간들이, 이제는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보는 것처럼 변해 있었다. 그뿐만일까, 상상하는 대로 볼 수 있는 것이, 마치 거대한 카메라가 되어 공중을 부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오…… 이거 신기하다!”

PER의 선수들이 이걸 익히며 하나 둘, 그 신선함을 느끼며 경기를 막 접하려고 시작할 무렵.

초반부터 각 팀은 서로에 대한 전술이 작렬했다.

[해설자 : 오제헌 선수……! 새로운 기술인가요! 블랙호크 에단의 위치가 특정되자마자 하늘에서 거대한 운석덩어리를 소환시켰어요!]

“……저건!”

그래, 우리 경기에서도 본 적 있는 익숙한 녀석이었다.

“우리한테 썼었던 저번의 그 전술이구나!”

그렇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 저곳엔 저 운석을 피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없었으니까.

오만가지 엄폐물에,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있었던 우리와의 전장과 그 효용이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직선적으로 그 운석이 블랙호크를 향했다.

“와…… 저게 저렇게 사용하려고 했었던 전술이구나. 우리 팀도 이런 황무지에서 만났으면 시작하자마자 끝장났겠는데? 막을 수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저런 건…….”

“우리 팀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 팀이라면?”

그 순간, 얇고 하얀 선이 하늘에 있는 운석을 향해 궤적이 그어졌다.

“저건……!”

그리고 바로 그 다음 순간.

쉬이잉 ㅡ.

하얀 선이 그어졌던 궤도로, 굉장히 굵은 광선이 쏘아졌다.

운석따위는 초라해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굵기의 광선이.

“에단 선수의 사격이잖아……!”

사격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그래, 차라리 총으로 레이져 빔을 쏜다고 말하는 게 맞을 법한 공격이었다.

[캐스터 : 오제헌 선수의 회심의 일격이……! 역시 국제 리그의 벽은 높나요!]

‘여전한가…….’

회귀한 후 사소하게 변한 것들이 있었기에, 에단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여전한 모양이었다.

나처럼 총을 쓰지만, 기술적인 면모는 찾을 수 없는. 대신 압도적이고 패도적인. 총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쏘는 녀석.

[해설자 : 아아…… 하지만, 막을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예측한 LTD! 오제헌 선수의 운석으로 이목을 끈 사이, 순식간에 상대측으로 돌입합니다!]

오제헌의 기술로 시선을 끈 사이, 팀 블랙호크의 중심에 파고든 것은 다름 아닌 강준혁이었다.

[해설자 : 강준혁 선수……! 상대팀의 중심으로 파고들었어요. 이렇게 되면 예상 가능한 작전은!]

[마나전개]. 강준혁의 검의 영역이 블랙호크의 진영에서 순식간에 펼쳐졌다.

무지막지한 검기를 미친 듯이 쏟아 내는 그 권능에 필적하는 능력이, 상대 진영의 한복판에서 실현된 것이었다.

[해설자 : 가능성 있어요! 이번 경기! 블랙호크의 오만한 경기운영으로 강준혁 선수의 돌입을 견제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역시 [마나전개]로 LTD가 선수를…….]

해설자는 계속 말을 잇지 못했다.

유리하다고 계속 말하려던 순간. 얼마나 유리한지 설명하려는 그 순간. 전세가 완전히 뒤집혔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주 허무하게.

마치, 공중으로 날아오른 나방을 레이저로 쏴서 지지는 것처럼.

그건 그런 일이었다.

쉬이잉 ㅡ.

아까 오제헌의 운석마저 단 한 발의 총으로 삭제시켜 버린 에단이, 이번에 쏜 것은 강준혁이었으니까.

‘[마나전개]라…… 하지만, 그것도 압도적인 힘 앞에는 의미가 없지.’

팀 LTD의 노련하다던 전술은, 국제 리그라는 큰 벽 앞에 시작부터 너덜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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