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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67화 (167/270)

167. 국제리그 탐방

“와. 인터뷰 뭐야. 그렇게 막 질러도 되는 거야?”

대기실에 가자마자 김도준이 한 말이었다.

내가 김도준한테서 들을 만한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창현이한테 왜 그래. 구단주님이 그렇다하면 그런 거지. 안 그렇습니까 구단주님?”

놀랍게도 이 말을 한 사람은 한지수였다.

이제야 아예 이쪽으로 노선을 타기로 작정한 것이었을까.

‘뭐…… 원래도 돈 되는 팀에 높은 이적금 받게 해 준다는 말에 들어왔으니, 이제 우리 팀이 잘나가면 여기에 달라붙는 것도 당연한 건가.’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은 아니야. 비록 전력도 아니었고, 상대가 우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싸웠다지만, 우리 팀은 LTD를 상대로도 꽤나 선전했으니까.”

“그치만, 선전하는 것과 네가 한 말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류재준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정규시즌에 가서는 LTD까지도 이길 거니까.”

그제서야, 굳은 표정을 하고 있던 류재준이 피식 웃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뭐가?”

“처음엔 이 팀에 들어와도 되나, 네가 말하는 대로 될까. 뭐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진짜로 다 네 말대로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싱겁긴. 예전에도 그랬지만, 류재준 이 녀석은 생각보다 소박한 면모가 있다.

“어떻게 하긴. 은퇴하기 전까지 계속 해먹어야지. 노후자금까지 쫙쫙.”

내가 내뱉은 말에 PER에 웃음소리가 번졌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진솔한 목소리가, 대기실에서 울려 퍼졌다.

***

PER의 홈. 승강전이 끝난 이후, 평소와 다를 바가 없이 훈련이 진행되고, 피드백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다만 정규시즌 때와는 달리, 경기가 없었기에 시간이 훨씬 널널했다.

‘……그럭저럭 순조롭네. 승강전 경기도 좋았고…… 남은 건 아직 ‘가능성을 닫는 함’을 열고도 힌트를 얻지 못해 헤매는 녀석들을 잡아 주는 거랑, 1부 리그에 적응하는 것 정도려나.’

코칭 룸에서 팀원들의 훈련영상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단주님.”

다름이 아니라 PER의 사무업무를 맡아 주고 있는 레만의 직원이자, 홈을 관리해 주고 있는 김성준이었다.

평소에 별 일이 없다면 찾아오지 않는 사람 중 하나이기도 했기에, 꽤나 의외였다.

1부 승급과 관련되어 새로 준비할 것들을 상담하러 온 건가?

새삼스럽게, 과거 정혜연과 신승현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기에 잠깐 표정이 어두웠던 것을 캐치했던 것일까. 김성준이 조심스럽게 먼저 입을 열었다.

“걱정하실 만한 일은 아닙니다.”

“아, 표정에 다 드러났나 보군요. 그럼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라……이번 국제 헌터스 리그는 미국에서 열린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모를 리가요.”

“하하, 제가 괜한 말을 했군요. 다름이 아니라, 레만이 지금 이 비어 있는 시즌 동안, 국제 리그를 보여 줄 겸 해서 팀 PER을 미국으로 초대하신다고 하십니다.”

오…… 이게 이렇게 되나?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하긴, 지금 시간이 제일 비는 시기이긴 했다.

국제 리그에 나가지 못한 1부 팀들의 경우, 대부분 선수들에게 휴가를 주는 것도 이 시점이었으니까.

아직 선수 영입이 가능한 시점도 아니고, 헌터스 데이 파티도 한참 남았다.

심지어 정규시즌은 그 다음이니, 볼거리라고는 국제 리그 경기를 집에서 화면으로 지켜보는 것 뿐.

하지만 헌터스 리그 경기. 특히나 국제 리그 경기는 직접 보는 것과, 중계되는 화면을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 리그 경기는 현장. ‘탑’에서 진행되는 경기였으니까.

애초에 헌터스 리그 각국 리그와는 달리, 제대로 많은 관중석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경기가 이뤄지는 곳이 탑이다 보니, 경기를 보는 곳도 탑.

거기에서 공간을 마련하기는 하지만, 그 수가 보려는 사람에 비해 매우 적어 경쟁률이 엄청났다.

“그런데 국제 리그 경기를 보여 주신다구요? 제게는 마치 그 자리를 구한 것처럼 들립니다만…….”

“저희 레만님을 너무 얕보시는 것 같군요. 틀림없이 현장에서 직접 관람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탑에서 직접 경기를 볼 수 있다고?

이거…… 가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거기에…… 미국에 가는 거라면 볼 사람이 또 있었지?’

다름이 아니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레논.

그도 좋은 것을 보여 주겠다고 했었는데, 어쩌면 미국 1부 구단을 둘러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좋은 조건이라면, 저뿐만 아니라, 아마 다른 선수들도 마다할 사람은 없겠죠.”

내가 묶어서라도 데리고 갈 테니까.

국제 리그 관람 겸, 미국 1부 리그의 레논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

지금 현대에 이르러서, 헌터스 리그에 가장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어디느냐 묻는다면. 단연코 중국과 미국이었다.

중국은 아무래도 많은 인구수와, 다소 경직되었지만 엘리트 헌터를 잘 발굴하는 구조를 잡은 것이 컸다.

반면 미국의 경우, 그런 엘리트 헌터 발굴 능력이 뛰어난 것도 뛰어난 것이지만……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마나장비의 본고장이기도 하지.’

역시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부분은 마나장비에 대한 부분. 헌터의 능력이나, 마나의 활용. 그걸 이용한 장비 등등. 그것에 대한 가장 선진적인 문물을 갖춘 것이 미국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미국을 간다고……? 그것도 국제 리그를 직접관람하고, 거기에 미국 1부 리그 팀들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김도준은 마치 아이처럼 신나 방방 뛰어다녔다.

“그래서 다들 이번 시즌에 간다면, 지금 이 타이밍이라서 휴가는 없을 텐데. 괜찮겠어? 빠지고 휴가를 가더라도 뭐라고 하진 않을 테니까.”

그 말을 했지만. 역시나. 빠진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3부에서 여기까지 올라와서였을까. 아니면 천성이 헌터스 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모르겠다.

준비를 하는 과정도 그리 어렵진 않았다.

여권을 만드는 것부터, 헌터가 출국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타 수속 등.

귀찮은 일들을 김성준이 전부 처리해 줬으니까.

진짜로 귀찮은 일은 차라리 이런 것들이었다.

“정훈아. 비행기 탈 때는 신발 벗고 타야 하는 거 알지? 이게 국내선 탈 때는 신발을 신고 타지만, 외국 사람들은 청결에 조금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조심해야해. 특히 우린 헌터니까 좀 더 교양 있게 모범적으로. 엘레강스하게. 어? 알겠지?”

“네!!”

아직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때묻지 않은 이정훈을 상대로 김도준이 사기를 치고 있었다.

심지어, 제일 악질이라는 진실을 섞은 거짓말.

거기다, 김도준이 엘레강스라는 단어를 입에 담다니. 양심이 없다.

나는 또 무엇인가 이상한 정보를 이정훈에게 주입 중인 김도준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고, 말했다.

“얘한테 들은 건 다 잊어버려. 비행기는 신발신고 탄다.”

“재미없게시리.”

재미없긴. 팀원들 다 같이 타는데 공개망신 당할 일 있나.

한편, 장난스러운 분위기의 이쪽과는 달리 꽤나 진지하게 준비 중인 쪽도 있었다.

“미국 1부 헌터스 리그를 견학할 수 있다니…… 그쪽 선수들과도 한번 합을 나눠 볼 수 있는 건가?”

벌써부터 기합을 다지고 있는 류재준.

“타 리그 선수들이랑 1대1을 해볼 기회는 확실히 이번이 아니면 잘 없겠어.”

1대1로는 이미 꽤나 수위에 오른 윤한결까지.

이번 미국행에 대해서 꽤나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모양이었다.

물론, 녀석들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만남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비시즌동안 예상치 못한 기회로 인해,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담게 된 PER이었다.

***

미국에 도착하자 눈 앞에 펼쳐진 건 마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상이었다.

‘돈이 좋긴 좋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공항에서부터 에스코트하는 사람이 있어, 숙소까지 리무진을 태워 주는 사람이 있었던 건 물론.

안락하게 안내받아 도착한 호텔도 마찬가지로 이창현이 보기에도 수준급의 호텔이었다.

하긴, 레만 정도 되는 억만장자가 이런 데 돈을 아낄 이유는 없었으니까.

기대하진 않았지만, 나름 성공한 복권을 긁었다고 생각했기에, 되레 붙잡으려고 더 대접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리고 어느덧 대접받으며 시간이 지나 보기로 한 국제경기 전날 저녁.

PER의 팀원들은 여행분위기를 만끽하며 고급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와…… 근데 이거 진짜 맛있네. 이거 대체 뭘로 만든 거지? 식물 같기도 하고…… 튀김이라 바삭한 식감인데, 안은 촉촉하고, 고소하면서도 약간의 단 맛이 올라오는 게…….”

“그거 탑에서 나오는 에레오르를 생으로 튀긴 거라던데.”

“에레…… 뭐?”

윤한결이 경악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윤한결은 처음 들어보는 생물이었으리라.

사실 나도 이름만 알지, 정확히 어떤 생물인지는 모른다.

메뉴판에 설명이 써진 걸 조금 읽었던 걸 말해 준 거거든.

하지만 윤한결은 자신이 먹은 튀김이 정체모를 특이한 생물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괴로운 모양이었다.

“그야 뭐, 여긴 일반적인 호텔이 아니니까.”

지금 팀 PER이 묵고 있는 호텔은 미국에 솟아난 탑이 위치한 곳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호텔이었다.

그 외에는 별 것이 없었기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헌터. 그들이 머물며 필요한 것들을 보충하거나, 혹은 휴식을 취하거나.

저기에 탑에서 나오는 것을 재료로 쓴 것도, 그런 일종의 호텔의 테마와 맞춘 것이리라.

윤한결이 그런 미지의 것을 꺼리며 괴로워하는 반면, 다른 팀원들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래도…… 맛있어. 이거.”

자기가 먹는 게 뭔지 몰라도, 일단 맛만 좋으면 괜찮다는 듯 먹는 이연주.

그리고 탑에서 나온 것이라니까 되레 더 흥분해서 좋아하는 김도준.

반응이 정말 각양각색이다 싶었다.

“그런데…… 탑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헌터들이 주 투숙객인 호텔이라. 그럼 여기에 다른 국제 리그 참가 선수들도 묵고 있을 수 있겠네?”

“그렇지.”

“그럼 저번에 우리 숙소에 찾아왔던 레논도 있을까?”

“레논은 아마 이번 국제리그 출전 팀이 아니라 없을 텐데…… 대신 다른 유명한 선수는 있을 수 있겠지. 예를 들면 에단이라던가.”

그 말에 다른 PER팀원들의 눈이 번뜩였다.

“뭐어? 에단?”

그야, 에단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선수였으니까.

게다가 총을 사용하는 헌터. 그건 나랑 에단뿐이었다.

그런 선수가 같은 곳에서 묵고 있다고 하니,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과거에 에단과도 꽤나 국제 리그에서 많이 마주쳤었던 만큼,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려다 말았다.

‘직접 보는 게 좋겠지…….’

생각해보면 어차피 내일 경기를 관람하면서 보게 될 테니까.

“아, 그렇다고 그 선수들 보고 싶다고 너무 돌아다니지는 마. 그런 생각을 하는 관람객들이 있어서 만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니까.”

회귀 전 국제리그 경기를 꽤나 겪어 봐서 알았다.

같은 호텔을 쓰더라도, 나름 특별하게 신경 써서 마주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그건 그렇고, 한국의 1황 LTD대, 미국의 블랙호크라…… 에단의 능력을 제대로 볼 수 있겠는걸.’

팀의 애송이 녀석들에게 제대로 된 국제 리그 수준의 경기를 보여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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