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64화 (164/270)

164. 허무한 결말

경기가 중계되고 있는 중계석. 그곳에서는 아직, PER이 흩어져서 돌입하는 즈음이 보여지고 있었다.

[해설자 : 아……! 이창현 선수. 결국 판단했나 보군요. 결단을 내리지 않아 시간을 너무 오래 끌면 상대가 저 안에서 유물을 발견해 싸움이 많이 불리해 질 거거든요……!

[캐스터 :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바로 돌입하는 판단을 한 것이군요!]

[해설자 : 문제는 어떤 식으로 인원을 분배해서 돌입하느냐인데…… 여기서는 몇 팀으로 나눠서 돌입하느냐, 혹은 PER 팀원 모두가 같이 돌입하느냐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캐스터 : 각자의 대인전이 강하면 나누는 것이, 아니면 되도록 적게 쪼개 진입하는 게 좋겠군요!]

그런데 그 말이 나오기가 우습게. PER의 팀원들은 7명이 모두 흩어져 상대 팀을 향해 돌입하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서는 지켜보고 있는 조아라로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전술적으로 말리니까, 자포자기했나?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떨어져서 돌입하면 상대를 포위할 수도 있고…… 유물을 찾는 데도 유리하겠지만…….’

저 안의 지형은 딱 봐도 포위하는 것으로 이점을 취하기는 어려운 전장이었다.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이 있었기에, 예상치 못한 묘수를 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금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쯤 왔으면 뻔하네.’

조수연의 지휘 아래 TAM은 PER을 저 신전에서 끝장낼 것이다.

더 볼 것도 없었다.

다 끝난 경기를 지켜볼 이유는 없다.

조아라는 주섬주섬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화면에선 TAM이 너무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해설자 : 어…… 어어? TAM! PER의 움직임을 완전히 읽었는지, 각개격파 전략으로 가는군요. 이창현 선수를 향해 TAM 전원이 습격을 가합니다!]

[캐스터 : 위기입니다 이창현 선수! 게다가 지금은 장기인 공중기동이나, 사격능력이 큰 효과를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순간이 문제였다.

[캐스터 : 이창현 선수! 상대가 7명이어도 이대로 당할 순 없다! TAM이 마나 프로텍터 뒤에 숨어 있어도 마구 사격합니다!]

[해설자 : 아아…… 하지만, 저런 식으로 마나 프로텍터를 뚫지는 못합니다. 소모전만 될 뿐인데, 그렇다면 당연히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7명인 TAM…… 인데……]

해설자가 계속해서 TAM의 유리함을 말하던 가운데, 갑작스레 목소리가 잦아들더니 분위기가 바뀐 것이었다.

‘…… 무슨 일이라도 있나? 저렇게 이창현이 죽으면 그냥 끝인 경기인 것을.’

주섬주섬 정리하는 것이 끝나고, 조아라가 일어나며 뒤돌아본 순간.

타탕 타타탕!

카메라가 이창현시점에서의 사격하는 장면을 비추었다.

‘어차피 마나프로텍터에 다 막히는 사격을 뭐 저렇게 많이 쏴. 어차피 견제용 사격이면서.’

어리석긴. 저런 소모전에는 견제하는 데 소모하는 자원까지 아껴야 하는 것을. 특히나 팀원이 도와주러 오기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런데 이 장면을 해설자가 극찬하고 있었다.

[해설자 : 이 장면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군요! 이창현 선수. 놀랍습니다! 압도적인 테크닉은 물론, 심리전을 이용해 견제를 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TAM의 선수들을 겨누고 있었어요!!]

‘TAM의 선수들을 겨눠……?’

그제서야 조아라는 화면 아래에 보여지는 각 팀별 선수의 생존현황을 보았다.

분명, 마나프로텍터에 막혔을 텐데 TAM의 선수는 하나 둘 죽어 나가고 있었다.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각도로, 마나 프로텍터에 막혀 있을 텐데.

뭐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탄환이 마치 유령처럼 마나프로텍터만을 통과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캐스터 : 이거 TAM입장에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겠군요…… 해설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해설자 : 아. 지금 리플레이가 나오네요. 이창현 선수의 입장에서. 자…… 보면 연발하고 있지만, 반동도 있고, 미세하게 쏘는 방향도 틀어져 있습니다. 거기에…… 음. 지금 탄환을 따라가는 걸 보니 탄환의 궤도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구요. 이게 이렇게…… 맞고 튀어서, 처음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렇게. TAM의 선수는 이렇게 당한 겁니다.]

‘도탄……? 도탄 사격이라고?‘

조아라는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입을, 도저히 다물 수가 없었다.

***

한편, 관중석의 다른 한편. 이 경기를 보고 있는 이정훈이 있는 쪽에서도 탄성이 흘러 나왔다.

정확하게 상대만을 노려 튕겨 나가는 이창현의 도탄사격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으니까.

이정훈은 그 모습에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어~ 숨어봐~ 어차피 숨어도 다 맞출 수 있어~]

ㄴ 마나프로텍터충 개같이 멸망 ㅋㅋㅋㅋ

ㄴ 사각따위는 1도 없죠?

ㄴ 와 근데 진짜 미쳤다…… 저 정도면 우리나라에서도 원거리딜러중 탑일듯.

ㄴ원거리딜러가 뭐야. 그냥 딜러중 탑일듯.

[뭐임? 쟤 왜캐 잘함? 2부 리거 아님?]

ㄴ“찐”

ㄴ아니 이창현을 몰라? 아무리 지금까지 2부였어도 그렇지 ㅋㅋ

ㄴ자꾸 뭐라 하지 말고 뭐하는 앤지나 좀 알려달라고 ㅋㅋ

ㄴ헌터스리그 오디션인가 먼가 우승하고, 3부 전패팀 들어가서 구단주겸 감독 겸 선수해서 전승하고 2부 올라가고, 2부에서도 1등해서 지금 승강전중 ㅇㅇ. 거기에 강준혁 선수 연습경기에서 1대1 맞다이 이겼다는 썰 있음.

ㄴ 앞에 말들은 그렇다 치고 막줄 ㅅㅂㅋㅋ 구라를 쳐도 정도껏 쳐라.

‘헹. 멍청한 녀석들…… 다 진짠데…….’

아직 아무래도 우리 창현이 형의 실력을 믿기엔 아직 이른가보다.

이게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을 보는 감각인걸까?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저 사람이 내 스승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으니까.

나중에 집에 가서 엄마한테도 알려 줘야지.

그나저나, 아직 옆에 있는 한지후 선수는 아직도 뚱한 표정이었다.

아직 저 플레이의 위대함을 모르는 걸까. 그래도 창현이형이랑 같이 헌터스 리그 2부를 뛴 선수인데 수준 떨어지긴.

어쩔 수 없다. 내가 직접 깨닫게 해 주는 수밖에.

“저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모르시나본데…….”

“응 아니야. 그거 다 뽀록이야.”

“뭐에요. 형 초딩이에요?”

어휴…… 쯧.

***

한편, 이창현과 TAM의 1대 7의 전장이 벌어지고 있는 그곳. 그곳은 지금 한창 아수라장이 펼쳐져 있었다.

“조수연! 수연아! 정신 차려. 어차피 결국 상대는 하나라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일지. 빠르게 다음 대처를 오더하지 못하고 있는 조수연.

그녀를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었는지, TAM의 이영현이 이어폰에 냅다 소리를 질렀다.

“이판사판이야! 어차피 이대로 마나프로텍터 뒤에 있어도 의미 없어. 가만히 앉아서 표적이 되는 것뿐이지. 한번에 덮쳐! 한번에! 어차피 상대는 하나야!”

이영현이 필사적으로 소리 지르는 모습에 조수연도 그제야 간신히 제정신을 되찾았다.

‘맞아…… 맞는 말이야.’

벌써 TAM의 두 명이 죽었지만, 이창현이 PER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 이상이리라.

게다가, 녀석의 장기인 공중기동은 여전히 봉쇄된 채였고, 차라리 비좁은 곳이라 여러 명이서 다굴하는 이점을 살리지 못하더라도, 정확히 총을 겨누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달려들어 견제하는 것.

그게 지금 TAM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있다간, 가만히 서 있는 과녁이 될 뿐이니까.

‘내…… 내 잘못이야. 소모전 같은 것 따위를 생각하지 않고, 차라리 처음부터 다 같이 달려들었다면. 그렇다면 달라졌을까?’

조수연은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 잘못된 전략과 비전을 팀원에게 제시했다는 괴로움. 그 마음을 짊어지고, 팀원들과 함께 이창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마나 프로텍터가 너무 많아……! 한번에 모두 다 들이닥치기엔 무리야.”

안 그래도 움직일 수 있는 면적이 좁은 무너진 신전에, 엄폐물을 만들고 무너지지 않게 한다고 만들었던 마나프로텍터가 너무 걸리적거렸다.

이미 한 번 설치한 이상, 해체할 수도 없는 마나프로텍터가. 이젠 적을 위한 구조물이 되어 있었다.

“한 번에 다 같이는 안 되더라도, 최소한 두 명 이상. 진입해서 계속 몰아세우는 거야. 그럼 정밀한 사격을 하기엔 무리가 있을 테니까.”

그게 다시금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도록 하는 방아쇠가 되었다.

계속해서 물밀듯 이창현에게로 쏟아져 들어가는 TAM의 팀원들.

마치 이창현이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듯. 나름 좁은 장소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단검. 채찍 등으로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으나.

그 결과는 끔찍했다.

다시 권총으로 변환한 이창현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TAM의 팀원들을 향해 다시금 연사를 해 왔기 때문이었다.

타타탕! 타탕! 타타타탕!

“어…… 째서, 마나실드가 못…… 막고…….”

“말…… 도 안 돼.”

하지만, 정직하게 달려드는 TAM은 오히려 이창현에게 좋은 사격기회를 줄 뿐이었다.

“머리를 맞춘다.”

달려드는 녀석들에게 나지막이 어디를 맞춘다고 말하고, 진짜로 그대로 쏠 뿐.

마치 불 속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얼마 전 있었다고 알려졌던 이창현과 강준혁의 싸움.

거기에서 느꼈던 전율. 아니. 그 압도적인 모습에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저런 걸……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근접전도, 기술도, 전술도. 능력까지도. 완패였다.

어느덧 남은 TAM의 팀원은 조수연과 이영현뿐.

조수연이 느꼈던 감각을 이영현도 느꼈던 것일까.

“죽어어어엇 ㅡ!”

어차피 경기에서 졌다는 걸 깨달았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영현은, 마나폭탄을 몸에 잔뜩 끼운 채로 이창현에게 달려들었다.

다 죽었어도. 이 경기에서 졌음에도. 기어코 어떻게든 해 보겠다는 집념.

광기에 가까운. 2부로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이글거림이 그 두 눈에서 보여지는 듯했다.

확실히 저거라면 이렇게 좁은 곳이었기에, 이창현이 피할 수는 없으리라.

이 경기는 아마 지겠지만.

그래도 승강전에서 2부 리그의 에이스 선수 한 명에게 7대 1로 졌다는 오명을 뒤집어쓰지는 않게 되겠지.

뭐야…… 그게.

그런 걸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런데, 이창현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움직이지 않아…….’

보통이라면 탄이라도 쏘며 다가오지 못하게 했을 텐데. 녀석은 마치 마나봄버를 주렁주렁 매고 자폭하려는 이영현이 다가와도 상관없다는 듯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둘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이영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절대 피할 수 없는 거리. 그리고 반드시 치명타. 아니, 이 자리에 누가 오더라도 죽을 수밖에 없는 거리.

이영현이 마나봄버를 격발하려는 순간. 이창현이 이영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어차피 네가 뭘 하든 넌 죽…….”

그 손에는 성스럽다고 할 만한 하얀 빛이 잠깐 번뜩였다.

쓰러지는 이영현.

털썩.

그리고. 이창현은 총을 쐈다.

탕 ㅡ.

……그게 끝이었다.

이영현은 아까 그때의 표정 그대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편안하게 쓰러져 있었다.

남은 건 나뿐이었다.

무너진 신전의 지붕 틈새로 들어오는 광채를 가득 받으며. 벽 뒤에 숨었던 TAM의 팀원들을. 그에게 달려드는 팀원들을 도륙 내 버렸던 이창현을 등지고.

쥐죽은 듯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마나프로텍터 뒤에. 벌벌 떨면서.

그렇게 살아남아 있는 나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던 걸까.

“너는 안 덤벼?”

마나프로텍터로 인해, 기운을 느끼기도 어려웠을 텐데. 마치 네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녀석은 정확히 내가 마나프로텍터에 몸을 숨긴 쪽을 응시했다.

“음…… 그래도 1부 승강전이라, 후회 있는 경기를 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의욕이 사라져 버렸나. 그럼, 선물로 좋은 거라도 보여 줄게.”

“네가 마지막이니까.”

타타타탕 타타타탕!

아까와는 달리, 몇 발 쏘았는지 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연발음.

그 소리가 난 직후, 내 눈앞에 수많은 금빛이 번뜩였다.

그건 녀석의 수많은 탄환이 서로 부딪히며, 완전히 새로운 궤도를 만들어 가는 것의 잔영이였다.

마치 눈앞에서 작은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걸 보듯, 그 궤도를 보던 게 얼마의 시간이었을까.

기억이 나는 건 하나뿐이었다.

마지막, 그 도탄들의 궤도가 맞물리고 맞물려, 이윽고 내 앞에 도달했을 때.

뚫린 지붕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을 받아, 녀석의 탄환이 빛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는 것뿐.

그 후로는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헌터스 리그에서 다른 선수들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아플 새도 없이 죽어 갔던 것일까.

점점 흐려져 가는 시야 앞에, [마지막 신전]에서의 정경이 선명히 보여지고 있었다.

그게 승강전 경기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어…… 경기 끝났다고? 나 아직 상대팀 팀원들 한 명도 못 봤는데?”

멍청한 소리를 하는 김도준의 목소리가 이어폰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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