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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49화 (149/270)

149. 업계 포상

헌터들의 세계에서 가장 선망 받는 것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세계 최강의 원거리 딜러 에단 같은 무지막지한 능력,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 주는 마나통을 갖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런 것이 없더라도 ‘마나전개’를 해낼 수 있는 재능을 갖는 것.

하지만 그것들이 없다고 해서 그걸 가진 선수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건 아니었다.

첫째는 상성. 아무리 강한 마나전개 효과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분명 상극에 존재하는 능력이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리고 둘째는……

‘아무리 강한 능력이라도 반드시 빈틈이 존재한다는 거지.’

강준혁의 [검의 영역]. 그가 내뿜은 마나의 입자들이 참격의 형태로 형상화되어 극도로 빠른 속도로 덮쳐 왔다.

하지만……

“류재준, 내 뒤로 붙어. 떨어지면 죽으니까, 잘 따라 붙으라고.”

상대의 공격궤도를 모조리 읽을 수 있다면. 아무리 그 참격이 빠르더라도, 미리 어떤 방향으로 쏘아져 올지 알고 있다면.

한 발 먼저 움직이면 그만이다.

지금껏 아껴 왔던 마나가 한쪽 눈에 집중되며 상대의 공격을 응시했다.

강준혁의 [검의 영역]은 그 파괴력도, 공격 속도도 굉장하지만 모든 면을 공격하지도, 그렇다고 이근택 회장처럼 유도탄처럼 따라붙지도 못한다.

그 빈틈을, 모든 투사체 공격을 카운터 칠 수 있는 [꿰뚫는 눈]의 효과로 받아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저 먼저 보이는 궤도를 피해. 안전지대로 한 걸음. 때론 두 걸음 옮기면 되었을 뿐이니까.

샤샤샤샤샥!!

강준혁이 일으키는 참격의 갯수가 점점 늘어나며, 옥죄어 오지만 이미 모든 궤도를 읽고 있는 이 순간. 맞을 리는 만무했다.

‘물론 이 [꿰뚫는 눈]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강준혁도 ‘마나전개’를 이용하여 공격하는 것이었기에, 그가 사용하는 마나가 더 많으면 많았지, 적을 리는 없었다.

누가 먼저 마나와 기력이 바닥나는지 겨루는 극한의 치킨레이스. 이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강준혁이 마나를 전개해 [검의 영역]을 일으키자,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와닿았다. 강준혁이 마치 태풍의 눈이 된 것 마냥, 주변의 모든 구조물들이 참격에 의해 찢겨 나갔기 때문이었다.

“하…… 하하.”

‘마나전개’는 LTD경기에서도 쉽사리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기에, 조아라로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경기 간 체력 배분을 위해 잘 쓰지 않는 일종의 필살기술을, 한낱 2부 팀이 쓰게 만들다니.

PER은 이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해도 괜찮다고 말해 줄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한 술 더 뜨는 상황이 발생했다.

강준혁이 [검의 영역]을 사용해 화끈하게 밀어붙이고, 이대로 경기를 끝낼 거라고 생각한 가운데, 그 영역 속에서도 이창현이 전혀 부상당하지 않은 것이었다.

“……저 녀석. 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 보이지도 않는 참격을 피한다고? 그게 말이 돼?”

아마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 검의 영역에서의 참격을. 이창현은 한 걸음. 혹은 두 걸음. 마치 정확히 어디로 쏘아졌는지 미래를 예견하기라도 한 듯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피하고 있었다.

아무리 마나전개가, [검의 영역]이 강력하다고 한들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오디션프로그램부터 지금까지 이창현을 보아온 조아라로서는 확신할 수밖에 없는 계기였다.

강준혁의 공격을 보고 피하기엔, 저 참격은 너무 빠르다. 투사체를 보고 피하기엔 참격이라 눈으로 보기 어렵다. 즉, 저 녀석은 어떻게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그 궤도를 ‘공격이 일어나기 전’부터 벌써 알고 있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저 녀석은 역시…… 무언가 특별한 걸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가.’

조아라 대신 심각하게 둔한 사람을 데려다 놓았어도, 이젠 확신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확신과 동시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단편적으로 보면, 단순히 공격의 궤도를 파악할 뿐인 능력.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장 궁극적으로 모든 헌터들이 다다르고자 한 지향점이었다.

‘잘 맞추고 잘 피한다…….’

이 두 가지를 완벽하게 수행한다면, 그게 바로 완전한 헌터. 최고의 싸움꾼이리라.

그런데 저 녀석은 거의 미래를 읽어 내는 수준으로 공격을 읽고 피해냄으로서 그 절반을 이뤄 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다른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지는 강준혁의 [검의 영역]. 더 이상의 검증은 필요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한 때, 한낱 일개 오디션 지원자였을 뿐인. 오만하다고 여겼던 한 지원자는 사실, 한국 헌터 역사상 전에 없을 자질을 타고났던 것이었다.

인정하기 힘든 그 사실에 조아라는 되레 인상이 찡그려졌다.

‘전에 만나기도 했고, 사과도 했는데……실은 마음 속으로는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나.’

저 능력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 질투. 그리고 어쩌면 자신보다 더 뛰어난 헌터일지도 모르겠다는 열등감. 자격지심. 그런 것들이 존재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아라 자신도 처음엔 이런 헌터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처음 헌터가 되며 다짐했는데. 언제부터 이런 사람이 되어 있었던 걸까.

강렬한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켜보는 조아라의 입맛이 썼다.

이제는 진짜로 인정해야 했다. 저 녀석의 잠재력은 한국 헌터스 리그 1부에 내놔도 전혀 꿀리지 않을, 아니. 국제 리그에 나가서도 활약할 인재가 될 것이라는 걸.

‘그렇긴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개인은 뛰어나지만, 그래도 결국은 PER이 LTD를 이기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이창현이 아무리 강준혁을 잘 막아 세우고 있다고 한들, 그뿐이다.

다른 팀원들은 그 사이에 하나하나 LTD의 선수들에게 제압되겠지.

그리 생각한 순간, 마침 다른 쪽의 공방이 비춰졌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렇게 고개를 돌린 쪽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조아라와 인연이 있는 선수. 김도준이 싸우고 있었다.

***

“너희 말이야. 이번에 1부 승급을 노린다며?”

“……네? 네. 그렇죠.”

대치 후 바로 손을 섞기보다는, 말을 걸어오는 상대방에 김도준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하긴, 경기 중 여유가 있으면 상대방이랑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와…… 그거 별일이네. 1부 승급전이라……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거려나.”

“매년 있는 일 아니에요?”

“아니, 최근 거의 모든 1부 승급전 대상 2부 팀들은 기권했을걸?”

“…….”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나서야 그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1부로 올라가고자 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1부 팀들의 영입제의를 받고 개인으로 올라간다.

반면 1부에서 2부로 내려왔거나, 1부의 패널티를 누리기 싫은 선수들의 팀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만, 승강전도 그냥 기권처리를 해 버리는 것이다.

“1부의 패널티라는 거…… 생각보다 가혹하거든. 한 두 경기는 그냥 맷집으로 맞고 떼울 수 있지만……사람이라는 게 아무리 각성자여도 데미지가 쌓여. 여기에 말이야.”

상대 LTD 팀원이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머리…… 입니까?”

“경기 속에서의 부상이 실제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그때의 고통과 충격. 스트레스는 몸이 기억한다. 현실의 몸이 멀쩡하다고 해서, 겉이 멀쩡한 것처럼 속도 멀쩡한 게 아니라는 거야.”

“그나저나 말이 많으시네. 선배는 혹시 그래서 여기에 데미지가 많이 쌓이신 편?”

김도준이 껄렁대며 머리를 가리켰다.

“뭐? 선배가 기껏 후배 걱정해서 격려의 말 좀 해 줬더니만…… 그리고 말이야. 나는 굳이 말하면 그런 거에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타입이거든? 하아. 교육이 좀 필요한 후배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진짜로 마음이 상한 것인지 LTD의 이가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후 갑자기 나타난 곳은 다름 아닌 김도준의 바로 앞.

김도준이 눈을 깜빡인 순간, 어느 새 바로 이가람의 주먹이 코 앞에 닿고 있었다.

콰아아앙!

커흑 ㅡ.

안면에 제대로 맞았던 것일까. 김도준이 입 안에 터져 흘러나오는 피를 뱉으니, 그 속에 하얀 이가 보였다.

“이야…… 아프네.”

“그치? 아프지? 근데 솔직히 말야. 나는 아프다고 찡찡대면서 2부에 틀어박히는 놈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좀 아프고 스릴도 있어야 사람이 이렇게 끓어오르지. 안 그래?”

“알겠다.”

“?”

“지금 알았는데. 선배님 미친 마조히스트구나.”

“허.”

이가람이 김도준의 도발에 기가 찬 듯 한숨을 내뱉었다.

공격이 분명 제대로 들어갔는데도 저런 말이 나올까?

이번 경기가 끝날 때까지 김도준을 두들겨 패는 미래가 그려지는데도 저런 말을 하다니. 어떤 의미에서 이가람은 자신보다도 더 겁없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원래는 이렇게 하드하게 갈 생각 없었는데. 네가 자초한 거니까.”

이가람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리고 마치 이전 동작의 데쟈뷰처럼.

그 말을 내뱉자마자, 김도준의 바로 앞, 마치 순간이동과 같은 속도로 이가람이 다시금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타이밍을 읽으면, 두 번 당할 리가.”

김도준이 씨익 웃었다.

김도준은 이가람이 주먹을 내지르리라고 믿고 있었는지, 어느새 백스탭으로 거리를 벌리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헹. 내가 주먹으로 싸운다고 해서, 이렇게 가벼운 내려 베기를 못 막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 이런 느려터진 검술 따위.”

이가람은 주먹을 내지르던 반대편의 팔을 들어올리며, 팔에 덧대어진 철제 보호대로 김도준의 내려 베기를 막았다.

정확하게, 별다른 타격 없이 막을 수 있었지만 그게 실수였다는 것은 바로 다음 순간에 알 수 있었다.

키이이이이이이이잉 ㅡㅡ.

처음 이가람이 느낀 것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문.

그리고 그 직후 느낀 것은 귀에서 무언가 뜨거운 물이 나오는 느낌이라는 것.

그리고 그 후엔……

머리가 띵 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1부임에도 평소에 상처 주고 상처 입으며 터프하게 싸운 이가람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맷집 있고, 고통에 내성이 강한 이가람이라고 하더라도.

전투에서 피를 흘리며 전투의 희열, 열광하는 이가람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잖아.’

고막이 터져서 피를 흘리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귀가 먹어 버린 듯, 삐 ㅡ. 하고 이명이 들려오는 가운데, 이가람은 그 굉장한 소음에 몸서리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게…… 되는 거였나?’

이가람이 순간적인 충격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내뱉을 수 있는 말은 한 마디 뿐이었다.

“졸렬한 새끼.”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으리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 녀석은 그 말을 듣고는 되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업계 최고 포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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