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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47화 (147/270)

147. 수읽기

일반인이 헌터스 리그를 보면서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것. 그건 강력한 능력을 가진 헌터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허나, 실제로 경기 속에서 전지전능해 보이는 능력들도 실은 굉장히 문제가 많은 경우가 많았다.

나만 하더라도, 이 [꿰뚫는 눈]은 모든 능력들 중에서 가장 사기에 가까운 능력이지만 사용하는 데 굉장히 많은 마나가 필요하다.

즉, 좋은 능력은 그 만큼의 대가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그뿐만일까. 큰 대가나 마나를 지불해 능력을 사용하더라도, 결국 지형을 바꾸거나, 자연의 힘을 넘어서는 강력함을 가지는 것은 결국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제헌이 딱 그렇지.’

두두두두두두두 ㅡ.

팀 PER이 집결해 있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강렬한 타격이 이어지는지 강렬한 진동과 함께 건물 부스러기가 무너질 듯 떨어졌다.

“……! 창현아. 적이 바깥에서 공격하는 것 같은데.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밖에서 아무리 강하게 두드려 봤자, 녀석 힘 혼자로는 절대 못 무너뜨려. 부순다 하더라도 위에 층 일부분뿐이겠지.”

그렇기에, 헌터는 반드시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하며 지형지물을 학습해 전략을 구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 헌터스 리그에서 맵 선택권을 양보한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구요. 국제 리그 전 따끔한 예방주사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기울어진 게임은 어느 정도 평형을 맞출 수 있다.

***

“응. 제헌아. 아마 방향 보면, 네가 쏜 쪽…… 그러니까 105동 방향에 마나가 다량 탐지되긴 하는데. 흠.”

“준혁 선배 왜 그래요? 아까 운석을 그렇게 뿌려 댔는데, 당한 애들 하나도 없대요? 오제헌 이 자식. 장난치자는 거야 뭐야.”

“……아냐. 제헌이 잘못이 아니다.”

이번에 LTD의 포대. 오제헌이 얻은 능력, ‘운석 소환’은 화력이 강한 편이고, 컨트롤도 꽤 잘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모든 걸 뒤엎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뿐이겠지.

‘하긴…… 그 정도의 능력이라면 마나 소모량도 말도 안 되었겠지.’

그뿐만인가. 상대는 마치 우리의 포격 후 선진입 전술을 염두해 두기라도 한 듯, 이 넓은 시가지에서도 아파트 단지 속으로 들어가 버린 상태였다.

“저 아파트 단지…… 알다시피 위에서 운석을 뿌려 봤자, 상단부만 맞을 뿐이야. 곡사 궤적으로 쏘더라도, 아파트 중층부 이하를 맞출 수가 없어.”

“쳇…… 약삭빠른 녀석이 하나 있는 모양이네요. 그건 그렇고, 아직 쓴 적 없는 기술인데 어떻게 마치 그걸 미리 알았다는 듯 대처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상대의 능력. 숨겨진 히든피스나 유물 등을 알아 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던데. 어쩌면 그것이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제헌이한테 맡길 수만은 없고…… 우리 6명은 돌입, 녀석들을 건물 밖이나 상층부로 몰아내고 제헌이가 포격해서 이기는 게 베스트야.”

이번 경기에 대한 계산이 끝났다.

초반부터, 원하는 전술대로 시험을 할 수가 없어 조금 꼬였지만…… 원체 헌터스 리그라는 게 변수 덩어리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생체 마나반응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향했다.

***

한편, 이 경기가 보여지고 있는 헌터스 리그 연합훈련소의 반응은 뜨거웠다.

“와…… 저런 스케일의 능력이 있어? 저거 완전 반칙 아니야?”

“그런데 능력 스케일이 큰 것 치고는 효과는 별 볼일 없는데? 저렇게 쏴대 봤자 건물 윗층 부수기만 더 해? 봐봐. 저기 저. PER 애들은 그냥 지하주차장에 짱박혀서 데미지가 하나도 없는데.”

“그건 확실히…….”

경기가 시작하고, 오제헌의 강렬한 화력에 시끌벅적했지만, 그 대화 소리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1부에서도 나름 명성이 있는 조아라가 이 경기를 지켜보더니 한 마디를 얹었기 때문이었다.

“아뇨. 이건 지형적인 부분 때문에 그 위력이 나오지 않은 것일 뿐이에요. 다른 건물이든 뭐든, 그 어떤 지형이었어도 저런 아파트만 아니었으면 저 능력은 PER에 큰 피해를 줬을 거예요.”

“음…… 그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군.”

‘오디션 때부터 그랬지만…… 이창현. 저 녀석은 이상할 정도로 상대의 빈틈을 잘 찌르는 면이 있는 것 같아.’

벌써 까마득한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분명히 조아라는 기억했다.

클론을 잡으라고 시켰는데, 혼자만 총을 만들어 내 압도적인 성적으로 통과했던 실기 시험을.

심사위원들도 존재를 잘 몰랐던 히든피스를 찾아내 경기의 흐름을 바꿔 버렸던 그 때를.

그래도 그때는 까마득한 위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었는데, 어느덧 벌써 자신과 같은 위치에 설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졌다.

그때는, 그저 저 녀석이 올라가는 것이 요행인 줄 알았거늘……

그런 잡다한 생각에 잠시 빠져 있던 도중.

마침내 아파트 안으로 진입한 LTD와 PER이 마주했다.

당연히 조우하면 1부 리그를 주름잡았던 LTD가 강한 우세를 쥘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완전히 박살 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 어어?? 이걸 LTD가?”

LTD입장에서 시작부터 꼬인 이 경기가. 무언가 이상해지고 있었다.

***

1부에 새롭게 추가되는 이 ‘고통’이라는 설정값.

생각해보 면 되게 간단하고, 큰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 변화 하나가 정말 수도 없는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가벼운 변화는 아니다.

고통이 있기에, 선수들은 쉽사리 동귀어진을 택하지 못한다.

고통이 있기에, 한 번 밀리기 시작한 팀은 전세를 역전하기 굉장히 어려워진다.

고통이 있기에, 함부로 버림패를 쓰는 전술 따위는 쓰지 못한다.

그 외에도 열거할 수 있는 차이점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그 차이점은 분명히 지금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오고 있어. 지금 바로…… 복도 쪽이야.”

이연주가 상대가 너무 다가오기 전, 숨죽인 채로 말했다. PER의 팀원들은 한 아파트 1층 방에 다 같이 숨어서 내 오더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생체 마나감지로 위치를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상대의 정확한 위치를 알 도리는 없다.

그렇기에, 지금 이곳. 우리가 아파트에 매복해 있는 행위는 상대에게 치명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렇게 입구가 좁고, 상대가 조금씩 들어오는 환경이라면.

숨죽인 채로, 상대가 탐색을 하기 위해 들어온 순간.

정말 찰나의 순간.

김유현의 포탑들이. 벽에 딱 붙어 그 모습을 감추고 있던 윤한결의 이기어검들이. 이연주가 조준하고 있던 속박이.

일시에 작렬했다.

아무리 헌터가 초인이라고 한들, 그렇게 앞뒤 전후좌우를 꽉 매운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게 내가 이렇게 하지 말자고 했……! 커헉……”

‘매복당해서 급습당하고 급하게 내뱉은 말이 ‘이렇게 하지 말자고 했잖아요……!’ 인가.’

어지간히도 억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7명이 한 팀인데, 헌터스 리그는 결국 한 명의 메인오더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수가 있으니까.

“지훈이가 당했어! 1층, 왼쪽라인이야!”

강준혁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이것까지 다 계산한 모양인데.’

이런 시가전의 까다로움. 특히 공격 측의 까다로움은 말로 이루 말할 수 없다.

방어측은 숨을 곳도 많고, 도망칠 곳도 많은데. 입구는 한정되어 있다.

강준혁은 그 불리함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던 탓인지, 아예 미끼로 한 명이 죽을 것을 각오하고 던져준 모양이었다.

‘고통을 느끼는 만큼, 경기에서 죽는 사람은 심한 피로를 느낄 텐데…… 그런데도 이렇게 던져 준다라.’

강준혁도 겨우 우리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 과감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경기가 이 상태로 길어지면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는 거겠지.’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잡은 연습경기. 보고 있는 관중은 다수. 국제 리그에서의 선방을 다짐하기 위해 보여 주는 경기에서 끈질긴 공방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랬기에. 한 선수가 희생하더라도, 결국은 숨어 있는 PER을 이끌어내고 전면전을 해 내려는 거겠지.

좋은 생각이다. 합리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한테 다 읽힌 시점에서, 그대로 해 줄 생각은 당연히 없다.’

“창현아…… 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전방위적으로…… 포위를…….”

역시나 강준혁은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팀원들을 이용해 전방위적으로 우리가 있는 1층을 포위해 좁혀왔다.

하지만……

“유현아. 지형변경. 알지?”

“전에 말했던 대로?”

더 말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유현의 능력 [요새화]로 우리가 있는 곳의 모습이 꾸물꾸물 바뀌더니, 바로 위층의 방으로 갈 수 있는 구멍이 생겨났다.

그 구멍을 통해 모두 위층으로 이동한 후, 다시 김유현의 능력을 이용해 감쪽같이 구멍을 메웠다.

그 직후, 아래층에서 문을 박차고 전방위적으로 때려 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만히 땅바닥에 귀를 대고 있자,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없는데?”

“이동한 건가……? 대체 어디로? 어딜 부숴서 나간 흔적이나 그런 건 전혀 없는데…… 나갈 만한 출구도 모두 확인하면서 들이닥쳤는데.”

“미끼로 던져 줬는데도 정확한 위치를 못 잡아? 하아. 이렇게 할래 진짜?”

“아니 내가 말했잖아~ 이지훈 얘는 제대로 하는 게 없다니까?”

왁자지껄한 LTD의 소리.

아무래도 이번에도 제대로 속여 넘긴 모양이었다.

가끔 이런 경기가 있다. ‘말렸다’고 표현할 만한. 그런 경기가.

‘자…… 이제 어떻게 할 거냐. 강준혁.’

한 명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찾은 상대의 위치는 다시 종잡을 수 없게 되었고, 경기 전 미리 준비했던 운석 낙하의 힘을 빌리기도 힘든 상황.

이미 7대 6. 거기에 싸우고 싶어도, 숨기 좋은 맵을 골라 절대적으로 싸워 주지 않는 상황.

주로 전투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LTD라는 걸 알고 있기에.

이 경기는 완전히 내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어쩌면 지난 삶이 있었기에 이토록 괴롭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팀이 강한 것과 별개로, 헌터스 리그의 모든 요소들을 극한으로 사용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전황은 180도로 변하니까.’

그나저나 이 정도로 LTD가 힘을 못 쓰다니. 조금은 실망이었다.

회귀하기 전, 내 로얄로드를 함께한 팀이…… 나와 류재준을 빼니 생각보다 약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아무리 한국리그라고 하더라도 1부 리그의 1황은 1황이랄까.

계속 당해 주진 않을 모양인가보다.

“창현아…… 마나가…….”

“알아.”

아직 우리 팀의 위치도 정밀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텐데. 강렬하게 떨려 오는 이 대기의 마나가, 상대측에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다.

‘하긴, 나와 류재준이 없는 만큼 지금 저 팀엔 강준혁이 있으니까.’

구관이 실력 좀 보여 줘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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