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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44화 (144/270)

144. 1부 준비

꽤나 중요한 선수의 정보였는데,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다.

사실 김유현이 2부 베테랑이지만 1부로 승격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듣고 반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데……

‘김유현을 탓할 일은 아니긴 하지.’

처음에는 가상현실로 게임을 하는 것 마냥, 가볍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통증이, 타격이 들어온다는 것은 쉽사리 적응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유현을 이렇게 놔줄 순 없었다.

“우선, 처음 계약서 기억해? 선수의 엔트리를 정하는 건 감독인 내 권한이야. 그리고…….”

김유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이번 이근택과의 연습경기에서도 상당히 좋지 않았던 것이었을까.

“좋은 소식도 하나 있어.”

“좋은 소식이요?”

다행히도 김유현이 이번에 발현한 능력이 [비폭력지대 생성]이었으니까.

새삼스럽게 [요새화]도 그렇고, 이번에 생긴 [비폭력지대 생성]도 그렇고 스킬이 생성되는 게 김유현에게 작위적인 수준으로 딱 필요한 것만 생기는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사람이 각성할 때 생기는 능력에 대해 명쾌하게 알려진 바가 없었지만, 내재된 욕망이 능력으로서 표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간혹 들었다.

‘뭐…… 사실 다른 녀석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녀석들이 대다수이지만.’

학자도 아닌 내가 깊이 생각할 사안은 아니긴 했다.

“아무래도 네가 이번에 ‘가능성을 닫는 함’을 접하고 얻은 능력 말이야.”

“제 능력이요? 저는 이번 연습경기하면서 새로운 걸 느낀 게 전혀 없는데…….”

흠…… 확실히, 김유현 외에도 PER에서 새로운 능력을 얻은 인원들도 대부분이 자신의 능력을 아직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하긴 했다.

보통 처음 각성할 때에도 능력에 대한 감을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듯, 이번 경우에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려울 건 없지만.’

지금의 경우, 이미 능력을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연습실로 따라와 보면 알 수 있을 걸? 나는 대충 지금 알 것 같으니까.”

김유현은 자신도 모르는 능력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게 이상했는지, 갸우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나를 따라 2층의 연습실로 향했다.

***

“1부, 올라가길 관둔 건 1부의 패널티 때문에 그런 거지?”

1부의 패널티. 통증. 2부 PSG에 1부였던 선수들이 내려가 겁쟁이처럼 쉬고 있는 이유도 그것인 만큼, 그런 선수들은 꽤나 흔했다.

“……알고 계셨군요.”

“2부 베테랑이면서 능력도 좋은데, 1부에 올라가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하아…… 이번 연습 경기 때도 느꼈지만, 솔직히 말하면 맷집이 약해서랄까, 한 번 당하면 제대로 플레이를 못한다랄까…… 그런 게 있어요.”

뭐. 다 예상한 부분이었다.

이 이야기를 끌어낸 건 당연히 그걸 이겨 낼 새로운 스킬 [비폭력지대 형성]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고.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겠지만…… 일단 이번 경기 정도는 김유현을 끌어들일 수 있겠지.’

“난 사실, 다른 사람의 능력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다른 사람의 능력이요?”

“그래. 단순히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는 정도이지만…… 이번에 ‘가능성을 닫는 함’을 열고, 너는 아마 안전지대를 형성하는 능력을 얻었을 거야.”

[꿰뚫는 눈]에 대해선 대충 덮어 놓은 채, 이야기는 김유현의 능력에 집중해 이어졌다.

“안전……지대?”

“그래. 안전지대. 너만의 작고 소중한 공간 같은 걸 만들어 내는 능력이겠지. 아마 감각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텐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능력만 하더라도, [요새화]잖아. 그걸 사용할 땐 어떤 감각인데?”

“음…… 그건……그래요. 상상 속으로 저만의 성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마나를 땅 속에 흘려보내고, 온 몸을 진동시키면서 마나를 퍼트린다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꽤 구체적이네.’

발동조건을 찾기 꽤나 어려웠을 텐데, 용케도 찾아냈다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거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트리거가 비슷한 능력이니까 아마 컨트롤 하는 방법도 큰 차이는 없을 테지.’

[요새화]는 마나를 방출시켜 포탑을 생성하고, 바깥의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능력.

반면, [비폭력지대 형성]은 일정 범위의 안전지대를 형성시키는 능력.

다른 점은, 마나가 바깥을 향해 퍼져 나가느냐, 혹은 일정지역 안에 머무르며, 강하게 응집되느냐 그 차이뿐이었다.

“그럼, [요새화]랑 다르게 한번 이번엔 마나를 퍼뜨리되, 너의 일정 반경 안으로 가둔다고 생각해봐.”

[꿰뚫는 눈]으로 각종 다양한 능력의 마나 흐름을 읽고, 구현 방식을 터득했기에 알려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새로운 능력을 얻고도 갈피를 못 잡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게 보통이긴 하지만…… 이 녀석은 운이 좋네.’

아니나 다를까.

“엇…… 어엇!”

평소에도 마나에 대한 감각이 나쁘진 않았던 것인지, 김유현이 새로운 감각을 익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나 컨트롤을 시작하자, 김유현의 주변으로 마나가 모여들더니 파란 직육면체 형태의 역장을 이뤄 낸 것이었다.

“오…….”

‘뽑을 때부터 능력 금수저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상상을 뛰어넘는 원석을 가지고 있었나.’

[요새화]를 이용해 포탑과 지형형성을 하면서 동시에 자기 주변에만 [비폭력지대 형성]을 해낸다면?

1인 지역방어능력에는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의 능력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이것저것 실험해 보기 전까지는 이른 말이겠지만.’

“어때? 느낌 괜찮아? 유지할 수 있겠어?”

“네……? 네.”

“좋아. 그럼 그대로 유지해 봐.”

남의 능력을 실험하는 걸 도와주는 건 사실 흔한 일은 아니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희귀한 일이기도 하고, 같은 팀이거나, 친한 것이 아니라면 쉽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니까.

우선은 그럼 한 번, 들어가 볼까.

김유현을 중심으로 형성된 파란 직육면체 형태의 역장. 그곳에 손가락을 대 보니,

쏘옥 ㅡ.

아무런 느낌 없이, 통과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건가?’

“나를 못 들어오게 할 순 없었어?”

“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좀 아쉽네. 선별적으로 들어올 수 있게 거를 수 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하지만, 여느 능력이 그렇듯. 강력한 능력은 있어도 완벽한 능력은 없는 법이었다.

“그럼. 한 번.”

휘익 ㅡ.

“왜, 왜 그러세요.”

내가 내지르는 주먹을, 김유현이 화들짝 놀라며 피했다.

“그야, [비폭력지대 형성]을 했으니, 안에서 때리면 맞나, 맞으면 아픈가 실험해 봐야 할 것 아니야.”

“그…… 그렇긴 한데.”

거 참 겁도 많은 녀석일세. 김유현이 우물쭈물 하는 사이, 나는 그걸 기다려 주지 않고, 빠르게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이번엔 피하지 못하도록, 진심으로.

하지만……

웅 ㅡ. 웅웅 ㅡㅡㅡ.

김유현에게 주먹이 닿으려는 순간,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멈춰 버렸다.

‘확실히 신기하네…….’

혹시 몰라, 총을 쏘아 봐도 맞지 않았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손을 잡는 등의 접촉도 불가했다.

“이 정도면 ‘비폭력’이라기보단…… 아예 서로 물질적인 간섭이 안 되는 건가 본데?”

서로 물질적인 간섭이 불가능한 영역의 생성이라니……

상당히 고차원적인 능력이었다.

“그럼 몇 가지만 더 실험해 볼게.”

그 후 실험해 본 것들은, 바깥에서 그 [비폭력지대]에 공격을 가할 수 있는지, 안에서 바깥을 공격할 수 있는지. 뭐 그런 것들이었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시도가 무색하게, 아무리 강한 파괴력의 공격을 가해도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음…… 결론적으로 보면 상당히 유용한 방어능력이네. 파훼법이 없지는 않지만, 상대하긴 꽤나 까다로울 거야. 무엇보다도…….’

“이게 있으면, 1부 승강전도 괜찮지 않겠어?”

“그건…… 확실히…….”

지금 김유현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임에는 틀림없으리라.

“이런 능력을 얻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네요. 감독님 덕분…… 입니다. 지금까지…… 2부에서 뛸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능력이 생길 줄은…….”

김유현은 감격한 듯 표정이 굉장히 밝았다.

‘아마, 연봉을 꽤나 많이 고려하는 것 같던데…… 하긴, 이 문제만 해결되었으면 1부에서 계속 뛰었겠지.’

지금 이 문제가 해결된 만큼, 김유현은 아마 든든한 팀원이 되어 줄 수 있으리라.

하지만…… 동시에 반드시 해 줘야 하는 말도 있었다.

“그래. 확실히 이제 이 능력이 있으면, 네가 전에 1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그것처럼 괴로운 일이 다시 생기지는 않겠지.”

“……네. 그렇죠.”

“그런데.”

그건 결국 임시방편일 뿐이다. 뛰어난 방패가 있다고 해서,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의 싸움은 1부를 넘어서고 국제리그를 넘어서는, 점차 더 치열하고 전력을 쏟아 붓는 전장에 올라서게 될 테니까.

“마나의 한계로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하겠지. 그리고 언젠가 상황에 따라선 거기서 스스로 나와야만 하는 상황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김유현이 얻은 이 능력. [비폭력지대 형성]은 유예다.

“잊지 말도록 해. 결국은 고통을 이겨 내고 싸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걸.”

김유현이 1부의 아래 어딘가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면. 더 큰 꿈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언은 이것이리라.

***

이튿날, PER의 2층 연습실에서의 연습은 계속 이어졌다.

전날과 다른 점은 김유현뿐만 아니라, 다른 PER의 팀원들도 전부 모여 있다는 점이었다.

개인의 새 능력을 일깨워 주는 저녁의 연습 일정. 그리고 1부에서 새롭게 얻게 될 경기의 고통에 대비하는 오전의 연습 일정.

지금은 오전 연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가리!”

“으…… 으 으악!!!”

한지수의 콤플렉스를 건드린 것인지, 답지 않게 평소처럼 공격을 또렷이 보지 못하고 제대로 피하지도 못했다.

“안 피하면 계속 맞는 거야.”

물론 몽둥이에 자비는 없었다.

2부 리그의 헌터들이 1부에 올라오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그건 어이없게도, 공격을 당할 때, 특히나 눈에 보이는 공격이 정면으로 들어올 때 눈을 감아 버린다는 점이었다.

2부나 3부에선 결코 하지 않을 일이지만, 1부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고통. 맞을 때의 감각이 되살아나자 두려움이 되살아나는 탓이었다.

그거에 대한 해결책은 역시……

‘많이 맞는 수밖에. 아파서 죽어도 피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계속 맞다 보면, 눈을 감으면 안 되고,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해서 똑바로 보고 피해야 한다는 걸 몸으로 익히지 않겠는가?

단순무식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다.

“킥킥. 평소에 도도하게 굴다가 고소하네.”

옆에서 보고 있던 김도준이, 한지수를 몰래 비웃었다.

하지만 난 딱히 한지수만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닌데. 그걸 고려하지 못했던 걸까.

괜히 어그로를 끌면, 다음 표적은 자신이 된다는 것을.

“대가리!”

한지수의 머리를 또 빠따로 때리는 것처럼 하다가……

쾅!

“컥 ㅡ.”

빠따를 김도준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

[말하고 때리는 사람]이 발동된 것인지, 정말 굉장한 소리였다.

떠들썩하게 일어나 핑계를 댈 시점인데도, 맞아서 나가떨어진 걸 보면 저 ‘컥’ 소리는 김도준의 단말마의 비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뭐랬어. 계속 다들 긴장하고 있으랬지?”

김도준은 가끔 경기에서 똑똑하다 싶다가도, 까불거리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싶을 때가 있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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