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심리전
“와…… 저 창은 대체 뭐지? 창에다가 로켓 추진체라도 달아 놓은 건가?”
김도준을 자주 접하지 않은 조연화로서는 과학적이라고 느껴야 할지, 혹은 허무맹랑하다고 느껴야 할지 정확히 방향이 서지 않는 발언이었다.
헌터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방식이, 스킬이나 기술 따위가 아닌 로켓 추진체라니.
김도준이라고 했었는데…… 이 녀석은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 순간 무언가 생각에 잠겼던 듯 말이 끊어졌던 강준혁이 입을 열었다.
“아아…… 너희는 아마 모르겠구나?”
“네? 뭐를요?”
“저건…… 아마 [마나전개]다.“
“마나전개요? 각성할 때 얻는 초능력 같은 건가요?”
분명 맥락 상 헌터의 기술인 것 같지만, 이미 탈락해 구경 중인 PER팀원 중 아는 눈치인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 반응을 보고는 강준혁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아. 그래. 비슷하지. 그런데 너희가 각성하고 얻은 초능력과는 결이 달라. [능력]이라기보다는 [기술]에 가깝지. 너희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검술처럼.
저건 방대한 마나를 지니고, 그 컨트롤이 극한에 가까워진 능력자가 사용하는 일종의 마나 컨트롤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오…….”
‘역시 1부 리그 최상위 팀 LTD의 에이스인가…….’
마나전개에 대한 정보는 일반 대중에겐 아예 공개도 안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헌터들 중에서도 극소수만 공유하는 정보이기도 했다.
그 존재자체도, 수련하는 방법 자체도 굉장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었으므로.
놀라운 일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마나전개]라기엔 불완전한 것 같군.”
“저게요? 저거 창이 아니라 그냥 무슨 인공지능 미사일 같은데요? 유도 성능이나 파괴력이나 전혀 말이 안 되는 수준인데…….”
‘…….’
나와 류재준이야, 이근택에게 직접 배웠던 기간이 있었기에 회장님의 몸 상태도. 그렇기에 기술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강준혁 저 선수는……
조연화는 입술을 짓씹었다.
“본 적이 있으니까. 국제 리그에서, 완전한 [마나전개]를.”
이근택이 창을 마구 던지는 모습을 무엇에 비쳐 보았던 것일까.
강준혁은 눈을 크게 뜬 채로,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불완전하지만, 마나전개를 펼친 이근택 회장님을 상대로 저렇게 하다니…….”
강준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 갑작스레 의기양양하게 말을 끊는 녀석이 있었다.
“저희 창현이가 좀 하긴 하죠. 괜히 본 사람들이 다 혀를 내두르는게 아니거든요.”
윤한결……이랬나?
‘팀원한테 상당히 인정과 존중을 받고 있구나…….’
마치 자신의 일인 듯 어깨를 쫙 펴고 이창현을 자랑하는 게, 말하지 않아도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런데……
“요샌 팀 선수 팬카페나 그런 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팀 PER 팬카페도 아니고, 창현이 개인 팬카페는 있더라구요.”
‘그런 게 있다고…….’
개인 팬이 많은 건 이상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이창현이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진 인지도가 많이 부족한 2부였을 텐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해서 사람들에게 얼굴도장이라도 제대로 찍은 걸까?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게 있단 말이야? 나도 처음 들었는데. 어디 보자…… 오. 상당한 팬인가 본데. 경기 기록도 그렇고, 창현이의 기술도 그렇고 나온 건 완전 세세히 적어 놨네. 아이디가……OneWave…….”
“……그 아이디 ……혹시.”
다소 소극적으로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던 PER의 여자아이가 물끄러미 윤한결을 처다보았다.
‘One Wave…… 한결? 혹시…….’
조연화로서도 약간 어이가 없는 상황.
“…….”
범인으로 지목당한 윤한결은 어깨를 으쓱이며 한 손으로 등을 긁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참 화목한 팀이구나.’
색다르네…… 색달라.
***
마나.
그건 탑이 생겨나고 난 후, 각성자들이 생김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 새로운 개념이었다.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헌터들에게 있어서는 역시 근육과 같은 것이었다.
무기로 쓰기 위해 키워야 하고, 이윽고는 세심한 컨트롤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그런 것.
하지만 마나의 특성상 그건 쉽지 않았고. 다수의 헌터들은 여전히 마나를 다루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대용으로 규격화시켜서 나온 게 마나장비였지.’
마나회로를 최적화시켜, 적당한 마나를 불어넣기만 하면 정해진 대로 작동하는 일종의 기계장치.
하지만, 여전히 가장 마나를 잘 이용하는 방법은 스스로 세밀하게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혀 원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 중 마나전개는 그 컨트롤과 마나량의 정점에 있는 헌터만의 고급기술인 것이었고.
‘물론, 나라고 해서 그 컨트롤 실력이 딸린 건 아니지만…… [만개]를 개방하기 전까지는 [마나전개]는 무리이려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금 파괴력이 결코 약한 건 아니었다.
“저는 이번에 회장님의 [창], [방패], [머리], [어깨], [왼팔], [오른팔], [왼쪽다리], [오른쪽 다리]를 각 탄환으로 맞출 겁니다.”
[만개]로 인해 개화한 재능이 나를 보좌하고 있었으니까.
강렬한 마나가 응축되는 것과 동시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게 마지막이 되겠네.’
이기던, 지던. 아마도 이 전투는 이걸로 마무리가 되리라.
“받아라!”
내 움직임에 맞춰, 이근택도 엄청난 속도로 땅을 활보했다.
처음 창을 던졌을 때처럼. 아니, 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마치 춤사위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땅에 흩뿌려져 꽂힌 창을 몸의 운동에너지에 더해 다양한 자세로 던졌다.
‘이번엔 막을 힘 따윈 없다. 최대한 피해서 시간을 끌어야 해.’
[만개 - 재능개화 : 완전한 몸]의 효과 덕에, 어깨가 한계상황이어도 원하는 대로 기동할 수 있었지만……
저 묵직한 창을 다시 방패로 막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아야 했다.
그저, 내가 먼저 쏜 총에 이근택이 쓰러지게 해 창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어찌되었든 날아가는 속도는 탄환이 더 빨랐으니까.
파괴력이 전과는 궤가 달랐기에, 이근택 또한 약간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내 에테르 탄알이 이근택에게 닿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탄환이 닿은 건 이근택이 들고 있었던 하나의 창이었다.
팅 ㅡ !
‘역시 보통 무기가 아닌가.’
강렬하게 무기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전혀 휘거나 변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패는 아까 이미 찌그러졌잖습니까. 자…… 그건 어떻게…….’
‘……이런.’
나도 모르게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근택이 방패로 오는 탄환 역시, 방패에 닿기 전 창으로 튕겨 내 버린 것이었다.
총알 튕겨 내기. 헌터라면 가끔 보여 주는 기행 중 하나긴 했다.
하지만 파괴력도, 탄속도 일반적인 총과 궤를 달리하는 이 탄환을 쳐낸다고?
“네!”
어깨를 향한 탄알 하나를.
“녀석의!”
왼팔과 오른팔을 향한 탄알을
“콩알탄 따위!”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를 향한 탄알을.
이근택은 빠짐없이 쳐냈다.
“크하하하! 젊은 녀석이 다 늙어서 제 힘도 못내는 노인네 하나 감당 못하는구나.”
하지만, 이근택이 쳐내지 않은 한 발이 남았다.
[머리]를 향한 한 발이.
‘그것만 들어간다면...!’
“확실히 이럴 땐 상대방의 방심을 노리는 것도 좋은 작전이지. 허나!”
이근택은 마지막까지도 긴장을 놓고 있지 않았다.
[말하고 때리는 사람] 스킬의 극심한 패널티. 정확히 상대방에게 선언하고 쏴야 한다는 점을, 통렬하게 파고들고 있었다.
강화된 탄환, 8개의 갯수를 아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이근택이 마지막 [머리]를 향한 탄환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탑에서 헌터로 살아남은 사람 중 그렇게 쉽게 방심하는 물렁물렁한 사람은 없다!”
쉬이익 ㅡ.
이근택의 창이, 깔끔하게 휘둘러졌다.
‘……!’
하지만, 놀랍게도 이근택이 휘두른 창의 궤적을 살짝 빗겨가듯, 갑작스레 탄의 궤도가 휘어 이근택에게 파고들었다.
‘그야 회장님이 막아 낼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첫 발부터, 일곱 번째 발까지. 이근택을 향해 정직하게 쐈다.
이근택이 탄도를 자연스레 예측할 수 있도록. 쳐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마지막 발.
[유도사격]
정직해 보이지만, 미세하게 뒤틀려있는 궤도. 그 궤도와 약간의 회전이 들어간 뒤틀림은, 이근택 주변에 가서야 급격하게 방향을 바꿀 터였다.
아무리 이근택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이토록 빠르고 강한 힘이 담긴 탄환을 쳐내는 건 어려운 일.
‘끝이다…….’
나는 혹시 모르니, 마치 꼬리잡기하듯 따라붙는 창들을 이끌고 이근택에게 향했다.
이제 정말 한 걸음. 남은 건 한 걸음뿐이다.
피슉 ㅡ.
이근택의 한쪽 눈이 탄알에 의해 꿰뚫렸다.
‘이제 끝인가...?’
그리 생각한 것도 잠시.
‘아니, 아니다. 아직 쓰러지지 않았어.’
아직 이근택에게서 느껴지는 그 마나의 기운이.
마나전개가,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
끝모를 이근택의 집념 때문이었을까.
“으으아아아아아!!!”
한 눈에 피를 흘리는 채로, 이근택이 포효했다.
하지만 상태가 온전하지는 않은 상황.
동시에 내 등 뒤에 이근택의 창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상황.
어느덧 이근택 코 앞에 도착한 상황에, 이근택이 먼저 앞으로 나서 내 팔을 잡았다.
마치, 네놈이 꿰뚫리는 것을 보고 눈을 감겠다는 듯이.
‘어마어마한 집념이군…….’
가볍게 능력 테스트 겸 해보기로 한 경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집념이었다.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모를 정도의. 눈을 꿰뚫은 부상. 저런 부상을 입고도 움직이는게 가능한지조차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근택이 내 팔을 잡았다는 건, 나도 이근택을 잡을 수 있는 거리라는 뜻.
이근택이 내 팔을 부러뜨릴 듯 강하게 힘을 주며 창 쪽으로 들어올렸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팔 한 쪽을 이근택에게 뻗었다.
이근택이 이렇게까지 버틸 줄 몰랐다.
남은 건, 동귀어진. 혹은 가능할지 정확히 모르는 불확실한 가능성에 걸어보는 것.
나는 후자에 걸어 보기로 했다.
이근택에게 닿은 손으로부터 하얀 빛이 퍼져 나갔다.
[이상동몽의 지휘관]. 찰나의 순간이라도, 이근택을 멈춰 두기엔 충분한 기술.
‘그럼 이제 창이 닿기 전에, 반대로 이근택의 몸을 창 방향쪽으로 돌리면…….’
…….
분명 [이상동몽의 지휘관]으로 내가 이미지했던 것을 보고 있을 텐데.
이근택의 몸은 마치 굳어 버린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더불어 내 팔을 쥔 손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절대 보내 줄 수 없다는 듯이 굳어 버린 것처럼.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완전하게 [마나전개]를 할 수 없으면서, 나이도 먹고. 부상덕에 현역시절만큼의 힘을 뽐내지 못하는 이근택이, 이 정도라는 걸 알면.
가벼운 연습게임에 불과함에도 반드시 이겨 내겠다는 투지, 고통을 견뎌 내는 인내. 수싸움에서도 서로 한 수 주고받았다.
통증을 견뎌 내고 평소처럼 몸을 한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 [완전한 몸].
평소랑 비교할 수도 없이 강력한 화력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해 준 [말하고 때리는 사람].
심리전을 유도해 이근택이라는 견고한 성에 구멍을 만들어 낸 [유도사격].
직접 닿는 상대를 잠시간 무력화시킬 수 있어, 그 이근택마저 한순간 행동을 멈추게 만든 [이상동몽의 지휘관].
이중 어느 하나가 없었다면 결코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겠지.
어느덧 이근택이 쏘아 올린 창이 내 코앞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돌고 돌아서 기본이라는 건가.’
마나가 거의 빠져 버린 몸. 완력으로 이근택의 힘을 이겨 내 몸을 돌릴 수 없다면.
그래, 마나장비를 이용하면 된다.
그 찰나의 순간. 마치 멈춘 것처럼 느껴졌던 그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나가고, 결국은 아주 약간 움직일 따름이었다.
에어비트로 내 옆을 두드리는 것.
마지막의 그 작은 행동으로, 경기는 완성되었다.
에어비트의 강한 반동으로 힘을 추진력을 얻은 몸이, 이근택과 함께 돌아갔다.
그리고 그 직후.
푹 ㅡ!
마치 회귀 전, 건곤일척의 승부를 했던 과거가 떠오를 법한. 그런 한판 승부였다.
털썩.
모두가 쓰러져 있는 어느 전장.
나는 아직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