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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37화 (137/270)

137. 진화

탑이 생겨난 후, 인류가 탑에 관심을 보인 것은 단순히 새로운 미지의 지역이 생겨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탑이 생겨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누군가가 들어갔다가 발견했다고 알려진 유물의 존재. 그 존재야말로 이른바 탑을 공략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낸 것이었다.

상상을 구현해 내는 돌. 무한대로 늘어나며, 잘리지 않는 실. 심지어는 어딘가에 있다고 알려진 시간을 되돌리는 모래시계까지.

그 외에도 효용이 알려지지 않은 유물이나, 그 원리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것들로 가득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탑이라는 지역의 가치는 점점 무궁무진해졌다.

탑과 연결된 새로운 세계들과, 지구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자원들까지 가득했으므로.

‘가능성을 닫는 함’도 그렇게 초기에 발견된 유물 중 하나로, 특히나 헌터스 리그계에서 유명한 유물이기도 했다.

잠재성을 한계까지 끌어내어, 헌터에게 더 발전할 수 있는 단초를 쌓아 주는 유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선수가 기름진 토양이라면…… 이 ‘가능성을 닫는 함’은 그 토양의 힘을 빌어 새로운 재능이 자라날 수 있도록 씨앗을 심어 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김도준이 쉽게 오지 않는 엄청난 기회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확실하지는 않다만…… 개인의 적성에 따라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경우도 종종 있지.”

‘아무리 이근택 회장님이라고 해도 저 유물을 구해 올 줄이야…….’

솔직히 나도 조금 놀란 편이었다. ‘가능성을 닫는 함’. 헌터업계에서는 그 효과로 가장 유명한 유물 중 하나. 분명 회귀 전에는 적어도 한국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은 유물이었으니까.

“……그래서. 좀 느낌이 오더냐?”

이근택 회장이 마나회로를 풀어내 상자를 훤하게 열어 버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원래 무슨 느낌이 나는데요?”

“에잉…….”

무언가 탐탁치 않은지, 턱을 쓰다듬는 이근택 회장을 보던 도중.

너무나 아무런 감각도 없어 평온했던 내 몸에 갑작스레 무언가 새로운 기운이 용솟음쳤다.

마치 물을 빨아들이는 구멍이 열려,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가듯. 단전 부근으로 강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

귓가에 강한 물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나에게만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전에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었던 듯 느껴졌던 것이, 지금은 굉장히 상쾌했다.

나도 모르게 내 손을 들어서 살피고 있는데 이근택 회장도 뭔가 낌새를 눈치챈 것인지 피식 웃었다.

“그래도 내가 헛걸음을 했던 건 아닌 모양이구나.”

곧바로 [꿰뚫는 눈]을 통해 자신을 관조했을 때, 그제서야 정확한 변화를 알 수 있었다.

[스킬]

[만개 : B]

: 만개 스킬레벨의 증가로 스테이터스 성장가속이 이뤄집니다.

: 만개 스킬레벨의 증가로 개화된 키워드 스킬들의 성능이 강화됩니다.

나름 2부에서도 고생 꽤나 하면서 경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오르지 않았던 만개의 랭크가 어느덧 한 단계 올라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만개의 랭크가 오르자, 당연히 뒤이어 다른 능력들도 강화되었다.

[만개 - 재능개화 : 말하고 때리는 사람(증강 : 랭크 B)] : 상대방에게 미리 맞출 곳을 선언하고 맞추게 되면 파괴력이 배로 강력해집니다.

[만개 - 재능개화 : 에테르(증강 : 랭크 B)] : 마나를 이용해 에테르를 직접적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에테르를 생성하는 데 드는 마나가 감소합니다.

[만개 - 재능개화 : 전설의 저격수 (증강 : 랭크 B)] : 장거리 저격의 명중률이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유도사격(중)] : 중간 정도의 유도사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개 - 재능개화 : 이상동몽(異床同夢)의 지휘관 (증강 : 랭크 B)] : 이미지하는 것을 온전하게 상대와 공유할 수 있습니다. 몸에 닿은 상대라면, 상대가 받아들이려 하지 않더라도 그 이미지가 전달됩니다.

[만개 - 재능개화 : 완전한 몸 (증강 : 랭크 B)] : 자신의 몸을 다루는 것을 통달합니다. 이미지하는 것, 동작의 체화에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몸을 한계상황에서 다루더라도 다루는 능력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꿰뚫는 눈 : S(S+)]

[마도공학 무기변환 : A]

[힘 : 7.5]

[반응속도 : 9.6]

[유연성 : 8.2]

[지구력 : 8.0]

[재생력 : 7.4]

[마나량 : 9.0]

확실히 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것들이 많았다.

기존에는 성능이 애매해서 자주 쓰지 않았던 [만개 – 재능개화 : 말하고 때리는 사람]의 능력이 바뀌었던 부분이라던가,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능력이 확장되거나 활용성이 좋아진 부분이 많았다.

‘기존에는 사용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개인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인가.’

만개의 랭크업이 왜 이렇게나 특별한 물건을 이용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인지, 어느 정도 납득할 정도였다.

무심코 내 능력을 느끼면서 웃고 있었던 것일까, 시선이 어느덧 이쪽으로 쏠려 있었다.

특히 이근택 회장의 시선이 눈에 띄었다.

하긴, 아마 이근택이라도 쉽게 빌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을 텐데, 그 효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야기라도 듣고 싶겠지.

“아마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마 이근택으로서도 원하는 말이긴 했을 것이다.

일단 나는 이즈음 하고 상자를 다른 팀원에게 넘겼고, 녀석들은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상자를 받듯 그 상자를 열고는 변화를 맞이했다.

내 경우에는 [꿰뚫는 눈]이 있지만, 다른 녀석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바뀌어도 정확히 무엇이 바뀐 것인지 알지 못해서였을까?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걸 느끼긴 했지만, 극렬한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는지.

“능력에 변화가 생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 긴가민가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뭐 헌터의 능력이라는 게 일반적으론 그런 거니까.’

물론 우리 팀의 경우엔 내가 직접 하나씩 [꿰뚫는 눈]으로 통찰하여 알려 주면 되는 문제이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근택이 그 말을 듣더니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허어…… 그래도 굉장히 값어치 있는 선물인데, 나로서도 한번 그 효과를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그 말씀은…….”

이근택이 몸을 푸는 듯한 시늉을 하며, 바로 근처에 있는 건물. 헌터 연합훈련소를 가리켰다.

“지금 당장에야 새로운 능력이 생겼는지, 더 강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혀보면 뭐라도 체감되는 게 있겠지. 다들 한 번 따라와 보게.”

하여간 전투적인 할아버지 같으니라고.

***

PER은 2부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팀 홈에 연습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헌터연합훈련소에 오는 건 꽤나 오랜만이긴 했다.

“와…… 여기 진짜 오랜만이다. 옛날 기억 새록새록 나네. 우리 예전에 여기서 막 헌터 서바이벌 연습 창현이가 굴리고 그러지 않았냐?”

“지금 하면 좀 잘 할지도?”

팀이 승승장구하다보니, 다들 전과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꽤나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라 다행이네.’

물론 아마, 지금 헌터 서바이벌을 하면 저번이랑은 아마 완전히 다를 테지만. 안 좋은 의미로.

팀의 체급이 올라간 만큼, 매칭되는 상대도 훨씬 강해졌을 테니까.

“흘흘. 혈기왕성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그래서. 그렇게 귀한 걸 줬는데, 이 노부를 실망시키지는 않겠지?”

“크하하. 회장님도 참.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지금까지 숨겨온 비장의 비기를 보여드리는 수밖에.”

“호오…… 그렇단 말이지?”

이근택 회장이 김도준의 말에 두 눈을 빛냈다.

하지만, 김도준의 ‘비기’라. 실망하지는 않겠지만 왠지 좋은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녀석이야 알아서 하겠지.’

한편으론, 나도 이번 기회에 시험해 볼 만한 것이 많았다.

새롭게 변환된 능력. 미리 맞출 곳을 선언하고 때리는 능력의 강력함이 어느 정도인지.

총으로 쏴 맞출 때도 적용이 되는 것인지.

그리고 에테르를 생성하는 데 드는 마나가 크게 줄었는데, 그렇다면 마나 대용으로 에테르를 마치 자연계능력처럼 사용해 부릴 수 있는 것인지.

전설의 저격수의 능력, [유도사격]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 마나쉴드로 막는 상대의 실드를 피해서 맞추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그 외에도, [이상동몽의 지휘관]이나, [완전한 몸]의 재능개화도 새로운 전술이 가능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굴려 보았을 때, 가능한 이론적인 것일 뿐. 실제로 한 번 해서 검증을 해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근택을 상대로 해 볼 수 있다는 건 큰 기회이리라.

“그건 그렇고, 네놈 팀의 주장은 얼굴이 굳어 있구나. 이번엔 저번처럼 뒤에 너희를 도와줄 중립몬스터 같은 건 없을 테니, 그것에 겁이라도 먹은 게냐?”

이제 막 훈련소에서 방을 잡아 훈련하려는 찰나, 이근택이 자꾸만 많은 말을 걸어오는데 참…….

전보다 친해져서 그런 것일지, 말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런 쫄았냐는 류의 말에는 딱 적당한 대답을 알고 있긴 하지.

“제가요? 왜요?”

이근택을 향해 씨익 웃어 보이자. 그걸 보곤 어이가 없었는지, 허허…… 하고 고개를 도리도리 휘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은 각자 새롭게 발현될 능력을,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모르는 PER의 팀원들. 그리고 새롭게 변한 능력들로 시험해 볼 것들이 양 손에 가득한 나.

그 모두가 모여 가벼운 연습 경기 한 판이 시작되었다.

***

이번 판의 경우엔, 딱히 팀 단위 전술이나 그런 걸 연습하는 게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상태를 알고 새롭게 능력을 써보기 위한 연습이었으므로, 개인전 형태의 룰이었다.

‘그리고 개인전 형태인 만큼, 상대할 적도 많다…… 인가.’

시험해 볼 수 있는 것도 많으리라.

당연하게도 개인전은, 모두가 적. 그렇기에 다른 상대를 만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 유감스럽게도 가장 가까이에 있던 첫 상대는 김도준이었다.

“쳇. 하필이면 너라니.”

내심 이근택 회장과의 장렬한 일전이라도 기대한 것이었을까?

그나저나, 이 녀석은 그 상자로 새롭게 얻은 능력이 뭐일려나?

하는 생각에 [꿰뚫는 눈]을 사용하려는 순간.

“빈틈 발견!”

피이잉 ㅡ.

녀석이 문답무용으로 그 검으로 눈갱을 시도해 왔다.

지금까지 계속 팀이었기에 방심해 버렸던 걸까?

너무나도 강렬한 빛을 한 순간 쬐어 버려 눈을 뜨기도 힘들고, 떠 봤자, 하얀 잔상이 남았다.

그야말로 제대로 당해 버린 상태였다.

처음이었다.

녀석의 눈갱에 내가 직접 당한 건.

확실히 당하니 당황스럽다 못해 황당했지만……

‘이런 기회에 제대로 시험도 못해본 채로 당해 버릴 순 없지.’

허옇게 번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김도준의 잔상을 향해 권총을 연발했다.

“크큿…… 어디다 쏘는 거야? 천하의 이창현도 내 앞에서는 별 수가 없구나!”

물론 눈뽕으로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쐈는데 정확히 맞을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도준아…… 그걸 내가 생각도 안 하고 막 쐈겠니?’

바뀌고 진화한 능력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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