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35화 (135/270)

135. 예기치 못한 연락

이번 삶에서 만개로 인해 우연찮게 얻은 능력. ‘이상동몽의 지휘관’.

이미지 하는 것을 온전하게 상대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미지 한 것을 전달한다는 것은, 몸에 체화시킨 감각이지만 결국은 일종의 심상.

그렇기에 무언가를 보여 주고 느끼게 해 준다고 해서, 그게 완전히 현실의 영역에서 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는 일종의 페이크가 가능하다는 거지.’

그리고 나는 그걸 알고 있었기에, 레논에게 그것을 능력으로 보여 주었다.

복잡하게 얽혀 뒤바뀐 몸의 조작방식을 순식간에 눈치채고, 그에 적응해 바뀌어 나가는 감각을.

‘……그래도 뭐, 실제로 PSG전에선 이렇게 했으니 완전히 거짓말을 치는 건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 감각이 퍼져 나가며, 이윽고는 몸의 감각을 완전히 새롭게 정립해 움직여 나가는 감각이 익숙해지는 것을 보여 주었다.

레논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감각과 이미지를 전달해 주는 능력은 대체…… 그리고 이걸 이런 방식으로 해내는 사람이 있다니.”

이거 원. 너무 격한 반응이라 미안해지는데.

하지만, 분명 이 방식으로도 익숙해지도록 연습한다면 충분히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리라.

그러니 아예 값어치가 없는 선물은 아니겠지.

“어느 정도는 대답이 되었을까요?”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군.”

레논의 영입제안을 뿌리치고, 능력을 보여 준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레만은 그걸 보며 잠자코 웃음 짓고 있었다.

하긴, 레만은 팀에 투자한 게 거의 나 때문인데, 내가 빠지면 타격이 크긴 하겠지. 게다가 이제 진짜 1부를 노려 볼 만한 팀이 됐으니까.

미국 사람에게 헌터스 리그 팀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레만이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품지는 않으리라.

그래서 모든 것이 훈훈하게 마무리 지어진 가운데

“……좋은 걸 받았네. 하지만, 서비스로 받기엔 잔돈이 남는군.”

‘잔돈…… 이라.’

확실히. 저런 류의 스킬도, 오늘 경기에서 보여 주었던 광경도 쉽사리 보기는 힘든 것이리라.

“재미있는 걸 보여 줬으니, 나도 그것에 대한 답례 정도는 해야겠지. 굳이 우리 팀에 들어오라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겠네.

하지만, 이번 시즌이 끝나고라도 좋으니 미국 리그에 있는 우리 팀의 홈으로 놀러오게. 우리 쪽에서도 답례로 멋진 걸 보여 줄 테니.”

“에잉…… 나이 먹고 미련만 많아져가지고는.”

“그래봤자 레만만 하겠습니까?”

레논과 레만이 티격태격대기 시작했다. 하여간 다들 나이 좀 먹고서 저러고 싶은걸까.

내가 보기엔 레논이나 레만이나 또이또이했다.

지켜보는 것도 잠시.

“그럼 나는 시간도 늦었으니 돌아가 봐야겠네. 내일 일정도 있어서. 이런 상도덕도 없고 은혜도 모르는 녀석이랑 한시도 같은 자리에 있고 싶지 않구만.”

“호오. 그러십니까? 그럼 나는 여기서 하루 묵고 가겠네. 그래도 레만이 투자한 팀인데, 빈 방 하나 정도는 있겠지?”

“너 이 개새끼…….”

정말이지 쉽지 않은 두 사람이었다.

할 수 있는 건 팀의 평화를 위해 에둘러 두 사람 모두 바깥으로 안내해 주는 것 뿐.

“오늘은 갑작스럽게 찾아오신 거라, 별다른 준비를 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웃으며 레논과 레만, 둘의 등을 모두 바깥으로 떠밀었다.

정말이지 피곤하고 긴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편, 레논과 레만을 마중하는 내 뒤로 팀원들은 레논과의 일전. 아니. 1부 룰로 이루어진 ‘몽환의 궁전’의 경험을 복기하고 있었다.

“……확실히 통각이란 패널티가 크고 작고의 차이가 엄청 크긴 하네. ‘혼돈’ 효과랑 별개로 역시 사람이 상처를 입으면 제대로 움직이기가 힘드니까.”

팀원 사이에서 가장 화두로 떠오른 화제는 역시나 1부 룰의 경기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대한이야기였다.

“그렇긴 해. 그래서 1부부터는 그걸 악용하는 선수도 가끔이지만 있으니까 마음 독하게 먹는 게 좋을 걸?”

“진짜?”

이길한이 뭐 그런 녀석까지 있냐는 듯 분개했다.

‘뭐, 대부분의 선수는 그렇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고의성이 느껴지는 경우에는 제재가 가해지니, 일어나진 않지만 리스크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너무 걱정할 필욘 없다. 결국은 실력이 좋은 사람이 이기는 건 똑같으니까.”

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던 류재준이었다.

새삼 이근택과 조준호에게서 나름 헌터로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을 류재준이 있어 그나마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겁 주듯 말했지만, 1부에서 느끼게 되는 통각이라는 것. 그게 익숙해지면 오히려 1부에서 더 도드라지는 선수들도 종종 있다.

‘각성자는 몸의 내구성은 일반인보다 나을지 몰라도, 정신력마저 그 내구성을 따라가는 건 아니니까.’

정신력이 강하다면, 능력이 강하지 않음에도 오히려 2부보다 1부에서 승승장구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재준이 말이 맞아. 익숙해지면 일단은 다 실력싸움이지. 그리고 1부는 너희도 익히 봐왔을 거 아니야?”

1부 헌터스 리그는 한국 헌터의 위상이 어떠하든,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 이제서야 진정으로 꿈꾸고 봐왔던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긴 했어.”

“1시즌에 1계단씩 오르면, 규정 생각하면 제일 빠른 건데 그게 뭐가 오래야.”

“어찌되었든, 이제 남은 경기를 전패해도 승강전은 확정이니까. 1부 승강전을 준비해야지. 일정도 나왔고.”

“벌써?”

아직 2부 리그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승강전을 준비한다고 하자 다른 팀원들은 약간 의외였는지 되물어왔다.

“벌써가 아니라, 우리가 상대 무대에서 싸워야 하는 거니,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미리 연습경기까지 잡아 놨으니까. 알아두고.”

“오……드디어 연습경기지만, 1부에 데뷔하는 건가. 큭. 그래서 상대가 누군데?”

김도준이 우쭐하더니 내게 물었다.

“아 상대? 우연히 강준혁 선수랑 연락이 닿아서, 1부 LTD랑.”

우쭐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묘해졌다.

***

헌터스 리그의 2부는 1부보다 대체로 일정이 빠른 편이었다. 게다가 2부는 포스트 시즌 없이 정규시즌 1등 팀을 우승팀으로 삼았으니, 더더욱 차이가 컸다.

그렇다고 해서 2부는 정규시즌이 끝나면 남은 시간 동안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1부의 포스트 시즌과 결승전이 끝난 후. 1부의 하위 2팀과 2부의 상위 2팀의 승강전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사실 결승전이 끝나면 일정이 없긴 한데…… 그런 부탁을 해 올 줄이야.’

강준혁으로서는 굉장히 의외의 연락이었다.

안면을 튼 것이라고는, 저번 파티 때가 처음이었을 텐데 이렇게 강준혁을 통해 1부 LTD에 연습경기 요청을 해 올 줄이야.

1부의 최상위 팀인 LTD. 그리고 강준혁으로서는 일정이 없어 상관이 없었지만, 솔직히 그래 봤자 녀석의 PER은 2부팀인데 상대가 되겠는가?

무모한 것인지, 자신감이 있는 것인지 강준혁으로서도 긴가민가 할 정도였다.

저번 파티 때 본 이창현의 기량은 나쁘지 않았지만, 2부 선수가 처음 1부에 발을 들이며 느끼는 그 통증과 그로인한 제약사항을 생각하면……실력의 차이가 큰 팀이랑 경기하면 오히려 마음이 꺾이는 수가 있었으니까.

“뭐, 1부 일정 끝나고 국제리그 일정도 생각해야 할 텐데. 그 땐 다른 1부 팀이랑 연습 스케줄 잡는 게 어려우니, 2부 팀 하나 즈음 넣는 것도 어렵지 않긴 해. 잘 구해 왔다 준혁아.”

“아니, 제가 구한 건 아니고 그 팀 측에서…….”

“뭐라고? 그 팀 측에서 요청을 했다고? 흠…… 2부가…… 가만 보자. 1부 승강전 일정이 있구나. 이것 때문에 그런 건가?”

“아마도 그런 듯 싶습니다만…….”

“하핫. 열정 하나는 괜찮은 녀석들이네. 생각해 보니까 얘네 그때 걔들이잖아. 우리가 전에 전략 참고했던 3부 애들 말이야. 그래서 오히려 좀 미안하네…… 첫 1부 경기부터 우리 팀이랑 하면 많이 빡셀 텐데.”

“그렇다고 국제 리그를 생각하면서 감각을 유지해야 할 때인데, 적당히 할 수는 없죠. 아시죠 감독님?”

그래,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아마 포스트시즌을 승리하고 승리의 감각을 유지해야 할 그 때에 적당적당한 상대가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이 국제 헌터스 리그에서 계속 죽을 쓰지 않았나. 올해라도 국제 리그 본선에 꼭 나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야 하리라.

“그래. 그래야겠지. 어쨌든 녀석들한테도 이야기해 주고. 멤버는 국제 리그 멤버랑 똑같이 갈 거니까.”

“네. 그렇게 전해 둘게요. 그럼.”

‘먼저 이야기를 걸어온 만큼, 적당히는 없다…… 루키 상대라.’

이창현. 확실히 눈여겨 본 녀석이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겨우 그걸로 1부. LTD를 상대로 괜찮은 경기를 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건 우물 안의 개구리 시선이었다.

‘기대하고 있는 루키인 만큼,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줄 필요가 있겠군.’

강준혁은 이근택 회장이 조금 화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성장에는 원래 통증이 따르는 법인 것을.

인정했다고는 하나, 녀석의 콧대가 높은 게 조금은 건방지기도 했고.

뭐, 일단 당장은 정규 리그와 포스트시즌에 집중할 때긴 하지만.

***

한편 막 1부 룰에 맞춘 연습을 시작하고 있던 찰나, 새로운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이근택] : 이제 시즌도 끝나는데 별 일은 없더냐.

생각해 보니 이근택 회장이랑은 연락을 한 지도 오래 지났구나 싶었다.

그런데 뭔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싶었다.

별 일? 별 일이라고 할 만한 게 있나. 헌터스 리그 선수가 시즌 중이면 매일 연습경기하고, 경기 준비했겠지.

[이창현] : 별 일이야 없죠. 회장님은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이근택] : 쯧…… 무슨 일이 있어야만 연락을 해야 하더냐. 나한테서 유물도 받아간 녀석이…… 에잉…….

‘헌터 협회장이라 할 일도 많으신데, 적적하기라도 하신가?’

자신을 찾지 않아 삐졌다는 기분이 든 건 괜한 생각인 걸까. 그 생각도 잠시. 이근택의 문자가 계속 이어졌다.

[이근택] : 됐다. 되었어. 내가 뭘 기대한 것인지……어쨌거나, 말 한 것이 있으니 1부 승강전엔 도전할 테지?

[이창현] : 아 그럼요. 그건 그렇고 회장님. 외로움을 달래는 데 고양이가 그렇게 좋다더군요. 회장님도 한 마리 키워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제가 아는 지인이 키워 봐서 아는데 털도 복슬복슬하고 귀여운 게, 손도 많이 안 간다고…….

[이근택] : …….

[이창현] : 다름이 아니라, 혼자 업무만 보시다 보면 외로우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분명 읽었다는 표시는 뜨는데, 답장은 몇 분간 오지 않았다.

하 참. 이거 오히려 헌터스 리그 경기가 더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근택 회장님 상대를 해 드리는 게 여자친구를 상대하는 것보다 어려우리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게 대화가 끊겨 뭐라도 먼저 말해 봐야 하나 오만가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어느덧 답장 소리가 울려왔다.

[이근택] : 아무래도 좋으니 내일 한 번 오도록 해라. 팀원들을 다 데리고서.

뭐지? 뭔가 줄 거라면 나만 가도 되는 거 아닌가?

굳이 팀원들을 다 데리고 오라고? 심심하기도 하고, 유물도 줬고, 이번 시즌 성적도 어느 정도 가름이 났으니 심술이라도 부려 보려는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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