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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33화 (133/270)

133화 조금은 다른 광경

지금 PER의 숙소는 그야말로 난리가 나 있었다.

별 일 없이 모두가 잠에 들어야 할 늦은 밤에, 유명한 미국 헌터스 리그 선수가 와 있었으니까.

“와…… 저거 진짜 레논이야?”

“야. 그럼 가짜겠냐.”

“……역시 창현이는 사는 세계가 다르구나.”

2층에서 연습을 막 시작한 PER의 팀원들에게도 갖가지 뜨거운 반응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이 건물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선수였다.

그런데, 그런 레논이 다짜고짜 이창현에게로 와서 하는 말이

“너와 한 번 겨뤄 보고 싶다.”

이 자리에서 레만을 제외하곤 누구도 예상못한 말이었으니, 그야말로 홈이 뒤집어질 정도로 다들 놀랄 수밖에.

아무리 이창현이 전에, 미나미노 타쿠미를 이긴 전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레논은 그 경우와도 또 달랐으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저런 유명인이 이런 2부 팀에 와서, 다짜고짜 한 판 뜨자고 할 정도이니 그 이유도 궁금한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건 이창현의 반응이었다.

당혹스러울 만도 한데, 왜 갑자기 그러는지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묻지 않은 채로 싸움에 대해 물었으니까.

“뭐, 좋습니다. 룰은 어떻게 하실 거죠?”

“맵을 몽환의 궁전으로. 그리고 처음부터 7명의 도플갱어가 나온 걸로 시작하도록 하지.”

“그건……!”

PER팀원들은 ‘혼돈’을 직접 겪어 알고 있었으므로 그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다가는 ‘혼돈’이…….”

“괜찮아. 한결아. 다 생각이 있으신 거겠지. 그 외에는요?”

“다른 건 다 네 마음대로 해도 좋다.”

그 말에 이창현이 한 말은 또 의외의 것이었다.

“호오…… 그렇단 말이죠? 그럼 기왕 팀원들도 다 아는 유명한 분일 텐데. PER팀원 전체가 들어가는 걸로 하죠.”

“에?? 창현이 널 만나러 온 거 아니셨어?”

“상관없다.”

‘혼돈’의 영향으로 인해 다른 PER의 팀원들은 어차피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레논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럼, 시작하지.”

한 밤 중의 이유모를 사투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레논이라…… 회귀 전에도 직접 싸워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헌터였다.

미국리그는 헌터스 리그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리그 중 하나인 만큼, 국제리그에 나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우니 무리도 아니겠지만.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능력이나 플레이 스타일은 흔하게 알려져 있는 편이지.’

‘거대화’와 ‘경화’. 그야말로 탱커에 특화되어 있는 표본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아마, 간단한 공격은 전혀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리라.

‘그건 그렇고, ‘몽환의 궁전’의 ‘혼돈’ 상태에서 싸우고 싶다니…….’

아까 경기에서 그 상태를 어떻게 이겨 낸 건지 알고 싶었던 걸까. 솔직히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뭐, 그건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아니고.

지금 중요한 건 PER애들이겠지.

“애들아. 왜 내가 너희들까지 이번 대결에 끼워 넣었는지 알겠어?”

“어? 혼자서 이기긴 힘들 것 같아서 그런 거 아니야?”

정말이지 김도준다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번 경기는 그런 이유따위에서 끼워 넣은 것이 아니었다.

“한결이 외엔 한 번도 경험 못해 봤으니, ‘혼돈’ 상태를 한 번 경험해 보라고. 그리고…… 저런 헌터랑 싸울 수 있는 건 국제리그에 올라가기까지는 진귀한 경험이니까. 살 수 있으면 한 번 아둥바둥이라도 버텨 봐.”

내가 아닌 다른 뛰어난 헌터에게서도 분명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테니.

이윽고 준비가 끝나자, 2층 PER의 연습실이 서서히 몽환의 궁전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완전히 그 하얗던 연습실의 벽이 완전히 ‘몽환의 궁전’의 보랏 빛으로 물들 무렵.

징 ㅡ.

머리의 회로가 꼬이는 듯한 잠시간의 현기증. 그와 함께 동시에 ‘혼돈’이 시작되었다.

털썩.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주위에 같이 있던 PER의 팀원들이 제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엎어진 것이었다.

“으럇…… 이게 뭐야……”

“팔로 땅을 짚으려는데 자꾸 허벅지가 움직여.”

“푸하하핫. 야 김도준. 나보고 쉬울 거 같다더니 자기가 들어오니까 몸 가누기는 커녕 굴러다니고 있네.”

윤한결이 절찬리에 김도준을 비웃고 있는 것은 덤이었다.

평소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극복하는 방법이나 팁을 가르쳐 줬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스스로 그 어려움을 느껴 볼 수 있도록 내버려 둘 심산이었다.

‘그럼, 숨어서 한 번 지켜보도록 할까.’

어떻게.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어떤지. 혹은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 어떻게 하는지.

“굼벵이들은 그럼 잘 있으라고. 난 레논한테 다녀올 테니. 아, 도플갱어 조심하고.”

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 켠 모퉁이를 돌아가 몸을 숨긴 후, 마나 차단로브를 입은 채 PER의 팀원들을 관찰했다.

‘뭐, 레논은 기다리면 알아서 이쪽으로 오겠지.’

겸사겸사.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 좋은 게 아닐까.

***

한편, 레논은 오랜만에 익숙한 광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온통 불쾌한 보라색으로 가득한 ‘몽환의 궁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고 있었다.

슬금슬금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죽어 가는 동료의 비명소리. 그리고 거기서 어설프게도. 노련한 헌터랍시고 돌아다니면서도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쓰러졌던 과거의 기억들이.

그리고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혼돈’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지금이라고 해서 가능하지도 않았다.

털썩.

왼 다리를 움직이려 했으나, 움직이는 건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

여전하다. 기괴하고,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쉽사리 파훼할 수 있는 방법도.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도 보이지 않는 기괴한 힘이다.

오랜만에 느낀 이 감정과 감각이 너무나도 괴로웠지만, 그래도 레논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다.

오늘 경기에서 봤던 ‘그 녀석’은 어떻게 움직였었던 것일지, 드러난 정보를 최대한 이용해서, 어떻게든.

하지만 이윽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엉거주춤 일어나다 다시 넘어졌다.

그렇게 몇 분. 시간이 지나니 조금은 익숙해졌던 것일까. 일어서는 것 까지는 성공했다.

‘하아…… 미국의 유명 헌터라고 어디 가서 떠들지도 못하겠군.’

자조하는 마음이 한켠 생겨나는 가운데.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익숙해진 조작방식으로 몸을 절뚝이며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는 곳으로 걸어갔다.

도저히 더 이상은 익숙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경기에서 본 그 녀석. 이창현은 어떤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걸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나의 흐름과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플갱어……? 아니면 이창현인가?’

뭐, 중요하진 않았다. 레논에겐 ‘경화’가 있었으니. 녀석들의 어지간한 공격은 흠집도 내지 못할 테니.

그렇게 생각하고 궁전의 한 모퉁이를 꺾으니 의외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이 아니라, 이창현은 없고 녀석이 참가시킨 PER의 다른 팀원들이 몸을 가누려 필사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때처럼…….’

하지만 저게 정상이다. 오랜 경험을 쌓고, 그때 그 기억을 토대로 ‘몽환의 궁전’에서의 기억을 곱씹으며 연습한 자신도.

몇 분을 적응하고 나서야 겨우 벽을 짚고 움직일 뿐이었으니까.

어찌되었든 경기는 경기. PER의 팀원들을 향해 걸어가던 순간.

기다렸다는 듯, 도플갱어들이 잔뜩 들이닥쳤다.

‘…….’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은 아니었다.

하지만.

“꺄아아아아악!”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갑작스레 뒤에서. 옆에서. 나타난 도플갱어에 놀랐던 것일까.

소리를 지르는 한 PER의 팀원의 모습에 이제는 다 잊어버리고, 단순한 기억과 정보만이 남았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트라우마의 순간이,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의 경우엔, 상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레논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PER의 팀원들을 돕기 위해 그 쪽을 향해 뛰고 있었다.

아니, 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흥분했기 때문일까. 혹은 마음이 급했던 탓일까.

아니다.

원래에도 겨우 감각을 유지하며 벽에 기대어 절뚝이던 녀석이 갑자기 뛰려하더라도 가능할 리가 없는 것이 정상이리라.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더 많은 트로피를 갖고, 유명한 선수들 사이에서 인정받게 되었으며, 다른 나라에도 명성이 알려진 유명 헌터가 되었지만.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도플갱어들은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레논을 비웃으며,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해 엉거주춤한 PER의 녀석들에게 검을 날렸다.

모의전 연습이라는 것을. 가짜라는 것을 알지만.

상대는 지켜야 할 사람이나 동료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가슴이 지끈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닿지 않는 팔을 그쪽으로 뻗어 보았지만. 닿을 턱이 없었다.

그 순간.

콰콰쾅!

‘…….’

마치 전쟁터에서 쏘아지는 박격포의 굉음을 연상시키듯, 굉장한 폭발음을 내며 무언가가 쏘아졌다.

총탄에 무언가를 첨가한 듯, 굉장한 파괴력으로 여러 명의 도플갱어를 한 번에 꿰뚫어 버린 총탄.

그 궤적의 끝에는 이창현이 서 있었다.

‘녀석은 역시…….’

움직일 수 있었다. ‘혼돈’의 궤적을 벗어나는 방법을 안다던가, 꼼수를 부린다던가. 그런 건 아닌 게 확실했다.

레논 자신도 분명히 ‘혼돈’의 영향을 받고 있고 그 위력을 몸소 실감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론 안 돼.’

그렇다. 방아쇠를 당기고 몸을 조금은 움직일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는 결국 이 상황을 바꿀 수 없었다.

방금 그 폭격이라 부를 만한 저격으로 3명이나 해치웠다고 한들. 도플갱어는 아직도 넷이나 남아 있으니까.

‘아무리 그 팀의 에이스라고 한들, 몸의 전신전력을 쓸 수 있어야 이길까 말까 하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수십 년간 익숙해져 있던 몸의 감각을 완전히 자연스럽게 뒤바꿔야 하는 것이니. 결코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래…… 이 몽환의 궁전에서 있었던 그 일은 결국은 어쩔 수 없었던 거야……그냥. 그런 거겠지.’

그렇게 레논이 포기하고 깨달음을 얻은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저번 PSG전에서처럼 불완전하고, 위험한.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기동이 아니었다.

이창현은 마치, 평소보다도 더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것처럼.

에어비트를 마구 깔고, 에어앵커로 날아다니며 무기를 검으로 바꿔 돌진했다.

‘총도 아니고 검이라고?’

놀라움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검으로 변한 무기는 때로는 창으로 변해 거리의 이점을 살려 상대를 압박했고, 방패로 변해 공격을 막아 냈다.

단순히 움직이는 것만 하더라도 뇌가 꼬여 넘어지고, 엎어지는 상황에서

무기를 시기적절하게 바꿔 가며, 전투법을 바꾸고, 움직임을 바꿔 자신의 몸을 한계까지 기동했다.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레논은 괴로운 듯 표정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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