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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32화 (132/270)

132. 손님맞이

이젠 정말로 2부 리그에서 이변이 일어나 PER이 스스로 고꾸라지지 않는 이상 1부 승강전 대상 팀이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1부 승강전 도전 팀은 PER과 PSG. 두 팀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저번 2부 승강전 때처럼, 1부 승강전도 1부의 룰로 경기가 치러진다 이거야. 야. 야. 듣고 있냐?”

“어……? 어어…….”

어쩐지 요새 녀석들이 더 기합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PSG전 이후로 더 그러는 것 같은데…….’

1부 리그 경기부터는 ‘통증’ 시스템이 상당히 현실화되면서, 정말 이를 악물고 적응하려 노력해야 하는 경기인데…… 이런 시점에서 힘들어하면 곤란한데.

“많이 피곤해? ……후. 알았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아무튼 이제 앞으로는 계속 1부 리그 룰로 연습할 거니까, 미리 기억해 두라고. 내가 알려 주겠지만, 상위 리그의 룰도 공부해 보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감독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제 같이 PER을 떠받들어주고 있는 코치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들 반응은 좀 어떤가요?”

“전체적으로 저번 경기가 너무 힘들었던 건지, 뭔지 영 시들하네요. 코치님이 애들 좀 케어해줘야 할 것 같아요.”

일반적이라면 코치가 세세한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감독이 멘탈 케어나 팀의 방향을 이끌지만, 우리 팀의 경우엔 약간 차이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저번 경기가 워낙 길기도 했고, 반응이 또 안 좋기도 했었으니까.”

전반적으로 멘탈 케어를 많이 담당했던 이종규 코치가 말했다.

‘하긴…… 저번 경기 때 그나마 활약을 한 김도준이나 윤한결을 제외하면, 나머진 거의 힘도 제대로 못쓰긴 했었어.’

그 여파로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야 대중의 관심을 거의 못 받는 3부였기에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여기. 2부 리그부터는 꽤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리그였으니까.

‘슬슬 제대로 1인분을 못하는 선수들에 대해 시청자들이 한 마디씩 하는 게 눈에 들어올 시기이긴 해.’

하지만 그것에 져버려, 경기를 놔버리고 흥미를 잃는다면 그뿐인 선수겠지.

지금껏 3부에서 2부로.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를 알려 주고 도움을 줬지만, 결국 자신을 더 나은 자신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니까.

‘계속 같이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정혜연이나 신승현처럼 결국은 내가 놔 버리는 선수가 될 지는. 너희들이 정하는 거겠지.’

이제 슬슬 1부. 내가 리그에서 뛴 마지막 시즌보다 수준은 많이 낮겠지만, 그래도 1부다.

이건 이제 더 이상 소꿉놀이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1부 승강전…….’

모든 것은 그 경기가 가까워지면 명확해지리라.

***

한편, 감독실에 있는 이창현과 코치진을 제외하고는 다들 여전히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하…… 1부라. 괜찮은지 모르겠다.”

정적을 깬 건, 나지막이 울려 퍼진 이길한의 목소리였다.

“엊그제가 3부에서 꼴등팀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선지 이 팀에서 별로 활약하는 모습도 못보여 주고.”

고개를 숙이고 표정이 굳은 건 비단 이길한뿐만은 아니었다.

남아 있는, 다른 PER의 팀원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을까? 다들 이번 승리가 거의 얹혀 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 창현이가 항상 해 줬겠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경기할 순 없어.”

“거 뭐…… 나도 사실 이번에 미리 준비해 온 걸 창현이한테 말 안 하다가 혼나기도 했고…….”

부정적인 이야기만 서로 쏟아 내고 그야말로 분위기는 초상집인 가운데, 누군가 퉁퉁거리며 발소리를 크게 내며 거실에 오더니 소리쳤다.

“앗! 뭐야! 오늘 다 모여 있었네. 오늘 경기는 이겼어요? 저도 요새 헌터스 리그 모의전 하면서 활약 잔뜩 하고 있는데.”

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PER이 거둔 꼬맹이 녀석. 이정훈의 볼이 잔뜩 상기된 채로 기쁘게 말했다.

“제 오늘 경기 영상 보여드릴까요? 거의 매드무비급 플레이 나왔는데.”

이정훈이 조잘거리는 소리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이 롤모델인 이창현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들었고, 어떻게 연습을 했는지. 그리고 그게 효과가 얼마나 좋았다던지, 연습 후 실력이 크게 늘어서 감독님이 칭찬했다던지.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어린아이답게, 자신을 알아 달라는 듯이 하고 싶은 말을 잔뜩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PER의 누군가가 제지할 법도 했지만, 오늘은 그러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잠자코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이연주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한 마디를 던지곤 들어가버렸다.

“……나, 연습하러 2층에 가 볼게.”

“엥? 누나. 이 밤에요?”

“……나도.”

그렇게, 하나 둘. PER의 팀원들이 일어서 자리를 떴다.

그 어린, 이정훈의 모습을 보고. 어린 열정을 보고 깨달았던 걸까.

처음, 자신이 헌터가 될 때 어떤 것을 꿈꿨는지.

그리고 3부에서 이창현에게 배웠던 사실 하나를.

실패했던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한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수를 하고, 다시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당하고.

그렇더라도, 그럼에도 다시금 일어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의 중요성을.

“어? 애들 다 어디 갔어 정훈아. 이야기할 거 있었는데.”

막 감독실에서 나와, 3층의 개인실을 둘러보던 이창현이 이정훈에게 물었다.

“아. 아까 제가 잔뜩 자랑하려는데 이야기는 하나도 안 듣고 자기들도 연습하러 간다던데. 저만 활약해서 부러웠나보죠.”

이정훈이 입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이창현도, 자신도 모르게 아주 살짝이지만 싱긋 웃고 있었다.

***

부정적인 피드백 속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무언가를 계속 시도해도, 결국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말을 듣지 못한다면. 일반적으로는 그만 둬 버리니까.

‘하지만 헌터로서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

특히 진짜로 아프고 힘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싸움을 벌이는 1부 리그와 국제 리그를 목표로 한다면 그렇다.

‘그래서 각자 스스로 의욕을 내주길 바랐는데…….’

이정훈뿐인 3층 PER의 거실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물론, 단순히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진 않으나, 나머지는 내가 채워 줄 자신이 있었으므로.

‘그럼,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한 번 내려가 볼까?’

그리 생각하며 아래 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때에, 휴대폰이 울렸다.

[김성준] : 감독님! 지금 레만님이 손님과 함께, PER의 홈으로 가고 있으시다고 합니다. 사전 협의되지 않은 사항이라 아무리 레만님이라고 해도 실례일 수 있다고 해도 반드시 지금 봐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시길래…….

‘손님……?’

뭐, 깨어 있기도 했고 만나는 거야 별 상관은 없었지만, 손님이 있었다는 말은 조금 의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사업하는 사람이 헌터스 리그 변방인 한국. 그것도 2부인 팀에 데리고 올 만한 손님이라고 하면…… 전혀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 생각도 잠시.

문자가 오다 못해, 바로 다음에 김성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손님과 레만이 PER의 홈 1층에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말을 듣고 서둘러 1층에 내려가 보니, 만난 것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존 레논……!’

회귀 전에도 직접적으로 손을 섞은 적은 없었지만, 아주 유명한 미국의 현역 헌터였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이 늦은 밤이지만 이해해 주게. 그리고 어차피 내가 가장 큰 투자자 아닌가? 그러니까 이 정돈 괜찮겠지. 암, 그렇고말고.”

돈을 상당히 많이 투자했으니, 이 정도는 네가 배려해라 하는 상당히 자본주의적인 마인드의 레만과 함께였다.

그렇게 대면 후 잠시간 인사를 나누던 가운데

“……오늘 네 경기를 봤다.”

‘그 존 레논이 한국 헌터스 리그의 2부 경기를?’

사실 보더라도 별 것은 없었을 텐데. 아마 봤더라도 레만이 자기가 투자한 팀이라며 보여 준 것이겠지.

‘그런데 뭐가 그렇게 급해서 이 밤 중에 찾아온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레만이 날 이 늦은 밤중에 직접 찾을 용무는 없고…… 있다면 이쪽일 텐데.

“몽환의 궁전…… 네 플레이가 인상적이더군…… 음…….”

눈 앞의 레논은 마치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쉽사리 표현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역시 이 밤 중에 찾아오신 이유는……?”

레논은 그 말에 고심하는 듯 보이다가,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되냐는 듯 레만을 물끄러미 쳐다보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레만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다.

“너와 한 번 겨뤄 보고 싶다.”

전혀 생각치도 못했었던 폭탄발언이었다.

***

레논은 이 PER의 숙소에 차를 타고 오며, 레만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흠……그래서 레논. 그 선수를 만나서 뭘 할겐가. 직접 만나서 그 ‘혼돈’이란 상태에서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보기라도 할 텐가?”

그 말에 확실히 레논은 고민했다.

지금 와서 그걸 알게 된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선수를 만나고 싶었던 것은, 만나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마음인데도 뭐라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헌터생활을 하면서, 쉽사리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던 것일까.

다만 다른 것은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냥 가서 단순히 이창현에게 말로 그걸 물어볼 생각은 없다는 것이었다.

“레만. 헌터들끼리는 말로 대화하지 않습니다.”

“……”

레만이 뭔 개소리냐는 듯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레논을 쳐다보았지만, 레논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부딪히며 그 대답을 들을 뿐이죠. 그게 미국 헌터의 방식입니다.”

“무식한 방법이군.”

다른 편법을 썼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하지만.

우선 그 경기에서 봤던 것이 ‘혼돈’에 확실하게 저항해서 자신의 의도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인지.

그걸 확인해야했다.

혹시라도, 뭔가 잔기술이나, 아니면 잠깐 동안의 저력을 발휘해 끝내 버린 것일지도 모르니까.

‘분명 아까 그 경기장면은 그런 것 처럼 보였지만, 지나치게 짧은 순간이기도 했고…….’

어쩌면 레논은 아까 보여 준 그 경기의 장면이 요행이었다는 말을. 운이 좋았다는 말을.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을, 그 증명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네. 들어가면 자네 마음대로 하게나. 하지만, 녀석은 내가 키우는 ‘한국’, ‘2부’ 헌터라는 걸 잊지 말게나. 나는 내가 키우는 상품의 가치가 훼손되는 걸 원치 않으니.”

사실 그런 것이야 아무래도 좋았으니. 레논은 그냥 너털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저도 저보다 약한 상대를 괴롭히려는 게 아닙니다. 단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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