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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31화 (131/270)

131. 해후

경기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남아 살아남았던 윤한결과 내가 대기실에 들어가자 다른 PER팀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맞아줬다.

“어이~ 믿고 있었다고?”

“그래서 쪽도 못 쓰고 퇴장했냐?”

“우리의 에이스의 하이라이트를 위한 발판이지.”

김도준 녀석이 그 말을 하며 내게 윙크했다.

징그러운 녀석. 거기에 뻔뻔하기까지.

그래도 PSG의 녀석들이 하나하나 기량이 높은 것 치고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도록 막은 데엔, 녀석의 공도 크긴 했다.

‘그래도 조금 더 녀석한텐 내가 지휘하는 위치에 있고, 협력해야 하는 걸 인지시킬 필요는 있겠지만.’

그리고…….

“거기 구석에 찌그러져있는 아저씨.”

“……? 나?”

“그래요. 거기 아저씨 말고 누가 있어요.”

곤혹스러워하는 류재준의 감정이 표정으로 다 드러났다.

하기야, 2부 경기에서 저 녀석이 이렇게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하고 퇴장한 경기도 없었으니.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한심스럽겠지.

그렇지만 사람이 어떻게 성공만 하겠는가. 가끔씩 인간미 있게 한 번씩 넘어지기도 해야지.

“돌아가면 나랑 손 잡고 진득하게 헌터스 리그 맵 탐구 좀 해야겠다. 그쵸 아저씨?”

정말이지 평소엔 약한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류재준이었기에 그랬던 걸까.

내가 놀리는 모습을 보고, PER의 팀원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읏…… 아저씨라니.”

진심으로 곤혹스러운 듯했다.

머쓱거리면서 거울을 찾는 모습이 꽤나 우스웠다.

워낙 긴 경기였기에, 다들은 조금 지쳐 있는 모습이었는데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태프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호명한 선수들은 입장 부탁드립니다.”

2부에서 마지막 고비였던 경기. PSG전의 인터뷰였다.

***

[캐스터] : 오래 기다려주셨습니다. 거의 2부 최장시간에 가까웠던 PSG대 PER경기. 인터뷰를 시작 합니다!

캐스터의 말과 함께, 인터뷰 대상자가 올라왔다.

재미있게도, 이번 경기는 MVP 한 명 뿐 아니라, 인터뷰 대상자가 두 명이었다.

“네? 저만 나가는 게 아니라 김도준도 간다구요?”

“네…… 중계측에서 분명 그렇게 전달해 주셨네요.”

조금 의외이긴 했다. 1부를 제외하면 인터뷰에 두 명이 나가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스태프의 말을 듣고 김도준 녀석이 얼마나 헤벌레하던지.

아무튼, 돌아와서. 그렇게 인터뷰가 막 진행되고 있었다.

[캐스터] : 오늘은 특별히 MVP인 이창현 선수뿐 아니라, 또다시 색다른 전술로 화제를 일으킨 김도준 선수도 함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가 시작됨과 동시에 가볍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캐스터] : 우선, 가장 많이 질문해 달라고 했던 부분이 이 부분이거든요. 다름이 아니라, 김도준 선수의 깜짝 전술. 이거, 미리 계획된 것일까요?

시작부터 꽤 골치아픈 질문으로 치고 들어오는 걸.

어떻게 대답해야 좋은 대답일까 고민하던 도중, 문득 한 가지가 생각났다.

[이창현] : 그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많긴한데……이 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도 김도준 선수의 활약에 전율을 느꼈달까요.

[캐스터] : 앗. 그럼 결국 사전에 이야기 된 전술은 아니었던 걸까요?

[김도준] : 창현아…… 너는 알아주는구나…….

[이창현] : 감독과 팀을 무시하고 멋대로 하는 김도준 선수의 활약에 말입니다. 하하.

아마 남이 나를 보았으면, 웃음 소리를 내며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는 표정이라고 생각했으리라.

김도준은 칭찬해 주는 줄 알고 감동을 먹었다가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반쯤은 진담, 반쯤은 농담이었는데. 아마 본인은 제대로 알아들었으리라.

물론,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또 다른 모양이었지만.

[아니 ㅋㅋㅋ 팀원도 모르게 그런 걸 준비한 거임?]

ㄴ 원래 적을 속이려면 팀부터 속이는 거임.

ㄴ 그렇다고 자기 팀 감독까지 속여? ㅋㅋㅋㅋ

ㄴ 감독이긴 한데 선수잖아.

ㄴ 아니 저거 웃고있는데 농담이 아니잖아 ㅋㅋㅋㅋㅋ

이제 잘못한 점을 말했으면, 잘한 점도 짚어줘야 하긴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김도준은 팀에서 가장 향상심이 강한 편이 아닐까. 앞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을 필요는 있겠지만.

[이창현] : 뭐, 그래도 계속 혼자 무언갈 생각해내고,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칭찬해 줄 법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다시금 김도준의 기세가 살아났다.

‘나, 참…… 애도 아니고.’

[캐스터] : 하하. PER의 참 재미있는 콤비같습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김도준 선수가 이창현 선수 행세를 했는데요. 이창현 선수가 검을 쓰는 모습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혹시 그런 다른 무기를 쓰는 모습을 앞으로의 경기에서 또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거든요.

흠…… 오늘따라 캐스터가 많이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공학무기변환]의 경우, 요즘에야 쌍권총과 저격총을 오가는 정도로만 썼지만 아마 앞으로는 오늘처럼 더 다양한 무기를 쓸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만 그걸 다 말해 주면 다른 팀에서 대비를 하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경기를 봐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 감추는 것도 별로 좋지 않겠지.’

해서 적당히 조금만 말하려는 순간.

[김도준] : 하하! 다들 잘 모르시는군요. 창현이가 괜히 팀 지도를 맡고 있지 않은 게, 검뿐만 아니라…… 아앗…… 따거…….

다행히 김도준이 다 말하기 전에 녀석의 팔을 빠르게 꼬집었다.

같은 팀이지만 한 치도 방심할 수 없는 녀석 같으니.

아마 좋 은게 좋은 거라고, 날 자랑한다고 말하려고 했던 것이겠지만, 일부러 숨기는 건데 말하게 놔둘 순 없었다.

그랬기에, 재빨리 말을 주워 받았다.

[이창현] : 다양한 무기라. 준비는 해 보고 있습니다만, 잘 될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상황이 되면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2부에서 쓸 일은 없으리라. 아무리 빨라 봐야 1부 승강전.

근데 애초에 우리 팀에서 검 쓰는 애들 다 가르친 것도 난데. 못할 리가 있겠는가.

패배까지 각오하더라도, 1부와 국제 리그까지 생각하면 지금은 숨기는 게 맞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일 뿐.

[캐스터] : 그럼 다른 경기를 기대하면서 봐야겠군요. 아아…… 그리고 이제 PER은 PSG를 이기면서 2부 1위. 1부 승강전 합류가 유력한 상황인데,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창현] : 1부 승강전이라…… 헌터가 되면서 1부에 가는 게 첫 목표였는데, 한 번 잘 해보겠습니다.

대답을 하는데, 마음이 뭔가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회귀하고 나서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항상 불안이 있었으니까.

헌터스 리그는 팀 게임. 아무리 내가 잘하더라도, 팀원들이 못한다면 이기지 못하는 게임이다.

거기에 더해서 나는 [만개]를 개방하지 않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긴 어려운 상황.

이번 경기만 해도 꽤나 어려웠으니까.

그런데도 어떻게 벌써 내 팀을 가지고, 오디션과 3부. 2부를 거쳐 곧 1부에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물론 1부 승강전을 하기 전에 들들 볶든 뭘 하든 PER녀석들을 사람을 만들어 놔야겠지만……’

3부 꼴등팀이었던 녀석들. 그리고 경험 없는 풋내기 녀석들 치고는 꽤나 잘 해 주었다.

1부에 올라간다면, 레만의 투자도 있고 하니 아마 더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할 수 있을 테지만……

[이창현] : 그리고 이번 경기는 힘을 못 쓴 팀원도 많았지만, PER팀원들에게 다들 고생했다고 해 주고 싶네요.

[김도준] : 고생은 모르겠고,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헌터스 리그는 1부로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제야 제 진가를 전국에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흥분되네요.

[캐스터] : 크…… PER 선수들의 포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인터뷰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봐 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회귀 후 가장 길었던 경기가 끝이 났다.

***

한편 실황으로 경기 중계를 보고 있던 레만과 거구의 흑인. 레논은 인터뷰가 끝났음에도,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레논. 그 경기가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레논은 레만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앞을 응시할 뿐이었다.

“내가 투자한 팀이고 경기가 꽤나 놀라운 부분이 있었지만, 미국에서 온 자네가 놀랄 부분은 없지 않은가.”

레만이 의아하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확실히 맞는 말이긴 했다. 한국은 미국의 헌터스 리그와 비교하기에 민망한 레벨이었으니까.

“외적으로만 보면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레만…….”

미국의 유명 헌터. 존 레논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경기의 마지막 교전을 기억하십니까?”

“마지막? 도플갱어가 밀려들고, 다들 몸을 못 가누는 가운데 이창현이 PSG의 녀석들을 총으로 죽인 걸 말하는 겐가?”

레논이 그 말을 듣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건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 일반인은 그걸 그냥 단순히 ‘감각이 좋다’, ‘몸을 잘 쓴다’ 정도 이상으로 이해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혼돈’을 이겨 내고 몸을 자유롭게 쓴 것은 결코 그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몽환의 궁전에서 죽은 수많은 헌터. 그들은 모두 노련한 1세대 헌터였으므로.

“상상해보십쇼. 그가 만약, 과거 ‘몽환의 궁전’의 비극이 일어났을 때 탑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많이 발생한 도플갱어에 의해 모두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 전위도, 후위도. 탱커도, 딜러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난장판.

1세대 헌터라는 위명도 빛바랜 채로 하나하나 도륙을 당해 갔던 그 때가 다시금 레논의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무력해진 자신의 눈 앞에 자신의 동료들이 무참히 죽어 갔던 과거가.

“괴롭습니다. 차라리 저 경기를 보지 않았다면 더 나았겠군요.”

지금까지 레논은 어찌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혼돈’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제 몸을 제대로 가누는 것이 어려웠으니까.

그런데 오늘. 우연찮게 레만의 추천에 의해 본 경기에서 그런 ‘상식’을 뒤엎는 일이 발생해 버린 것이었다.

“흠…… 무언가 그 상황에서 방법이 있었다는 것도 알겠고, 그걸 저 녀석이 해낸 것도 알겠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네 레만.

이미 다 지난 일인 데다가, 자네가 잘못해서 죽은 것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제가 저 선수처럼 할 수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레논은 이번 경기를 보고서 큰 인상을 받은 것인지, 레만보다도 더욱 결연해진 상태였다.

“허어…… 그래서 이미 그 일이 다 끝난 상태에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레논.”

그 순간, 레논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쏟아져 나왔다.

“레만.”

“저 선수를 만나야겠습니다.”

그게 미국의 유명 1세대 헌터이자, 현역 헌터로도 간간히 미국 헌터스 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레논과 이창현의 첫 만남의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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