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21화 (121/270)

121. 막간, 견주어 보기

PSG와의 경기까지 3일.

PER의 홈에서 선수들은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짜여져 있는 개인별 연습 목록을 2층의 연습공간에서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음…… 다들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솔직히 말하면 부족하다. 애초에 PER이 올라오는 데 시간이 너무 짧기도 했고.

아무리 내가 채워 준다고 하더라도, 경험적인 부분도. 실력적인 부분도 다소 부족할 수밖에.

상대는 2부에서 오랫동안 똬리를 틀고 최강자로 강림하고 있는 PSG였으니, 오히려 며칠 연습한다고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리라.

“창현이 형. 근데 PSG는 왜 1부 중위권 급 실력은 된다면서 2부에 있는 거예요? 굳이 2부에 있을 이유가 있나요? 1부 중위권 정도 실력이면 승강전도 이길 텐데.”

같이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꼬맹이. 이정훈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실 일반인들도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이긴 했다.

‘우리 팀만 하더라도, 1부에 올라가길 거절했던 녀석이…… 김유현이었나?’

왜 종종 선수들이 2부에서 1부로 올라가지 않는지.

그 이유는 단순하게는 1부에서 새롭게 적용되는 룰인 리얼한 통증과 그로 인해 축적되는 피로감 때문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조금 더 깊은 이야기다.

“정훈아. 너, 헌터스 리그의 기원에 대해 알고 있냐?”

“남들 아는 만큼은요? 예전에 막 탑이랑 각성자들이 세상에 생겨났을 때, 탑에서 서로 헌터들이 유물을 얻기 위해 싸움을 벌였던 걸 스포츠로 바꾼 거 아니에요?”

확실히 딱 일반인이 아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의 탑은?”

“지금요? 지금은…… 음.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공략도 끝나고, 이제 뭐…… 발굴 작업만 이뤄지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 탑은 ‘기본적으로’ 이제 지구에 사는 인류에 직관적으로 위협이 되는 존재는 대부분 제거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토착생물들과 신화적인 존재들이 남아 있으며, 발굴되지 못한 유물도 즐비해 있다.

“그럼 발굴한 그 유물들은 어떻게 나누는데?”

내 반문에 이정훈의 눈에 묘한 빛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평소에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겠지.

“전에는 그걸 나누는 게 간단했어. 각 국가마다, 자국의 헌터들을 보내 유물을 발굴해 와서 자신들이 발굴했으므로, 자국의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니까. 뭐, 헌터스리그의 기원이 되었다시피, 안에서 누가 발굴했든 간에 막 싸워서 서로 빼앗기도 했지만, 어쨌든 바깥으로 그걸 들고 나온 국가의 것이 되었다는 거지.”

“그럼, 지금도 그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게 반복되다 보니…….”

도저히 국가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 것이었다.

때론 유물 못지않게 중요하고 특별한 인력인 ‘헌터’가 유물 발굴을 위해 들어갔다가 서로의 경쟁으로 인해, 혹은 탑의 몬스터들로 인해 죽어 나갔으니까.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많은 헌터가 죽어 버려 오히려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

“그 상황에 나온 ‘평화적인 타협안’이 바로 헌터스 리그의 국제리그가 된 거야.”

“아아…… 그래서 국제리그는 탑에서 직접 하는 거였구나…….”

즉, 헌터스 리그의 국제리그는 스포츠이지만,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국가 간 이권 다툼이 끼어 있는 특수한 스포츠인 것이었다.

“그래서 이게 1부 리그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 하면, 1부는 국가적 이권을 쟁취하기 위한 국제 리그의 예비인력 육성격의 의미가 있는 거지.”

“아…… 그래서 ‘통각’설정도, 변수가 일어나는 맵이나 중립몬스터 설정도 그렇게…….”

“응. 맞아. 최대한 국제 리그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놓는 거야. 그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국제 리그라는 것 자체가. 스포츠의 탈을 썼을 뿐. 피 튀기는 치열한 전장이었으므로.

“PSG가 그러니까 1부로 올라가지 않는 건. 그런 이유에서지. 국제 리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컴퓨터로 즐기던 가벼운 수준의 게임이라 여겼던 헌터스 리그가 진짜 전쟁터가 되는 게 1부 리그니까.”

1부 리그엔 괜히 후보 선수가 많은 것이 아니다.

아무리 몸이 튼튼한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통증으로 인한 멘탈 데미지는 그대로니까.

이른바 몸이 튼튼해졌지만, 정신은 그걸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었다.

“아…… 그래서 지금껏 1부 선수들이…….”

“너도 마음 단단히 먹는 게 좋을걸.”

이종훈을 보며 씨익 웃자, 녀석의 눈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하긴. 어린애니까.’

그런데 이종훈에게 정말 모든걸 말해 준 건 또 아니었다.

지금은 시간이 꽤나 지나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있는 어둠의 탑 붕괴 사건이나 그 외의 국가 간 알력으로 인한 국제리그의 사건들 등등……

헌터스 리그는 위로 올라갈수록 생각보다 깔끔하게 스포츠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절로 쓴 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뭐…… 그런 어두운 일들을 굳이 지금 와서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시 하나였다.

이미 그 수라장을 겪으며 꼭대기에 섰던 나야 괜찮겠지만.

경험적으로 부족한 다른 PER의 팀원들이 그걸 잘 이겨 내 주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건 너무 먼 이야기이려나.’

읏차 ㅡ. 일단은 1부 리그나 국제 리그 걱정하기보다 당장 앞의 PSG경기나 고민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막 연습이 끝난 2층의 대기실. 팀원들의 훈련 분석 자료를 집어들었다.

***

‘흐으음…….’

그날, PER의 연습은 홈에서 한 것과 이어져, 연합훈련소에서까지 계속 이어졌다.

지금까지 해 왔던 연습들을 비롯해, 개인 랭크전, 그리고 헌터 서바이벌, 그 외의 개별 연습과 개인 코칭까지.

하지만 그렇게 단기간에 빡세게 연습한다고 한들,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그렇게 고심하고 있던 찰나, 김도준이 히죽거리면서 랭크전을 마치며 대기실로 나왔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 네 점수를 보고도 웃음이 나오냐 상대가 PSG인데.”

“아 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빵 터질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은데. 도무지 왜 혼자 낄낄거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무시하고 이번 1대1에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피드백하려던 찰나.

“아 맞다. 이번 PSG전에는 내가 나가는 거 맞지?”

“왜, 뭐 보여 줄 거라도 있어? 그런 거 있으면 내 앞에서 보여 줘. 저번처럼 뻘짓하지 말고.”

“생각하고 있는 게 있긴 한데…… 음. 솔직히 말해서 네가 몰라야 효과가 더 잘 날 것 같달까.”

내가 몰라야 효과가 더 잘 난다니. 도저히 내 생각으로는 그게 무슨 전략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내가 생각하지 못할 수준의 전략이면 PSG도 예상 못하긴 하겠네.’

그게 효과적일지는 둘째치고 말이다.

그렇게 김도준이 쉴 새 없이 입을 나불대는 가운데……

“어차피 1부에서 두들겨 맞을까 봐 2부에 잔류하는 애들이라며~ 내가 한 번 제대로…….”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온다고. 김도준이 말하던 도중 뒤에 PSG의 한 녀석이 김도준을 쏘아봤다.

아니, 쏘아보는 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1부에서 두들겨 맞을까봐 잔류해? 허. 참. 그래서 한 번 제대로 뭐. 뭐 어쩔라고 그랬는데요.”

김도준도 바로 뒷 쪽에 상대가 있을줄은 몰랐는지 조금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제대로 함 보여 줄라 그랬죠. 개인기를. 아주.”

“그럼 거기까지 더 갈 것도 없이, 마침 랭킹전 하는 곳이 여긴데 함 따라나와 봐요.”

“허어.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하면 못 할줄 알고?”

김도준이 기세에서 지지않고, 둘이서 같이 랭킹전을 위한 룸으로 들어갔다.

‘하아…….’

이렇게 맞불을 놓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적어도 말 실수한 걸 사과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김도준 녀석. 보는 시선이 많아서 그런지 허세는……

‘아니면 진짜 뭐라도 있는 건가…….’

저번에 보여준 눈뽕전술처럼 의외로 기상천외한 걸 들고왔을지도?

뭐, 사실 그게 아니라도 지금 상대적 열세인 상황에서 상대의 싸움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큰 기회이리라.

‘이름이…… 오시환이랬나?’

PSG의 경기에서도 꽤나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 줬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기야, 1부에서 두들겨 맞을까 봐 잔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누구든 저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그런 개인적인 감상을 뒤로 해 두고, [꿰뚫는 눈]으로 오시환과 김도준을 바라보았다.

[오시환]

[스킬]

[근력강화 : A] : 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근력을 보여 줍니다. 뛰어난 근력으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현란한 무기술 : A] : 무기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직감적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기를 다루는 숙련도가 빠르게 증가합니다.

[신속 : A] : 순간적으로 빠른 가속을 할 수 있습니다.

‘A급 스킬이 세 개.’

2부의 최상위권. 이제 슬슬 잘나간다 싶은 선수들은 능력들의 시너지와 더불어서, 능력의 개수마저 많은 경우가 많았다.

‘김도준이 꽤나 고전하겠는걸. 능력의 궁합도 좋고. 밸런스 자체도 좋아…… 게다가 김도준도 같은 근접 딜러 계열이니까.’

아직 회귀 전, 1부에서 꽤나 활약을 하던 당시의 모습처럼 새 능력을 각성하지는 못했기에 김도준이 아마 열세를 보일 가능성이 컸다.

다만 기대할 수 있는 건, 나한테 말했던 ‘보여 줄 거’라던 부분인데…….

오래 궁금할 시간도 없이, 두 사람이 들어가자 바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오시환은 능력을 보자마자 알 수 있듯이,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상대에 맞춰 유리한 무기로 몰아붙이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김도준이 빠르게 쾌검으로 선수를 치려고 했지만, 등에 매고 있던 사거리 상대적으로 긴 창으로 거리를 유지하며 일방적인 전투구도를 유지했다.

‘정석적이네. 능력이 있는 만큼, 무기의 숙련도도 높고…… 이대로면 뭣도 보여 주지 못하고 끝날 텐데?’

아니나다를까 김도준은 금방 수세에 몰렸고, 몰리는가 싶더니 녀석은 이전과 똑같이 빛나는 검을 집어들었다.

평소랑 똑같았기에, 상대도 어이가 없었던 것일까. 한 마디 뇌까릴 뿐이었다.

“아직도 그딴 짓을 하는 건가. 나 원 참. 어이가 없어서.”

당연하지만, 이미 한 번 파훼된 전술은 준비가 되었다면 누구나 쉽게 파훼하는 법.

그 빛나는 검이 큰 효용을 보지 못하자, 창으로 몰아붙이던 상대의 휘몰아치는 손길은 더더욱 강해졌다.

그런데, 몰아붙이는 오시환의 창을 김도준의 검으로 막아 맞닿는 순간.

끼 ㅡ 끼기기기긱 ㅡ.

분명 무기끼리 맞닿았으면 막는 소리가 팅, 이라던가. 챙. 이라던가 해야 할 텐데.

‘저 녀석 설마…….’

무기가 맞닿는 그 소리가, 마치 무기가 비명을 지르는 듯 칠판 긁는 듯한 괴로운 소리가 강렬하게 퍼져 나갔다.

아주 순간적으로, 방비도 하지 못한 채 크게 고함을 지르듯 퍼져 나간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그 소리에.

대기실이었기에 소리가 작게 들렸음에도 주변에서 이쪽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미친놈이…….’

당연하게도 그 소리를 방음 없이 여과되지 않은 채로 들은 오시환은 표정을 찌그러뜨린 채로 증오스럽다는 듯 김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고막이 제대로 터지지 않았을까.

‘눈뽕 다음은 귀갱이냐…….’

나 참. 대기실에서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데,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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