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20화 (120/270)

120. 안주한 자의 낙원

LTD와의 경기가 끝난 후.

PER 팀원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였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LTD의 인터뷰였다.

‘모처럼 경기가 승리로 끝났는데, 팀에서 가장 화제인 것이 상대팀이 한 인터뷰일 줄이야…….’

하지만 상대 팀의 인터뷰가 논란이 있을 만하긴 했다.

경기에서 진 다음에 한 해명이 ‘실력 발휘를 못했다’, ‘실력 자체는 우리 팀이 더 낫다.’ 따위의 것들이라니.

팬들 입장에서는 납득을 못하다 못해 추하기까지 느껴졌으리라.

“1부 선수까지 끌어 와다 해 놓고 뭐? 컨디션? 유물의 변수? 1부는 유물 없는 맵에서 한다냐?”

“……맞아.”

열을 내면서 성토하는 김도준을 중심으로, PER의 팀원들이 똘똘 뭉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김도준이 중심이라니…… 쉽지 않은데.’

이 기이한 일이 오늘이 아니라면 또 없을 일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것을 뒤로 밀어 두고도 김도준의 말이 하등 틀린 것이 없었으니.

해서는 안 되는 인터뷰가 무엇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다.

“게다가 지들이 졌으면서, 뭐? 여전히 LTD가 더 잘한다고 생각? 실수하지 않겠다? 다음에 또 LTD랑 붙기만 해…… 내가 인터뷰 하면 아주 작살을…….”

그리고 한 가지는 알겠다. 앞으로 LTD와 경기했을 때, 인터뷰어로 김도준은 절대 내보내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저 녀석이 저대로 나갔다가는…….’

아으. 생각도 하기 싫었다. 모르긴 몰라도, LTD가 이번에 인터뷰한 것보다 화제가 되지 않을까?

“확실히 걔네 인터뷰 보고 기분이 나쁘긴 했어. 좀 깔보는 느낌이랄까. 그건 그렇고, 다음 경기가 제일 중요한 거지?”

한참 김도준과 팀원들이 다들 떠들던 도중, 윤한결이 이번엔 공을 이쪽으로 던졌다.

하긴. 인터뷰가 뭐 어쨌든 간에, 이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지.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까.

“맞아. LTD의 인터뷰야 뭐 어찌되었든. 그건 지나간 일이고, 중요한 건 다음 경기니까.”

“엥? 어차피 걔네한테 져도 1부 승강전에는 확실히 가는 거 아니었어?”

뭐. 맞는 말이다. PSG에 져도 PER은 지금 순위만 유지하면 2부의 2등. 1-2부 승강전은 2부 2팀이 참가할 수 있으니 참가는 확정된다.

하지만……

“그건 그렇지만 우린 승강전에 ‘가는 게’ 목표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 설령 상대가 PSG라도 말이야.”

가는 것만이라면 이대로여도 좋다. 하지만, 단순히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2-1부 승강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그런 승강전에서 이기는 게 목표라는 것은 즉, PSG상대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하리라.

즉, 다가올 승강전에 대한 일종의 시범주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PSG는 분석가들의 말로는 1부에 올려놔도 중위권에 오를 정도의 실력…… 감이 와?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일지? 늬들도 잘 알 거 아니야. 헌터가 꿈이었다면 1부 리그 경기 정도는 지겹게 봤을 테니까.”

“단순히 우리 팀이랑 승점이 비슷하다고 전력이 비슷하다고 전력도 비슷한 게 아니구나…….”

“…….”

PER의 홈이 잠시간 정적에 휩싸였다.

아마, 자기가 과거 지망생 시절 보았던 1부 리그의 모습이 어땠는지 떠올리려는 심산이겠지.

우리가 승강전에서 상대해야 할 적에 대해서.

정적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아마 2부에서 최상위권의 등수를 달리고 있는데도, 1부에서 패배하는 장면밖에 기억에 없는 1부 9, 10등의 팀보다도 훨씬 밀린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겠지.’

“어때? 이제 좀 감이 와?”

1부 9, 10등의 경기는 패배하는 경기밖에 기억이 안 나는데, 최근 승리한 적 밖에 없는 PER이 이기는 모습이 안 떠오른다.

거기에, 새롭게 추가되는 1부의 룰까지.

“야. 생각해 보니까 1부 팀들 좀 쩌는 것 같은데?”

“그걸 이제야 알겠냐?”

“아니 방구석에서 볼 땐 몰랐지…….”

오늘 경기에서 진땀을 빼야만 했던 이준서같은 녀석들이 넘실대는 곳이 1부니까.

“아니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PSG가 1부 가도 중위권은 된다는 말은 잘못된 거 아니냐?”

“맞아. 걔네도 승점만 생각하면 우리랑 똑같잖아.”

‘어휴…… 이걸 말해 줄 수도 없고.’

PSG는 여전히 전력을 낸 경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회귀 전에 본 녀석도 있지만, 모르는 녀석도 있어 [꿰뚫는 눈]으로 본 바에 의하면……

‘LTD는 위협적인 게 그나마 이준서 한명이었지만, PSG는 그 배는 될 텐데…….’

솔직히 PSG한테 지더라도, 1부 승급은 가능하리라고 볼 정도로 전력의 수위가 높았다.

“아무튼. 내가 보기엔 1부 중위권은 될 거라는 그 분석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봐. 뭐, 너희들이 정 힘들면 이번 PSG경기는 그냥 지고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승강전만을 위주로 준비할 수도 있고.”

이번 PSG와의 경기는 LTD와의 경기보다 더 힘들겠지만, 저 말이 본심은 아니었다.

PER의 녀석들이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그게 궁금했다.

‘어쩌면 더 효율적인 건 PSG경기를 놓고, 바로 다음 경기인 승강전을 준비하는 거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도달하려는 높이. 헌터스 리그의 정점에 오른다는 건 애초에 효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극도의 완성도, 끝을 모르는 향상심을 바란다는 건 그런 일이니까.

일체의 불필요한 일을, 하나씩 깎아내린다. 모든 경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헛된 집착이라 생각될 정도의 집념이 완벽을 만들어 내니까.

‘지금 바란 거는 그 정도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긴 하지만…… 자, 어떠냐.’

대답을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뭐어? 대충 지고 넘어가자고? 미쳤냐? 이번 경기야말로 딱 피날레를 장식을 해 줘야…….”

가장 먼저 소리친 것은 김도준이었다. 이번 경기에 못 나간 것이 한이 되었던 걸까.

‘대체 뭘 준비하고 있길래…….’

뭐 보통 일반적인 걸로는 PSG에겐 먹히지도 않을테지만. 포부하나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준이 말이…… 맞아.”

“지금까지 뭐. 해볼 만한 경기만 했나. 애초에 3부 무승팀이었는데. 핫하.”

“창현아. 그래도 이번 경기도 그랬고 너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이런 말은 좀 너무 무책임한가? 하하.”

이연주도, 이길한도, 윤한결도

“이번 LTD전으로 쫄기라도 한 건가. 약한 소릴.”

“기왕이면 이기는 게 몸값 상승에 좋을 테니까.”

“이 분위기, 저도 뭐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뭐…… 잘? 해보죠?”

류재준도, 한지수도, 그리고 아직은 이 팀. PER이 어색한 듯한 김유현도.

“거, 그래 봤자 창현이형이 총 땅땅땅빵 쏘면 다 한 방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던, 아직은 지망생인 꼬마, 이정훈도.

‘기운을 타긴 제대로 탔나 보네.’

제대로 엄포를 놨는데도, 한 번 박아 보자고 하는 것을 보니.

이제 과거. 패배에 찌든 PER은 완전히 가고 새로운 팀이 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쉽진 않지만, 앞으로도 어려운 일 뿐이겠지만, 계속 이 마인드만 지켜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앞으로 3일. PSG전 한번 빡세게 준비해 보자고.”

***

“이근택 회장님. 이번 2부 헌터스 리그 잔존 희망 인원 리스트입니다.”

“흐음…… 역시 한 번 잔류하기로 한 이상 올라갈 생각이 없는 녀석들뿐이고만. 나이도 젊은 녀석들이 그렇게 패기가 없어서야…… 능력도 좋은 녀석들인데, 국제 리그에서 활약할 생각을 하지는 않을 망정. 쯧쯔…….”

“하지만…… 회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1부의 경기라는 게, 지금의 헌터들에게 쉽지 않은 전장이라는 거.”

하지만, 그런 비서의 말을 듣고도 이근택은 여전히 혀를 찼다.

“그깟 1부 헌터스 리그에서 느끼게 될 통증을 말하는 겐가? 내가 현역 헌터로 탑에서 활동할 때는 그깟 알량한 통증 따위는 신경도 안 쓰일 만큼 정말 숱하게 죽었어.

그것도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휙 가 버리는 게 아니라, 통증을 온전히 느끼면서. 그런데 죽을 일도 없는데 싸우다가 거 조금 아픈 것 가지고 1부를 포기하다니. 요즘 녀석들은…… 쯧즈…….”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 ‘통증 재현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1부 리그에 적응 못하는 선수들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각성자가 아무리 초인이기에 맷집이 좋다고는 하나, 정신력은 그대로였으므로.

“회장님. 요새 그렇게 말하면 꼰대라고 욕 먹습니다.”

“그래. 하라 해. 내 생각은 바뀌지 않으니까…… 게다가 그런 놈들이 또, 미래가 창창한 2부 다른 녀석들을 가로막아서 못 올라가는 게 아닌가. 뭐, 우리 창현이라면 알아서 잘 하겠지마는…….”

이근택으로서도, 이번 PSG의 결성은 눈엣가시였다.

1부에서도 꽤나 멋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음에도, ‘통증 재현도’ 때문에 2부에 머무르는 몇몇 PSG의 선수를 헌터스 리그의 발전을 좀먹는 녀석들이라고 생각했으므로.

‘PER이 되도록이면 그 녀석들만큼은 이겨 줘야 할 것인데…….’

이근택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사실 PER이 지더라도 1부 승강전에는 갈 확률이 높았지만, 답보해 있으면서 과실만 취하는. 그런 녀석들에게 PER이 가로막히는 게 싫었다.

물론, 그건 감상적인 이근택의 생각일 뿐.

대다수의 여론과 분석 전문가는 PSG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근택 자신도 PSG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 다했다.

“이잉…… 룰을 개정하던가 해버려야지. 우리가 뭐 할 수 있는 게 없나?”

“아시잖습니까. 지금 1부도 ‘통증 재현도’를 없애자고 한 거를 국제리그를 핑계 삼아 겨우 막았다는 거. 이게 최선입니다 회장님.”

“후우…… 따듯하고 아늑하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닌 것을…….”

이근택은 절로 한숨이 쉬어졌다.

어쩌면 한국 헌터스 리그가 쇠퇴한 이유도 이것에 있는지도 몰랐다.

탑이 이제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지구에 위험이 되지는 않는다고는 하나, 여전히 탑은 분쟁지역이었고, 기회의 땅이었으니까.

지금도 탑에서 열리는 헌터스 리그, 통칭 국제리그로 유물의 소유권. 그리고 자원에 대한 분쟁이 정리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국 헌터들을 온실에 가두는 저런 행태야말로 국가 전체의 이익에. 그리고 헌터 산업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도둑을 잡아야 하고, 군인은 나라를 지켜야 하네…… 설령 피를 흘린다 하더라도. 무섭다고, 고통스럽다고 눈을 가려 버린다면, 앞날은 없는 것을…….”

“……회장님.”

“그래, 이런 말을 해 봐야 무엇하겠나. 다음 세대의 일은 다음 세대가 해 나가야 할 뿐…….”

현역 일선에서 아주 오래 전 은퇴해 버린 이근택으로서는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리라.

다만, 남겨둔 씨앗이 올바른 방향으로, 역경을 이겨 내 성장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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