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19화 (119/270)

119. 드러나지 않은 힘

이연주가 자신의 첫 MVP를 용기 내어 하는 동안, 팀 PER의 대기실은 그야말로 뒤집어져 있었다.

“LTD의 준비가 만만치 않았는데, 힘드시지 않으셨습니까?”

“음. 호롹호롹하지 않둬군뇨. 하지만 줘는 더 호롹호롹하지 않으니깨요.”

“푸흡.킥킥킥킥킥킥.큭…… 끄읍…… 큭…….”

이길한과 김도준이 이연주의 인터뷰를 보고는 따라했고, 팀원들은 급기야 그걸 보고 폭소했다.

김도준이 이연주를 흉내내면서 과장되게 인터뷰를 따라하는게 꼭 저 녀석은 천성 광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연주 따라한다고 한 손으로 얼굴까지 가리면서 새침한 듯, 그러면서 발음을 굴리면서 말하는데……

어이가 없었는지 윤한결도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팀원의 인터뷰를 물고 뜯고 즐기던 중에 막 끝내고 들어온 이연주가 그 광경을 목격했다.

“…….”

우스꽝스럽게 흉내내는 김도준을 보고 있었는데, 김도준은 흉내에 열중하느라 아직 이연주를 보지 못한 상태였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묘해졌다.

김도준의 우스꽝스러운 흉내에 웃고는 싶은데, 이연주가 뒤에서 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눈치가 보이는 묘한 상태.

그리고 그 상황은 아주 의외의 결과로 끝났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이연주가, 흉내에 심취해 상황파악도 못하고 있는 김도준을 뒤에서 낚아 채 멱살을 쥐고 흔든 것이었다.

“보이쥐 않는 고세서 속박해서 자빠뜨리도록…… 켁…… 켁…….”

“…….”

평소처럼 이연주는 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침묵으로도 충분히 모든 것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연주도 처음이랑은 많이 변했네…….’

전보다 사람 자체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한 걸지도 모른다.

아닌가?

상황이 이래서 그런건가.

아무튼 이 날은 팀 PER이 홈으로 돌아가는 동안 조용할 틈이 없었다.

***

[2부 LTD, 1부 선수까지 동원하고 3부에서 올라온 신진 PER에게 충격패]

LTD의 감독진, “경기 날 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

“경기 준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유물 변수의 운 때문에 패배했다.”

“실제 경기력으로만 보면 여전히 LTD가 더 잘한다고 생각.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겠다.”

강준혁이 인터넷 신문을 보다, 화면을 꺼 버렸다.

“아이고……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네. 그쵸 회장님?”

강준혁의 물음에, 이근택은 그저 껄껄 웃을 뿐이었다.

“원래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을수록 패배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지.”

“그건 그렇지만…….”

강준혁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듯 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네 녀석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씩이나 되어서 2부 경기를 본 게냐. 국제 경기를 보고 분석하지는 못할 망정. 쯧쯔.”

이근택이 강준혁에게 말했다.

어째 내용만 들으면 힐난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 표정은 웃고 있는 것이,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런 표정관리 안 되는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하지만 강준혁 자신으로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긴 했다.

파티 때 그 사단을 벌이고……

‘거기서 1부에 올라오는데 1년이면 충분하다라…….’

강준혁 자신도 3부에서 한국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왔기에,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인지 잘 알고 있었다.

혼자 올라오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녀석은 팀을 통째로 끼고 있었으니…….

놀라운 건, LTD를 이김으로써 진짜로 2부 리그의 2인자. 혹은 그 이상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 때의 파티 이후로, 이창현이라는 그 녀석은 진짜 자신보다도 더 뛰어난 행보를 밟고 있었다.

최정상에 서 있음에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물론 1부와의 승강전은 결코 호락호락할 수가 없겠지만…….’

녀석의 능력은 이번 2부 LTD전에서 보았듯이 응용능력도. 그 활용능력도 무궁무진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어쩌면 진짜 나중에는 성장하면 이민석처럼 국제리그에서 주름잡을 만한 선수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희망대로 PER이라는 팀 자체가 그 수준까지 올라가는 건 어렵겠지만.’

“뭐…… 어쨌든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라는 건 아시잖습니까. 그 물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회장님. 이번에도 들여오지 못하셨다고 하실 셈은 아니시죠?”

“하여간. 성과도 못내는 LTD 프런트가 뭐가 좋다고 너도 거기에 있는 건지…… 아무튼 그래. 좋다. 그 물건은 이번 시즌이 끝나고, 프리시즌에 들여오기로 예정이 확정됐다.”

“이번 프리시즌이요?”

그건 올해잖아.

예고를 먼저하고 적어도 일이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이 영감탱이. 역시나.

‘그 애송이한테 이러나저러나 해도 확실히 밀어 주려고 타이밍을 맞춰서 들여오는 건가…… 지금까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뤄 왔으면서.’

하지만 상관없다. 그게 그 녀석 혼자 쓰는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한국 리그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잘 됐군요. 프런트에서는 제가 그나마 좀 회장님이랑 친분이 있으니까 넌지시 물어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오늘은 오후 연습이 있어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에잉…… 정 없게. 자기 할 말만 하고 가 버리고. 쯧.”

평소의 이근택답지 않았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나?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평소의 회장님 답지 않게…….”

생각해 보면 이근택이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할 만한 것. 그건 뻔했는데.

결국 그 질문이 실수였다는 걸 이근택에게 잡혀 한 두시간 이야기를 듣고 나오면서야 깨달았다.

“좋은 일이 좋은 일이지 뭐야…… 자네 에단은 직접 본 적 있나?”

“에단 호크요?”

“그래. 그 미국의 총잽이 녀석.”

확실히 가장 뜨겁고 인기 있고, 퍼포먼스가 화려한 최고의 선수. 그런 선수 중 하나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 창현이도 그 녀석에 비해 하나도 뒤지지 않는다는 거 아니냐. 녀석은 무식하게 압도적인 마나로 탄을 쏠 뿐이지만, 이번 경기 봐서는 창현이는 탄을 지 마음대로 조정도 할 수 있어.”

원래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말문이 트였다는 듯, 이근택이 그 말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말을 쏟아 냈다.

내용은 역시나 이번 경기에 대한 것이었는데, 주로 이창현의 능력이 얼마나 좋고.

앞으로의 성장성이 좋겠다느니, 팀까지 전부 끌고 직접 훈련시키는 걸 보니 우리나라 헌터스 리그를 책임질 것 같다느니…….

이 영감님은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

한편, PSG도 꽤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나 선수가 아니라, PSG의 프런트가 그랬다.

아직 시즌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1부 팀에서 PSG의 팀원들한테 오는 러브콜. 좋은 조건을 넌지시 흘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프리시즌이 아니라,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진짜 순전하게 우리는 그냥 뭐 의향이 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그런 수준의 이야깃거리 정도라고 말하면서.

‘이야깃거리는 무슨. 해 준다고 하면 바로 계약서 쓰자고 할 거면서.’

그런데 그런 1부 팀들의 러브콜도 이해가 가긴 했다.

특히 이번 시즌의 경우에는 PSG는 솔직히 2부에서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로 패도적인 경기력으로 모든 팀을 꺾었으니까.

‘솔직히 LTD나 QED를 우리 팀하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지…….’

LTD는 유명한 선수 중 하나인 이준서가 있긴 했지만…… 그거야 딱 일곱 명 중 하나고.

PSG의 경우는 진짜로 대다수가 1부에 갈 수 있는데, 혹은 갔었는데 여기서 자리를 지키는 선수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사실상 어지간한 1부 팀이 통째로 내려와서 2부 룰로 경기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실제로 지금 보고 있는 경기만 하더라도, 무언가를 보여 주기도 전에 압살해 버렸으니까.

[해설자] : 아아…… 2부의 압도적 1황! PSG가 또 존재감을 보여 주면서 경기를 마무리합니다!

정말 무서운 점은, 아직도 숨겨 둔 전략이 많을 거라고 예측된다는 점입니다! 겨우 하나의 전술로 이 많은 팀을 다 격파했습니다.

남은 팀은 이제 딱 하나. PER. PER만 남았어요! 다음 주 경기가 기대가 되는군요!

기대는 무슨. 개뿔.

‘보니까 LTD전도 겨우 이겼던데…….’

있는 거 없는 거 다 끌어다 써서 이긴 거. 그 집념이나 아이디어는 인정한다.

그 총을 쓰는 녀석의 능력도 생각보다 성장기대치가 훨씬 높다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냉정하게 지금 능력치만 두고 비교하면……

벌컥 ㅡ.

“고생하셨습니다~.”

“경기 고생했다.”

경기를 마친 PSG의 팀원들이 하나하나 들어왔다.

한지후, 오시환, 이규진 …………

표정에는 일말의 긴장감이나 흥분조차 없었다.

‘하긴…… 얘네는 요새 그냥 이걸 ‘일’로만 생각하고 있긴 하지.’

“아. 감독님, 어제 엄마가 아직 입금 안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하시던데.”

“아 그래…… 내가 프런트에 한 번 이야기 해 볼게.”

그냥 직장인하고 다름없이, 다른 녀석들을 때려잡으면서 돈을 벌고 있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긴 하다.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몬스터를 때려잡으면 돈이 나오는 것처럼…… 상대를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까……

‘생각해 보면 이 팀에서 제일 꿀 빨고 있는 건 나긴 해. 세상 어느 팀 감독이 이렇게 할 일이 없냐…….’

할 일이라곤 경기가 끝나고 돌아와 대기실에 널브러지는 선수들 뒤치다꺼리라니.

짜둔 전략이나 분석노트, 그런 게 없는 건 아닌데……

잡다한 생각이 떠오르고 가라앉는 가운데, 오시환이 입을 열었다.

“요새 영 사는 게 재미가 없네…….”

“그래? 그럼 1부로 올라가던가. 큭큭.”

“1부? 거긴 진짜 절대 안 가지.”

“돈 많이 버는 게 좋다며?”

“어휴 말도 마라 ……거긴. 어? 니네 이거 봤냐?”

어깨 너머로 슬쩍 보니, 커뮤니티에 화제가 된 2부 인터뷰 글이었다.

“저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풉…… 킥킥킥킥. 얘 좀 귀엽지 않냐? 우리 팀엔 왜 이런 애 없나 몰라.”

오시환과 이규진이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잡담하는데 한지후가 끼어들었다.

“그 여자애, 걔네 팀이잖아.”

“누구?”

“이근택 회장이 파티에서 그 뭐냐 그거.”

“아…… 너 그때 파티 회장에서 개쪽 준 그…….”

한지후가 오시환의 그 말에 표정을 굳히곤 노려봤다.

“네가 아니라 멋대로 나선 이주한이 털린 거긴 하지~.”

오시환이 재빠르게 말을 돌려보았지만, 여전히 심기가 안 좋아 보였다.

‘승부도 능숙하고 싸움도 잘하는데 미묘하게 어리숙하고 애들 같은 면모가 있다니까.’

어차피 2부 리그에서 1등으로 승강전 가도 이길 생각도 채 안 할 텐데. 미묘하게 저런 거에 신경을 많이 쓴다.

2부의 최강이라는 타이틀.

1부에 올라가서도 잘할 텐데, 일부러 올라가지 않는다는 타이틀.

애들은 애들인가 싶긴 하다.

“너희들도 다음 경기에서 걔네랑 할 때 실수하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

한지후가 엄포를 놨다.

“뭐 아무렴~ 근데 솔직히 우리가 지겠냐?”

평소와 같은 오시환의 껄렁대고 가벼운 태도. 보통이라면 넘어갔겠지만……

“으갹!”

오시환은 목덜미가 붙잡혀 동물 같은 소리를 냈고, 싸늘하게 굳은 표정의 한지후를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체급 차이가 나도 그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지 말라는 거다.”

이쯤 되면 뭐 그 팀에 큰 피해라도 본 줄 알 것 같았다.

“준비나 해.”

“……응.”

그래도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든다. 기합이 저렇게 빡 들어가 있으면 절대 질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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