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18화 (118/270)

118. 인터뷰 도전기

경기가 끝난후의 PER의 대기실은 모처럼 후끈 열기를 띄고 있었다.

“이야!! 창현아! 또 한 건 했구나!”

그동안의 경기가 대부분 평탄했기 때문이었을까. 이종규 코치가 격하게 환영하며 포옹했다.

“거 참…… 경기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래요 진짜.”

그를 제외하고도, 먼저 대기실에서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PER의 나머지 팀원들도 마찬가지로 환호했다.

“근데 이번에는 진짜 지는 줄 알았어. 면목이 없다 창현아.”

“초반에 시작하자마자 이준서한테 썰린 거? 됐어 뭐…… 어차피 경기를 이기기도 했고, 상대가 전술을 준비해 오면 원래 대처하는 쪽이 훨씬 불리하니까.”

못한 플레이는 분명 피드백이 필요하지만, 윤한결이 이준서를 마주친 건 단순히 운이 안 좋았을 뿐이었다.

2부였기에 이 정도였지만, 이제 앞으로는 더더욱 이런 일이 더 많아질 것이기에 적응이 필요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처할 방법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

“엑……? 그런 거야?”

윤한결이 대체 그 방법이 뭐냐는 듯 꽤나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이번엔 물어보지 말고 직접 생각해 봐. 이번처럼 내가 말해 주지 못할 상황도 앞으론 점점 더 많아질 테니까.”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스스로 깨닫는 법을 알아야 했다.

“칫, 그런 녀석한테 썰리고 말이야. 어? 그 자리에 한결이 말고 내가 있었으면 어?”

“상대를 눈뽕시켜서 보내 버렸다고?”

내 말에 PER의 몇몇이 큭큭 웃어 댔다.

그래도 뭐, 실제로 윤한결보단 김도준이 더 잘 버텼을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었다.

“하. 됐다. 내가 2부 경기에서 보여 줄라고 준비한 게 한두 개가 아닌데~ 쩝~”

저렇게까지 말을 하는 걸 보니 뭔가 준비를 하긴 한 모양이었다.

‘혹시 또 뭐…… 저번에 센세이션했던 눈뽕빌런처럼 새로운 밈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여러모로 회귀 전과는 플레이 방향성이나 모습이 꽤나 바뀌었기에 전혀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찌되었든 이번 경기에야 김유현도 꽤나 활약했으니 이런 로스터로 나간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음엔 이길한 대신 김도준을 넣어 볼까…….’

앞으로도 팀원이 점점 더 늘어날 텐데, 각 팀원의 조합과 시너지. 상대방을 고려하여 팀원을 선출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물론 지금에야 바뀌는 건 한 명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나저나 이번 경기 MVP는 누구래냐?”

이번 경기에서 김도준은 대기실에서 보기만 했는데 또 MVP는 관심이 있나 보다.

참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MVP라…… 굳이 따지면 나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경기에서 아마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한 장면을 생각해 보면 역시 마지막 전투 때 아니겠는가.

한지수랑 류재준이 미끼가 되어 도망칠 때, 엄호사격으로 한 명씩 쏴서 딱 보내 버리고.

상대 팀 에이스 이준서도 일기토로 보내 버리고.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딱~

솔직히 더 볼 것도 없다.

“누구긴. MVP는 당연히 나 아니냐? 나 안주면 말도 안 되지 그냥.”

생각해보면 하이라이트 영상도 제대로 뽑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옷 매무새를 다듬으며 인터뷰에서 답할 말을 생각해 두는데, 스태프가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승리 축하드립니다. MVP 인터뷰는 이연주 선수 부탁드립니다.”

“?”

“?”

“킥…… 킥킥킥킥.”

김도준이 나를 비웃었다.

‘쩝…… 세상 참…….’

혼자 어리둥절해 얼타고 있던 이연주가 스태프의 손에 이끌려 나갔다.

***

이연주. 3부 무승 시절부터 PER의 팀원이었으면서, 지금까지도 MVP를 단 1회도 받은 적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도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사실상 내가 쓰러뜨린 적은 한 명도 없는데…….’

이번 경기는 그나마 꽤나 많은 도움이 된 것 같긴 했지만.

그것에 대한 대답은, 대기실을 나가면서 복도까지 울려 퍼진 중계진의 설명에서 알 수 있었다.

[캐스터] : 아…… 이번 경기의 MVP! PER의 이연주 선수가 뽑혔군요! 이창현 선수보다 한 표를 많이 받았습니다.

[해설자] : 이창현 선수가 잘하는 건 사실 상수거든요. 그런데, 이번 경기의 경우에는 이연주 선수가 이전에 비해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거기에 가점이 붙은 게 아닐까 합니다. 전황을 바꾼 것도, 결국 이연주 선수가 찾아온 ‘안티 마나스톤’ 그리고, ‘속박’ 서포팅의 연타가 치명적으로 작용했거든요.

요컨데, 이창현은 지금까지 보여 준 것이 많기에. 더욱 더 잘해야 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설명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는 것도 잠시.

‘그래서 무슨 대답을 해야 하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이연주로서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 시간에도 이연주는 스태프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고 마침내 캐스터 앞에 도착했다.

관객석에서 들리는 환호성.

완전히 처음 듣는 건 아니었지만, 혼자 올랐을 때 이런 반응을 받은 건 처음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번쩍거리고 환호가 가득한 그곳의 기운에 혼이 쑥 빠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 가운데, 캐스터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연주 씨…… 괜찮아요? 인터뷰 시작해도 될까요?”

안색이 약간 안 좋아 보였나 보다.

하지만 사실…… 컨디션이 안 좋기보다는.

‘엄청 두근거려…….’

평소에 경기를 할 때도 떨리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도 배는 떨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와서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건 그것대로 분할 것 같았다.

“……네 괜찮아요.”

숨을 가다듬고. 하나 둘.

이창현이 원래 올라와야 했을 수도 있는. 그런 인터뷰 자리에 올라왔으니, 적어도 그가 억울하지 않도록 제대로 해야겠다…… 고 생각했다.

[캐스터] : 이번 경기. 2부에서 가장 위험했던 경기라는 말이 많습니다. LTD의 준비가 만만치 않았거든요. 이연주 선수는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간단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잘 대답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잘 대답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잠시간 이어지고.

“…….”

매번 인터뷰와 미디어 데이 때마다 파란을 불러오는 이창현이 생각났다.

‘창현이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이윽고 마음을 다잡은 후. 마이크를 꼭 붙잡았다.

자신감 있게. 패기를 보여 줘야 했다.

[이연주] : 음.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캐스터] : 역시 그렇게 느끼셨군요. 이번 LTD의 저력이 굉장했으니까요. 확실히 LTD의 전력이…….

하지만 캐스터의 말이 더 이어지기 전에 이연주가 말을 얹었다.

[이연주] : 괜찮습니다. 저는 더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요.

흠. 이 정도면 꽤 말을 잘 한 것 같다.

이창현이라도 이거랑 비슷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평소와 달리 조금 더 부드럽고 자신감 있게 말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머로 보이는 실시간 시청자 반응이 가관이었다.

[아니 이연주 ㅋㅋㅋㅋ 첫 인터뷰 나오자마자 레전드 갱신]

ㄴ 제가 더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요. (표정굳히고 엄근진하게)

ㄴ 이게 무슨 말장난이냐고 ㅋㅋㅋㅋ

ㄴ 뭔가 이창현 따라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냥 어설퍼서 웃김ㅋㅋㅋ

ㄴ 호락호락좌 ㅋㅋㅋㅋ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별로였나…….’

하지만 캐스터는 역시 프로였는지, 그런 반응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이어 나갔다.

[캐스터] : 특히 이번 경기에서 이연주 선수의 플레이는 화제가 되었는데요. 시작하자마자 바로 합류하지 않고, 적들을 피해 다니며 유물을 뒤적이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유물을 잘 찾는 건 둘째 치고, 찾은 것도 들고 가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 대답이야 뻔했다.

뻔하긴 한데……

‘이걸 어쩐다…….’

대답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방금 대답으로 채팅창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렸는데, 그런 컨셉을 밀어붙이는 게 맞을지……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어째서였을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이전, 이창현이 일대일로 교습을 할 때 해 주었던 말이었다.

‘머리가 안 돌아갈 때 어떻게 하냐고? 그럼 그냥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이제 옆에서 본 지도 좀 오래 됐잖아.’

물론 인터뷰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고, 경기 때의 말이었지만.

그 말이 떠오르자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그래, 어차피 지금 와서 태도를 바꿔 봤자…… 어중간해질 뿐이야…….’

그리고 어쩌면, 매사에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해 나가는 이창현에 대해 동경이 조금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했다.

[이연주] : 찾았던 다른 유물들을 가져가지 않은 이유요? 간단하죠. 그야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은 필요 없으니까…… 요.

자신이 말했으면서도 안 어울렸던 탓인지, 말 꼬리가 결국 흐려졌다.

물론 진짜 이유는 저런 게 아니었다.

‘원래는 LTD가 우리 팀이 유물을 너무 많이 취한 걸 들키면 수비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지…….’

하지만 이창현이었으면 결코 그렇게 말했을 리는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하지만, 이번 대답의 경우에는 오히려 전보다 더 시청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호락호락좌’ : “LTD는 한끼 식사가 될 닭에 불과해”]

ㄴ 닭 잡는 칼이면 충분ㅋㅋㅋ

ㄴ 1부리그랑 이준서 개같이 오열 ㅋㅋㅋㅋㅋ

ㄴ 1부 LTD에서 이준서 손절하는 거 아니냐?

ㄴ 그쪽에서 이를 갈고 있을 것 같긴 함ㅋ

ㄴ 아니 근데 진짜 저런이유에서 안들고 간 것임? 배짱 쩌네 그냥

[캐스터] : 아…… 그렇군요. PER의 자신감. 그렇게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LTD와의 교전에서 수세에 몰렸음에도 여유가 있었다는 거군요. 2부에 새롭게 올라온 팀 답지 않은 관록이 돋보이는 군요.

이연주 선수 멋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오…… 그런가?’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기…… 도?

[캐스터] : 그럼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번 LTD전의 경우, 유물을 다 찾은 후에는 인비저블 클록, 마나차단기를 이용해 맵에서 완전 은신을 한 후 ‘속박’만을 이용해 팀을 지원했습니다.

이런 플레이는 누가 기획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 아무래도 이창현과 저번에 준비했던 플레이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아예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상대방의 발을 묶는 조커 플레이.

아마 오늘 MVP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아마 저것 덕분이었으리라.

저것 덕분에 LTD의 팀원들을 후환이 없도록 모조리 정리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 저 스킬이야말로, 내 선수 생활의 행운 아닐까.’

원래 갖고 있던 스킬도 아니었으니까.

기왕이면 더욱 오래오래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피어났다.

인터뷰 석 위에서 바라보는 관객의 환호성. 약간은 활기를 띈 분위기.

그리고 다소 쪽팔리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이 자리가 좋았다.

열심히…… 해야지.

[이연주] :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속박해서 자빠뜨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