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14화 (114/270)

114. 준비

스타성이란 무엇일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일단 잘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뒤에서 서포팅위주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선수가 스타가 되기란 쉽지 않으니까.

또 다른 점은 아무래도 ‘로망’이 아닐까.

수없이 많은 상대 팀원들 앞에서, 멋진 피지컬로 상대를 휩쓸어버리는 로망. 대체로 그런 부류의 것들.

다른 팀들은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대중을 열광시키는 마력.

그런 팀이야말로 스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그런의미에서 PER은 1부리그를 제외한 헌터스 리그에서 제일 폭발적인 스타성을 지닌 팀이었다.

오디션에서의 건물 붕괴와 동시에 이루어진 저격. 검에 마나봄버를 달아 날리는 폭격기 전술. 눈뽕빌런의 투명전략.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류재준 이창현의 2인조로 상대 팀 전체를 상대로 무쌍을 하기까지.

그렇게 지금까지 신박하게 이겨 왔기에, 지금 상황을 지켜보는 네티즌들 사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눈뽕빌런 빠지자마자 개같이 멸망중인 PER.gif]

ㄴ 뭐임. 눈뽕빌런 왜빠짐?

ㄴ 김유현인가 신입으로 오고, 이번판은 빠졌음.

ㄴ 승리토템 눈뽕빌런 개같이 벤치행ㅋㅋㅋㅋ

ㄴ 솔직히 방금 그거 윤한결이 아니라 눈뽕빌런이었으면 이겼다. ㅇㅈ? ㅇ ㅇㅈ

ㄴ ㄹㅇ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비단 시청자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캐스터] : 아…… 운이 안 좋아요 PER! 합류하기도 전에 이준서 선수를 만난 윤한결 선수가 패배해 쓰러집니다!

[해설자] : 아...! 윤한결 선수의 빈자리는 PER에게 큽니다! 윤한결 선수가 PER의 부족한 공격력을 메울 수 있는 PER의 검이거든요!!

이준서가 윤한결을 쓰러뜨리자, 중계진은 LTD쪽으로 훨씬 더 급격하게 전세가 기울어졌음을 이야기했다.

당연히 경기를 하는 선수들도 알고 있었기에. 아직 합류중인 이준서를 두고 PER과 LTD의 대규모 교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다른팀들처럼 LTD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PER 개같이 멸망... 3부 따리 팀. “컷”]

ㄴ 어딜 한국 헌터스리그 “근본“ LTD에 비비려고 ㅋㅋ

ㄴ ^3부^ 따리들이 자꾸 2부 짱먹은거마냥 깝치는거 맘에 안들긴 했음.

ㄴ 응 아니야 아직 경기 안끝났어~

ㄴ ^3부^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기대를 뛰어넘었던 PER이었음에도, 이번만은 쉽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오히려 PER의 공세를 LTD가 잘 막아 내며, 이준서가 합류해 상황이 반전된 것이었다.

급기야 중계진에선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다.

[해설자] : 하아…… 이제 경기는 거의 LTD쪽으로 넘어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이준서 선수가 합류하기 전까지만이라도 교전에서 이득을 보았어야 했는데…….

전체적으로 LTD가 PER을 너무 잘 파악하고 대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캐스터] : 맞습니다. 사실 저번 LTD감독코치진의 인터뷰가 그랬거든요!

헌터스 리그는 어차피 전술게임, 감독놀음이다. 그래서 PER을 우리가 압살할 것이다. 뭐 이렇게요.

[해설자] : 하기야 LTD는 이번 시즌부터, 감독, 코치뿐만 아니라, 전술 분석가. 기술코치진 등등 많은 인력을 새로 뽑았다고 하거든요…….

그 성과가 지금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히 화면에도 그런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류재준과 이창현의 콤비를, 유혜주의 [성역]과 LTD 팀원의 방어막 초능력으로 무력화시켰다.

그뿐만일까, PER의 연계공격도 정확한 커버로 LTD는 아직 제대로 된 타격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이준서까지 합류하여 PER이 수세에 몰린 상황.

급기야 PER은 맞붙기보다 후퇴를 택했다. 이길한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도 모르게, 정혜연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젠 자기 팀 경기도 아님에도 그랬다.

‘후…….’

홀로앉아, 지난 시간 몸을 담아 왔던. 팀을 응원하던 정혜연의 속이 쓰렸다.

그래도 서로가 잘 되길 바라며 헤어졌는데. 쭉쭉 나아가길 바랐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쉬웠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버리고도 나아가지 못하는 PER을 보고 이럴 거면 왜 방출했냐고 분통이 터져서 그런걸까.

아니.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3부에서 2부까지. 그리고 이제는 2부의 상위권까지.

하지만 승강전으로 1부까지 바라보는 PER인데, PSG보다 열세로 평가받는 LTD에게 진다면 PER의 진격은 여기에서 멈춰서리라.

그게 싫었다.

그렇게 초조함에 손톱을 짓씹으며 걱정하던 찰나.

PER이 후퇴를 거듭하고, 무난하게 LTD가 이기리라는 예상이 우세한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이연주의 목소리와 함께 전장에 변화가 일어났다.

***

한편 경기 안, 때는 다시 돌아가 이준서가 막 합류한 시점.

한참 열기를 띈 채로 싸움이 이어지는 전장. LTD와 PER의 교전이 이어지던 중 갑작스레 등장한 이준서의 존재감은 굉장했다.

“……선배!”

활짝 웃는 LTD팀원들의 표정. 반대로 PER의 선수들은 대부분 표정이 굳었다.

‘이거…… 너무 경기가 어려워졌는데‘

아니나다를까, 돌진 능력으로 상대를 밀쳐내기 위해 진입했던 이길한이 순식간에 고립되었다.

‘저건…… 힘들겠군.’

지금 이길한을 구한다고 들어갔다가는 전멸이다.

그리고 일단 분명한 것 중 하나는, 이대로 계속 싸우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이준서가 EMP폭탄을 쓰는 것 마냥, 능력을 틀어막으면 우리가 좋을 점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능력 없이 순수한 싸움의 기본기도 저쪽이 훨씬 우세할 테고…….’

“일단은 빼자.”

“길한이는?”

“지금 다 챙길 수가 없어. 나머지라도 살아서 각을 봐야 해.”

이어폰에 대고 말했지만, 청력이 꽤나 좋은지 멀리 있는 이준서가 그걸 듣곤 대답했다.

“누구 맘대로?”

피이이잉 ㅡ.

순식간에 혼자 PER의 진영 중심으로 들어온 이준서.

그 녀석을 중심으로 묘한 파동이 퍼져 나갔다.

‘[정적인 마나]인가…….’

일부러 LTD의 다른 녀석들이 영향을 받지 않게끔, 자신의 팀과 반대편에 위치한 모양이었다.

동시에는 자신감이 있었으리라.

너희들이 능력을 쓰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많아봤자 자신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다는. 그런 자신감.

‘거기에 유혜주만 살아 있으면 결국 회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겠지…….’

치밀하게 짜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극대화하는 움직임이었다.

아마, 이대로 이준서와 LTD측에서 반격을 나서리라.

‘변수를 주지 않기 위해 여기서 끝장내려는 건가…….’

실제로 LTD의 분위기도 좋아보였고, 이준서도 가벼운 농담을 할 정도였다.

“헤에. 이제야 끝이네. 후배들은 생각보다 별 거 없는데 이런 녀석들한테…….”

……하지만.

이준서는 끝까지 말할 수 없었다.

지이잉 ㅡ. 투투투투퉁!!

‘이제야 준비가 끝났나…….’

이번 경기에서 김도준을 대신해서 뛰고 있는 김유현. 그가 만든 포탑이 막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준서의 [정적인 마나]에 빈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마나코어를 형성해 조직적이고 안정적인 회로가 갖춰진 마나장비나 특수스킬 같은 경우 간섭이 어렵다는 거지.’

그런 경우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되었기에, 간섭이 어려웠으니까.

그리고 김유현의 포탑 또한 그런 마나장비와 다를 바가 없었기에 원활히 작동되었다.

대신 시작부터 작동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지만, 뭐 그건 능력이 능력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

“너희들…….”

“지금이다. 빼자.”

타탓 ㅡ.

그렇게 김유현의 포탑들의 엄호사격이 이루어지는 동안을 틈타, LTD의 위협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다.

LTD의 팀원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하아…… 하아…… 그래서 이제 경기는 어떻게 풀어 나가려고?”

한지수가 숨을 몰아쉬며, 표정을 굳혔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마음이 조금 답답한 듯 했다.

“게다가 이번 경기에서 연주는 어디에 있는 거야? 평소처럼 뒤에서 타이밍 맞춰 [속박]이라도 사용하지. 말도 거의 안 해. 보이지도 않아. 무슨 그냥…….

“연주는…….”

이번 경기에서 일종의 비장의 카드로 남겨 두고 있긴 했다.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으면 추적당할 수 있는 만큼 준비가 꽤 필요했는데, 아직 그 준비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준비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연주는 내가 시킨 일이 좀 있어서…….”

“시킨 일?”

한지수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으니까.

이런 답답하게 무언가 진행이 되지 않는. 꾹 막힌 듯한 상황 속에서 함께 도망쳐 나오지 못한 이길한의 이어폰 연결마저 끊겼다.

돌진 능력으로 들어간 후, 이준서의 등장으로 포지션이 모호해졌기에 당연한 수순이었기는 한데…….

그로 인해 분위기가 더욱 꺾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후”

“쟤네…… 이제 아예 저번에 우리가 QED전에서 했던 것처럼, 그냥 뭉쳐 있기만 해도 이기는 거 아냐?”

“글쎄. 그렇진 않을걸?”

그랬다면 헌터스 리그는 정말 재미없었으리라.

능력이 좋은 녀석들만 잔뜩 사와서, 싸움을 붙이면 이기는 게임이 되어 버릴 테니까.

“너, 그거 알아? 헌터스 리그는 생각보다 공평한 게임이라는 거.”

“뭐?”

한지수가 갑자기 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보았지만.

지금 상황에는 그거만큼 맞는 말이 없었다.

“QED전하고 지금하고 뭐가 다른지. 이제 알겠어?”

전혀 이어지지 않는 말이었다. 공평한 게임? QED전하고 지금하고 다른 거?

한지수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제서야 깨달았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너 설마…… 유물을 말하는 거야?”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 이번 경기의 마지막 기회. 승리로 향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유물에 있으리라.

때론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지만, 때론 생각보다 큰 쓸모는 없는.

하지만 분명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겐 새로운 능력을 부여해 줄 수 있고 기회를 부여하는 것.

헌터스 리그의 유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업셋이 일어나는 가장 주요한 원인.

유물이었다.

***

마나장비의 유래는 강한 마나를 품고 특별한 이능을 행사하는 유물의 모조품이었다.

그런 만큼, ‘원본’에 해당하는 유물은 마나장비보다도 훨씬 특별하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헌터스 리그에서 유물을 차지하는 것은 경기의 향방을 가르는 큰 요소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리고 역전이 나온다면 보통 유물이랑 관련되어서 나오는 게 보통이었지.’

능력과 능력의 충돌. 팀원의 호흡. 순수한 전투실력. 맵의 특수성을 이용하는 것.

그것들도 모두 중요하지만, 유물의 변수라는 건 때로는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기도 했다.

“음. 그래. 그니까 걔들도 단순히 버티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거지? 유물 잔뜩 바리바리 싸들고 가면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까.”

“그래. 유물 자체가 싸움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니까.“

서로 수비하는 경기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내용 없이 경기만 잔뜩 길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흥행에 방해가 되는 요소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유물은 한 곳에 짱박혀 있지 말고, 맵에서 유물을 찾아 돌아다니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장치였다.

“말은 알겠는데, 유물을 먼저 찾아서 전황을 바꾸거나, 선빵을 때려 보자는 거지? 그럼 걔네보다 먼저 찾아야 하니까…… 찢어져서 찾아봐야 하나.”

한지수가 분주하게 머리를 굴리며 이것저것 검토하는 듯 했다.

아니면, 묘하게 내가 침착해 보여서 더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이번 경기를 가볍게 생각한다고 생각했을지도.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그런 게 아니었다. 단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었을 뿐.

아니나다를까. 이어폰에서 기다리던 이연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ㅡ치직.

“……찾았어.”

“설마…… 위치특정 능력이 있는 이연주를 보내서 유물을 미리…….”

한지수가 이제야 알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 뭐 유물을 찾는다고 무조건 이기는 것도 아니고 지는 경우도 많지만…… 어쨌든.”

사실 이번 게임은 이준서가 나왔을 때부터, 단순 팀대 팀의 힘싸움만으로 이기기는 상당히 어려운 게임이었다.

예상대로, LTD가 우리 팀을 파훼할 방법을 상당히 많이 준비해 오기도 했고.

경기를 준비하기 위한 인력도, 힘싸움도 부족한 상황.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거야 단순하지…….’

“한지수. 나는 말이야. 헌터스 리그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

“…….”

“어떻게 상대에게 자신이 유리한 싸움을 강요시킬 수 있는가. 하는 싸움이라고.”

유물과 전장의 특성. 가진 초능력과 팀원과의 합까지.

다양한 변수와 상황 속, 최적의 승리 루트는 거기에 있었다.

그건 회귀 전부터. 오랜 승리 경험을 가진 내가 생각해 온 신념이었다.

그럼 이제, 모두 실패해 버린. 우리가 강요당했던 불리한 전장에서 벗어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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