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13화 (113/270)

113. 산 넘어 산

때는 PER과의 경기가 있기 바로 전날이었다.

“네? 제가 나가라구요?”

“그래. 어차피 최근에 경기도 안 나갔는데, 감이 녹슬지 않게 해야지.”

“PSG였나? 거기 경기만 나가는 거 아니었어요?”

“그게…… 좀 변경 사항이 있었다.”

흠…… 변경사항이라. 날 끼워 넣는다는 건 이번 경기가 좀 위험하다고 판단했나 본데.

‘2부 리그에 PSG 말고 별거랄 게 있나?’

솔직히 한지후는 1부 선수들도 꽤나 관심 깊게 보는 선수이기도 하고. PSG 자체가 1부에 올라갔던 경력이 있던 선수가 많아 선수 수준이 높긴 한데……

‘PER……? 이건 뭔 개뼉다구 같은 팀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팀원 목록과 상대의 프로필을 보던 순간에야 알 수 있었다.

“아~. 얘. 걔군요 걔. 이근택 회장님이 저번 파티에서.”

“……그래. 그렇게 됐다.”

뭐, 한 둘 잘해 봤자 결국 2부 리그 상위권 수준일 텐데.

또이또이한 녀석들끼리 하는데 내가 굳이 나가야 할까. 싶다가도……

‘저 녀석. 저번 파티 때 보여 준 모습들이 꽤 재밌긴 했지.’

중립몬스터를 공략하는 모습도 뭐. 작은 유흥으론 괜찮았다.

하지만, 그런 몬스터를 공략을 잘 하면 무엇 하는가. 결국 헌터스 리그는 상대를 잡아내야 이기는 싸움인데.

진짜 헌터의 싸움을 보여 주는 수밖에.

이준서의 표정이 가벼운 호를 그리며, 상큼하게 웃음 지었다.

***

다시 돌아와서, 때는 경기 중.

이준서는 리스폰 되자마자 의외의 적과 조우했다.

PER의 중거리 딜러이자, 에이스 전투원 중 한 명.

‘특이사항으로는…… 이기어검. 이걸로 1부와의 랭킹전에도 꽤나 괜찮은 승률을 거둔댔지?’

2부 녀석임에도 꽤나 싹수가 있는 녀석이다.

위에 있는 우리 팀. 1부 LTD에서도 군침을 흘릴 만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한텐 안 되지.’

“어어. 가지 말고. 거기.”

혹여나 에어비트나 에어앵커로 도망갈까 봐 말을 걸었는데. 다행히도 윤한결이란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도망가면 죽여 버릴 수밖에 없었는데…… 한 번 놀아 볼 수는 있겠군.’

“좋은 선택이야. 도망가려 했으면, 에어대시로 따라붙었을 테니까.”

“……후. 그럼 갑니다.”

녀석은 내가 말을 걸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들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급할 것도 없는데. 다짜고짜 공격을 하다니.

아니, 어쩌면 느꼈는지도 모른다.

내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힘을.

피식.

“그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녀석은 네 개의 검을 날려왔다.

“호오…… 이게 이기어검. 재미있네.”

물론 그 검을 몸으로 받아 줄 필요는 없다.

검의 궤도. 미리 받았던 자료에서 본 저 녀석의 습관.

그 결을 따라 피해 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격할 타이밍은 나오지 않았다. 네 개의 검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것이……

‘대인전에선 말도 안 되는 능력이긴 하네.’

게다가 분석파일을 보면 7개의 검을 다룬다고 했는데, 겨우 4개만 다루는 걸 보면…… 저 녀석.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놀이는 여기까지.”

네 개의 검을 상대하려니, 재미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벅찼다. 저 능력 하나는 진정으로 인정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이이잉 ㅡ.

양 손을 양 옆으로 뻗어 공간의 마나를 조정한다.

정적으로. 그래, 마나가 흐르지 못하도록.

팅…… 챙그랑……

그와 동시에 주변에 떠다니던 몇 개의 이기어검이 바닥으로 힘을 잃고 떨어졌다.

그뿐일까,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꽤나 먼 곳에서 또 다른 검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심했을 때, 뒤를 찌르려고 멀리서 대기시켜 놓고 있었구나.”

“……큿.”

뭐야. 그 정도야 예상할 게 뻔하잖아. 그런 잔머리쯤은.

그래도 신선한 능력이었다.

슬슬 마무리를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검을 세웠다.

이기어검이 모두 떨어졌음에도, 녀석도 검을 맞대어 저항했지만……

푹 ㅡ.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검술이었어. 그런데, 이기어검으로 날리는 검술에 비해 별로 매섭지는 않네. 재미있었어.”

딱 적당한 수준의 검술뿐이었다. 저런 검술로는 1부에서 활약하기 힘들지.

‘아…… 여기 2부였구나?’

뭐, 2부였어도 저런 검술로는 별로 특별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좋다.

이제 슬슬 나도 합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이. 2부 친구들. 한 놈 정리했다. 검 날리는 녀석인데, 알지?”

“네…… 넵!”

“그 쪽도 별일 없지? 합류하러 갈게. 빨리 후딱 끝내 버리자고.”

놀이는 슬슬 끝내고 이제 집에 가고 싶어졌다.

기왕 쉴 겸 잠시 내려온 2부인데, 굳이 시간낭비 할 필요는 없으니까.

***

“한결이… 가 버린 것 같은데.”

가 버린 것 같다. 헌터스 리그에서 흔히 경기가 시작하고 빠르게 퇴장해 버린 선수를 일컫는 말이었다.

“알고 있어.”

아무래도 윤한결이 진 걸 보면 운이 없게도 시작하자마자 이준서와 충돌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도망치지도 못하고, 싸움을 강요당하다 진 거겠지……’

내가 아는 이준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스페셜리스트였으니까. 에어대시, 에어앵커, 에어비트. 기동성 장비만 세 개.

거기에 초능력을 이용하여 상대의 스킬을 봉쇄하고는 순수한 피지컬로 상대를 보내 버린다.

이기어검이 봉쇄된 윤한결로서는 이준서한테 아마 크게 밀릴 수밖에 없겠지.

검술 자체도 이기어검에 맞춰져 있는 윤한결인 만큼, 이준서는 특히나 천적이니까.

‘뭐…… 윤한결뿐만 아니라 능력 위주의 근, 중거리 헌터들은 모두 카운터당하지만.’

언제 생각해도 참 좋은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가 버린 애는 생각하지 말고, 우리 할 거나 먼저 생각하자. 그래서 적들은 어때?”

“움직임은 거의없는데? 합류를 기다리는 것 같아.”

그런 건가.

아무래도 상대는 합류를 중시하면서 적당히 유물이 감지되는 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모양이었다.

유물을 취하면서, 합류도 하는. 일종의 밸런스 잡힌 대인원의 전략.

‘윤한결이 시간을 끌어 준 덕분에 아직 이준서는 합류를 못 했겠지.’

아마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이준서가 저기에 끼면, 진짜로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까.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면, 류재준도. 나도. 꽤나 곤란할 테니까.’

이준서가 없을 때, 최대한 승부를 보는 게 좋은 선택이었다.

“이번 한 번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 같네. 아까 말했다시피, 이준서 선수가 있어서 이번이 최대의 기회야.”

“후…… 알았어. 제대로 서포트해 볼 테니까.”

“이렇게 싸우는 건 또 오랜만이구만!”

한지수나, 이길한이 제각기의 반응을 내보였다.

“재준아.”

“알았어.”

단기결전을 위해 짜 둔 전략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른바 류재준과 나를 필두로 한 사활을 건 포지션이 있었으니까.

류재준이 먼저 에어비트로 하늘로 강하게 날아오른 채, 마치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처럼 상대가 있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지상에 있는 LTD의 녀석들이 가까워졌을 무렵. 바로 저번처럼 [파동]을……

“야…… 저거……!”

‘쳇…… 눈치챘나.’

일부로 잘 볼 일이 없고, 효과를 제일 잘 퍼트리기 쉬운 공중으로 진입하는데. 미리 분석해서 대비해 온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빨리 반응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반응해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으니까.

키이이이잉 ㅡㅡ.

류재준의 [파동]이 상대가 알아채든, 알아채지 못하든 공중에서 작렬했다.

아무래도 마나로 몸을 둘러 충격을 조금 완화할 수는 있더라도, 그 충격자체는 그대로 가해졌을 테니……

‘지금……!’

마치 개막전이 있던 날의 QED전처럼. 그 장면을 다시 재현하려 했다.

류재준과 다른 방향. 측면에서 에어앵커를 타고 강하하며 쌍권총을 난사하는데……

팅ㅡ 티팅 팅ㅡ.

‘방어계열 스킬인가…….’

육각형이 모여 돔 형태로 이루어진 반투명한 방어막. 그 방어막이 총탄을 모두 막아 냈다.

“한 방 먹었네.”

류재준의 [파동]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타고 들어가기에, 방어막의 의미가 없었지만.

정확하게 마무리를 꽂아야 할 내 에테르 탄은 강력한 방어력만 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이루어진 전략이리라.

‘최소한 모든 사람을 방어하지는 못하도록, 녀석들 사이에 낄 정도로 가까이에 가서 난사해야 했나…….’

아니. 그렇게까지 가까이 갔다가는 상대 근접딜러의 반격에 당할 가능성이 컸다.

어찌되었든.

‘지금이 복기할 때는 아니야.’

총기난사가 끝나고, 방어막이 해체되자. 기다렸다는 듯 상대가 쏟아져 나왔다.

류재준의 [파동]의 데미지가 남아 있는지, 꽤나 휘청이는 모습이었지만. 그 역시도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상대의 방어막 안으로, 노랗게 피어오르고 있는 빛이 그 원인이었다.

‘칫…… 유혜주의 [성역] 인가……’

죽지만 않으면 강력한 회복효과를 자랑하는 것이 빈말이 아닌 듯, 류재준의 [파동] 효과가 무색하게 상대의 진영이 정상화되었다.

“류재준…….!”

하지만, 일단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에어비트를 밟아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류재준이 다시 [파동]을 사용할 수 있는 타이밍을 주기 위함이었다.

“…….”

녀석은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나와 시선을 교환하며 타이밍을 쟀다.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는데. 하긴, 지금껏 [파동]을 맞고 저렇게 멀쩡하게 일어난 녀석들이 없었을 테니까.

키이이이잉 ㅡㅡ.

그래서였을까, 전보다도 더 강한 출력이었다.

제대로 직격하면 그대로 쓰러질 정도로. 약한 충격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아마 대부분의 마나를 사용한 모양이었다.

류재준이 제대로 힘을 쓴 만큼 LTD의 팀원 몇몇이 휘청거리며 쓰러졌고, 나는 그 타이밍에 다시금 총을 쏘려 했지만.

지잉 ㅡ.

내가 류재준이 낌새를 보이자, [파동]을 예측하고, 유혜주와 LTD의 상대편이 방어막 스킬과 [성역]을 활성화 시켜놓은 채였다.

방어막 속에서 잠깐이나마 LTD의 팀원들이 쓰러지긴 했지만...

약간 휘청이더니 결국은 아무런 피해 없이 모든 LTD의 팀원들이 다시 좀비처럼 일어났다.

“이런 시발…….”

그리고 다시금 회복한 후 방어막이 해체되자, 동시에 이번엔 상대가 에어비트로 날아오르며 전투를 시도했다.

‘다시 이걸 하려는 틈을 주지 않으려는 모양인가.’

“류재준. 너는 빠져.”

어차피 전술을 바꿔야 했다. 류재준의 마나소모가 너무 컸으니까.

하지만 내 말을 듣고 류재준이 뒤로 빠지려고 하자, 상대가 그 뒷통수를 노렸다.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았다. 상대도 팀인 만큼, 우리도 커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오래! 기다렸수다!”

이길한이 강력하게 돌진하며 류재준의 뒷통수를 노리는 상대를 쳐냈다.

그리고 그 충격에 의해 상대방이 공중에 뜨자,

"한지수!"

“알아.”

그렇게 큰 충격에 의해 날아가는 상대. 그 상대가 유혜주의 성역 바깥으로 공중에 날아갈 즈음.

쿠쿵……

한지수가 중력능력으로 상대를 바닥에 추락시켜 눌러 버렸다.

그후 완전히 무장 해제가 되어 버린 LTD의 상대. 그 한 명에게 저격총을 조준했다.

하지만.

슝…… 슈슝 슝!

쏴서 죽이려던 찰나, 자세를 잡는 나에게 LTD의 화살이 날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류재준과 내 콤비가 제대로 먹히지 않은게 컸다.

꽤나 잘 들어갔음에도, LTD가 대비할 수 있는 너무 좋은 조합을 짜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류재준이랑 같이 들어가 다수의 킬을 노리는 게 아니라, 저격으로 한 명이라도 확실하게 줄이고 들어가는 게 나았을 텐데.

‘이거……경기가 너무 어려워졌는데…….’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워어~ 뭐야. 왜이렇게 잘 싸워 얘네. 니네 레포트 제대로 읽어 보고 훈련한 거 맞냐? 대처법이랑 습관까지 다 세세하게 적어 줬었잖아.”

“아, 선배님 그게…….”

“뭐 됐어. 내가 왔으니까. 슬슬 끝내 볼까?”

이준서가 도착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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