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12화 (112/270)

112. 위기

팀 LTD의 홈.

길고 깔끔한 유리테이블 좌우로 비싸 보이는 1인용 가죽 쇼파가 쫙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거기 위에 앉은 사람들은 역시나 대부분이 이번에 새로 투입된 LTD의 선수 지도 인력이었다.

단순히 감독 코치진에 더해 팀 전력 분석가. 헌터스 리그 전술 전문가. 기술코치. 각성능력 전문가까지.

‘이번에 LTD측에서 하위리그에 인재가 없다고 전문인력 양성하겠다던 게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만…….’

든든하기 짝이 없는 LTD의 지도인력은, 이제 한 둘의 지도가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경기를 관측하며, 팀원들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상대하는 팀들까지도 모조리 분석해 경기의 승리를 도모했다.

“우선은 제가 미리 테이블에 올려 둔 자료를 봐 주시길 바랍니다.”

앞에 쏘아 올린 빔 프로젝터에 지시봉을 든 남자. 2부 LTD의 신임 전력 분석가였다.

테이블 위에는 PER 선수들의 예상 스테이터스 및 능력. 그리고 다른 선수와 함께 낼 수 있는 시너지의 히스토리.

그리고 나올 수 있는 예상 전술들이 쫙 나열되어 있었다.

그뿐만일까.

PER이 2부를 비롯해서, 공식경기에서 사용한 모든 전술.

그 전술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대처를 어떻게 해야 했을지에 대한 것까지 모두 복기되어있었다.

‘후후…… 이게 대형 구단의 무서움이다 꼬맹아…….’

확실히 인력이 충원되니 기존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이었던 것도, 대부분이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있었다.

“…… 이상입니다. PER의 예상전술을 읽기 쉽도록 만든 선수용 자료가 따로 있으니, 선수들에게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짝짝짝짝……

박수가 쏟아졌다.

“훌륭하네. 훌륭해. 김 분석관이 이렇게 해 줬는데 지면 얼굴을 못 들겠어. 뭐…… 이번에 짠 전략을 생각하면 딱히 상대 전용 대응책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지?”

“네. 그렇네요. 확실히 이번 경기는 질 수가 없겠는걸요.”

경기에 대한 대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예 기술코치가 나왔다. 이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뭐…… 아시다시피 저는 기술코치라 딱히 발표드리고 그럴 건 없지만, 성과를 미리 말씀드리기 위해 자료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번 자료는 방금 본 자료와는 또 다른 방향성의 자료였다.

기술적으로, PER 팀원들이 각개 어떻게 전투하는지. 그 습관이나 스타일. 파훼 방법에 대한 상세한 연구가 이루어져 있었다.

“우선 제일 애를 먹었던 건. 바로 이 PER의 ‘윤한결’ 선수. 기존에 없던 전투방식과 검술이었기에 많이 애를 먹었지만…… 프로는 어찌되었든 해내는 법이니까요.”

문서에는 윤한결이 무의식적으로 즐겨 쓰는 검의 경로나 선택 상황에서의 습관.

그리고 결론적으로 윤한결의 검을 막아 낼 수 있는 검의 경로를 따른 검술적 최적값이 도출되어 있었다.

“물론, 이는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선수들에게 훈련을 시켜 두었습니다. 무기술의 안목이 는 건 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선수들 훈련영상이 화면에 비춰졌다.

가상현실 옵션을 이용해 무작위로 윤한결처럼 검을 날리는 시뮬레이션이 진행되었고, 익숙해졌는지 빠른 속도로 막아 내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여졌다.

“다들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번 경기가 기대가 되는군요…… 후후. PER을 이기고, PSG까지. 이번 시즌은 한 번 2부 1위를 노려 봅시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걸로 미팅은 끝이었다. 다들 잔잔한 미소와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어, 선수 지도층의 대비가 얼마나 철저하고 잘 이뤄졌는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다른 것도 다 좋았지만 역시 이게 최고겠지…….’

[무력화 전술과 무기술로 인한 카운터 전술]

이것만 있으면 확실히 PER이 자랑했던 폭격기 조합이든, 아니면 까다로운 두 놈이서 들이박는 거든.

아니면 우주방어조합이든.

그런 것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낡은 전략이 되리라.

***

2부 LTD와 PER의 경기가 있는 날.

“……오늘 경기…… 괜찮겠지?”

“지금까지 경기도 많이 했는데, 아직도 참 걱정도 많다.”

분명, 이 방법이라면 이연주가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다만 오히려 더 신경 쓰이는 건 역시 이연주보다는 상대 팀인 LTD쪽이었다.

경기 당일이 되어서야, 갑작스레 선발 선수로 등장한 선수 중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으니까.

‘이준서…….’

이 당시 2부 LTD에 누가 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었는데. 오늘 경기장에 와서 얼굴까지 보니, 새삼 회귀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2부에서 같이 뛰었던 선수 중 한명이었으니까. 다만, 아주 가끔. 중요한 경기에만 출전한 선수였다.

1부 경기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잠시간 2부에 회복 차원에서 온 선수였으니까.

이준서는 원래는 1부. 그것도 1부에서 최상위권으로 군림하고 있는 LTD의 팀원이었다.

그 능력도 굉장히 이질적인 능력이었다.

[정적인 마나 : S] : 일정 범위 내의 마나의 움직임을 통제합니다.

이게 뭔 개소리냐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추상적인 능력이었지만, 저 녀석이 저걸 쓰는 방식은 단순했다.

‘마나를 움직이지 않도록 만드는 것…….’

상대의 체내 마나를 통제해 움직이지 않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극한의 효율을 만들어 냈다.

컨트롤이 무척이나 힘든 관계로, 세세하게 컨트롤하기는 어렵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그 녀석을 중심으로, 접근한 녀석들은 상대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건 간에 능력을 쓸 수 없도록 만들었으니까.

‘경기 당일에서야 이준서를 보여 주다니…… 한 방 먹었군.’

지금까지 써 왔던 전술에 대해 전적인 수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류재준과 나의 호흡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면 말짱 도루묵.

그렇다고 즉석에서 전술을 짜자니, 사실 팀원의 풀이 그리 넓지 않기에 짤 수 있는 전술은 한정적이었다.

‘아예 생각이 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제 2부부터는 슬슬 꽤나 수준이 높았기에, 그것이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연습게임에서 해본 방식도 아니었고.

“창현아. 슬슬 옷 갈아입고 나가서 준비해야지.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

윤한결이 말했다.

그래,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지.

‘어찌되었든, 지금 와서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니까.’

이 인원만으로 사실 전승우승을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

물론 간단하게, 별다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질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회귀 전. 가장 장기였던 플레이가 까마득한 높이에서 줄을 타는 듯한 하이리스크 플레이였지 않은가.

게다가 원래에도 모든 경기를 전술적으로 이기고 시작할 수는 없다.

이건 아무리 경험이 많고,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읽고 있는 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제리그에서도 모든 강팀이 그런 경험을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읽고 난 후, 어떻게 플레이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뿐.

“그냥 잠깐. 별로 안 좋은 생각이 들었네. 별 거 아니야. 가자 한결아.”

“……그래. 애들 기다리겠다.”

항상 상황은 변한다.

유리한 상황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혹은 그 반대로도. 전장은 항상 가변적이고,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항상 끼어있다.

상대 팀의 조합도. 맵의 선정도. 그 맵에서 일어나는 변수도. 그리고 우리 팀원의 플레이까지도.

모두 예측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비로소 헌터스 리그라는 경기가 재미있는 것이겠지.’

그럼 한 번 어울려 볼까.

***

[캐스터] : 오래 기다려 주셨습니다! 오늘의 경기는 PER과 LTD의 진검승부. 두 팀 모두 연승으로 주가를 한참 올리고 있는데, 그런 팀들 간의 대결입니다!

[해설가] : 그렇습니다. 2부에서 1부로 올라가는 승강전을 할 수 있는 팀은 상위 2팀뿐. PSG가 굳건하게 1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곳에서의 승부가 중요합니다.

[캐스터] : 혈전이군요! 기세도, 걸린 것도 많은 한 판 승부입니다. 그럼 승부 예측은 어떻습니까?

[해설가] : 시청자 승부 예측의 경우에는…… 40 : 60정도로 LTD가 우세합니다만, 사실 관계자들 측에서는 LTD의 우세를 많이 점치고 있습니다…….

[캐스터] : 이번 PER도 굉장히 큰 인기몰이와 멋진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지 않나요? LTD를 유리하게 꼽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해설가님.

[해설가] : 다름이 아니라, 1부 LTD의 이준서 선수가 이번 경기 로스터에 포함되었기 때문이죠.

[캐스터] : 그 이준서 선수가……!

해설가의 말에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와…… 운 개좋네. 그냥 티켓팅 실패해서 2부 경기나 보러 온 건데 이준서가 여기서 경기하고.”

“그냥 LTD에서 키우는 애들이나 보려고 했는데 1부 선수가 왔네. 이번 경기는 좀 기대해본다.”

헌터스 리그의 규모 자체가 워낙 컸기에 지금까진 부각이 안 되었지만, 사실상 국제리그와 1부 리그야말로 ‘진짜 리그’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런 1부의 이준서의 참전은 굉장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해설가] :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준서 선수가 들어옴으로서 PER과의 대결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끔찍합니다.

전에 보여 준 ‘폭격기 전술’이나, ‘우주 방어전술’ 그 외의 ‘쓰리톱 포지션’ 같은 것들도 모두 무력화됩니다.

이준서의 능력 같은 경우 워낙 유명했기에, 관객들도 그 이유를 유추할 필요도 없이 알 수 있었다.

이준서. 주변의 마나를 모조리 잠궈 버린 채. 자신에게 유리한 일방적인 전투만을 강요하는 선수.

이번에도 그러한 경기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자명했으니까.

[캐스터] : 아…… 지금 막 경기가 시작되는군요.

이윽고 바로 시작된 경기.

다른 경기들과는 달리, 관중석에서는 정적이 흘렀다.

아무래도 서로 지금까지는 2부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팀인 만큼, 그 긴장감과 적막이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시작하자마자 경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막 경기장에 리스폰되어 합류하려던 윤한결이 LTD의 상대 중 한 명과 마주한 것이었다.

“어. 창현아. 난 합류하기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에어비트로 못 빠져나오겠어?”

“상대가 에어대시를 갖고 있는 것 같아.”

에어대시를 가지고 있는 상대로 에어비트나 에어앵커로 도망간다면, 그건 뒤를 대주는 일이나 다름없으니까.

“게다가…… 아니다.”

“…….”

그 말을 마지막으로 윤한결은 이어폰의 마이크를 꺼 버렸다.

건너편에 있는 상대가 녹록치 않았다는 걸 직감했으므로.

‘이기어검이…… 조종이 안 된다.’

정확히는 마나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다리에 무거운 추를 단 것처럼.

체내에 마나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능력을 쓸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윤한결을 노려보고 있는 상대의 능력일 가능성이 크리라.

“큿…….”

아직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겪은 적 없는 상황에 윤한결이 당황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