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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10화 (110/270)

110. 미래의 씨앗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

그건 다름이 아니라, 바로 헌터에 대한 인식이었다.

바로 가장 중요한 건, 단순하게 각성할 때 갖게 되는 “재능”이라는 것.

하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재능의 중요성은 다른 조건을 충족시킨 후에나 생각해 보는 게 맞으니까…….’

자신의 재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그 감을 익히는 것도.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 것이 보통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각성자가 헌터가 되기를 포기한다.

예를 들면, 원래 없던 꼬리를 갑자기 이식받았는데 그걸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눈에 보이는, 신체의 일부조차도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지도 모르는 초능력의 감각을 익힌다는 건. 사실 말도 안되는 수준의 난이도였다.

어떤 계열의 초능력을 가졌는지 알기 위해 하는 수많은 검사, 훈련을 위한 방법론이 생겨남에도 그 난이도가 낮아지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재능이 어떻든 간에, 사실 헌터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재능이 아니었다.

재능은 각성한 후, 헌터가 되어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냐. 같은 종류의 이야기였으니까.

애초에 헌터가 되어야 그걸 고민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헌터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그건 바로 막 각성한 사람을 누가 이끌어 주었는가였다.

‘괜히 헌터 아카데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게 아니지.’

사짜같은 녀석들도 잔뜩있고, 무슨 무속신앙처럼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쇼를 하는 곳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을 이끄는 건, 헌터가 된 후에도 지속되었다.

‘회귀 전의 내가 딱 그런 케이스였을까.’

눈앞의 성과를 위해 잘못된 성장의 일로를 걷게 만드는. 코칭과 감독의 방향성 제시.

그렇기에. 분명 이 아이, 이정훈이 나를 찾아온 건 천운이리라.

이 아이에게 있어서는 분명.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감독, 선생을 만나 후회로 점철된 삶을 살았어야 했던 내게. 마찬가지로 나와 같은 길을 걸을 뻔했던 아이가 오다니.

회귀 후 변하는 건 어쩌면 내 삶뿐만이 아닐지도.

***

일반인이 각성할 때처럼 무언가 빛이 난다던가, 확 변화가 느껴진다던가, 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보였다.

이 [꿰뚫는 눈]에.

[이정훈]

[스킬]

[천 개의 재능 : A(S+)] : 자극에 의해 재능이 개발되고 생성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굴 : B+ (A+)] : 사망에 이르는 공격을 당했을 때, 한 번에 숨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활동 여력을 제공합니다.

‘한 번에 스킬이 생겨날 줄이야…….’

꽤나 강한 자극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생겨났다니. 조금은 의외였다.

물론, 이건 나 같은 프로 헌터입장에서나 “꽤나 강한 자극”이지, 일반인에 가까운 저 아이에게 있어서는 엄청 강렬한 자극이리라.

동경하고 좋아하는 헌터 앞에서 싸우는데, 자기가 우습다고, 가볍게 여긴 상대에게 손도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당했다.

분하겠지.

그것도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아주 미숙한 칼질에 의해서.

‘이연주를 선택한 게 아주 좋은 선택이 됐구나.’

그런 감정적 동요가. 그리고 성장에 대한 욕망. 이대로 끝나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것들이 아주 강렬했던 것이 아닐까.

‘애초에 헌터 아카데미에서 하는 가벼운 애들 놀이랑은 차원이 다르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커흑…….”

어찌되었든, 그 새로운 능력을 발현한 이정훈이 일어났다.

이연주는 아무리 정확하게 칼질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일어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는지 동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다시 전투 태세를 취했다.

아무리 새로운 능력을 발현했다고는 한들, 여전히 이연주가 압도적 우위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분명 달라진 것은 있었다.

공격을 허락함으로서 한 번 너덜너덜해졌던 이정훈이, 오기로 일어나 다시금 칼날을 이연주에게로 향한 것이었다.

도저히 어린 꼬맹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끈기였다.

‘보통의 어린 아이었다면…… 그냥 주저앉아 우는 게 정상이겠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고, 계단을 오르다 넘어지면. 적어도 상처를 살피고, 아픔을 참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저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랬다가는 진짜로 끝이라는 것을.

참고. 일단은 참고, 눈앞의 상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을.

‘1부 헌터스 리거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가지고 있네.’

물론 저 상태로 이연주에게 이기기는 불가능하겠지만.

다시금 대치 상황이 무너지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칼을 써 본 적 없는 이연주의 검이. 그리고 이정훈의 몸 사릴 줄 모르는 검이 맞닿았다.

아무리 이연주가 프로헌터라고는 해도, 사실상 대인전은 도망가는 것 밖에 해본 적 없었기에.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하는 이정훈의 공격에 상처를 입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연주는 찌르고 또 찔렀지만, 아까와는 달리 어떻게든 급소만은 지켜 내며 싸우는 이정훈의 모습에 열기가 느껴졌다.

“휘유~”

꼬맹이가 질 거라는 건 아마 모두가 알고 있었음에도. 김도준은 그 모습을 보고 휘파람을 한 번 불었을 뿐.

내기에 대해 따지지도, 불평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전력의 차이는 여실했고, 당연히 이연주의 승리였다.

이정훈은 그야말로 난자되었다 싶을 정도로 너덜너덜한 상태로 쓰러진 채 승부가 끝났다.

***

승부가 끝난 후, 연습실.

PER의 팀원을 합해 약 다섯 명 가량이 모여앉아 있었다.

치열하지만, 고요했던 경기가 끝난 후. 지금 상황은 개판이었다.

막상 경기를 볼 땐 어린 녀석의 집념에 감탄했던 주제에, 김도준은 오만원 내기에 진 것이 배가 아프다고 죽을 둥 말 둥 하고 있었다.

“야…… 여기 오만원. 아니 근데, 이거 생각해 보니까 창현이가 막 그 어?? 설명도 안 해 주고 그런 거였는데 무효 아니냐?”

“응 아니야.”

윤한결이 그런 궤변을 받아들일 리가. 단호히 김도준의 주장은 잘려 나갔다.

결국 김도준은 윤한결에게 오만원을 지폐로 건네고 있었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어휴 그러게, 지가 하는 경기도 아닌데 돈을 왜 걸어가지고는…… 그것도 심지어 처음 보는 꼬맹이한테 걸고.’

하여간 보면 볼수록 저 녀석은 심심할 새가 없는 녀석이다.

그래도 의외로 팬층이 좋아하는 걸 보면, 선수의 팬서비스? 그런 측면에는 재능이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편, 정작 승부 당사자들은 꽤나 조용했다.

“우으……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정훈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긴. 삐까번쩍한 헌터스 리그 경기를 보는데, 우리 팀 경기를 볼 때 이연주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겠지.

여자라 근력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치…… 허접주제에…….”

“……?”

이 말, 이연주가 한 말인가? 평소에 이연주의 이미지랑 너무 달라 이연주 쪽을 바라보았더니, 다른 곳을 보며 딴청을 피웠다.

‘…….’

뭐. 아무튼.

“꼬맹아. 알다시피 연주는 전투를 담당하는 포지션도 아니야. 이제 프로 헌터를 알겠니?”

“……네.”

죽어도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승부욕이 꽤나 강한 걸.

“그래도. 경기에서 보여 준 모습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 오히려 좋은 점이 많았지.”

“정말인가요?”

이정훈이 눈을 빛냈다.

“그…… 헌터 진흥원에서는 초능력은 발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 것 같던데…… 저…….”

“헌터가 될 가능성이 있냐고? 뭔가 능력이 있는 거 같냐고?”

웃음이 나왔다. 아이의 불안한 심정이 이해가 잘 갔으니까.

“대답해 주자면. 그래. 충분히 될 것 같다. 혹시 아까 기억나? 연주에게 검으로 가슴을 꿰뚫렸던 것.”

“네.”

“그 때, 무언가 느껴지지 않았니?”

이정훈이 그 말에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신 없는 듯 말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긴 한데…… 찔린 다음 힘이 쭉 빠져서 이젠 틀렸구나. 싶었다가, 다시 조금은 힘이 나더라구요.”

아마 그게 [불굴 : B+(A+)]의 능력이리라.

“아마도 그게 네 능력일 가능성이 커.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아마 더 생길 수도 있고.”

“더 생긴다구요?”

“헌터의 한계라는 건,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고, 정해지지도 않았으니까. 앞으로 노력하면 분명 헌터가 될 수 있을걸?”

물론 성장형 스킬을 가진 사람에 한해서지만.

그런데 그 말을 끝내자, 이정훈이 갑작스레 울컥하더니 울음을 토해 냈다. 조금은 당황했지만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으니까.

‘오히려 애니까 더 감정에 솔직할지도 모르지.’

“나중에 PER에 들어가서 형이랑도 같이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다음시즌에 아마 이 팀은 1부에 있을 거고, 그 때 이정훈이 헌터가 된다면 3부에서 시작하겠지.

그럼 최소 2년은 있어야 같은 팀으로 뛸 수 있으리라.

2년간 살아남고, 1부로 올라온다면 분명 저 스킬들을 가지고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성장해 있겠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네가 우리 팀에 들어오길 응원하고 있으니까. 꼭 1부리거가 되어서 나중에 우리 팀에 들어와.”

이정훈이 눈을 끔뻑이더니, 그제야 무슨 뜻인지 이해한 모양이었다.

헌터는 필연적으로 하위 리그를 한 시즌이상 지내야 상위 리그로 올라갈 수 있으니 그 때는 이미 PER이 1부에서 주름잡고 있으리라는 말을 했다는 걸.

“…….”

이제 팀원이 7명이 넘지만. 그래도 사실 아직은 적다.

1부나, 국제리그에서 싸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략.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지금에야 괜찮지만, 그 즈음이 되어서는 결코 주전이라고 해도 모든 경기를 소화하지는 못하니까.

“그런데…….”

“……?”

아직 할 말이 남았나? 감사인사? 뭐 그런 건가.

“그…… 어차피 나중에 이 팀에 들어올 거면요…… 팀은 일단 3부 팀에 들어가고, 훈련은 계속 매일 여기 와서 같이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

음…… 뭐…… 안 될 말은 분명 아니긴 한데. 전혀 생각치 못한 부분이라 조금 놀랐다.

이건 당돌하다고 봐야 하나 아니면 합리적이라고 봐야 하나. 어려웠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해…….’

능력 특성상, 아마 잘 봐줄 수 있는 내가 곁에 있으면 아마 성장하는 속도도 훨씬 빠르겠지.

능력을 봐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만개 - 재능개화 : 이상동몽의 지휘관]으로 제대로 끌어줄 수도 있으니까.

고민은 그리 길어지지 않았다.

기댓값은 큰 데, 손해는 없는 거래나 다름없었으니까.

저 녀석 입장에서도 안 좋을 건 하나도 없었고.

“좋아.”

그렇게 전혀 생각치도 못했었던 인연으로 PER에 일종의 선수육성 명목으로 한 명을 더 영입하게 되었다.

아마, 1부가 되고도 좀 지난 후에야 함께 경기를 할 수 있겠지만.

분명 내가 바라는 미래의 팀에, 큰 한 개의 축이 되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어렴풋이 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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