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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09화 (109/270)

109. 가늠하기

일단 일반인이 각성하게 되면, 각성 검사를 받게 되고. 그러면 대폭 증가한 신체능력을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즈음…… 한 번 상상해 보게 된다.

‘나도 혹시…… 헌터가?’

이곳 저곳에서 어떻게 들었는지, 연락이 온다. 한 번 헌터의 꿈을 펼쳐 보라고. 늦지 않았다고. 당신의 잠재능력을 믿으라고.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헌터가 탄생하는 것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아이러니하게도, 특별하고 높은 성장치의 능력을 가진 각성자일수록 실제로 헌터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마치 날 찾아온 이 아이처럼…….’

각성한다고 하더라도, 스테이터스. 근력처럼 직관적인 능력의 향상은 쉽사리 느껴지지만, 능력은 정말이지 사용법을 알기도, 정확히 무슨 능력인지도 아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온갖 검사기관이 있지만…… 쉽게 발견되는 능력들은 대체로 간단하고 저차원적인 능력들이다.

그런 상황 속에, 사실상 각성 초기엔 아무런 능력을 가지지 않고 시작하는 이 아이 같은 능력을 갖고 시작한다?

그러면 C+급의 완력강화 같은 흔한 각성능력을 지닌 거보다도 헌터가 되기 훨씬 어렵다.

‘물론 성장하면 그런 헌터들이랑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그렇기에 내가 이 아이가 진정으로 헌터가 되길 원한다면 해 줘야 할 것은 단순했다.

가능하다면, 녀석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쓸 만한. 최소한의 능력을 하나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주는 것이리라.

그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 샌가 그 꼬맹이 녀석과 나는 2층 연습실에 도착해 있었다.

“와…… 여기가 PER의 연습실……! 시설이 완전 번쩍번쩍한데요? 헌터 아카데미 것보다도 훨씬……!”

“그야 그렇겠지. 이건 신축이니까.”

“오오오……! 그런데 여기서 어떤 걸 봐주시는 건가요? 이창현 선수님 같은 개인기? 아니면…… 마나장비를 다루는 법이라던가? 아니면 초능력을……!”

녀석. 꿈도 참 크다. 뭐가 되었던, 이제 막 각성한 녀석일 텐데…… 그런 화려한 기술들을 꿈꾸기엔 아직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팬 서비스 한 번 해볼까.’

혹시 어떻게 잘 보고 자극받아서 따라하다가 스킬이 생성될 지도 모르고.

우선은 녀석의 능력에 대해 살펴볼 시간이 필요했으니 이것저것 시켜 보는 것이 좋으리라.

“올라와 볼래?”

아이에게 손을 건넸다. 이미 연습실에는 방금 세팅해 둔 대로, 맵이 형성되고 있었다.

3부 리그라면 자주 겪게 될, 평범한 시가지 형태의 맵.

그렇게 맵이 전환되곤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 쪽이 아니라, 반대 쪽이었다.

“지켜보고 있는거, 알고 있는데. 연습상대 한 번 해 줄래?”

“……!”

상대는 멀찍이서 혼자 연습하면서 힐끔힐끔 보고 있었던 이연주.

저번 정혜연의 일로 찾아왔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직도 요새 내 눈치를 보면서 서먹서먹한 느낌이었다.

뭐…… 솔직히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이연주 스스로는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처음이었으므로 충격이 꽤 있었을지도.

아무튼, 지금은 이 아이와 스파링을 해 주기에 최적의 상대였다.

‘약자의 전투라는 거지.’

어찌되었든, 이연주는 지금으로선 능력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서포터로서 꽤나 활약하고 있었으니까.

“……알겠어.”

다행히도 이연주가 거절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반응이 별로인 건 아이 쪽이었다.

“이창현 선배님이 상대해 주는 거 아니었어요? 이 사람은 좀…… 맨날 도망만 가고…… 쩝.”

말꼬리를 흐렸지만, 충분히 무슨 뜻인지는 모두 전달되는 투덜거림이었다.

아이들은 역시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솔직하게 모두 말해 버리고는 하는 것 같다.

물론 이연주의 반응을 보아하니 애라고 해서 봐줄 것 같은 표정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하긴…… 나라도 아직 3부리 그도 채 데뷔 못한 애가 저러면 못 참을지도.’

무엇보다, 지금의 이연주는 과거의 이연주랑 다른 사람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한 번 해 봐. 한 번 이기면, 내가 상대해 줄 테니까.”

“오옷……! 약속이에요!”

아이는 위풍당당하게 이연주 쪽으로 걸어갔다.

***

경기가 막 시작되려 하자, 어디에서 들었는지, PER의 몇몇 팀원들이 스멀스멀 연습실로 놀러왔다.

아무래도 이연주와 꼬맹이 녀석의 싸움을 보기 위해 찾아온 것 같았다.

“누가 이길 것 같냐?”

“야…… 아무리 서포터라고 해도 그렇지. 우리 팀원이 우습냐?”

“오~ 동료애~“

순식간에 떠들썩해지는 연습실의 관람석.

“난 꼬맹이한테 건다. 오만원 빵 가자.”

김도준이 시동을 걸었다.

“뭐? 아무리 이연주라고 하더라도 짬이 있는데…… 오만원 감사히 받을게~.”

윤한결이 어이없다는 듯이 응수하며 김도준을 쳐다보았지만, 김도준의 표정은 굳건했다. 마치 무언가 확신이라도 있다는 듯.

“이창현이 평범한 애를 데리고 왔겠냐?”

“……!”

‘오…… 이제 나에 대해 꽤 이해도가 높은걸…….’

물론 완전히 맞은 건 아니긴 하지만, 팀으로 지낸 게 꽤 되어서 그런지 날카롭다.

잡담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준비가 끝난 이연주와 꼬맹이 녀석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룰은 1대1 랭크전 룰…… 특별한 건 없어.’

순수하게 1대1 기본기를 겨루는 싸움이 되리라.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이연주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위치추적스킬로 꼬맹이 녀석. 이정훈의 위치를 파악한 거겠지.

‘위치를 적극적으로 찾는 걸 보아서는 아마 선공을 취할 생각인가 본데…….’

자신의 능력 이점을 잘 살린 선택이었다.

대부분의 싸움은 보통 선공이 유리하니까. 특히 능력자들의 세계에선 더더욱.

“으아……! 비겁한 이연주 녀석. 뉴비를 상대로 어떻게 선빵을 치려고 하냐!”

선빵을 친다는 것은 어쩌면, 상대가 능력을 쓰기도 전에 처리할 수도 있다는 뜻. 김도준도 당연히 그걸 알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나도 당연히 알고 있었고.’

아마 이연주라면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완벽하게 한 방에 보내려고 생각하겠지.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이연주는 상대의 위치를 파악한 이점을 살려, 상대의 사각에서 마나봄버를 던졌다.

‘사각에서 던지면 당연히 마나실드로 막지도 못하고, 직격하겠지. 그럼 바로 게임 끝. 하지만…….’

헌터스 리그를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한테 프로 선수와 아무런 핸디캡 없이 맞붙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당연히 그런 양학은 이연주에게도 도움이 안 되겠고.

요컨데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싸움은 처절할수록, 그리고 비슷한 수준의 상대를 끈질기게 싸워 이길수록 얻는 것이 많으니까.

“정훈아. 바로 뒷통수에 마나봄버.”

“창현아 너 설마…….”

내가 이어폰을 낀 채 작게 속삭이는 걸 듣고는 윤한결이 경악했다.

“안에 있는 꼬맹이한테 다 말해 주는 거야?”

그러게 누가 김도준이랑 오만원 빵 하랬나. 핸디캡 안준다고도 말한 적 없는데.

윤한결이 울상을 지었지만,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한가한 관람석과는 달리, 경기장 내부에서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내 말을 들은 이정훈은, 그 말을 들은 즉시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옆으로 몸을 던져 폭발의 반경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일부러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말했는데.’

잘 피했다. 아마 내가 말한 폭탄을 확인하기 위해서 뒤를 돌아보고 피했더라면 늦었을 텐데.

“후…… 그래. 마나봄버가 없어도.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지금껏 이연주가 우리랑 할 때도 얼마나 근성을 보여 줬는데.”

“헹. 한결아. 내가 저런 꼬맹이를 창현이가 아무런 이유 없이 데려왔을 리가 없다고 했지? 그냥 다리사이에서 레이저가 나오든 뭐든 간에, 능력으로 짓눌러 버릴걸?”

이정훈이 레이저를 굴러서 피하는 걸 보고, 더더욱 기세가 등등해진 김도준이 윤한결에게 말했다.

“뭐…… 그렇진 않아. 내 팬이라고 찾아온 애라,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던 것뿐이니까. 별 능력은 없어.”

적어도 지금은 말이지.

실제로 이연주의 회심의 일격. 마나봄버를 꽤나 깔끔하게 피했음에도 대치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연주도, 이정훈도. 헌터의 기본이라고 할 법한 검을 들고 있었지만, 척 보기에도 둘다 그리 실력이 좋진 않았다.

‘이연주는 아무래도 전투를 맡는 포지션이 아니니까…….’

전투기술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익혀지는 것이 아닌 만큼, 이정훈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 분명히 우위에 서 있는 건 있지.’

이정훈이 검을 들고 기세좋게 달려드는 순간, 이연주는 그에 대응하지 않았다.

그저, 이전 승강전 때처럼 마나 더스트가 가득 담긴 폭탄을 던졌을 뿐.

“쿨럭…… 쿨럭…….”

뒤늦게 이정훈이 보고 에어앵커나 에어비트를 사용하려 했지만, 이미 마나더스트에 의해 잘 보이지도 않고, 마나가 쉽게 모이지도 않는 상태.

아마 끝장을 내려면 지금이리라.

‘마나 장비의 숙련도 차이가 크다.’

아마 마나 장비를 연습해보기는 커녕, 제대로 써 보지도 못했을 이정훈이었기에 그 숙련도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콜록대는 이정훈이 잠깐 비틀거리는 사이. 이연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속박]으로 이정훈의 몸체를 고정시켰다.

“읏…….”

고정된 상대를 정확하게 찌르는 것. 그건 이연주로서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푹.

정확하지만, 간결한 찌르기.

그걸 마지막으로 이정훈에게 걸린 속박이 풀리며 뒤돌아섰다.

아마도 경기가 끝난 것이라고 여긴 것이겠지.

‘상대가 거의 무능력자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깔끔해졌네.’

기본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부터, 일이 틀어졌을 때 대처하는 것까지도.

하지만 기왕이면 이정훈이 좀 더 힘 내주었으면 했는데, 그 부분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각성할 때도 그렇고, 무언가 ‘성장’과 관련된 스킬은 보통 무언가 한계치에 도달해서, 한 발자국을 더 나아갈 때 개방되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건 남의 강요로, 누군가가 등을 떠밀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이 정도만 해도 프로 헌터랑, 일반 각성자의 차이를 알았을 테니…… 그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었겠지. 보통 잘 없는 기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끄으으…….”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정훈이,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연주의 미숙한 검실력 때문이었을까. 아니, 이연주는 지금껏 마나봄버로만 상대를 마무리해 왔기에 모르는 것이리라.

‘저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는 걸…… 말이지.’

헌터는 기본적으로 각성자. 일반인의 몸과는 꽤나 다르다. 물론 그렇다 해도 급소를 정확하게 찌르면 당연히 죽지만……

이연주의 그것은 상당히 미흡했다.

“아니 저걸 못 죽였어?”

다 이겼다고 생각한 윤한결이 탄식을 내질렀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어나긴 쉽지 않았을 텐데…….’

용케도.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기기 쉽지않을거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패배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 속에서. 무언가가 변화하는 것이 비춰졌다.

[꿰뚫는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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