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07화 (107/270)

107. 경기 후일담, 그리고 보강.

그렇게 예상도 못한 채로, 승리 팀 PER의 인터뷰 주자로 김도준이 나가게 되었다.

자기도 예상치 못했는지, 다른 팀원을 약 올리면서도 반신반의 하는 모습이었다.

[캐스터] : 이번 경기를 승리한 PER의 김도준 선수! 인터뷰 해보겠습니다.

김도준이 캐스터 앞으로 가는데 환호성이 쏟아졌다.

‘그런데 어째, 저 환호성이 불길하게 느껴지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인터뷰는 김도준이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김도준이 누워서 오목을 두는 장면이 화제가 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누워서 오목했다는 게 화제가 될 순 있어도 그걸 빌미로 인터뷰를 할 것 같진 않은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오는 질문과 답변도 무난한 것들이었다.

[캐스터] : 김도준 선수! 반갑습니다. 이번 PER경기, 정말 임팩트가 강력했는데요. 이창현 선수와 류재준 선수의 콤비. 그리고 나머지는 방어전략을 펼쳤습니다. 준비하신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을 하는데 굳이 김도준을…….’

[김도준] : 네. 이 전략은 사실 경기 시작도 전부터 오래 준비되었던 전략입니다. 팀 단위로 연습을…….

그렇게 무난하게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 걱정하던 일이 터졌다.

[캐스터] : 사실, 이번 경기 인터뷰로 김도준 선수가 꼽힌 것이…… 이 장면. 맞아요. 이 장면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말 화제가 되고 있거든요. 김도준 선수도 아시나요?

영상은 문제의 그 장면이 하이라이트로 나왔다. 그래, 김도준이 땅바닥에 누워 오목을 두는 장면이었다.

‘하아…… 팀 망신은 다 시키네.’

“저게 저렇게 찍혔네. 킥킥킥.’

“내 플레이가 겨우 저런 거한테 밀렸단 말이야?”

저걸 보고 웃는 한지수나, 인터뷰 밀렸다고 분개하는 류재준이나……

아무튼 우리 팀을 처음 본 사람들이 첫 인상이 저런 거면 괜찮나 싶었다.

심지어 그냥 영상을 그대로 딴 것도 아니고, 이창현이 오목을 두는 그 긴 시간을 엄청 빠르게 편집해 마치 엄청난 속도로 상대와 수를 나누는 것으로 보였다.

[김도준] :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위로 갈수록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 감수해야죠.

‘뭐라는 거야…….’

땅바닥에 바둑판 그려 놓고 오목 둔 거 이야기한 건데, 쟨 진지하게 저 이야기가 나오나?

“킥…… 킥킥킥킥킥킥킥.”

한지수나 윤한결이나. 대기실에서 그 인터뷰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팀원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웃음보가 터졌다.

오히려 류재준은 어이가 없었는지 벙쪄 있었고, 이길한은 같은 팀이라 쪽팔리다고 생각했는지 머쓱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캐스터의 손에 의해 화면에 비춰지고 있는 저 영상. 대체 누가 만든 걸까.

이런저런 생각도 잠시. 방송의 실시간 반응이 궁금해 켜 보았다가, 역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와 저거 찐으로 미친놈 아니냐? ㅋㅋㅋㅋㅋ]

ㄴ 응~ 들어올테면 들어와봐~ 우리 우주방어 조합이야~

ㄴ PER이 우승하겠습니다. 아, 물론 “오목”으로

ㄴ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근데 저거 이기는 놈이 계속하고 진 사람이 바꾸는 것 같은데 김도준이 다 이겼나봐

[눈뽕빌런 매드무비. GIF]

ㄴ 모아두니까 다 진짜 말도 안 되네 ㅋㅋ

ㄴ 팀원도 기겁하는 눈뽕 하이라이트 + 누워서 오목 다음엔 뭐가 나오려나 ㅋㅋ

ㄴ 놀라운 게 이제 데뷔한지 1 시즌 됐는데 나온 하이라이트가 저정도라는거.

그렇네. 나도 놀랍네.

데뷔한지 1시즌 만에 저렇게 움짤이 많이 생기는 선수가 김도준 말고 있을까?

어찌되었든 PER대 QED의 경기는 걱정했던 2부의 첫 경기였음에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

다음날, PER의 홈. 지난 날 있었던 PER과 QED의 경기를 복기하기 위해 2층 연습실에 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시끌벅적한 게 서로 어제의 경기에 대해 할 말이 많았나 보다.

“뭐래~. 원래 인터뷰는 제일 시선 끈 사람이 가져가는 거지.”

“어제 경기에서 한 거라고는 오목 둔 것 밖에 없는 주제에…….”

“근데 내가 관객이었어도, 어제 그 경기 봤으면 무슨 생각으로 그랬냐고 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었을 것 같긴 해.”

확실히 그건 그렇다.

나와 류재준이 2대7로 혈전을 벌인 바로 다음 장면이, 누워서 배를 긁으며 흙바닥에 오목을 두고 있는 장면이라니.

아무튼, 지금 모인 건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기에 대화를 끊어 버렸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어제 경기먼저 피드백 해 보자.”

성공적이었고, 계획대로 완전히 끝난 경기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드백 할 거리가 없는 경기는 아니었으니까.

세부적인 전투에 관해서는 끊임없이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다는 것을 복기해 보아야 했다.

연습실의 한 거대한 화면에서 어제의 경기가 흘러나왔다.

“여기서. 이때 바로 공격했으면 상대가 피할 틈이 없었을 거야. 저번에도 말해서 알고 있었지?”

“그건 그렇긴 한데, 보고 반응하려니까 생각보다 속도가 느려서…….”

“보고 생각하고 반응하는 게 아니라, 보고 바로 반응하는 거야. 판단 알고리즘이, 몸이 바로 그 상황을 이해하고 쏘도록.”

한 순간의 망설임이. 그 0.1초가 전황을 가르는 경우가 파다하니까.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2부인 지금부터도 계속 정진해야 했다.

물론, 아무리 내가 능력으로 그 감각을 전해준다고 하더라도 쉽지는 않으리라.

그 감각, 이미지를 모두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 몸을 그렇게 쓰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이므로.

“이미지는 아마 다 이해했을 텐데, 몸이 안 따라 준다…… 뭐 그렇게 느낄 수 있어.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있고.”

특히 몸 쓰는 것뿐 아니라, 에어앵커와 에어비트는 알고 있어도, 또 당구를 치는 것처럼 계산적인 영역까지 있어 내 능력만으로 커버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준비했어.”

뒤에 있던 연습실 문을 열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여러분의 훈련을 도와줄 코치, 임성태입니다.”

회귀 후, 내 팀을 갖기로 생각하고 지금껏 찾아다녔던 코치. 임성태였다.

***

팀에서 필요한 인원은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단순하다.

당연하게도 경기를 뛸 최소 7명의 선수. 그리고 교체출전을 해 줄 수 있는 대기선수. 1부 이상으로 갈수록 대기 선수가 많이 필요하지만 아무튼.

그리고 경기를 거시적으로 피드백하고 팀의 전술을 지휘할 감독.

세부적으로 경기를 피드백하고, 선수들 하나하나 조져서 교정해 줄 코치.

‘여기서 지금 우리 팀에 없는 건…….’

단연 후자였다.

팀원의 선발부터, 전술까지는 단연코 내가 제대로 맡고 있었고, 경기 및 선수의 세부적인 피드백도 능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하고는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분명 부족하니까.’

올바른 폼, 이미지와 싸움법을 완벽하게 알고 있어도 그걸 교정하는 건 결코 하루아침에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완벽한 이미지와 대조해서 자신의 포즈를 보면서 계속 비교해야 하고, 그게 또 경기의 경우에는 유동적으로 변해야 하니까.

그렇기에, 전담 코치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그리고 임성태 코치는…… 분명 지금 이 팀에 부족한 점. 그런 부분에 제일 특화된 코치였다.

“이런 부분에서 힘이 제대로 전달되게 막으려면 팔꿈치를 머리 쪽에 붙인다는 느낌으로 강하게 올리면서 막는 게 좋습니다.”

벌써부터 지난 PER대 QED의 영상을 보면서 한 명 한 명 피드백을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지난 시간 동안 팀원들과 해 줬던 피드백과 결, 종류가 다른 새로운 유형의 피드백이었다.

그야말로 정확한 자세로, 제대로 힘을 쓰기 위한 피드백. 보다 디테일하고 알고 있음에도 습관적으로 틀리는 그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아…… 여기서 다리의 자세가 무너져서 상대 공격을 제대로 못 막았었던 거구나.”

한 명 한 명 피드백 받는 중 감탄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자세가 조금 바뀌는 것만으로도 막는 데 드는 힘 자체가 달라졌으니까.

‘그럴 수밖에…….’

임성태는 회귀 전에도 가장 유명한 코치 중 한 명이었으니까.

물론, 그럼에도 최고의 대우까지는 받지 못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코치에게 필요한 다른 덕목. 헌터스 리그의 전술 쪽에는 전혀 조예가 없었으니까.

그래선지, 데려오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회귀 전에는 그래도 최고까진 아니었어도 꽤 잘나갔었는데……

‘헌터스 리그 아카데미에서 개인과외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라…….’

새삼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도 사는 게 쉽지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개개인의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 주며 승리하고 있는 PSG와 싸우기 전, 임성태가 팀에 들어와서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걸로 무조건 이길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그래도 한결 나아진 건 분명할 테니까.’

아마도 성패를 가를 수 있는 나머지는, 내게 맡겨져 있으리라.

***

한편 PSG의 홈.

거실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연습경기는 어땠어?”

“뭐, 평소랑 비슷합니다.”

한지후가 내려놓은 연습경기 결과 기록 종이에는 PER을 제외한 각 팀의 이름에 붉은 색 펜으로 X자가 그어져 있었다.

연습경기에 더해, 실제 리그에서 진행 된 경기까지. 2부에서 전승이었다.

감독이 그걸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뭐……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딱 저번 시즌만큼만 하자고. 다음 시즌에 1부로 올라간다며.”

“그렇게 됐습니다. 감독님.”

“하긴 뭐, 이젠 2부에서 네 상대가 없는 상태인데, 더 있을 이유가 아예 없기는 하지.”

“과찬이십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긴. 아, 근데 걔네, 어디였지?”

“PER이요?”

“걔네가 QED 이겼던데. 그것도 꽤 큰 차이로. 1부 올라가기 전에 마지막 2부 시즌일 텐데, 대충한다고 지지 말고.”

“저희가요? 져요?”

한지후가 감독의 눈앞에 지난 경기 기록들을 내밀었다.

단순히 승, 패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 승리를 나타내는 지표가 가득한 경기 데이터였다.

거기에는 QED를 비롯한 2부 팀. 그리고 심지어는 1부 팀과의 연습경기 데이터도 여럿 껴 있었다.

“제가 그 뭣 같은 1부 환경만 아니었어도, 이미 1부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을 거라는 거.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3부와 2부가 다르듯. 2부와 1부도 약간 다른 경기나 다름없으니까.

물론 아무리 다르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한지후 정도로 갈고 닦고 올라간다면 다르겠지만.

“뭐, 다른 의미가 있어서 한 말은 아니었어.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집중해서 유종의 미. 거둘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였으니까.”

“……알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지후가 연습장으로 향했다.

“뭐…… 저 녀석도 참. 민감하다니까. 팀 성적도 좋은데. 1부를 노리는 녀석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실 2부 걱정은 괜한 거긴 하지. 지금 하는 그 연습이 끝나면 2부의 다른 팀들은 진짜로 상대도 안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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