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03화 (103/270)

103. 도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PER의 대기실에는 경기를 보고 감탄하는 소리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TAK가 저 전술을 미완성했을 무렵 직접 당해 보았기 때문에 더욱 더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와…… 저걸 저런 식으로 막네.”

“개인기가 얼마나 좋은 거야. 쟤네.”

그리고 그 당시엔 PER의 팀원이 한 방에 저 전술로 5명이 골로 갔으니까. PSG의 팀원들이 더더욱 빛나 보이는 거겠지.

‘물론 우리 팀도 그 때의 우리 팀이 아니지만…….’

PSG 팀원들의 개인 기량이 기대 이상이라는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거기다가, PSG의 팀원들이 TAK의 총공세를 한 번 막아 내자, 다음 턴은 PSG의 반격이 이어졌다.

[해설자] : 아아아……!! PSG!! 결국 TAK의 공격을 받아 내더니, 다른 PSG의 팀원들이 합류합니다!

전술은 일반적으로 맞받아치는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먼저 때리는 쪽에서 정보의 우위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불리한 싸움을 강요하는 게 보통이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실력의 차이가 나게 되면…….’

그마저도 소용이 없는 단계가 온다. 지금 TAK와 PSG의 경기가 딱 그랬다.

[해설자] : TAK의 대규모 공격을 받아 낸 PSG! 이번은 PSG의 턴이거든요! 스토브리그에서 최강의 개인기를 가진 선수를 모았다고 평가받는 PSG에게 승산이 크지는 않아 보입니다!

압도적 공격력. 이론적으로는 별 게 없다.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내 공격을 모두 맞춘다. 상대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 한 발 먼저 행동을 취한다.

그건 그런 종류의 것이니까.

지금 눈 앞의 모니터에서 펼쳐지는 경기가 딱 그랬다.

PSG는 TAK의 선수들보다 잘 피하고 잘 맞추었고, 그뿐이었다. 물론 TAK도 무언가 더 준비해 온 것이 있었는지 반격을 하려고 했으나……

[해설자] : 아아……! TAK! 빠르게 합류한 것뿐만 아니라, 맵의 유물. [성소의 등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시 TAK의 쓰러진 선수들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요!

본디 유물은 전투의 향방을 가를 만큼 강력한 것. 하지만 이번만큼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리라.

‘하필 회복형 유물이었나.’

차라리 특수한 효과가 있는 유물이거나 공격형 유물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TAK는 다시금 이어진 전투에서 큰 힘을 보이지 못하고 개인기의 차이 속에서 PSG에게 완전히 쓰러졌다.

꽤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팀원 간의 전투 호흡. 서로 생각하는 차이가 없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 그 측면에서 PSG는 정말 훌륭했다.

‘그렇게 말이 많던 PSG의 에이스…… 한지후였나. 그 녀석은 사실상 제대로 뭘 보여 주지도 않고 끝나버렸네.’

한 켠에 아쉬움이 남았다.

되도록이면 많은 전력을 보여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앞으로의 전투에서 2부는 어차피 저 PSG를 이기면 끝나는 것일 테니 페이스 체크에 좋았을 테니까.

“와…… 2부 우승하려면 저런 애들을 이겨야 하는 거야?”

“2주간 연습경기 했던 다른 팀들보다는 확실히 잘하긴 하네.”

“겨우 느낀 게 그거야? 지금 이 상태로 붙었다가는 개박살 나겠고만.”

팀원들의 반응도 꽤나 왁자지껄했다.

우리랑 한 번 붙어 봤던 TAK의 상대로 완벽히 파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더욱 그렇겠지.

게다가, 아직 그 밑바닥을 보여 주지 않았기에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꽤 재미있는 경기가 나오긴 하겠군. 근데 솔직히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데, 너희는 자신이 없나 보군.”

잠자코 듣고 있던 류재준이 PER의 다른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고는 뜸을 들이더니, 이번엔 내 쪽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더했다.

“한 명을 빼면 말이야. 그렇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나중에 PSG를 상대할 때 이런 분위기로 시작하면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이리라.

“그래. 난 우리 팀이 충분히 이길 거라고 봐.”

그 말에,

“……치.”

혀를 차는 이연주.

“나도 쟤네가 좀 세다고는 했지만, 우리 팀이 질 것 같다고는 안 했다고?”

인정하지 않는 김도준.

“하핫. 하긴. 우리 팀엔 더한 괴물이 있으니까.”

낯 뜨거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윤한결.

다른 녀석들까지 한 마디씩 끼얹으니, 시장바닥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뭐, 상대 팀을 보고 쫄아서 쭈구려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

새삼 생각해 보면 류재준 저 녀석도 다른 녀석들을 살살 긁는 게 있다니까.

***

한편, 이제 TAK와 PSG의 경기가 끝나고 다음 시합 팀인 PER대 QED가 준비를 하는 동안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이번 경기의 승자 팀인 PSG의 주장. 한지후의 인터뷰였다.

[캐스터] : 그럼 기대를 모았던 개막전의 경기를 압도적으로 승리한 PSG의 주역! 한지후 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복을 그대로 입은 채로, 한지후가 올라갔다.

[캐스터] : PSG는 오늘 경기에서 전술의 TAK를 그냥 무력으로 눌러 버렸는데요. 상대가 전술로 유명한 TAK입니다만, 어떻게 경기 준비하셨나요?

[한지후] : 딱히 상대 팀을 의식하면서 경기를 준비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실수만 없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캐스터] : 오오…… 그렇군요. 또 이번 미디어데이 때, 단연 1황으로 꼽히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지후] :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생각보다 득표 수가 적더군요. 저희가 압도적 1황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증명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게다가 QED야 뭐…… 몇 표를 받는 건 예상했지만, 전혀 예상 못한 그런 팀도 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네……그러니까. 정리하면 이렇네요. 미디어 데이 때 생각보다 PSG의 득표수가 적었는데, 왜 저희가 지난 시간동안 2부의 황제라고 불렸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 인터뷰에서 물론,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승 후보로 득표 받은 팀이란 당연히 PER이 받은 2표를 두고 저격한 말이었다.

그걸 보는 사람도 모를 리 없었기에, 한지후의 그 인터뷰에 채팅창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지후 왈 “X밥들이 자기 주제 모르고 우승후보에 이름올려”]

ㄴ 뭐임;; 진짜임?? 나 안봐서 못봤는데 인터뷰 진짜 그렇게 함?

ㄴ 진짜겠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근데 속 뜻은 저게 맞긴함 ㅋㅋ

ㄴ PER 밀어주기로 한 이근택 회장 자택에서 극대노한 채 발견되……

ㄴ 생각해보니 PER도 입 잘터는데, PER이랑 PSG뜨는거 기대되네.

[이걸로 이제 PER이랑 PSG경기하는 날은 그날로 멸망전임ㅋㅋ]

ㄴ 입터는 놈 VS 입터는 놈. 지는 놈은 그날로 멸망 각.

ㄴ 그나마 PSG랑 비비는 QED랑 하는 경기 보면 PER도 각 나오겠지.

ㄴ 응 아니야~ TAK랑 싸우는데 PSG는 한지후 제대로 싸우지도 않았어~

ㄴ PER이 좀 열세로 보이긴 함. 3부에서 올라온 전적이 화려하긴 한데. 그건 진짜 딱 3부 전적이라서.

채팅창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갑론을박을 일으킨 채로, 그 날의 개막전 경기. PSG와 TAK의 경기가 막을 내렸다.

QED와 PER의 경기에 대한 기대를, 그리고 다음번에 있을 PSG와 PER의 경기에 대한 기대를 한참 끌어올리면서.

***

“뭐가 이렇게 왁자지껄하냐. 인터뷰 때 뭐 재밌는 얘기라도 했나?”

확실히. 객석의 반응을 보면 김도준의 말이 꽤나 정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만한 말이 뭐가 있지? QED랑 라이벌 구도인데 한 발 앞서나가서 기분이 좋다. 뭐 그런 이야기려나. 경기가 끝나고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그럼, 이번 경기의 맵 추첨이 시작됩니다.”

즉석에서 이번 QED전의 맵이 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발표된 오늘의 맵은. 다름 아닌 날카롭게 뻗어 나온 절벽들이 가득한 맵. [대지신의 무덤]이었다.

‘마침 시험해 보기 딱 좋은 전술이 있는 상태에서 이 맵이 나왔나. 운이 좋군.’

나로서는 꽤나 맵이 호재인 상황. 이번 경기의 흐름은 꽤나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설자] : 아아……! 이번 맵은 [대지신의 무덤]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절벽들. 그리고 아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입니다.

절벽 아래에는 위치에 따라서 꽤나 강력한 ‘중립몬스터’가 있는 특이점의 맵이죠.

[캐스터] : 맵이 나왔는데, 어떤 팀에게 유리하실 거라고 보십니까?

[해설자] : 이번 경기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는 다들 QED의 우세를 점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전 시즌의 전력을 잘 보존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기나 교전 능력이 탈2부급 실력이라는 호평이 자자했었거든요.

그렇기에, 특별한 전술이나 무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은 PER쪽으로 보입니다.

‘……꽤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잖아.’

해설자의 말이 꽤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PSG는 팀원이 꽤 여럿 바뀌었기에, 지난 시즌 경기영상을 보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보지 않았지만…… QED의 경우에는 지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팀 QED의 본질은 요약하자면 강한 교전능력.

팀원 간 서로의 능력을 잘 알고 있고, 그 시너지를 뿜어낼 줄도 안다.

그것에서 멈추지 않고, 팀원 대부분의 능력이 ‘교전’에 특화된 능력이 대다수였다.

대인전에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다던가, 피하기가 어려운 공격이라던가. 전술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그냥 맞붙었을때 ‘강한’ 능력들.

지난 경기 영상을 볼 때 들었던 생각은 심지어,

‘얘네들…… 아무리 우리 팀 애들이 좀 호흡도 좋고 개인기도 늘었지만 막 붙었다가는 된통 깨지겠는데?’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당연하게도 상대가 유리한 무대에서 싸울 필요는 전혀 없었다.

굳이 상대가 뛰어난 영역에 들어가서, 더 뛰어나려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건 하수의 전략이니까.

[해설자] : 팀 PER은 합류를 우선으로 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상대의 위치를 읽고 있는지, 잘 피해서 합류하고 있습니다…….

[캐스터] : 그런데 합류한다고 특별히 승산이 올라가거나 그런 게 있을까요? QED의 강점은 교전과 전투능력을 말씀하셨는데요. 그건 모여서도……

[해설자] : 예 맞습니다. 모인다고 해서 PER이 유리하리라고는 사실 하기 어렵습니다만…… 모이면 그런 건 있을 수 있습니다.

“인원이 늘어 사용 가능한 능력이 늘면서, 전술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번 경기의 맵이 선택되자마자 미리 준비해 뒀던 전술 중 하나가 떠올랐다.

김유현, 윤한결, 한지수, 이연주……

하나 둘 팀원들이 지정했던 합류 포인트. 탁 트인 협곡의 바닥. 정중앙의 지점 모여 가자, 더 지체할 것 없이 말했다.

“애들아, 준비해. 우주방어 전략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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