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02화 (102/270)

102. 2부의 철옹성

솔직히 류재준, 자신이 3부에서 1시즌을 끝내고 생각한 점은 하나였다.

‘내가 잘 하더라도 겨우 7명 중 1명이 잘한 거다. 그러니 승리하기도, 큰 의미를 가지기도 힘들 수밖에…….’

그래서 3부를 마무리하고 2부로 올라갈 때, 팀원들이 전체적으로 강한 팀에 가자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2부를 거쳐 가는 리그 즈음이라고 여긴다고 한들. 패배하는 것은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2부에서 PER로 간 것은 단순히 이창현 저 녀석한테 홀려서 PER에 간 것이었는데…….

‘그 허약했던 녀석들이 저 녀석들이 맞나?’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던 스토브리그 때의 TAK와의 연습게임. 그리고 팀에 합류한 후 HXG와의 첫 정식 연습경기.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이르러서 2주간의 연습경기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HXG과의 연습경기까지.

하루하루가 변해 가는 모습이 보일 정도의 성장 속도였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류재준으로서는 그 성장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였다.

과거,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이근택과 조준호에게서 배운 오랜 기간의 노력이 마치 물거품이 되는 것처럼.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으니까.

‘정말이지…… 그 영감이 왜 후계로 내세웠는지 알 것 같군.’

그 영감은 이런, 팀원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이 녀석. 3부에서도 무승팀을 거의 전승팀으로 바꿔 놓았으니까.

경기 중에는 딱히 쓸 때가 없지만, 가장 사기적인 능력을 꼽으면 그 중에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사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것도 저 녀석이 써서 사기이긴 한데…….’

일반적인 다른 사람이라면 결코 각자의 특성과, 스킬. 습관. 피지컬 등을 정확히 읽어 그 선수가 할 수 있는 베스트 퍼포먼스를 이미지로 전달시켜 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새삼스럽게도 녀석의 대단함이 다시금 와닿았다.

어쩌면 평소에 그렇게 다른 녀석들을 잘 파악하고, 그 녀석의 베스트 퍼포먼스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저번 TAK와의 연습경기에서도 나와 그렇게 손 발이 완벽하게 맞았는지도 모른다.

처음에 3부에서 격돌했을 때는, 그저 내가 방심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돌풍의 주역이 되었을 때는, 그래도 좀 치는 녀석. 그 정도로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는…….

‘우리 팀인 게 다행인 녀석이군.’

이 녀석이 이 팀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솔직히 조금 기대되기 시작했다.

조연화에게 듣기로는, 헌터스리그가 발족된 이후로 2부에서 1부로 승급에 성공한 팀은 없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이 녀석은 그걸 가능하게 할지도, 아니. 더 위로도 이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렴풋한 생각이 들었다.

“야, 류재준. 경기복으로 갈아입는데 한세월이냐?”

뭐, 평소에 보면. 평범한 다른 녀석이랑 다를 건 크게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응. 너 평소에 홈에서 옷 차려입고 나가는 거보다 훨씬 빠르니까 보채지 마라.”

소소한 반격에 PER 팀원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이윽고 경기복으로 다 갈아입은 후, 선수 대기실에 들어가 다들 두런두런 앉아 화면을 보자, 마침내 딱 개막전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캐스터] : 다들 오래 기다려 주셨습니다. 이번 2부 리그의 스프링 시즌! 지금 시작~ 합니다!

캐스터의 포효가 이어지고, 화면에 이번 개막전에 대한 정보가 띄워졌다.

[PSG(전 시즌1위) vs TAK(전 시즌3위)]

[캐스터] : 먼저, 저번 시즌을 뜨겁게 달궜던 팀 PSG입니다! 2부뿐만 아니라 1부의 PSG팀도 요새 굉장히 뜨겁죠? 1부에 백선우와 강준혁이 있다면, 2부에는 한지후가 있다. 이런 말도 있거든요.

[해설자] : 네 그렇습니다. 지금 화면에 떠 있는 데이터만 봐도 알겠지만, 사실 전 시즌으로 보면 데이터가 2부의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부분에서도 다른 선수에게 뒤지지 않는, 육각형 선수.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구요. 다른 PSG의 팀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캐스터] : 그러면 TAK는 어떤가요?

[해설자] : TAK는 2부에선 괴짜라고 불릴 정도로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팀으로 유명하죠. 저번 시즌의 순위였던 3위도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로 호평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오늘 경기도 PSG가 상대인 만큼 재미난 전술을 들고 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호오…….’

아무래도 회귀 전에도 2부에 있었던 시즌은 단 한 시즌뿐인 데다가, 관심도 없었기에 확실히 새로운 정보였다.

그 땐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은 나 혼자가 아니라, 팀을 이끌고 있으므로, 주의 깊게 들어 두는 것이 좋으리라.

특히 PSG에 대해서.

[캐스터] : 그렇군요. 아, 지금 막 맵 선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랜덤 맵 선택이 시작되었다. 저걸로 오늘의 전장이, TAK의 전술의 종류가 갈릴 터였다.

이윽고 결정된 맵은…….

“와, 저번에 우리랑 연습 경기했었던 그 맵이 나오네. 헌터스 리그 맵이 얼마나 많은데.”

“흠~ 그럼 TAK가 유리하려나.”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줄이야. 어쩌면, 꽤나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사실 우린 PSG의 전력을 모르니까 두고 봐야지. 그건 그렇고…….”

“그렇고?”

“이건 내 생각인데. 어쩌면 TAK가 우리한테 썼던 전술을 또 쓸 수도?”

“…….”

극단적으로 합류속도를 줄여, 수적우위를 점해 상대를 일점사하는 작전.

실제로도 저번에 TAK가 했던 작전은 꽤나 감탄할 만한 작전이었다.

‘문제는 그게 실전에서도 어떻게 매끄럽게 될지가 문제겠지만…….’

게다가 이번엔 아마 그 전술에 원래 TAK의 메인 주전이었던 선수들이 출전하겠지.

그러면 아마 저번에 연습경기 때랑은 차원이 다른 완성도로 나올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팀원들과 이번 경기의 향방에 대해 이야기하던 와중. 어느덧 경기 준비과정이 모두 끝나고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캐스터] : 헌터스 리그 2부. 그 개막전을 시작~ 합니다!!!

***

이번 맵은 저번 TAK와 PER이 연습경기를 치루기도 했던 맵이기도 했다.

다소 갈대가 우거진 평원이 넓게 펼쳐진 전장. 듬성듬성 테이블처럼 솟아있는 돌 언덕이 몇 개.

그야말로, 특이점이라고는 크게 보이지 않는. 맵의 변수를 크게 기대하기 힘든, 그런 전장이었다.

[해설자] : 이번 맵은 [결전의 전장]이라고 불리는 맵인데요, 말 그대로 편히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캐스터] : 결전의 전장이라니. 어떤 의미일까요?

[해설자] : 이름처럼 맵의 특별한 기믹보다는, 직접적으로 대규모 전투를 벌이게 되는 경우가 잦은 전장입니다.

복잡한 구조도 아닐 뿐더러 넓어서 팀원끼리 모이기도, 대규모 한타가 벌어지곤 하는 전장이죠.

해설자와 캐스터가 이 맵에 대한 설명, 경기 진행의 예상을 하던 도중에도 경기는 꽤 빠르게 진행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역시나 TAK에서 진짜로 PER을 상대했을 때와 같이 초속 합류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해설자] : 아아……! 그래서 팀 규모의 전술이 종종 사용된다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역시나 TAK. 미리 준비해 온 전술 같군요!

압도적으로 빠른 합류 속도와, 진영을 갖춘 후의 돌진 속도.

그 모습은 PER을 상대할 때와 한 치도 다르지 않게 발휘되었다.

TAK가 PSG의 팀원이 반 정도밖에 합류하지 못한 상태에서 들이닥친 것이었다.

순식간에 바뀐 전황. PSG의 압도적 우세가 점쳐졌던 게임이었을 텐데.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라도 TAK가 유리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수적 우위였다.

‘그리고 그 수적 우위는…….’

반드시 전술 상, 스킬의 다양성. 가짓수 차이로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 생각이 끝나자마자 역시나. PER을 상대했을 때처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PSG의 선수들이 모여 있던 지반이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해설자] : 아……! PSG. TAK의 급습에 당황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대처를 제대로 못하면 끝이에요!!

그리고 지반이 무너져 내려, PSG의 운신이 자유롭지 않은 찰나. TAK는 역시나 미리 준비된 스킬. [파괴광선]을 쏘아 냈다.

콰콰콰쾅ㅡ!

흩날리는 먼지와 무언가 계속해서 무너지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역시나 TAK가 매섭긴 한데…… 이걸로 PSG가 끝난다고?’

뭐, 3위 팀이 1위 팀을 한 번 잡는 건 이상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팀의 위치를 생각했을 때, 한두 명 정도는 반응해서 피했을 줄 알았는데.

[캐스터] : PSG……! 이대로 개막전부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나요? 3대 7로 경기가 이어지면 제아무리 PSG도 승리를 점치기는 어렵거든요!!

그렇게 먼지구름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채로, 누구도 PSG의 4명이 피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던 찰나.

부스럭 ㅡ.

먼지구름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정말 찰나의 간격으로. 무언가가 TAK를 향해 날아갔다.

샤샤샥.

경쾌하게 암기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였다.

[해설자] : 아아……! PSG의 반격입니다. TAK의 기습 공격을 피한 사람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윽고 먼지구름이 걷히자, TAK의 일제공격이 이루어진 PSG의 모습이 드러났다.

‘호오…….’

4명이 모두 깔끔한 모습으로 멀쩡하게 서 있었다.

PER과의 연습경기 때와 완전히 반대였다.

먼지구름 탓에,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딱히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2부라고는 하지만, 전 시즌 압도적 1황이라고 불리웠던 만큼. 개개인의 능력이나 순간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건가…….’

일전에 PER과 TAK의 연습시험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였기에 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TAK도 그 때의 TAK와는 다르겠지.’

한 번 맞춰 보고자, 연습경기에 참여한 임시 선수랑. 정식으로 합을 조금이라도 맞춰 본 ‘진짜 팀‘은 다를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TAK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PSG의 상대가 먼지구름에서 아무런 피해 없이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다음 공격을 날렸으니까.

파괴광선과 지반 파괴로 인해, 주변에 많이 생성된 돌조각과 흙들.

그것이 마치 수리검과 같은 암기의 형태가 되어 떠오르더니 PSG의 일행들을 향해 한 순간에 쏘아졌다.

‘조연화랑 비슷한 능력인가……?’

아무튼 간에, 강력한 공격을 연속으로 이리 퍼붓는다는 건. 막는 입장에서는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괴광선이야 어떻게 옆으로 피했는지, 막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것의 경우 전방위적으로 물샐 틈 없는 범위의 공격이었기에 특히.

하지만……

픽. 퍼퍼버벅.

넷이서 서로에게 등을 맡긴 PSG의 팀원들은 손쉽게 막아 냈다.

한 순간에 물샐 틈 없이 둘러싸며 날아간 암기 형태의 돌조각과 흙들을.

한 명은 창을 돌리며, 그리고 한 명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쾌검으로. 나머지 둘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다 하나하나 막아 냈다고……?’

과연. 2부라고는 하나 우승을 자처한 팀의 전력이라는 것일까.

분명 압도적으로 유리할, 그리고 완벽히 준비된 TAK를 상대로 큰 전술 없이 경기를 치루는 PSG가 그 숨통을 끊어 버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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