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100화 (100/270)

100. 새로운 능력

미디어 데이가 끝난 후. 헌터스 리그의 첫 경기가 잡혔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주일 후였다.

‘2주라…….’

그렇게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기간.

2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이 2주일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리라.

“와…… 우리 팀을 2부 우승팀으로 꼽은 팀이 2팀이나 있어?”

팀 PER의 홈. 거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도준아. 인터뷰좀 자세히 봐봐. 우리 팀이 우리 팀에 투표했다잖아.”

“아니 그래도 다른 1팀이 우리 팀에 투표해 줬다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말하는 걸 보니, 2부에 올라와서 좀 쫄리는 모양이었다.

하긴. 지금 수준으로 솔직히 2부 리그에서 먹히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특히 저 다섯은 TAK와의 연습경기에서 제대로 당하기도 했고.’

뭐, 사실 쟤네가 걱정할 만큼 팀 전력이 안 좋은 건 아니다.

김유현과 류재준의 합류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전술의 가짓수도, 질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으니까.

그뿐만인가.

사실 저번 TAK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건 상대의 전술이 아다리가 너무 잘 맞았기 때문이지, 사실 그렇게 쉽게 패배할 경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에 죽지 않아서 한두 명만 살았어도 아마 이겼겠지.’

그렇기에 상황이 팀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최악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 중요한 건 이제 앞으로 2주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럴 때 경기 시작 전 벼락치기가 생각보다 정말로 중요하니까.’

뿐만 아니라 저번에 각성한 [만개 – 재능개화 : 이상동몽의 지휘관] 의 능력도 시험해 볼 기회였다.

이미지하는 것을 상대와 공유하는 것.

이건, 팀원에게 내 눈높이, 내가 생각하는 플레이를 직접 보여 주면서 그걸 목표로 끌어올리기 좋은 스킬이었으니까.

지금이야말로 다른 팀과 연습경기를 갖으면서 피드백을 해, 팀의 성장을 이끌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리그 경기도 없고 해서 몸이 근질근질했지?”

각자 내준 개인 훈련은 하는 것 같았지만, 거실에 아주 널브러져 있는 걸 보니 살 만한가 싶었다.

“이제 리그 개막전까지 2주. 14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2부 팀이랑 연습경기 잡아 놨으니까, 이제 그렇게 한가할 일은 없을 거야.”

“뭐어? 14일 동안 매일 경기한다고?”

헌터스 리그 경기라는 게 꽤나 피곤하긴 한데……

“그럴려고 지금까지 쉰 거 아니겠어? 그것보다. 오늘도 이제 오후에 잡아 둔 연습경기 있으니까 빨리 준비해. 연합훈련소로 가자.”

“아 더 쉬고 싶었는데…….”

“그 정도면 쉴 만큼 쉬었지, 김도준. 너 그러고 보니 검 연습하는 것도 최근에 나한테 맨날 지지 않았냐? 계속 그러다간 방출당할걸?”

“뭐? 방출?”

놀라는 김도준의 모습에 팀원들이 깨알같이 웃었다.

그래서 그 농담에 조금 더 어울려 주기로 했다.

“쩝…… 입맛이 쓰긴 한데, 요새 그게 좀 고민거리긴 해. 번쩍거리는 거 밖에 못하는 근접딜러가 팀에 필요가 있는지…… 흠.”

“너무한 거 아니야?”

김도준이 울상을 지었다.

***

그날 오후부터 바로 연습 시합이 잡혀 있었기에, PER의 인원들은 모조리 헌터연합훈련소로 향했다.

“아, 참고로 나는 오늘 경기에 참가 안 할 거야.”

“뭐?? 니가 빠지면 어떻게 하라고.”

“메인 오더는 재준이가 맡아 줘. 어차피 나 빼면 딱 7명이니까.”

“……음. 알았어.”

이번 연습 상대 팀은 그리 2부에서 순위가 높은 팀은 아니었다.

HXG. 2부 리그에서 중하위권 정도의 팀.

‘이번 스토브리그를 그럭저럭 괜찮게 보냈다고 하던데.’

게다가 나까지 빠진 바람에 이길 수 있을지는 솔직히 미지수였다.

하지만 연습경기인 만큼,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부족한 점을 찾는 것과, 그것에 대한 피드백이었다.

그렇기에, 일부러 내가 빠졌다. 취약한 약점들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아,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막 건너편에서 HXG의 팀원과 감독이 보였다.

“미디어데이 후로 처음 뵙습니다만…… 이근택 헌터님이 낙점한 후계라구요.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기대…… 기대라. 꽤나 정중하게 말하는 것 치고는, 마치 네가 어느 정도 깜냥인지 한 번 지켜봐주겠다는 듯한 어조다.

‘시즌 시작도 전부터 기싸움인가.’

선수 때는 생각 안 했는데. 감독 코치. 이 사람들도 상당히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다.

그냥 실력으로 보여 주면 될 것을.

“그럼 준비되셨으면, 슬슬 시작하죠.”

“……? 이창현 감독님은 참가를 안 하시나요?”

“아. 그렇게 됐습니다.”

그 말에 HXG의 감독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아무래도 얕잡아 보였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위에 관람석에 적당히 자리하자 경기가 바로 시작되었다.

맵은 [위대한 성소] 였다.

마치 유럽의 유명한 성당 내부같이 멋들어진 제단, 장식물과 구조물이 가득한 실내.

하지만 특이한 점이라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라는 점이었다.

사람이 점처럼 보일 정도로.

‘그래서 사실상 잘 정돈된. 탁 트인 대리석 바닥에서 싸우는 거랑 다를 바가 없지.’

이렇게 탁 트인 맵이면. 김유현이 활약하기는 쉽지 않은 맵이었다.

그러니, 류재준이 전술을 잘 짜지 않으면 쉽게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뭐. 미리 이번은 류재준 녀석에게 네가 지휘해야 한다고 말해 뒀으니까 생각해 둔 부분은 있겠지.’

그렇게 경기를 집중하고 분석하면서 몇 시간이고, 끝날 때까지 바라보았다.

류재준이 중심을 잡아 줘서 그런지, 생각보다 엉망인 경기는 나오지 않았다.

물론 피드백 할 거리는 꽤나 많았지만.

그러면서 어떻게 이야기해 줘야 할지 정리하고 있던 때에.

“하하…… 선수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감독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으시군요. 저도 부족하지만 감독 경력이 꽤 기니 언제 한 번 배우러 오셔도 좋습니다.”

HXG의 감독이 사람 좋은 얼굴로 말하곤 가 버렸다.

말은 꽤 겸손한 듯 말해도 속 뜻은 완전 아마추어 수준의 감독이라고 비하하는 말이었다.

한 수 가르쳐 주겠다고 한 것도, 사실상 자신의 아랫사람, 실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취급하기 위해 한 말이니까.

‘어휴…….’

나중에 실력을 리그에서 증명하면 될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팀원한테 피드백 할 거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야! 거기서 그렇게 두들겨 맞고 있으면 어떻게 해! 아주 그냥…….”

어찌 되었든 이번 연습 경기를 아쉽게든 뭐든 진건 사실이었으니까.

남은 건 피드백뿐이었다.

***

오후 연습 시합 일정을 마치고, 가볍게 저녁식사를 먹은 후. 팀 PER의 거실에 거대한 티비가 켜져 있었다.

그 티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오늘의 연습경기였다.

“……그러니까, 초반 전술부터 아쉬움이 남았다는 거야.”

“그런 식으로 운용하는 방법이 있었군.”

“뭐, 사실 어차피 내가 같이 들어가면 전술을 하나하나 다 일러주겠지만, 합류하지 못해서 개인 판단이 필요할 때는 분명 있으니까.”

이번 연습시합은 아무래도 팀 단위 전술에서 아쉬운 부분이 조금 있었다. 평상시엔 내가 지휘했는데, 내가 빠져 버렸으니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으리라.

“그래서 앞으로는 반은 내가 같이, 반은 나 없이 연습경기를 치를 거야. 그건 그렇고. 팀 단위 전술 관련된 피드백은 여기서 끝. 이젠 개인 피드백을 보자.”

사실 이게 더 중요한 피드백이었다.

어차피 전술이 중요하니 뭐니 해도, 실전에선 내가 오더를 내려 줄 거라 직접 판단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테니까.

“우선 김도준. 이전에 투명 전술을 발견하고 사용한 것이나 그런 건 좋아. 그런데, 그런 잡기술에만 의존하다 보니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검술 실력이 제자리걸음이다.”

거대한 티비 화면으로 이번 연습경기에서의 김도준과 상대의 1대1 장면이 비춰졌다.

“물론 지금까지 검술을 따로 가르쳐 줄 선생이 없어서인 탓도 있겠지. 그래서 다음 주부터 검술코치를 따로 초빙할 거야.

하지만, 몸을 쓸 줄 아는 거에 비해 1대1 개인기가 아쉬운 건 사실이지. 특히 에어비트와 에어앵커를 쓰는 것이.”

헌터들끼리의 싸움에서 중요한 건 능력의 강력함. 기본기로는 무기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 그런 것도 있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마나 장비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

마나 장비를 자기의 수족처럼 다루는 사람은 인간의 인체구조상 피할 수 없을 공격도 아크로바틱하게 피할 수 있는 테크닉이 있다.

비단 회피뿐만 아니라 공격에도 그런 예상 밖의 일 수를 날릴 수 있고.

그런데, 김도준. 아니, 류재준을 제외하면 PER의 팀원 대부분이 마나 장비를 1차원적으로 활용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했다.

“그래도 나 정도면 에어앵커 잘 쓰는 거 아닌가……?”

김도준이 머리를 갸우뚱하며 반문했다.

역시…… 말로는 잘 전달되지 않았다. 부분 부분을 짚어 가며 거기선 에어앵커의 탄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반 바퀴 도는 게 좋으니 어떻니 해도 와닿기란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리 와 봐.”

“어?”

“아무것도 안 하니까 빨리.”

김도준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뭐. 내 말에 반박했다고 꿀밤이라도 때릴 줄 아는 건가.

움직이는 게 굼뜨다.

“거 참.”

그래서 직접 내가 김도준 쪽으로 걸어가 손을 들었다.

“왜…… 왜. 말로 하자 말로.”

뭘 말로 해. 말로 해서 될 게 아닌데.

그 감각을 말로 해서 어떻게 알아.

그리고 내가 김도준의 머리에 손을 올리려는 순간.

“히익ㅡ.”

김도준이 머리 위쪽으로 팔을 허우적거렸다.

‘대체 뭘 할 줄 알았던 거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팔을 쉽게 피하곤 김도준의 머리에 손쉽게 손을 얹었다.

그리고, 감각을, 이미지를 공유했다.

[만개 - 재능개화 : 이상동몽의 지휘관] : 이미지하는 것을 온전하게 상대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저번 승강전에서 승리할 당시, 새롭게 각성한 만개의 능력이었다.

김도준에게 닿은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미지하는 것은, 연습게임 당시, 김도준의 시점에서 할 수 있었던 전투.

쾌검과 순간적으로 번쩍거려 틈을 만드는 사이사이, 에어비트를 밟아 불이 번쩍이는 반짝임이 찰나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미리 허공에 달아 둔 에어앵커로 방향을 순식간에 틀어 상대의 사각에서 들어가는 쾌검.

일차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날아올라 피하거나, 이동하려고 마나 장비를 쓰는 것과 다른.

한 차원 진일보 된 차원의 사용이자, 동시에 정확히 김도준이 할 수 있었던 더 나은 플레이였다.

그게 한 번만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르게. 한 번은 위로, 한 번은 자세를 낮게 하여 상대의 아래로. 마나 장비와 태세,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전투양상과 대인전의 테크닉이 여과 없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수 가지의 전투양상과 나올 수 있었던 김도준의 더 나은 전투방식을 보여 주고 나서야, 다시금 시야가 티비가 꺼졌다 켜지듯 다시 돌아왔다.

‘잘 됐나…….’

김도준을 바라보고 있는데. 녀석은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멀뚱거리기도 잠시. 이윽고 입을 열었다.

“방금 그거……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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