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98화 (98/270)

098. 맞춰지는 윤곽

며칠전 있었던 TAK와 PER의 연합훈련소에서의 연습경기.

그 후로, 류재준이 또 PER에서 연습경기를 치르는 일은 없었다.

그 날 다른 추가 연습경기를 거절하고, 먼저 바로 가 버렸으니까.

‘아…… 꽤 넘어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닌가?’

솔직히 말해 긴가민가했다.

그 경기를 같이 나랑 손을 맞춰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그날도 다른 팀원들 더 보면 PER에 들어올 것 같아서 연습경기 조금만 더 하자고 한 거였는데.

그걸 거절하다니.

어쩌면 이대로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입맛이 썼다.

다른 팀에 그렇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웠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류재준이 설령 우리 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즌은 시작된다.

‘슬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당연하게도 녀석 없이도 팀이 돌아가야 하니, 다시 감독실에서 다른 나머지 준비를 시작할 때였다.

“이종규 코치님. 저번 PER홈에서 했던 테스트는 어떠셨나요?”

“뭐…… 기억에 남는 선수라던가. 그런 걸 묻는 거야?”

이종규가 저번 평가서류를 뒤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는데 꽤나 재미있게도, 일종의 평가 등급별로 분류되어 선수의 프로필이 구분되어 있었다.

‘코칭 능력은 부족해도 저런 부분은 또 괜찮네…….’

“데이터 뽑아서 상위선수들 위주로 뽑아 보면…… 역시 돋보이는 건 김유현 선수. 그리고 이종운 선수…… …… …… 선수. 이정도? 뭔가 더 팀에 필요한 스펙이 있으면 그거 위주로 추려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이종규가 내 쪽을 다시 돌아보며 서류를 건냈다.

A라고 붉은 글씨로 상단에 써져 있는 서류들이었다.

“역시…… 김유현. 데이터도 그렇고 저번에 실제로 봤을 때도 그렇고. 좋네요. 경력사항에 과거 2부 경력이 있는데, 혹시 더 상세한 정보는 없나요?”

그 말을 듣자 이종규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또 서류를 꺼냈다.

‘1부의 영입 요청이 있었음에도 가지 않았다…… 라.’

재미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우도 그렇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 가지 않을 수가 없었을 텐데.

아마 우리 팀에 지원한 이유도 여건이 좋아서일 텐데, 갈 수 있는데, 가지 않았다고?

뭐, 사실 이런 점은 아무래도 좋다.

“김유현 선수에게 합격통지를 보내고, 다음 상위점수자 두 명은 일단 보류해 두죠. 예비번호?라던가.”

‘류재준이 들어오기로 한다면 굳이 더 필요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류재준에 김유현.

그리고 나머지 팀원들. 이길한 이연주 김도준 한지수 윤한결.

나, 이창현까지.

새롭게 짜여지는 이 팀이 가능한 새로운 전술들이 많이 떠올랐다.

김유현으로 포탑을 깔고 함정을 만들어, 한지수와 이연주로 하여금 중력 저격으로 완벽하게 침입자를 제거하는 일종의 우주방어전략.

거기에 안에서는 계속 마나봄버를 이기어검에 매달아 폭격기전략을 계속 쓸 수 있으리라.

그 외에도 이번 연습경기에서도 겪었던, 류재준과 나. 다수의 상대에게 큰 피해를 주는 특공대 전략.

거기에 김도준 이길한 윤한결 쓰리톱이 후발진입하는 난투 유발 전략.

지금 생각하지 못한 것들까지, 그야말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의 가짓수가 수도 없이 늘어난다는 것이 다시금 느껴졌다.

‘당장 생각나는 것들만 해도 시험해 보고 싶어서 근질거리네…….’

앞으로의 경기가, PER의 미래가 더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도 아직은 1부에 미치기에는 부족하지만.

아직 PER과 내게는 성장 여력이 충분히 남아 있었으니까.

***

한편, 저번에 PER의 테스트 후 한껏 우울하게 시간을 떼우고 있던 사람도 있었다.

김유현. 나름 2부에서 엘리트취급을 받는 특수 포지션의 선수였다.

PER의 테스트를 완전히 망치고 난 후, 어쩔 수 없이 다른 팀들의 테스트나 연습경기까지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사실 전 시즌을 쉬지만 않았더라도, 테스트를 받을 일도 없었으리라.

조건이 좋은 PER에 지원할 때도, 직접 테스트에 참가하기보다는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냈겠지. 후에 연습경기 참가 요청이 올 수는 있겠지만.

그랬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겠지.

‘테스트가 아니라 연습경기에 참가했다면 내 진가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능력의 특성상 역시, 정돈 된 싸움. 그리고 통제 가능한 상황일수록 더 강한 면모를 보여 주는 것이 김유현의 능력이었으니까.

그것보다도 솔직히 테스트도 어이가 없었다.

다른 팀의 테스트를 거치고 나서야 새삼 다시 깨달은 거지만……

‘그때, 그 녀석들. 2부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테스트를 망친.

포탑을 부수고 난장판을 피운 녀석들은 최소한 2부에서 손꼽는 녀석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게 한 명도 아니었다. 총 쏘는 이름 모를 약간 낯익은 녀석 하나랑, 칠판 긁는 이상한 소음 내면서 다 터뜨리는 녀석 하나.

파티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근택 회장이 그 PER의 에이스를 자신의 후계자로 점지했다던데……

그런 녀석이라 숨겨진 인맥이 대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합격 통보일인 오늘 휴대폰을 붙잡고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띠링!

휴대폰이 울렸다.

[Web발신]

[팀 PER]

안녕하세요. 팀 PER입니다.

이종훈님.

팀 PER지원에 감사드리며, 테스트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빠른 시일 내에, 안내 전화가 갈 테니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종훈……’

내 이름은 김유현인데.

뭐지? 어떻게 된 거지? 떨어진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그러던 중.

띠링!

[Web발신]

[팀 PER]

문자가 잘못 보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후……역시나 잘못 온 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어째 이 중요한 문자를 잘못 보내놓고서 사과에 성의가 없네?’

뭐... 어찌되었든, 이제 제대로 된 문자가 다시 오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어…… 어?’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한참 지나고 바깥이 어둑어둑해 져 있었다.

‘문자가 안 오는데?’

아까 문자가 온 걸 생각하면 바로 문자가 왔어야 했을 텐데, 아직까지 별다른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건……

김유현은 절규했다.

패닉에 빠져, 한참 늦게 온 정정 합격 문자를 본 건 한참이나 후의 일이었다.

***

한편, 류재준은 아직까지도 고민에 빠져 있었다.

‘솔직히 합류 제의가 온 팀 중에 PER보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높은 곳이 있는 건 맞는데…….’

TAK와 PER의 연습경기. 거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완전히 착 감기는 듯한 손맛.

정확히 딱 맞아 떨어져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듯한 쾌감. 한 몸이 된 듯한 호흡.

그런 걸 느낄 수는 없으리라.

고민이 길어지는 가운데, 꽤나 반가운 연락이 있었다.

[조연화] : 아 맞다. 너 그래서 걔가 오라고 해서 가볼까 고민했었으면서. 그 팀 가 봤냐?

[류재준] : ㅇㅇ 며칠전에 찾아갔었음. 가서 입단 테스트도 보고, 연습게임도 한번 해봄.

[조연화] : ㄹㅇ? 그래서 어땠는데? 그 팀 좀 잘 하든? 전적만 보면 3부 박살 내고 2부 승강전도 잘 치룬 모양이던데.

[류재준] : 팀은 별거없었음. 근데, 연습경기 때 느낌이 좀 괜찮긴 하더라.

[조연화] : ㅇㅇ?

[류재준] : PER 팀원 5명 죽고, 상대 팀 7명이랑 2대7하는데 스릴 오졌음 ㅋㅋ

조연화 입장에서는 2명만 남은 상황, 2대7이 된 상황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역시 흥미가 가는 건 2대7의 결과였다.

‘말하는 걸로 보면, 그 2명이 아마 류재준이랑 이창현일 테니까.’

[조연화]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이김?

[류재준] : 5명 잡고 마나부족으로 아쉽게 짐 ㅋㅋ 마나 회복할 시간 조금만 있었으면 이겼을지도?

아니 근데 ㄹㅇ 이창현 얘 같이해보니까 느낌 오지더라. [파동]타이밍에 정확히 범위 밖으로 빠지고, 위험할 때 에어비트 던져서 커버해 줌 ㅋ

‘호흡이 그렇게까지 잘 맞는다고?’

류재준의 [파동]은 범위가 명확하지도, 직관적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걸 쓸 타이밍까지 정확하게 읽어서, 범위 밖으로 나가 준다라.

어쩌면 저번에 자신에게 말했던 그 능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수만가지의 미래를 시뮬레이션하고, 경험으로 체화할 수 있다던 녀석이 밝힌 ‘미래 시’에 가까운 능력.

[류재준] : 늙은이가 이창현한테 유물 주고 띄워 준 것도 왜 그런지 알겠더라.

그 영감님 이런 애 보면 완전 환장하지 아주 그냥.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특별한 경험이었나 보네.’

사실 이근택과 조준호한테 훈련받은 우리로서는 헌터 경험 중에 특별하다고 할 만한 건 별로 없을 텐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연화] : 그래서 거기 들어가기로 결정한 거야?

[류재준] : 그건 좀 고민중 ㅋ

‘미쳤나? 이걸 안 들어간다고?’

아직 팀 생활을 류재준이 얼마 안 해서 그런가. 잘 맞는 팀원이 있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 했다.

그랬기에,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

[조연화] : 나라면 무조건 들어가지. 너 어차피 2부는 한 번 거쳐 가는 리그잖아. 다음 시즌이면 무조건 1부로 갈 텐데 너무 좋은 팀 안 좋은 팀 가릴 필요 있어?

[조연화] : 그냥 잘 맞고, 궁금한 녀석. 호흡 잘 맞는 녀석이랑 한 시즌 같이해서 폼 끌어올리는 게 낫지.

[조연화] : 1부 팀이면 국제리그 가야 하니까 좋은 팀에 안착하는 게 좋기야 하겠는데…….

그 이야기를 하고, 확인을 한 지 몇 분이 지났지만 답장이 바로 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고민에 빠진 듯했다.

뭐,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긴 한데……,

이야기만 들어보면 그야말로 찰떡같은 궁합을 자랑했으니까. 그런 녀석이랑 같이 경기를 뛰어보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기 마련이었다.

몇 분이 지나고, 답장이 왔다.

[류재준] : 맞네. 이번 시즌은 어차피 거쳐 가는 시즌인데 한 번 들어가보는 게 좋을지도 ㅋ.

‘결국 이렇게 됐나.’

내가 꼬드기기는 했지만, 이렇게 됨으로서 2부 리그는 조금 재미있는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 상위 팀을 상대로도 2대 7로 5명을 잡아 버리는 PER. 파티에서 자신에게 그리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던 녀석이 얼만큼의 활약을 해 줄지 궁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2부엔 그 녀석이 있으니까.’

한지후.

1부 이상의 개인기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면서도, 올라가지 않는 2부의 잠룡.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면 올라가겠다고 마음먹고 2부에 틀어박혀 다른 팀을 학살하는 녀석의 팀과 맞붙게 되었을 때, 어떻게 될까.

‘전에 나랑 붙을 땐 왕 행세 해서 완전 싸가지 없었는데.’

콧대를 아주 꺾어 버리고 싶었는데, 솔직히 꽤 하는 녀석이라 그렇지는 못했다.

뭐 솔직히 팀 단위의 싸움이라 이창현과 류재준이 한 팀이라고 완전 시원하게 꺾어 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2부 경기. 적어도 PER이 나오는 경기는 한 번쯤 챙겨보는 것도 재밌겠네.’

녀석이 어쩌면, 파티 때 말했던 것처럼 진짜로 1부에 올라올지도 모르니까.

적어도 그 때까지는 위에서 철저하게 지켜봐 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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