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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65화 (65/270)

065. 하나의 팀

사실상 승강전 전의 가장 중요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RIX전을 제외하고 남은 한 경기가 오늘 있었다. 3부 중위권의 소규모 팀, UQQ와의 경기였다.

‘뭐…… 솔직히 이 정도면 이젠 몸 풀기 정도니까.’

전술상으로도 그렇게 특이점이 있는 팀도 아니었기에 상대 전술 분석 같은 건 딱히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경기는 윤한결의 성장을 지켜볼 심산으로 근접 딜러 위주의 전술을 구성했다.

기존의 폭격기 전술이 아니라 김도준, 윤한결, 이길한을 돌진 쓰리톱으로 삼고, 나머지 인원은 뒤에서 엄호하는 역할이었다.

‘이번엔 사실 엄호보다도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지만.’

혹시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항시 대기는 하고 있어야 하리라.

뭐, 그래도 3부 리거라기엔 너무나 강해진 윤한결.

그리고 너무 윤한결에게만 시선이 끌리지 않도록 타고난 어그로 꾼인 김도준도 넣어 줬으니 아마 전위에 큰 문제는 없겠지.

[PER대 UQQ의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큰 환호성과 캐스터의 소리에 맞춰 전송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연주의 위치 브리핑에 맞춰서 원거리 지원팀과 김도준, 윤한결, 이길한의 쓰리톱이 뭉쳐 상대의 진형으로 향했다.

원거리 지원팀은 나를 비롯해 언제든 에어앵커와 에어비트로 접근할 수 있게끔 맵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지점에 자리 잡고 근접 딜러들을 지켜봤다.

상대와 조우하자마자 바로 달려드는 김도준.

‘아마, 김도준 녀석은 사람들이 드디어 내가 제대로 활약하는 순간을 보겠구나…… 따위의 생각이나 하겠지.’

안 그러고서야 그런 번쩍이는 무기를 들고 설칠 수는 없으리라. 하여간 관심받기 좋아하는 녀석.

그 생각과 동시에 상대 근접 딜러와 전투하는 김도준의 무기가 미친 듯이 빛나기 시작했다.

음…… 근데 저 녀석. 무기 번쩍거리는 거 때문에 이번엔 아예 선글라스까지 쓰고 나왔는데, 윤한결이랑 이길한 쪽도 챙겨 간 건가……

아니나 다를까. 싸움이 벌어지자마자 한숨이 진하게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혼자서 돌진하는 김도준, 전투 순간순간마다 칼이 워낙에 번쩍거려서, 이길한과 윤한결은 김도준의 싸움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끼지도 못하고 있었다.

너무 번쩍거려서 오히려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

‘하아…….’

그렇다. 근접 쓰리톱인 세 명의 호흡은 개같이 멸망했다.

그런 생각은 나만 갖는 것이 아니었는지, 내 옆에서도 폭소가 쏟아졌다.

김도준을 모르는 사람처럼 애써 외면하려는 듯한 이길한과 윤한결의 모습이 웃겼는지, 이연주는 풉 하고 웃고 있었고

“야, 창현아. 쟤네들 저거 저렇게 두는 거 맞냐?”

한지수는 쟤네들 하는 것이 같잖다는 듯 비웃고 있었다.

팀 연습을 거의 안하고 개인연습에만 치중한 것을 후회했다. 조금이라도 맞춰 봐야 했던 건데…….

‘그래…… 저 녀석의 어그로는 적군이랑 아군을 가리지 않는구나…….’

윤한결의 실력을 길러 주는 데에 집중한 나머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모라스 공방에서 단순히 옵션으로 넣어 준 기능 하나가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 줄이야…….

물론 그런 와중에도 거의 3대5인 상황에 잘 싸워 나가고 있었다.

아마, 남은 상대 팀 둘은 특공대로 뒤로 빠진 것 같긴 한데…… 아마 전세에 큰 영향은 없으리라.

사실 이 전투에서 우리가 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차라리 다음 판인 RIX전이라면 모를까.

꾸준한 개인 훈련으로 우리 팀의 체급 자체가 지금은 에이스인 김도준-윤한결-한지수-나 라인을 제외하고도 중간급은 되니.

물론 우리 넷을 끼면 단연 3부 리그에선 군계일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경기 자체는 꽤나 분위기가 가벼운 편이다.

저격 포인트를 이용해 당장 상대를 꽤나 줄일 수 있음에도 지켜보고 있는 것은 그 탓이었다.

실제로 지금 전위에 있는 메인 딜러 둘, 윤한결과 김도준은 물 만난 물고기마냥 경기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상대가 달려들려고 할 때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무기에 빛을 뿜는 데다가, 쾌검으로 정확하게 치명타를 가하는 김도준의 검술이 더해지니 꽤나 강력해 보였다.

……하지만 역시나 김도준이라고 해야 할까. 그 굉장함은 사실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김도준의 빛나는 검에 눈뽕을 당한 상대 팀원이 소리쳤다.

“으…… 으읏! 비겁한 새끼! 하지만 우리라고 해서 준비를 안 했을 것 같냐?”

하지만 이 말을 내뱉으면서도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다음 순간에 알 수 있었다.

‘선글라스를…… 다들 챙겨 온 건가.’

어이가 없으면서도 수긍이 갔다.

과연. 꼼수는 꼼수로 대응이 가능하니까 꼼수인 법이다. 꼼수로 대응이 안 되면 정석이 되었겠지.

자기 외에도 선글라스를 챙겨 오리라 생각하지 못한 김도준은 당황하며 무기에서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김도준은 한 명인 반면, 상대는 여러 명.

눈뽕이라는 일종의 치트 수단이 없는 김도준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작전상으로는 현명한 선택이긴 한데.

“큿…… 작전상 후퇴다!”

……수세에 몰린 김도준은 잠시간 도망치기 시작했다.

등 뒤로 마나쉴드를 펼친 채로 도망가는 데 어떻게 저렇게 추할 수 있는지. 승패를 떠나서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추하건 어땠건 간에, 후퇴는 성공적이였고. 졸지에 근접딜러끼리의 전장엔 윤한결과 이길한만 남았다.

“저…… 저 도움 안 되는 새끼……!”

이길한은 어이가 없는지, 예전의 불같은 성격이 다시 나올락 말락 하고 있었고, 윤한결도 말은 안 하지만 어이없긴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멘탈이 흔들렸는지, 이기어검의 컨트롤이 약간씩 어긋나고 있는 게 보였으니까.

하여간 김도준 녀석은 어그로뿐만 아니라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멘탈 흔들기에도 참 최적화된 듯싶었다.

저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리라.

하지만 그건 그거고, 멘탈에 따라 이기어검의 칼 끝이 흔들린다는 건 아직 윤한결이 보완할 점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

‘한결이 훈련메뉴에 김도준까지 넣어 보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앞으로 멘탈 관리할 일은 선수인 이상 계속 있을 테니까.

***

결과적으로 보면, 경기 자체는 이런 상황이 있었음에도 쉽게 승리했다.

김도준이 작전상 홀로 후퇴했지만, 번쩍거리는 장애물이 없어져서 그런가, 윤한결과 이길한은 좋은 호흡을 보여 주며 상대를 격퇴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기어검의 의외성에서 나오는 압도적 공격력을 3부 리거의 다른 상대 근접딜러들은 쉽게 막아 내지 못했다.

솔직히 그건 검술이라고도 할 수 없다. 검술은 “형”이나 “식”등을 보고 파훼하는 게 가능하지만, 저건 순수히 반사신경으로 막아 내야만 하는 무엇이었으니까.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1부 리그 선수나 해외선수라고 해도 의외의 일격에 당할 가능성은 충분한 공격력이었다.

‘이제 이길한도 꽤 안정적인가.’

사실 걱정을 제일 많이 했었던 건, 이길한이랑 이연주 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끝까지 같이 가지는 못하더라도, 당분간 확실히 팀원 역할을 해 줘야 하는 쪽이었으니까.

한지수나, 윤한결. 김도준의 경우 직접 구해 온 팀원이지만, 그 둘의 경우엔 솔직히 잠재력이나 재능 자체가 크지 않은 편이었으니.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이길한은 내게서 열심히 배우더니, 지금은 근접딜러들의 뒷받침을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윤한결의 세 자루 검이 각각 다른 근접딜러와 싸우고 있는 동안, 돌진스킬을 이용해 근접 딜러들의 큰 틈을 만들어 냈고, 그건 바로 승부로 직결되었다.

‘그만큼 이젠 자기가 뭘 해야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는 뜻이겠지.’

긍정적인 방향이었다. 다른 팀에 팔면 이젠 꽤나 이적료를 받을 수 있을 테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RIX 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어쨌든 2부 리그 승격전에 갈 건 확실하니, 그것만 이겨 낸다면 아마 당분간 팀이 순항할 수 있으리라 느꼈으니까.

***

RIX의 회의실의 분위기는 꽤나 침체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RIX의 감독 김종운은 원래 PER이 폭격기 전술만 경계하면 기본기로 승부해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거늘, 최근엔 그런 생각도 깨졌기 때문이었다.

의외로 근접 다인 전투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줬던 이창현.

그리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전보다 훨씬 날카로운 검술을 보여 주는 윤한결.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뭔가를 들고 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보여 주는 김도준 등……

팀이 물이 올랐는지 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전술이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한 가지만 할 줄 안다면 어떻게든 파훼책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한 개를 넘어서 두 개, 세 개가 되어 간다면 파훼가 극도로 어려워졌다.

첫 번째 계획이 틀어지면, 두 번째 계획을, 세 번째 계획을 시행할 테니.

승리 공식이 많아진다는 건 더 이상 요행으로 상위권인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강팀이 되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RIX입장에서는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없었다.

PER이 3부 리그에서 1위를 한다면, 승급전을 할 수 있는 남은 자리는 1개뿐이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LTD조차 격파한 PER과는 달리, 이쪽은 PER에 지면 LTD와 승수 동점으로 재경기 할 가능성이 컸다.

‘저번에야 처음 선보인 전술이었기에 LTD를 이길 수 있었지만…….’

꽤나 지금의 전술을 많이 선보인 이상 다음에도 LTD를 이길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즉, 어찌되었든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떻게든 PER을 이길 방법을.

하지만 팀 회의실에는 누구 하나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암울함. 긴장감. 그런 부정적인 분위기가 오가는데 말을 꺼낸 것은 유혜주였다.

“다들 왜 이렇게 쫄아 있어요?”

유혜주가 분개하며 말했다. 저 녀석. 이전부터 PER에는 뭐가 씌인 것처럼 화를 내긴 했는데…… 아무래도 PER상대로 침울한 이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이창현 이 새끼 별거 아니라구요. 따발총 다발로 갈겨 봤자, 급소만 안 맞으면 제 [성역] 스킬 위에만 있으면 순식간에 회복 될 거예요. 그리고 윤한결 저 자식.

저자식도 지금 검술이 좀 늘어서 그렇지, 저희 지금처럼 하던 대로처럼 하면 충분히 밀어붙일 수 있다구요.”

사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긴 하다. 그만큼 이번에 영입한 유혜주는 톡톡히 그 값을 하고 있었으니까.

초월적인 회복력을 제공하는 [성역]스킬은 그만큼 사기스킬이었다.

연구나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그래, 감독씩이나 되어서 얼굴을 이렇게 굳히고 있을 수도 없지.

상대에게 스타일리쉬함이나 기동력. 뛰어난 공격력으로 진다면, 우리는 묵직함으로 상대하면 되는 것이다.

‘꼭 상대방의 강점에서 싸우라는 법은 없지.’

“……그래. 혜주 말이 맞아. 하지만 물론 상대의 공격력이 강력함을 얕볼 순 없겠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코치와 선수들을 끼어 전술회의에 들어갔다.

방금 전과는 딴판으로 한 몸처럼 똘똘 붙어서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어코 무언가를 발견해냈다.

“이거라면……!”

유혜주가 밝게, 그리고 악동처럼 웃었다.

예전에 당한 게 많다더니. 이번에는 드디어 갚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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