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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60화 (60/270)

060. 중간 정산

곧이어 대기실에서 나온 이창현과 캐스터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캐스터] : 굉장한 격전이었습니다. 이창현 선수. 이렇게 이길 거라고 경기 전에 예상하셨나요?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창현] : 물론이죠. 제가 전에 이야기하지 않았었나요?

과거 미디어 데이 때의 발언이 생각났다.

마침, 그때의 일들이 채팅창에서 올라오기도 했고.

ㄴ“3부 리그에 잘하는 팀은 없더군요”라고 하지 않았었음? ㅋㅋㅋ

ㄴ3부 리그 욕하는 3부 리그좌 ㄷㄷㄷㄷ

ㄴ그때 “LTD감독님은 긴장 좀 하셔야겠네요. 1위 팀은 꼴등 팀한테 발리면 특히 쪽팔릴 테니까.” 라고도 했음 ㅋㅋㅋ

ㄴ와 그때부터 지금 경기를 설계했던 거임? 그냥 소름 돋네

ㄴ뭘 소름이 돋아 ㅋㅋ 그냥 이번 경기 이긴 거지. 또 오바 치면서 선 넘네.

ㄴ그건 그렇고 저렇게 말하고 나서 실제로 꼴등 팀으로 전시즌 1등 팀 이긴 거 좀 멋지긴 함 ㅇㅈ?

ㄴ ㅇㅈ ㅋㅋ

모르긴 몰라도, LTD의 이형근 감독에게 이번 경기는 꽤나 큰 충격이지 않을까.

숨겨 둔 패를 쓰고 전력을 다했는데도 전 시즌 꼴등이었던 PER한테 졌으니.

말은 못해도 자존심은 많이 상했으리라. 위에서 한소리 들었을 수도 있고.

캐스터는 내 말에 PD눈치를 보더니 흠칫하곤 순간적으로 약간 표정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방송에서 이전 나의 발언을 그대로 말하기엔 눈총을 받기 딱 좋은 발언이었으니까.

[캐스터] : 아하하…… 그런 일도 있었죠. 그때 미디어 데이 때 꽤나 화제였으니까요.

이번엔 경기에서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 한번 보시면서 이야기 나눌까요?

홀로그램으로 입체적인 영상이 비춰졌다.

나와 류재준이 1대1을 하던 장면이었다. 류재준의 파동에 건물이 부서져 나가고, 내가 공중제비를 돌면서 견제사격을 가하고.

마지막 순간에 이연주의 속박이 발을 묶고 마지막 한 방을 쏘기까지.

[캐스터] : 시청자들이 꼽아 주신 이번 경기 최대의 명장면인데요.

이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 하신 건지. 처음부터 미리 계획된 1대1 이었는지 귀띔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 말을 듣고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고민이 지나갔다.

사실대로 말하는 방법도 있었고, 능력을 과장되게 말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 제일 재미있는 건……

‘상대방을 골려주는 것.’

게다가 상대가 회귀 전 알고 지내던 류재준이었던 만큼 장난기가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녀석이라면 지금 죽을 만큼 분해하고 있을 텐데……

이 나이대에서는 능력이 특출난 만큼이나 자존심도 강한 녀석이었으니까.

회귀 전에는 한 판 질 때마다 분위기가 살벌해서 말도 아니었다.

나중에 우리 팀에 영입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몸값이 비싸서 힘드려나. LTD에서 쉽게 내주려 하지도 않을 테고.

어찌되었든 이번 경기에 녀석 때문에 조금이나마 골머리를 앓았으므로, 골려주는 것도 좋으리라.

[이창현] : 아. 1대1상황은 항상 상정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별로 당황하진 않았어요. 그거와 별개로…… 이번 상대팀의 에이스였던 류…… 류세준 선수였나요?

캐스터가 옆에서 류재준……! 류재준이요. 라고 속삭였지만 못들은 척,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이창현] : 맞아요. 류세준 선수. 그 선수는 꽤 괜찮았던 것 같긴 해요.

결국 제가 미리 준비해 둔 함정에 빠지고 말려든 건 불쌍하지만…… 뭐, 상대가 저니까요.

슬쩍 웃으며 말했다. 어디에선가 이를 빠득빠득 갈고 있을 녀석의 얼굴을 생각하니 더 통쾌해졌다.

아, 회귀 후에는 어찌되었든 이게 첫인상일 텐데. 너무했나?

그래도 뭐, 인터뷰는 이런 맛에 하는 거니까.

***

선수 대기실로 돌아오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 하이파이브를 위해 손을 내밀었다.

우리 팀은 최근 들어 꽤 많이 이기고 있었고, 팀 분위기도 전 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건 그렇고 마지막에 갑자기 상대 묶은 건 뭐였어?”

윤한결이 나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어찌되었든 팀원 앞에서도 사용한 적 없는 능력이라 궁금했으리라.

“내 능력은 아니고, 연주 씨가.”

“오…….”

그 말에 반응한 건 비단 윤한결뿐만 아니었다. 이길한부터, 기존팀원들을 비롯해, 별 관심 없어 보였던 한지수까지도 의외라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둘이 특훈 같은 것도 하던데…….”

한지수는 몸값에 예민하고, 몸값을 올릴 수 있으리라 믿고 우리 팀에 온 덕분인지, 이연주의 새 스킬이 나와의 훈련에서 각성했다는 것에 흥미를 붙인 듯 했다.

아직 딱히 한지수가 새롭게 스킬을 각성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데 이걸 말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한지수가 뭔가 있다는 낌새를 눈치챘는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뭔데? 새롭게 스킬을 각성시키는 비밀스런 노하우라도 있는 거야?”

“그게…… 누구나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고…….”

내가 얼버무리자 한지수는 몸이 달아올랐는지 아직도 약간 껄끄러워 하는 나 말고 표적을 이연주로 바꿨다.

“연주 씨. 말해 봐. 저 녀석이랑 대체 뭘 한 거야. 응? 연주 씨. 우리 같은 팀이잖아.”

바깥으로 티는 잘 안 내도 역시 몸값 올리는 것에 훼까닥 돌아 버린 녀석임은 틀림없다.

스킬이 더 있는 것만큼 확실한 몸값 상승 요인도 없으니까.

하지만 평소에도 말이 없던 이연주는 아직도 낯을 가리는 건지, 고개를 도리도리 돌릴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한지수는 이걸 보고 오죽 답답했으면 일어나서 애꿎은 이연주를 잡고 조르듯 계속 물어봤고, 결국 입을 연 이연주는……

“창현 씨…… 창현 씨가…….”

“…….”

딱 거기까지만 말하고 얼굴과 귀가 시뻘게진 채로 말을 잇지 않았다.

아니 말을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 것이지 애매하게 저렇게 끊는 건 또 뭐람.

나는 살짝 어이가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팀원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시뻘게진 얼굴. 그리고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뒷이야기.

그것에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팀원들의 매서운 눈길이 나를 향했다.

“……아니.”

뭐라는 거야. 역시 이 팀에 정상적인 사람은 나밖에 없나보다.

***

경기 다음 날 아침. 팀에 정상인이 나밖에 없다는 걸 또 한 번 실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 이 PER 팀을 꾸리고서 연승행진을 하는데 어째 조용하나 싶었더니, 역시는 역시인가 보다. 김도준 녀석이 잘 나가는데 조용히 지낼 리가 없지.

[3부 리그의 뜨거운 감자, PER을 들여다보다.]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싶어서 뉴스 헤드라인을 눌렀는데, 맙소사.

나도 모르는 사이 김도준이 좋다고 얼씨구나 하고 인터뷰를 한 모양이었다.

뭐, 최근에 김도준이 실제로 지금까지 연승을 이어오는 데 공로가 크긴 했으니 녀석에게 인터뷰가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닌데……

솔직히 회귀 전, 김도준 관종 녀석의 온갖 기행을 생각해 보면 걱정을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거겠지.

‘저번에 모라스 공방을 갔을 때 주문한 것도 기괴했지…….’

마나를 불어넣으면 무슨 형광등마냥 강렬한 빛을 분사하는 검이라니.

그런 건 회귀 전에도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

여튼, 인터뷰 내용을 보니……

[기자] : 최근 PER이 순항하고 있는데, PER입장에서는 그 이유를 무엇으로 평가하고 있는지, 또 키 플레이어는 누구인지 궁금하거든요.

[김도준] : PER이 순항하는 이유는 당연히 새로 영입된 저랑, 이창현. 투톱 체제가 가장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전위에서는 제가, 후방에서는 이창현이 팀을 받쳐 주는 것이지요.

아니 무슨…… 최근 LTD 경기를 빼면, 거의 폭격기조합으로 압살했을 텐데, 거기에 김도준이…… 활약? 팀을 받쳐 줘?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 댓글란에는 팩트 폭력을 행사하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사실상 폭격기 조합이 다하고 남은 인원 다굴한 거 아님?]

ㄴ다굴의 선봉장이잖아 ㅋㅋ

경기 날로 먹는 근접 딜러 ㅋㅋㅋㅋㅋ

ㄴ웬만한 경기 임팩트는 이창현이 다 가져가긴 함

반응은 역시나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에효. 불쌍하긴 하지만 어쩌겠나. 자기가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을.

근데 그것보다도 꽤나 놀라웠던 점은 이번 경기를 제외하면 싸우는 장면도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던 김도준을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의아하던 찰나였는데, 좀 아래에 있던 인터뷰 내용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자] : 아. 그러고 보니 최근 김도준 선수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많이 화제인데, 알고 계셨나요?

[김도준] : 제가요?

김도준도 조금은 놀랐는지, 글자만 봐도 녀석의 표정이 훤히 보였다. 내가 의아했던 것만큼이나 녀석도 스스로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겠지.

[기자] : 네. 최근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영상인데요. 혹시 이거 안 보셨나요?

기자가 보여준 것은 어느 커뮤니티의 개념글이었다.

그것도 추천수와 댓글수가 무지막지한. 3부 리그의 경기에는 대중의 관심이 별로 크지 않음에도 그랬다.

그러니 나로서도 꽤나 궁금증이 갔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눈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근접 딜러.GIF]

영상은 꽤나 가관이었다. 김도준과 상대 근접 딜러 두 명이 싸우고 있었는데, 불리해졌는지 뒤로 몸을 뺐다.

그러자 당연히 상대 근접 딜러 두 명은 김도준을 바라보며 추격했고…….

번 쩍!

빼든 김도준의 칼에서 도저히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순간 뿜어져 나왔다.

김도준은 아주 대담하게도 상대 둘을 앞에 둔 채로 고개를 돌렸고, 김도준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던 상대방은 너무나도 강렬했던 빛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후, 여유롭게 김도준이 중2병처럼 썩은 웃음을 짓더니 주위에 카메라가 있을 만한 곳을 쳐다보곤 포즈를 취했다.

그리곤 여유롭게 눈뽕에 당해 비틀거리는 상대에게서 2킬을 챙겼다.

‘이게 무슨…….’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관심종자 녀석이 단순히 관심받기 좋을 것 같다고 주문한 무기가 저런 식으로 치명적으로 다가올 줄이야…… 완전히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었다.

단언컨데. 진짜로 저 녀석이 처음에 저걸 노리고 저 능력을 넣었을 리는 없었다.

[김도준] : 아, 물론입니다. 모두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기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것도 전략과 준비성의 승리 아니겠습니까?

[기자] : 예…… 하하…….

반응은 아주 가관이었다.

[온갖 수식어로 실력파로 자기 포장하더니, 사실상 까보니 눈뽕빌런 ㅋㅋㅋㅋ]

ㄴ ㅁㅊㅋㅋㅋㅋ 눈뽕빌런이래. 미친 거 아니냐 ㅋㅋㅋㅋ

ㄴ근데 좀 미친 거 같긴 함ㅋㅋㅋㅋ 저런 무기 금지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

ㄴ꼬우면 선글라스 쓰고 나오던가~ ㄹㅇ ㅋㅋ

ㄴ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눈갱 ㅋㅋㅋㅋㅋㅋ

ㄴ어허! 실력이 안 되면 꼼수로라도 이기든가~

역시 타고난 건 타고난 건가. 나도 없는 별명이 벌써 생기다니.

물론 당연하게도 눈뽕빌런이라는 별명은 정말이지 1도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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