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59화 (59/270)

059. 경험의 차이

헌터 국제리그 우승 3회, 미드 시즌 챔피언십 우승 3회, KHL 1부리그 우승 10회, 대회 MVP 총 8회, 올스타전 우승 4회, 기타 대회 우승 2회

그리고 3대 3 미니 헌터스 리그 및 1대1 헌터 랭킹전 1위 다수……

그게 내 회귀 전 과거였고, 내가 자랑할 수 있는 업적이었다.

압도적인 승리의 경험. 우승경력. 그리고…… ‘경기를 이기는 법’에 대한 감각.

나는 회귀한 지금에서도 이걸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자신한다.

아무리 헌터로서 성장이 덜 되어서 스테이터스나 스킬적으로 아쉬움이 있더라도, 그건 별개의 문제니까.

***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류재준은 표정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손 놓고 있는 찰나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리라.

‘물론 알았더라도 대처할 수는 없었겠지만.’

나는 류재준의 능력이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그 활용방법까지도.

[파동 : S+]는 물론 좋은 스킬이지만, 주변에 아군이 있을 때는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기에 시전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리는 편이다.

그렇기에 섣부른 능력 사용이 힘들었으리라.

물론, 지금에서야 주변엔 나와 류재준뿐이라 상황이 또 달라졌지만.

그 생각이 미치기도 전에, 류재준이 대치 상황을 깨고 움직였다.

상대의 선공이었다.

류재준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파동 : S+]이 퍼져 나갔다.

‘하여간 저만큼 편한 공격 방법이 없다니까.’

전방위 공격이면서도, 녀석의 마나통이 큰 탓에 약하지도 않다. 그래서 나로서도 직접적으로 맞부딪히기 어려웠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전방에 마나실드를 펼쳐 마주하는 파동의 데미지를 최대한 줄이는 것 뿐.

한순간 류재준의 전방위를 휩쓸고 나간, 실내가 파동의 충격에 무너져 내렸다.

강력한 마나 파동에 건물이 무너져 내리자, 오히려 도망갈 수 있는 활로가 뚫렸다.

쌍권총을 들고 있기에, 남는 손이 없어 에어앵커를 활용하기는 여의치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다시금 에어비트를 공중에 흩뿌리고는 그것을 밟아 공중을 활보하며 계속 떨어질 뿐.

그리고 류재준과의 거리가 벌어지고, 공간이 확 트이게 되자, 다시금 다른 선택지가 생겨났다.

‘견제 사격으로 이득을 본다.’

뭐, 안 된다면 할 수 없지만, [파동 : S+]의 사거리 밖이면서도 내 사격은 닿는 거리. 이건 완벽히 나에게 웃어 주는 거리였으니까.

탕! 타탕 탕 타타타탕!

다만, 류재준은 역시나 가만히 맞아 주지 않았다.

양 손 모두 자유로운 녀석은 한 손으로는 에어비트를 공중에 흩뿌리고는 에어앵커로 공중제비를 돌기 시작했다.

‘역시…… 짬이 어디가지 않는고만.’

나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 기동력으로 공중을 유영하는 모습이 과거 이근택의 헌터 영상이 떠오를 정도였다.

과연 이근택에게서 배운 녀석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탕! 타탕! 탕!

저렇게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는 녀석을 총으로 맞추기란 나로서도 쉽지 않은 법이었다.

그리고 녀석은 그렇게 기동할 뿐만 아니라……

‘마나를 모으고 있다…….’

내가 아까 공중제비를 돌며 권총사격으로 LTD팀원들을 아웃시켰듯이, 공중에서 마나를 모으고 있었다.

아마 [파동 : S+]을 공중에서 강하게 터뜨려 내게 타격을 주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게 기회이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던 순간이었으니까.

류재준이 그러면 그렇지.

아마 녀석은 모를 것이다.

처음 들이닥칠 때 PER의 팀원이 6명이었다는 것을.

‘녀석의 성격 상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없으니까.’

기본적으로 류재준은 상대가 뭘 준비하든 자신만만하게 올 테면 와 봐라. 라는 말이나 할 법한 녀석이었다.

뭐, 이번엔 그랬기에 그 틈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연주 씨. 준비됐어?”

“네.”

최후방으로 대기시켜 놓았던 이연주. 그리고 그녀가 저번에 각성했던 능력인 [속박 : A+]을 사용할 때였으니까.

이연주에겐 미리 말해 둔 바였다. 정확한 타이밍에 신호를 주면, 최후방에서 정확하게 [속박 : A+]로 발을 묶어 달라고.

마나를 모으는 데 집중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뜻.

그리고, 흩뿌려진 에어비트는 그의 예상 경로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해 주는 요인이었다.

그리고 류재준이 금방 [파동 : S+]을 퍼뜨릴 듯, 잠깐 공중에서 멈추고 다음으로 흩뿌려 둔 에어비트를 밟으려고 하자.

“지금!”

내 목소리가 이어폰에 퍼졌다.

그리고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검은 줄이 뿜어져 나오더니, 류재준을 정확하게 묶은 것이었다.

녀석은 당황한 듯 몸을 움찔하며 발버둥 쳤지만, 공중을 유영하던 몸이 순간이나마 멈춘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

녀석은 아직, 파동으로 터뜨릴 마나를 다 모으지 못한 상태.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

아무리 공중에서 활보중이라고는 하나, 이걸 못 맞추면 ‘전설의 저격수‘라는 내 별명이 울고 가겠지.

그리고 실제로도 당연히. 빗나가지 않았다.

탕! 타탕!

경쾌하게 울리는 쌍권총 소리가 경기를 끝맺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혼자 살아남은 윤한결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쪽도 나름대로 잘 해 준 모양이었다.

***

이근택은 경기의 결과를 보고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남은 건 심리전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마지막까지도 이창현과 류재준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이뤄진 것도 사실이었고.

하지만 경기가 거기에서 결단나지는 않았다.

이근택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분기점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었다.

‘순전히 1대1 상황이라 서로의 상성을 따져 봤을 때, 심리전의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거늘…… 실은 패를 하나 더 숨겨 뒀던 것인가.’

류재준이 공중제비를 돌며 시간을 벌던 결정적인 순간.

그 순간에 이창현은 숨겨 둔 패. 이연주의 ‘거리제한 없는 스킬, [속박 : A+]’을 꺼내들었다.

이것은 마치 정정당당한 가위바위보인 줄 알았거늘, 실은 이창현은 두개를 내곤, 하나를 빼 버린 것이었다.

‘그래…… 경험이 많은 자라면, 한 순간의 심리전에 의해 결판나는 상황까지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

그리고 실제로 그 결과도 최고의 성과로 다가왔다.

순전하고 완전한 1대1 상황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능력을 보여 주지 않고 숨겼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 가장 그 능력이 필요한 순간 꺼내들었다.

그랬기에, 그 전술이 완벽하게 들어맞을 수 있었으리라.

실제로 LTD의 코치들은 이창현의 저격능력을 제외한 전면전 능력을 크게 평가하지 않았고, 이연주의 거리 제한이 없는 스킬. [속박 : A+]능력을 알지 못했다.

‘승부의 타이밍을 알고 태어났군.’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강한 힘이 있다면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기본.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은 게 일반적이었다.

이근택이 [헌터스 - 더 넥스트제네레이션]에서 이창현과 싸웠을 때를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느낌을 느꼈다.

‘이기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감각. 어째서 신인이 그런 승리의 감각을, 그 노련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녀석이 그런 감각을 가지고 있음은 틀림없어 보였다.

아무튼 간에 흥미로운 대결이었다.

‘그나저나 재준이 녀석은 죽을 정도로 분해하겠구만…….’

어린 시절 재준이 녀석은 적어도 동년배에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비록, 팀전이라고는 하나 이번 패배로 자존심에 많은 충격을 받았으리라.

물론 그 정도로 꺾일 약한 녀석은 아니기에. 다음번에 녀석이 이창현과 만날 때 더욱 강해져 있으리라.

그렇게 만족스럽게 경기를 보던 도중, 이근택에게 전화가 울려왔다.

- 조준호

이번 경기가 기대된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직접 본 모양이었다.

조준호로서는 내가 키운 녀석이 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어. 이 시간에 웬일이야.”

“재준이가 진거. 봤어?”

“아픈 손가락 같은 녀석인데, 내가 녀석 첫 경기를 안 봤을까봐?”

“그 녀석이 재준이보다 낫드만. 언제 한번 데리고 와. 우리 딸애도 오늘 경기보고 좋아하더라.”

“연화가? 허허. 별일이네. 그래, 다음에 기회 되면 한번 데리고 가지.”

그 외에 조준호와 별다른 얘깃거리는 없었다.

아무래도, 녀석도 저 경기에 흥분해 순간적으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자 통화를 하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가봐왔던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건 또 다른 짜릿함을 선사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연화가 보고 싶어 했다니…….’

아무래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듯싶었다.

평소에 하위리그는 볼 생각도 없고, 봐도 눈도 꿈쩍도 안하던 녀석이. 뭔 바람이 불었을까.

***

[LTD, PER에게 2대0으로 충격적 패배. 히든카드 “류재준”으로도 못막아]

ㄴ 근데 이번에 LTD가 못했다기보다는 PER이 잘하긴 했음 ㅋㅋ

ㄴ LTD맘 개같이 멸망~

ㄴ 이창현 저격 원툴이라고 했던 애들 다 뽀록났죠?

ㄴ 근데 마지막에 류재준 붙잡은 검은 줄 같은 거 묶인 건 뭐냐? 내가 잘못 본 거냐?

ㄴ ㄴㄴ 아님. 나도 봤음 누구 스킬인 거 같은데 아마 PER측에서 숨겨 둔 스킬인 듯?

ㄴ 그렇다기엔 그 자리에 싸우는 거 윤한결이랑 한지수 정도밖에 없었는데?

ㄴ 몰??루?? 아무튼 LTD는 아닐꺼아님.

PER이 LTD를 격파한 후, 커뮤니티는 완전히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PER이 연승 중이었다고는 하나, 3부에서는 압도적 강호로 자리 잡은 팀 중 하나인 LTD를 상대로 이기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기 때문.

그리고 그 일등공신은 단연 이창현이었다.

그 활약상은 역시 3부 리그에선 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셔서일지, 곧이어 하나의 유저칼럼이 발행되기까지 했다.

분석노트 : [LTD대 PER. MVP선수는 이창현]

- LTD와 PER전의 초반은 분석데스크의 예상대로였다. PER이 여느 때처럼 폭격기전술을 걸어왔고, 초반에 LTD팀원들이 합류하기 전에 잘 먹히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LTD의 숨겨 둔 카드 ‘류재준’선수의 스킬로 인해 폭격기 전술이 무효화되더니 LTD에 공이 넘어가는 듯 보였다.

폭격기 전술이 무력화되어, 결국 한타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한타 단계에서 또 이변이 일어났으니, 바로 ‘이창현’ 선수의 약진이었다. 혼자서 상대 진영에 들어가더니, 사실상 LTD의 팀원들을 다 때려눕힌 것이다.

…… [중략]

탁!

나는 내가 보기에도 낯 뜨거운 글을 쓰고 있는 윤한결의 뒤통수를 때렸다.

‘아니…… 어이가 없네. 얜 또 뭔 이런 글을 쓰고 있데?’

“야, 윤한결. 폼 안 나게 그런 것 좀 안 쓰면 안 되냐?”

내 말에 윤한결은 내 쪽을 흘겨보며 폰 화면을 껐지만, 글은 아무래도 그대로겠지.

윤한결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뭐. 솔직히 이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런 것도 우리 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해 주는 게 의미가 있지, 이렇게 같은 팀에서 물고 빨아서 뭐할라고.

윤한결을 이상한 녀석 보듯 쳐다보는 사이, 다른 PER팀원들과 함께, 헌터스 리그 직원이 들어왔다. MVP 인터뷰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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