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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58화 (58/270)

058. 격돌

[방금 공중에서 날아가던 이기어검 손짓 한번에 싹 다 터지는 거 봄? ㅋㅋ]

ㄴ 저건 또 뭐냐 ㅋㅋ 초능력자냐? 영화 CG보는 줄

ㄴ 그럼 쟤네들이 다 헌터인데 일반인이냐? 당연히 다 초능력자지

ㄴ 솔직히 개간지이긴 함.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는데 염동력 계열 아니겠음? 염동력에는 “로망”이 있다……

ㄴ 이창현 PER 빠는 애들 똥줄 타기 시작했죠~ “찐 강팀 LTD“ 참교육 들어갑니다~

[이창현 자기 팀인데도 보다 못해 직접 들어가는 거 봤냐? PER 개같이 멸망~]

ㄴ 응 아니야~ 3부 리그에 이창현 상대할 사람 1도 없어~

ㄴ 저격수가 근접딜러들 맘에 안 든다고 이성 잃고 돌격한 시점에서 끝이죠? ㄹㅇㅋㅋ 이 정도는 전술의 기본 아님?

ㄴ 그렇긴 함. 근데 그렇다고 저격할 수 있는 상황도 여의치가 않아서……

ㄴ 그건 그렇고 류재준?? 새로 로스터 올라온 쟤 대체 누구임? ㄹㅇ 슈퍼루키네

ㄴ LTD가 3부 리그에도 돈 좀 썼나보네. 조만간 쟤도 좀 경험 쌓고 2부나 1부에서 볼 수 있을듯 ㄹㅇ 기대되네 ㅋㅋ

인터넷 네티즌들과 중계진은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껏 3부에서 압도적이고 신선한 모습을 보여 주며 새롭게 패자로 떠오른 PER의 신 전술을 상대로 LTD가 카운터 치는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었다.

손짓 한번에 강력한 마나파동이 일어나며, 날아오는 마나봄버들이 한번에 폭발하는 순간이란!

이종규 PER 코치로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종규가 헌터스 리그 전술적으로 그리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런 그도 이창현이 만들어 낸 ‘폭격기 조합’이 대처하기 까다롭고, 강력하다는 것쯤은 이미 실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LTD의 손짓 한번에 깨졌다.

이종규는 아마 이창현도 적잖이 당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패배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살아났다.

이번 게임까지 패배하면 겨우 2패이긴한데... 승승장구하던 녀석들에게는, 특히 이창현에겐 크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리라 생각했다.

이종규는 코치로서 종종 이런 상황 속에서 흥분해서 그 시즌을 그르치는 선수를 자주 봐왔기 때문이었다.

‘헌터이고 강한 힘을 가진 초능력자라곤 해도 아직은 정신적으로 아이들이나 다름없으니까…….’

이종규는 자기가 나서서 PER팀원들이 패배해도 흥분하지 않도록, 침울해 하지 않고 담담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달래야겠다고 은연중에 마음먹었다.

지금 경기에서 지더라도 침착하게.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도 잠시.

근래에는 저격수, 원거리 딜러로의 역할만 하고 있었던 이창현이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고 있었다.

이종규의 생각에는 절대로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사전에 협의된 부분도 전혀 아니기도 했고.

‘설마…… 전략이 차단당해서 순간적으로 흥분한 건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해서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곤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일이 터질 줄이야, 이종규는 경기를 보면서도 두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또 그것도 잠시.

적진 한가운데 들어가 허무하게 제압당해 패배하리라 생각했던 이창현이,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

나는 회귀 전에도, 지금도 항상 판단을 내리는 입장에 있었다. 격전이 일어나고 있는 전장에 누구를 투입해야 할지. 그 투입할 인원과 누구를 동행시켜야 시너지가 날지.

그곳에 가선 안 되는 사람이 누구고, 돌진하는 인원의 배후를 지키는 건 누구여야 할지.

모든 청사진을 머릿속에 넣어 두고, 그 그림을 그려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이 상황 또한 염두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리라.

정확히는 이종규 코치에게 뭐라 말 할 시간도 없을 때, 류재준을 봤다.

그 순간부터 이창현은 이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 낼 수 있었다.

류재준은 이창현이 회귀하기 전, LTD에서 파트너 중 한명으로 활약했었던 녀석이니까.

그 녀석이 폭격기 조합을 상대로 어떻게 카운터 칠 수 있을지. 그 후 돌격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두 예상 범주 안이었다.

그랬기에. 별다른 감흥 없이 내뱉을 수 있었다.

‘역시…….’

밖에서 저격하길 잠시. 역시나 이대로 게임을 지고 싶지 않다면, 내가 직접 안으로 들어가서 휩쓰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꿰뚫는 눈]을 사용하자 안쪽이 투사되듯 하나하나 보였다.

남은 PER팀원은 몇 없고, 그들은 류재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윤한결과 한지수였다.

…… 그 둘까지 잃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번 게임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컸기에. 바로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방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류재준의 [파동]에 의해 튕겨져 나가는 한지수와 윤한결.

아마 저걸론 죽지 않겠지만 타격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리라.

시간을 끌어야 했다. 가능하면 해치우는 게 좋고.

전방엔 류재준과 LTD팀원 녀석이 양 옆에 둘.

회귀 전 기억으론 류재준은 꽤나 신중한 성격이다. 신중한 녀석이 직접 움직이기 전에, 먼저 달려드는 둘을 해치울 수 있다면 협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

“흐아아아압!”

한쪽에서 우렁찬 목소리를 내며, 근접 딜러가 접근했다. 검과 방패를 든 전형적인 근접 딜러 타입.

녀석 너머로 보이는 스테이터스는 결코 낮지 않다. 그리고 스킬도 꽤나 쓸만해 보이고.

하지만.

‘회귀 전에도 이런 적은 수도 없이 있었어.’

과거를 떠올렸다.

어느 첫 데뷔전. 그 때의 나는 땜빵으로, 질 거라고 흔히 예상되는 경기에 들어갔다. 주전을 대신해서였고, 상대는 나보다 강했다. 스테이터스도. 그리고 스킬도.

팀원들은 이미 상대팀에게 이길 것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적당하게,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을 들으려는 수준의 경기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도 마치 지금처럼.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시도했다.

‘뭐, 훨씬 더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일상이었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의 것은 놀이에 가깝겠지만.’

[꿰뚫는 눈]이 한쪽에서 은밀하게 펼쳐지는 서포터의 [광역속박]을 감지하고 경고를 보내고, 동시다발적으로 근접 딜러가 공격태세를 취했다.

녀석이 순식간에 각력을 이용해 달려들지만, 내 힘으로 피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찰나의 순간, 이동경로를 완벽히 계산하고 에어비트를 공중에 흩뿌린다.

흩뿌려진 에어비트위에 올라선 내 몸이 저절로 에어비트에 반동해 마치 핀볼이 튀듯 빠른 속도로 기동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달려들던 근접 딜러의 뒤를 잡은 순간.

탕! 타탕!

양 손에 쥔 쌍권총이 불을 뿜었다.

우선 1킬.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뛰어오르게 되는 에어비트를 밟으면서도 총을 쏘리라곤 생각하지 못한 듯. 탈락당한 근접 딜러의 표정에는 경악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내 몸은 그렇게 이동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미리 흩뿌려 둔 에어비트에 도달해 방향을 급격히 꺾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려운 문제를 풀 땐 쉽고 작은 문제부터. 강한 상대 집단을 상대할 땐,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부터.

예전부터 마음에 새긴 일대 다 전투의 원칙을 기억하며, 류재준이 경로에 있음에도 류재준보다는 [광역속박]을 펼치려 했던 서포터에 집중했다.

다시 울리는 쌍권총의 총성.

탕-! 타탕!

불을 뿜음과 동시에, 초속으로 날아다니며 마나실드의 사각을 노린 총격이 LTD의 서포터를 꿰뚫었다.

그후, 공중제비를 돌며 안정적으로 다시 돌아와 바닥에 착지했다. 그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 물 흐르듯 일어났다.

후……

‘이제야 겨우 동수인가.’

윤한결과 한지수도 류재준의 파동공격에서 몸을 추스렸는지, 일어나고 있었다. 바깥의 LTD 팀원까지 합치면 3대3의 상황.

“움직일 수 있겠어?”

“덕분에. 시간을 끌어 줘서 살았다.”

윤한결은 찌뿌둥한 듯 몸을 털고 대답했고, 한지수는 뭔가 불만이 있는지 표정을 찡그리곤 단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에 두 녀석 남아 있어. 할 수 있겠어?”

“해야지. 너는?”

윤한결이 물었지만,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쪽을 돌아보지 않고, 단지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약속한 것처럼, 셋이 다시 흩어졌다.

***

바깥에선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 분석데스크의 중계가 한창이었다.

[캐스터] : 아니 이창현 선수, 상대진영으로 들어가는 건 모두 자살골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는데, 막상 전투에 들어가니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줍니다! 해설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해설위원] :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스크림이나 연습경기, 아니 [헌터스 - 더 넥스트제네레이션]에서도 종종 이창현선수가 말도 안 되는 괴력을 보여 줬었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정면대결에서 강한 무력을 보여 주는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주로 오묘한 전술이나 강력한 사격을 통한 저격 능력. 그런 것들을 위주로 싸웠는데, 방금 영상을 보면 그 외의 능력에도 꽤나 저력이 있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캐스터] : 근데 상대도 만만치 않거든요. 3부 리그에서 꽤나 좋은 전력이라 평가받고 있는 한지수 선수와 윤한결 선수를 동시에 튕겨 냈습니다. 류재준 선수의 저력 또한 강력해 보이는데요. 이창현 선수와 류재준 선수의 대결은 어떻게 보십니까?

[해설위원] : 흠…… 이건 어려운 질문이네요. 방금 전에 이창현 선수가 LTD의 선수 둘을 처리했다고 해서 사실 1대1에서 크게 유리해진 건 아니거든요.

그 이유는 바로, LTD 선수가 주위에 사라진 만큼, 류재준 선수의 초능력이 쉽게 발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창현 선수의 빠른 기동성을 통한 공격도 류재준 선수가 공격 타이밍만 읽을 수 있다면, 저 강력한 파동 스킬로 밀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즉, 둘의 싸움은 심리전의 영역이 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리전…… 심리전이라.’

헌터 협회 협회장실에서 가만히 경기를 지켜보던 이근택이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그가 생각하기로 심리전에 강한 사람은 결국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조급하지 않고, 상황을 끝까지 관망하여 가장 냉정한 판단을 해야만 심리전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류재준은 뛰어나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이근택 회장이 직접 손을 맞대며 키웠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한편 이창현은 어떠한가.

이근택 회장이 [헌터스 – 더 넥스트제네레이션]에서 싸워 본 바.

일개 아마추어 헌터이면서도 번뜩이는 전술과 말도 안 되는 뒷심을 보여 준 녀석이었다.

……마치 백전노장의 헌터스 리그 선수처럼.

그래서 비교해 봤을 때 재미있게도 이런 결론이 나왔다.

실질적으로 쌓은 경험은 류재준이 더 많지만, 어째서인지 이창현이 무언가 예상치 못한 뒷심을 보여 줄 것이라고.

뭐, 실제로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지만.

그리고 그 순간,

[해설위원] : 아…… 대치중이었던 이창현 선수와 류재준 선수! 지금 격돌합니다!

두 녀석이, 직접 맞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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