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56화 (56/270)

056. 딜러를 압도하는 서포터

[현 시점 공동 2위인 PER과 LTD 격돌! 경기 전 사전 간단 인터뷰]

이번 경기는 최하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올라온 PER과 저번 시즌에 1등을 했던 LTD의 매치였기에 꽤나 관심이 집중된 듯 했다.

그래선지 꽤나 특별하게도 사전 인터뷰가 편성되었다.

그렇게 사전에 LTD 이형근 감독, 나, 그리고 캐스터가 모여 인터뷰한 내용은 꽤나 간략하게 기사로 작성되어 올라가 있었는데……

[캐스터] : 예. 아무래도 PER은 도전자 입장이긴 하지만 굉장히 신박한 전술.

세간에서는 ‘폭격기 전술‘이라고 불리고 있는 신개념 전술로 리그를 폭격하고 있는데요. LTD의 이형근 감독께서는 어느 정도 대비가 되었다고 보아도 될까요?

[이형근] : 물론입니다. 방법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이 인터뷰를 아마도 거절했을 겁니다. (웃음)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 뻔한 말을 하고 지는 건 제 타입이 아니니까요.

‘하긴…… 아무리 전술이 좋아도 한 전술을 오래 쓰다 보면 다른 팀들은 연구할 수밖에 없으니.’

LTD가 연구를 했다는 것도, 파훼 방법을 어느 정도 생각해 놓았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리라.

이 정도면 그래도 꽤나 오래 쓴 전술이기도 하고. 솔직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역할을 해 줬다고 생각한다.

[캐스터] : 역시나 전 시즌 1위를 하신 팀의 감독님답게 결과로 말하시길 원하시는 거군요! 그렇다면 혹시, 슬쩍 PER의 파훼법을 말해 주실 순 없으실까요?

이형근은 당시 캐스터의 이 말을 듣고는 내 쪽을 슬쩍 쳐다보곤 살며시 웃더니 말을 이어 갔다.

기분나쁜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이형근] : 그걸 여기서 미리 말해 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뭐. 사실 저는 이걸 지금 PER이 알아도 어찌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힌트를 약간 드리겠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새로운 친구를 한번 써 보려고 합니다. 이정도면 될까요?

뭐……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상대편의 전술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때 쓰는 흔한 방법이었다.

워낙 흔했고, 예상할 만한 방법이었기에 영양가도 없었고.

‘문제는 새로운 녀석을 쓰는 게 아니라, ‘그 새로운 녀석‘이 ‘어떤 녀석‘인가가 핵심이니까.’

뭐. 아무튼 꽤 즐거울 것 같았다.

이전 미디어데이 때 LTD에 대놓고 도발한 만큼 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캐스터] : LTD의 로스터는 쉽게 바뀌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새 로스터라니, 팬들 분께서도 많은 기대를 해 주실 것 같습니다.

그럼, 시즌초반부터 LTD에 선전포고했던 PER 그리고, 그에 맞서 뉴페이스 기용이라는 강수를 둔 LTD. 두 팀의 경기를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걸로 인터뷰는 마무리였다.

회귀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형근 감독은 아무튼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었다.

‘그나저나 뉴페이스라…….’

음…… 솔직히 지금은 물론 회귀 전까지 떠올리더라도 딱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었다.

기억에 강하게 남는 사람이라곤 위에서도 최고를 겨뤘던 녀석들이나 생각이 나고……

적당히 임기응변하는 것이 아무래도 중요하리라.

물론 내 적당적당한 그런 생각과는 달리 휴대폰에 뜨고 있는 커뮤니티 반응은 아주 시끌시끌했다.

[이거 ㄹㅇ 말안됨. PER이 2등? 시즌 순위표 거꾸로 뒤집은 거 아니냐?]

ㄴ 응 아니야 원래 이 순위 맞아~

ㄴ ㄹㅇㅋㅋ 역배는 승리한다.

ㄴ 갓창현!갓창현!갓창현!갓창현!

ㄴ 내가 뭐랬냐 오디션 프로 때부터 그냥 다른 애들이랑 수준이 다르다고 말했지?

PER에 대한 반응은 최근 들어 네티즌들한테 어마무시하게 좋은 편이었다.

팀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역시 나로서도 뿌듯한 일이었다. 아직은 많이 모자른 게 사실이지만……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그보다 신경 쓰이는 정보가 있었으니…….

[LTD 새로운 팀원으로 추정되는 선수 플레이영상.넛튜브]

ㄴ 와 ㅋㅋ 저거 뭐냐? 컴퓨터 그래픽 아님?

ㄴ 이거 꽤 오래전부터 돌던 영상임 찌라시만 오지게 도네

ㄴ 이번엔 진짜임 제가 관계자한테 직접 들음 ㅇㅇ

ㄴ 니가 뭔데 관계자한테 들음? 니가 거기 직원이라도 되냐? ㅋㅋ

ㄴ ㅇㅇ 나 LTD 프론트 직원 중 한명임 반박시 네 말이 맞음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넛튜브 영상으로 넘어가 보니, 한 헌터의 대련영상이 펼쳐졌다.

그 영상을 틀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꽤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LTD가 바보도 아니고, 비밀카드로 쓸 선수 영상을 유출시켰겠어?’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나는 그 영상에 나오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류재준?’

물론 꽤 놀란 내 마음과 달리 경기는 바로 시작 직전. 코앞이었다.

“왜 그래 창현아? 이제 슬슬 들어가야 되는데.”

한결이의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곤, 이내 나도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회귀 후 오랜만에 느끼는 두근거림이었다.

***

“네. 오래 기다려 주셨습니다. 현재 3연승을 달리고 있는 PER과 또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원래 3부 리그의 왕좌. LTD의 싸움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네. 이번 경기는 사실 많은 분들이 기다려준 매치일 텐데요. 그것도 그럴 것이 이창현 선수 겸 감독이 전에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지 않습니까.

‘3부 리그, 솔직히 수준이 낮다.’

‘LTD는 목을 씻고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팬들도 그렇고 관계자들도 그렇고 반응이 뜨겁습니다…… 특히 LTD측에서는 완전히 칼을 갈았다고 하더라구요.”

해설자가 익살스럽게 이창현의 성대모사를 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 성대모사에 주변에선 웃음이 피어나왔다.

“네. 확실히 그렇죠. 그런데 지금 성적이나 경기력만 놓고 보면 ‘폭격기 조합’을 절찬리에 사용 중인 PER이 철옹성 같은 LTD를 과연 뚫을 수 있을까 많은 분석과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해설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철옹성과 미사일. 지키는 쪽과 공격하는 쪽.”

“제가 보기엔 아마 LTD측에서 PER의 조합을 파훼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마나봄버의 파괴력이라는 게 조직력이나 방어력으로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게다가 LTD에서는 인터뷰에서 말했듯 굉장히 특별한 인물을 이번에 새로 선수 데뷔시킬 거라는 언질을 줬거든요?”

해설자의 손짓과 함께 뒤에 떠오른 스크린에 한 선수의 신상명세가 올라갔다.

‘류재준‘

“그리고 이 선수 말인데. 제가 혼자서 좀 찾아보니 흥미로운 영상이 있었는데요.

전투영상이었는데, 대조해 보니 맞더라구요. 그래서 제 예측에 의하면…… PER이 충분히 이 선수에 의해 폭격기 전술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오…… 그런가요? 지금까지 PER이 보여 준 전술은 견고하다고는 하나 폭격기 전술이 전부였는데요…… 그 전술이 무너진다면 사실상 패배한다고 봐야겠죠?”

“그렇습니다. 혹은 어쩌면 새로 플랜 B를 준비했을지. 그게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요컨데, PER의 전술이 실제로 무력화될 수 있는가. 무력화된 PER이 LTD를 이길 수 있는가. 그런 이야기였다.

이근택은 화면 너머로 시끄럽게 떠드는 해설자들을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 공방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그리고, 녀석이 과연 이겨 낼 수 있을지.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만…… 뭐,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기분 좋게 웃을 수 있겠지만.’

***

기분이 싱숭생숭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경기는 시작되었다.

상대 로스터에 그 녀석이 들어간다는 걸 조금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류재준.

회귀 전, 3부리그에서 LTD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내 첫 후배가 되었던 녀석. 그 녀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딜러를 압도하는 서포터‘

지금 경기를 시작해서 그 이름을 듣기 전까지는 잊고 있었지만, 나로서도 꽤나 대단하다고 할 정도로. 초반 데뷔 때의 임팩트는 대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마 지금 시점만 하더라도 S+급 스킬은 [파동]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정도의 힘만으로도 지금 우리 팀의 전술을 카운터 치기에 충분할 것이겠고……

‘운이 별로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카운터를 칠 수 있는 녀석이 있다고 해서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창현아?”

윤한결이 팀보이스로 이름을 불러왔다.

아…… 잡생각을 한다는 게 너무 길어진 건가.

“어. 이번 경기도 저번경기처럼 폭격기 조합의 포메이션으로 가자. 근데 이번엔 셋이 모이는 대로 바로 미사일로 적군을 치워 줘. 상대방이 모이기 전에 최대한 빨리.”

“……각개격파하면 마나봄버가 아마 모자를 텐데 괜찮겠어?”

“응. 그렇게 해 줘. 그리고 마나봄버가 다 떨어지는 대로 한결이랑 지수는 본대에 합류해 주고.”

이번 경기는 저번 경기들처럼, 상대가 모이는 걸 기다리고 한 번에 폭격해서 뭘 할 수가 없을 테니. 그에 맞춰 최대한 세세한 전술을 수정해야 했다.

“나…… 나는? 마나봄버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뒤늦게 이어폰에서 이연주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일단 대기하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팀원들은 다들 행동을 시작했다.

나를 중심으로 팀원들이 다가오고 있었고, 먼저 모인 폭격기 조합의 셋은 상대의 좌표를 부르며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브리핑했다.

“상대는 맵 6시 즈음에 있는 건물로 다 모이고 있어... 이대로 그냥 저 건물을 폭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일망타진이 가능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아까 뭐랬죠?”

“…….”

뭐, 사실 류재준의 능력을 모른다면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긴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더가 갈리면 좋지 않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되어 행동이 갈리는 순간, 치명적인 미스가 날 수 있으니까.

물론 저런 다른 제안을 하면서도 시킨 일은 제대로 하고 있었긴 하지만.

“[228,21,0] 좌표에요!”

“알았어!”

마치 심상이 연결된 듯, 좌표를 불러 주고, 정확하게 윤한결의 검이 날아 들어간 듯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폭발음 끝에 상대측 인원 중 한 명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상대 팀원들은 맵의 6시 쪽에 있는 건물로 모이고, 우리 측은 나를 포함한 4명이 모이는 가운데 상대는 2명의 사상자를 냈다.

모두 정확한 위치에 폭격을 가한 윤한결 ㅡ 한지수 ㅡ 이연주 트리오의 합작이었다.

“이대로면 쉽겠는데? LTD도 별거 아니구만.”

“아직 마나봄버 3개 남아 있어. 상대는 다 모여 있어서 따로 공격하긴 힘들 것 같은데. 이대로 검을 날려서 돌입시켜 볼까?”

‘흠…….’

어차피 이제 남은 건 전면전이다. 그 전에 의미가 없더라도, 한번 시도해 보는 건 나쁘지 않겠지.

“마나봄버 투입 후, 폭발해서 발생한 먼지가 다 떨어지기 전에 넷이서 모두 돌격한다.”

“오케이.”

“알겠다.”

뭐, 나는 류재준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대처할지 알고 있지만, 폭격기 조합을 맹신하는 우리 팀원 녀석들에게 보여 줄 필요는 있었다.

이래서 다양한 전술이 필요한 거라고.

이어폰으로 말이 끝나자마자 윤한결의 마나봄버를 단 이기어검이 빠르게 날아갔지만……

결과적으로 그 검들은 LTD 팀원들이 집결한 건물에 닿지 못했다.

피잉 ㅡ

마치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고주파가 한번 뿜어져 나오더니.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바람이 불어왔다.

내가 있는 곳은 꽤 멀어서 그 충격으로 인한 바람만 전해져 왔을 뿐, 아마 그 건물과 가까운 곳은 강렬한 마나의 파동이 강렬하게 휩쓸고 지나갔으리라.

그리고 실제로 그 여파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였다.

펑. 퍼펑 펑!

LTD 팀원들이 들어간 건물로 향하던 윤한결의 이기어검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파동에 튕겨 나간 것이었다.

“이런 미친”

PER 팀원 중 누군가가 말한 한마디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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