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49화 (49/270)

049. 압도적 격차 속에서

서울 종로. 헌터스 리그 중계실의 스태프룸.

그곳에 팀 LTD의 관계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이유는 당연히 한일전에 출전한 LTD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위함이었고,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분위기 또한 좋지 않았다.

“후……. 많이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 정도나 차이날 줄이야.”

“그래도 이 정도면 전보단 훨씬 낫지 않았습니까? 한 끝 차이로 못 잡은 것도 세 명은 될 겁니다.”

“한 끝 차이? 자네는 그 한 끝 차이를 줄이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건가?”

그렇다. 겉보기엔 캐치하기도 쉽지 않은 아주 사소해 보이는 아주 세세한 디테일. 그 디테일이 쌓이고 쌓여 그런 한 끝 차이로 끝나는 것이었다.

즉, 운이 좋지 않아서 진 것 따위가 아닌, 숙련되고 세련되게 쌓인 디테일한 전술과 행동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컸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 팀 에이스인 강준혁 선수를 내보내줬는데 나가서 얻은 건 망신밖에 없어. 우리가 이러려고 국가대표로 내보냈는지는 심히 다시 고심해 봐야 할 문제겠지……. 계속 이런다면 국가대표팀에 협조할 필요는 없을 거야.”

그렇게 프론트 책임자는 문을 나섰다.

“후…….”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일본에 이렇게 계속 패배하곤 나아지는 모습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LTD는, 아니 한국은 헌터 인재가 고팠다.

“그래서. 이진한 감독님. 3부 리그랑 2부 리그 경기 보고 온다더니. 아래 LTD팀에서 콜업할 만한 선수는 없었어요?”

“콜업될 선수……. 콜업될 만한 선수라…….”

없었다. 이진한이 2부와 3부의 LTD를 둘러보았지만, 두 팀 역시 무난무난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일 뿐. 1부로 올려 보낼 만한 루키는 없었다.

‘차라리 LTD말고 타팀을 접촉한다면…….’

기억에 남는 경기는 있었다. 전 시즌 꼴등이었던 PER이라는 팀. 그 팀의 전술은 확실히 1부에서도 써먹을 만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 검을 날리는 녀석……. 윤한결이라고 했었나? 그 녀석이랑 마나봄버를 중력으로 떨어뜨리는 녀석을 세트로 데려올 수 있으면 1부 리그에서도 가끔 조커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

하다못해 [Hunters, The next generation]에서 우승한 이창현이라면 모를까.

“하부리그 타 팀 접촉은 어렵겠죠?”

“그거야…… 아무래도 그렇죠. 프론트에선 하부리그 타 팀은 스카우터들에게 맡기라고 할 거에요. 감독님이 볼 건 2,3부 LTD나 1부 리그 선수들을 보시는 게 맞죠.”

타 팀 선수를 접촉하는 건 기본적으로 시즌 중에는 어렵다. 그 팀하고 협의도 되어야 하고……. 그렇다 보니 프론트에선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의 가치를 가진 건 1부 리그 선수 정도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아쉽네요…….”

“2, 3부 경기 보면서 다른 팀에 특별한 인재라도 있었나 보죠?”

“뭐, 그런 셈이죠. 그래도 시즌이 끝나서 선수들이 풀린다면 한 번 접촉은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1부 LTD도 전술의 다양성을 갖춰야 할 타이밍이니까요.”

“확실히 그렇긴 하죠. 그건 그렇고 감독님께서 주시한다니, 저도 궁금해지네요. 이름이 뭐죠?”

“이창현. 그리고 팀 PER이요.”

비록 3부 리그의 팀이고 선수지만, 반드시 상위리그에서 빈번히 듣게 될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너무 이른 이야기일진 모르지만…….

‘지금 한국에 필요한 건 이창현 같은 녀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다소 평범하고 파격적이지 못한 전술뿐인 한국에서,

특별한 전술을 구사하며 자신조차 틀을 깬 공격을 구사하는 이창현.

세계 리그 속 부진한 한국이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희망처럼 느껴졌다.

‘나 참…… 나도 겨우 3부 리그 애들한테 어디까지 기대하는 건지…….’

이진한은 복잡한 생각을 뒤로하고 이미 다 나가 버려 빈 스태프룸을 나갔다.

***

미나미노 타쿠미. 그는 과거 이민석과 국제 헌터 리그에서 같이 뛴 경험이 있는 선수였다.

그랬기에 이민석은 그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타쿠미 녀석…… 또 시작이네…….’

그는 남의 말을 듣고 사람을 쉽사리 인정하는 법이 없었다. 꽤나 호전적이랄까. 그래서 팀 내에서 새 팀원을 받을 때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시험한답시고 마치 싸움닭처럼 일단 한번 들이받는 성격이었으니까.

그렇게 싸우는 것 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상대한 녀석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였다.

마치 상대를 농락하는 듯한 플레이로 상대에게 수치를 안겨 주거나, 혹은 태도가 돌변해 하찮다는 듯 대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민석으로서는 타쿠미가 이창현의 실력에 실망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1부 리그의 헌터 시점에서 3부 리그 헌터는 좀 차이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객관적으로 이창현이 타쿠미를 이길 가능성은 없다……. 물론 타쿠미도 자기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하겠지만.’

기초 체력인 기본 스테이터스가 아마도 하늘과 땅 차이일 테니까.

이근택 회장과 결승전을 벌일 때에는 이근택의 능력치를 떨어뜨리는 보정도 있고 전반적으로 봐주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그런 것 따위는 없으니까.

스테이터스가 1이 차이나면 현저한 차이가 체감되며, 2가 차이나면 그 방면으로는 이길 방법이 없다고 보아도 좋은 상황. 하지만 이창현의 스테이터스로는 이길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남는 부분은…… 경험이나 스킬 정도가 있을 텐데, 이창현이 아무리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국제전에서 파괴력이 입증된 미나미노 타쿠미도 뒤질 리는 없었다.

경험이나 연륜은 당연하게도 타쿠미가 압도적으로 많을 테고.

그랬기에 이민석이 해 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저…… 타쿠미에게 적당히 하라는 말 밖에.

“하하. 안다고 나도. 한국, 그것도 3부 리거라는 걸. 너무 몰아세우거나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해.”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 치고는 눈에서 안광이 번들거렸다.

재미있는 점은 그런 타쿠미를 보고도 이창현이 하나도 주눅 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하긴…… 이근택 회장님 앞에서도 당당했던 게 창현이니까.’

물론 그것만으로 뭔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기왕이면 깨지고 오더라도, 이창현에게 좋은 경험이 되길.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이창현 세대에는 꼭 한국이 헌터스 리그에서 선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니까.

***

경기장은 바로 앞에 있었기에 경기를 시작하기 까지는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곧이어 펼쳐진 맵 선택. 거기서 미나미노 타쿠미는 선택권을 양보했고, 이창현이 선택한 건 굉장히 의외의 맵이었다.

공허의 광장.

마치 우주처럼 펼쳐진 캄캄함. 그리고 그 속에서 드문드문 빛나는 정체 모를 광석과 허공에 떠다니는 빛 먼지. 컴컴한 벽으로 둘러쌓여 미로처럼 이어진 칠흙의 방들. 그리고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웜홀이 여럿 존재하는 맵이었다.

‘왜 이런 맵을…….’

이민석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맵 선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인일수록 다양한 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었기에, 되도록 무난한 맵일수록 좋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특수한 맵은 특수한 기믹이 있기 마련이고, 그 기믹을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에 따라서 종종 승부가 갈리기도 했다.

즉, ‘경험‘이 제일 중요한 맵인데 이런 맵을 신예 선수인 이창현이 골랐다니. 이민석은 이창현을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미나미노 타쿠미도 마찬가지였다.

‘공허의 광장? 대체 왜?’

미로처럼 얽힌 맵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길 잃어 미아가 되어 혼자 죽기 딱 좋은 맵이었다. 반면 맵을 잘 알고 활용할 줄 안다면 맵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천혜의 요새가 되어 줄 것이고.

‘혹시 생소한 맵을 골라 나를 당황시키려는 작전인가?’

타쿠미는 그런 생각까지도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일단 경기가 시작한 이상 경기에만 집중할 것. 자기가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는 하나, 그것과 별개로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상대를 위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원거리 딜러 대 원거리 딜러의 싸움은 흔치 않다. 원거리 딜러들은 주로 후방에 위치했으니까. 주로 공격하게 되는 것은 상대방 진형의 앞라인. 즉 탱커나, 근접 딜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당연히 원거리 딜러 대 원거리 딜러의 싸움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1대1은 지겹도록 했으니까.’

헌터스 리그에는 7대7 정규경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무용을 기리는 ‘랭킹전’ 또한 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원거리 딜러들이 일반적으로 랭킹전에서 고전하는 것과 다르게 그 랭킹전 또한 1위의 자리에 오른 적이 꽤나 많았다. 1대1에 강하다는 것.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건 내가 각종 임기응변에 매우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랬기에 이런 싸움이 벌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기도 하고. 그 최선의 선택이 바로 공허의 광장이었다.

맵 곳곳에 위치한 웜홀. 그리고 그 웜홀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완전히 외우고 있다면.

‘사각지대가 없는 완전한 사격을 할 수 있다.’

즉, 이 무대야말로 이창현이 가장 활약할 수 있는 무대라는 뜻.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내가 막 유리해지고 그렇진 않다.

스테이터스의 차이는 그만큼 압도적이었으니까.

‘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은 없다. 당연히 회귀 전에도 이런 상황은 밥 먹듯이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궁리해내는 것. 나는 그게 승리에 제일 가까운 방법임을 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을 찰나, 차갑고 어두운 공간. 하지만 마치 밤하늘의 우주처럼 작은 빛 입자들이 떠다니는 공간에 리스폰되었다.

보통 신인은 이 신비함을 느끼며 상대를 기다리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명확히 상대보다 내가 불리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

‘저격을 먼저 성공시킨다.’

압도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웜홀의 입구와 출구를 정확히 아는 정보 능력. 그리고 그걸 알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

그것이 승리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컸다.

일단, 주변에 들리는 소리가 없는 것을 보면 주변에 리스폰이 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이었다. 근접전이면 스테이터스의 차이가 더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걸 깨달은 순간, 그 즉시 [꿰뚫는 눈:A(S+)]를 활성화했다.

반투명한 벽. 그 너머를 보는 꿰뚫는 눈에서 타쿠미의 위치가 보였다.

북서쪽, 직선거리로 약 250미터정도의 거리. 멀다면 멀고, 짧다면 짧은. 그런 거리였다.

그리고. ‘저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게다가 상대는 이쪽에서 저격을 하는 걸 눈치챌 수도 없는 상황.

다시 말하면 최적의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이 한 방에 건다…….’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최대의 승산이 있을 때 끝낼 것. 그것만을 생각했다.

최대한의 속전속결로, 상대방이 납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기는 것이야말로 이번에 이길 가능성이 가장 큰 전술이었으므로.

이창현이 웜홀이 있는 동쪽 벽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그 총은 다른 공허 공간에 나왔다가 또 다른 웜홀에 들어갔다.

몇 번을 그리 반복하길, 그 후에는 타쿠미가 있는 방의 웜홀에 갑작스레 총알이 튀어나와 타쿠미를 향했다.

“……!”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일격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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